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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꽃 질 무렵 (1)
제 952 호    발행일 : 2020.09.28 
글 강현욱(경영학부·15/창문학동인회)


1


  보고 싶다. 보고 싶을 줄은 알았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온통 그녀 생각으로 손에는 무엇도 잡히지가 않으니 말이다. 내가 그녀를 좋아한다는 걸 알아차린 건 하필 알바를 관두고 얼마 지나지 않은 후였다. 그러나 내 마음을 알아차린 순간부터 그녀에 대한 마음이 점점 커져가는 건 정말 순식간이었다. 그리다 이제 그녀는 완전히 나를 삼켜버렸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지금 머릿속엔 온통 그녀 생각뿐이다. 당분간은 이걸 떨쳐낼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와서 어쩌지?
  쿨한 게 뭐라고. 그렇게 비참하게 잘려놓고도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주방 아저씨들, 함께 서빙을 하던 예진이, 그리고 그녀에게도 쿨한 작별인사를 하고 떠났다. 사실은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지만 전혀 그런 티를 내지 않았다. 그걸 드러내면 뭔가 추한 것 같아 보였달까. 그날따라 유독 손님도 없어서 매일 오늘만 같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가 곧바로 뒤통수를 맞아버렸다. 사장이 내 생각을 읽었나보다. 짐을 챙기고 사람들에게 그만 일하게 되었다는 말을 하는 와중에도 사장은 가게 한가운데 꼿꼿이 서서 빨리 꺼지라는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런 사장의 태도 때문에 더욱 급한 마음으로 사람들에게 정신없는 인사를 하고 나와 버렸다. 내 기억 속에 마지막으로 남은 그녀의 모습은 갑작스레 해고 통보를 받은 내가 안쓰러웠는지 표정이 밝진 못했고 어딘가 초조해 보였다. 그래서 내가 더욱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려 했나보다. 괜히 미안할 건 없다고.
  그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꽃샘추위 때문인지 유독 쌀쌀했다. 10시가 넘어서 일이 끝나고 나온 거리는 항상 간판 불도 대부분 꺼지고 사람도 얼마 없어 휑한 분위기였지만 고작 한 시간 일찍 나와 버렸을 뿐인데도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아직은 인파가 차있는 거리에는 가게에서 듣던 노래들이 나오고 있었다. 그나마 이 알바가 끝나면서 행복한 건 이젠 인기차트 Top100의 메아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내가 살면서 보지도 않는 드라마의 삽입곡들을 다 외우게 될 줄은 몰랐다. 아무리 인기가 있다 해도 군입대를 앞둔 시점에서 군대를 소재로 한 드라마를 보고 싶진 않았다. 말해 뭐해, 항상, 매번, 네가 내 모든 것인데. 다시 너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다.
  “야, 야, 왜 이래 이거?”
  준규는 얼빠진 채 앉아 있는 나에게로 와 의식이 온전한지 확인하려는 듯이 내 눈앞에서 손을 휘적거린다. 나는 준규의 말을 들었지만 딱히 대답하기가 싫었다. 몸은 술자리에 앉아있지만 영혼은 여전히 어딘가를 떠돌아다니고 있다.
  “으음.”
  “뭔 일 있는겨? 왜 넋이 나갔어.”
  “아니, 뭐 그냥.”
  “군대 때문에 그래?”
  따지고 보면 그렇지.
  “그렇기도 하고. 술 맛도 없고.”
  “야, 너는 그래도 아직 좀 남았잖아. 그래도 놀려고 나왔으면 정신 차려라.”
  놀려고 나온 건 맞지만 영 그럴 기분이 아니다. 안 그래도 심란한데 군대 생각까지 더해지니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 그 사이 담배를 피러 나갔던 다른 애들도 다 돌아왔다. 이 자리의 누군가는 바로 다음 주에 입대하는데 내가 이렇게 시무룩해 있기엔 염치가 없다. 근데 당사자가 되어 보면 안다. 이 착잡한 마음은 입대 날짜 나올 때부터 이미 시작이라는 걸.


2


  안녕, 경훈아. 세 번째 편지야. 처음 편지 쓸 때만 해도 되게 어색했는데 이젠 좀 익숙해진 것 같기도 하네. 그래도 여전히 글 잘 못쓰는 것 같아 ㅠㅠ.
  첫 번째 편지에 보낸 답장이 이제야 도착했어. 그거 읽고 있으니까 또 보고 싶어져서 괜히 눈물 나올 것 같더라. 그래도 울진 않음 ㅋㅋ. 원래 거기서 보내는 건 느리니? 나는 편지를 자꾸 쓰는데 답장이 안 오니까 너무 답답해. 그래도 매일매일 그거 기다리는 재미로 살아. 오늘은 올까 오늘은 올까 매번 기다리다가 정말 안 오는 것 같아서 슬퍼졌는데 딱 포기할 때 쯤 편지가 온 거야. 처음엔 니가 너무 답장을 늦게 한 줄 알고 솔직히 화도 좀 났었는데 편지에 쓴 날짜를 보니까 그런 건 아니더라구.

1.jpg

  너 거기 가서 되게 생각 많이 한 것 같더라? 난 너무 평범한 것 같다느니 뭐니. 내가 보기엔 너 그렇게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ㅋㅋ. 그리고 어? 평범하다고 치자. 평범한 게 어때서 그래. 평범한 사람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잖아. 그거면 되지. 꼭 잘나고 뭔가 대단한 사람만 행복한 삶은 사는 건 아닐 거야. 세상이 그렇지 않다면 다들 어떡하라고. 어쨌든 다른 사람들 신경 쓰지 말고 네 앞가림이나 잘해. 어디 다치거나 아픈 데는 없지? 나 괜히 걱정할까봐 편지엔 그런 거 안 쓰고 그러는 건 아니지? 뭐가 됐든 몸조심해 꼭.
  아 맞다. 예진이가 그만둬서 새로운 사람이 왔는데 나보다 두 살 많은 언니야. 근데 일을 너무 못하셔ㅠ. 자꾸 실수하시고 그때마다 내가 뒤처리하는데 그래서 요새 너무 일이 힘들다. 근데 혹시 나도 처음 들어왔을 때 그랬니? 너도 나 일 가르쳐줄 때 막 짜증나고 그랬어? 난 처음에도 나름 잘했던 것 같은데 ㅎㅎ. 날 보고 짜증났으면 니가 나를 좋아했을 리가 없겠지.
  아 그리고 편지에서 성당 갔다 왔다고 한 것도 봤어. 어떻게 4주 동안만 공부하고 세례를 시켜줘? 그게 말이 돼? 재미없다고 포기하지 말고 꼭 세례 받아. 그거 원래 몇 개월은 해야지 되는 거야. 또 나름 공부하다보면 혹시 신앙심이 생길지도?
  군인들 정말 고생 많고 불쌍하다. 이 여름에 훈련이, 뭘 한다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힘들겠지 뭐. 사실 니가 편지에 써준 거 읽어도 뭔 얘긴지 잘 모르겠어. 제식? 그냥 차렷 경례 하는 건데 왜 또 배우는 거야. 군대에서 하는 건 뭔가 다른가. 후... 어쨌든 이제 벌써 여름인데 더운 날에 훈련 받느라 힘들겠다. 우리 그때 벚꽃 보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여름이야. 휴가는 그럼 가을은 돼야 나오나. 그때 까지 보고 싶어서 어떻게 참지. 또 편지 쓸게. 몸조심해. 사랑해♡


3


  9시가 넘어가고 슬슬 손님이 오지 않기 시작하자 주방에서 우리를 먹일 저녁을 준비하는 소리가 들렸다. 주문 들어온 게 없는데 요리를 한다는 건 우리에게 주려고 만드는 것이다. 나는 이미 여기서 나오는 모든 음식이 질렸지만 윤정은 매번 저녁 식사를 기대했다. 아직은 그럴 때다. 단둘이서 밥을 먹은 지도 몇 주는 됐지만 나는 아직도 뭔가 어색하다. 입이 쉽게 떨어지지가 않는다. 전에 같이 일하던 애한테는 그냥 아무 말이나 잘 했는데 얘한테는 왜 이러는 걸까. 나는 고개를 파묻고 밥만 먹고 있으니 보통 먼저 말을 꺼내는 쪽은 윤정이었다. 오늘도 역시 윤정은 밥을 먹다 말고 뜬금없이 나에게 물었다.
  “경훈 씨는 왜 저한테 말 안 놔요?”
  “예? 뭐가요.”
  대뜸 들어오는 그녀의 질문에 나는 움츠리듯이 대답했다.
  “동갑인데 왜 맨날 나한텐 존댓말 쓰냐고요.”
  이건 왜 묻는 걸까. 딱히 할 말도 없다. 그냥 내 성격인데. 일하다 만난 사람한테 말 놓기가 좀 그렇다. 근데 얘한테만 안 놓고 있다. 정말 왜 말을 안 놓았지?
  “아니, 뭐, 그냥 윤정 씨가 안 놓으니까 그런 거지 별 생각은 없는데요.”
  “근데 왜 예진이한테는 반말하면서 장난도 치고 그래요? 저한텐 항상 깍듯하면서.”
  “걔는 나보다 어리잖아요. 그러니까 그냥 반말하는 거죠.”
  “예진이도 경훈 씨한테 반말하고 그러던데요?”
  그랬었나. 사실 잘 모르겠다. 걔랑 무슨 얘기를 하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내가 그렇게 걔랑 친해보였나. 일을 같이 한지는 꽤 됐지만 사실 친한지는 잘 모르겠다.
  “그건 그냥 걔가 싸가지가 없는 거고.”
  “아 그래요? 그럼 계속 저는 말 놓지 말아야겠네요.”
  “왜요?”
  “반말하고 그러면 싸가지 없는 거라면서요.”
  “그냥 한 말이죠. 그럼 우리도 말 놓을까요?”
  “아니요.”
  어쩌자는 건지 종잡을 수가 없다. 그럼 애초에 이 존댓말, 반말 얘기를 왜 꺼낸 건가 싶다. 하루아침에 반말 한다고 어색한 사이가 갑자기 가까워지고 그러나. 잠깐 생각해보니 어쩌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긴 하다. 그렇다고 반말을 하기엔 역시나 어색하다.
  “뭐예요.”
  “내 맘인데요.”
  “뭐, 그러시든가.”
  다시 잠자코 밥을 먹기 시작했다. 반말과 존댓말은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 이어서 생각해봤다. 영어처럼 존댓말을 없애자는 사람들도 있는데 둘 중 하나만 남기라고 한다면 나는 존댓말을 택할 것이다.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건 가능한 일이 아니다. 자기 자신조차도 어떤 존재인지 모르고 생을 끝마치는 사람도 대다수인데 감히 남을 어떻게 안단 말인가. 그러니 사랑하고 존중하는 상대일수록 모르는 사람이기에 영영 존대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특히나 이 친구는 알게 된지 얼마 안 되긴 했어도 대화를 할수록 참 알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얘가 특이한 사람이라기 보단 그냥 나와 많이 달라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겠지. 식사를 다 마칠 때쯤 손님도 없고 정리하기도 귀찮아서 이번엔 내가 먼저 말을 꺼내봤다.
  “교회 다니세요? 먹기 전에 항상 기도하시던데.”
  그녀는 핸드폰을 바라보던 고개를 들고 의아한 표정으로 날 잠깐 바라보다 살짝 웃음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마치 내가 질문 하는 것 자체가 신기하다는 듯이 말이다.
  “아니요. 저는 성당 다녀요.”
  “아. 성당이요. 둘이 많이 달라요?”
  “같진 않죠. 왜 나뉘었는지 설명하면 복잡해요.”
  “천주교면 세례명도 있지 않아요?”
  “저는 마르타예요.”
  “무슨 뜻이에요?”
  “사람 이름에 뜻이 있어요? 그냥 성인 이름 따서 만드는 거예요.”
  “성인은 어떻게 되는 건데요.”
  “뭐 이렇게 궁금한 게 많아요. 경훈 씨는 종교 없어요?”
  “네, 신이 있는지 잘 모르겠어서. 신 있어요?”
  내가 생각해도 좀 멍청해 보였을 질문에 그녀는 처음으로 크게 웃었다. 웃길 의도도 없었고 이렇게 웃길 말이 아닌데 왜 저러나 싶어서 당황스러웠다. 한참을 웃더니 어느 정도 진정이 되고나서 가까스로 말했다.
  “신이 있냐구요? 글쎄요. 있다고 생각하는 게 맘 편하지 않을까요? 근데 그런 건 저한테 물어봤자 답이 뻔하잖아요.”

  “야 이제 상 치워라, 갈 준비 하자.”
  주방에서 그만 쉬고 일어나라는 신호가 들려왔다. 먹은 걸 치우고 손님이 나간 자리를 치우면서도 나는 여전히 신이 있냐고 물은 게 그렇게 웃긴 일일까 고민에 빠져있었다. 그러다 결국 웃으면 좋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4


  ‘부대입니다. 전화주세요.’라는 메시지를 전송한 지 3시간이 지나서야 전화가 걸려왔다. 이 정도인 적은 없었는데 말이다. 적어도 늦을 것 같으면 문자 하나는 답장으로 해줄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점호하기 전에 전화해준 게 어딘가 싶다. 
  “여보세요.”
  “어, 미안, 나 알바하고 있어서 전화하기가 좀 그랬어.”
  “주말인데? 대타 뛰는 거야?”
  “어, 빨리 돈 모아야지. 이번엔 진짜 오래 가볼 생각이라.”
  참 열심히도 산다. 나중을 보고 견디는 자세는 존경할 만하다. 그녀에겐 여행이 그 정도의 동기부여인가 보다.
  “그래도 주말도 없이 맨날 일하면 힘들잖아. 쉬면서 하지.”
  “여행 시작하면 쭉 쉬는 건데 뭐 하러 쉬어. 그럴 바엔 좀 더 참고 일 하는 게 낫지. 너는 뭐 별일 없어? 우리 며칠 만에 통화하네.”
  시간이 벌써 그렇게 흘렀나. 정말 나부터도 정신없이 산다. 일병은 일만 해야 되서 일병이란 말을 뼈저리게 느끼는 중이다.
  “그러게. 나도 요새 일과 후에도 계속 근무가 있어서 좀 바빴다. 미안.”
  “뭘 미안해. 아, 맞다. 나 어제 비행기 예약했어.”
  이렇게 갑자기? 비행기 표 사는 게 저리 간단한 일인가?
  “정말? 언젠데?”
  “한 달 정도 뒤. 미리 사야 싸잖아.”
  “한 달? 생각보다 더 일찍 가네?”
  “어, 나도 한 달 까진 생각 안했는데 특가로 나온 게 있어서 바로 샀지. 돈도 그래서 더 빨리 모으려고 대타 뛰고 그러는 거야.”
  괜히 한숨이 나온다. 윤정이에겐 기뻐해줘야 할 일인데 왜인지 내 마음은 그렇지를 못하다. 한 달 후 해외여행이라는 키워드로 그려본 미래는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다.
  “아, 그래… 그럼 오는 건 언젠데?”
  “오는 거? 나 편도만 끊었는데?”
  “그러면 어쩌게.”
  “그냥 최대한 오래 있다가 돈 부족해지면 들어올 생각이야. 가장 가까운 공항에서 바로 타려고 했지.”
  한숨이 또 나온다. 수화기에는 들리지 않게 조심한다. 내가 윤정이와 평생 함께 한다 해도 얘를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잠잠해질 만 하면 상상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며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우리의 미래도 역시나 미궁 속으로.
  “비행기 그렇게 타면 되게 비싼 거 아니야?”
  “그렇긴 해도 그래봤자 아시아라서 막 엄청 비싸진 않아.”
  “그래도 그 차이면 며칠 더 있을 수 있는 건데.”
  “니가 여행을 다녀봤어야 알지. 그렇게 인 앤 아웃 끊어 놓고 그 안에 맞춰서 다 보려고 하면 사람이 여유가 없어져. 여행하는 게 아니라 일하는 기분이라니까. 하여튼 전역하고 한번 진짜 여행 제대로 가봐야겠네.”
  말만 들어보면 윤정이가 특이한 게 아닌 것처럼 들리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여행을 저렇게 다녀왔다는 사람이 떠오르진 않는다.
  “그래. 그럼 좋지… 그럼 정말 한 달밖에 안남은 거야?”
  “어, 그렇지? 한 5주?”
  “그럼 그 전에 휴가 꼭 나가야겠네.”
  “나올 수 있어?”
  “나가야지 어떻게든.”
  “그럼 내가 스케줄 봐서 알려줄게. 그때 나와.”
  “아니, 내가 완전 나가고 싶을 때 나갈 수 있는 건 아니고 5주 안에 한 번은 나갈 수 있다는 말이었어.”
  “아, 뭐야. 그럼 언제인지 정해지면 알려줘. 아 그리고 우리 식당에 메뉴 새로 생겼다. 그거 먹을 만해. 휴가 나오면 한번 먹으러 와.”
  다신 안 가기로 마음먹은 곳을 가자니. 그래도 사장만 없을 때 간다면 불편할 것도 없지만 결국 내가 내는 돈이 그 인간한테 간다고 생각하면 갈 마음이 사라진다. 그때 당직실에서 방송으로 사람을 모으는 것을 들었다. 뭔 일인지는 몰라도 나는 일단 가야되는 위치다.
  “그래? 나 근데 전화 끊어야 될 것 같다. 미안해.”
  “어? 그래. 수고하고.”
  아쉬움이란 찾아볼 수 없는 쿨한 인사말이다. 그래도 이건 예전부터 그랬다. 한번이라도 빈말이라도 앵겨 줄 순 없는 걸까. 나도 자신 없는 약속을 마지막 말로 남기며 전화를 끊었다.
  “어, 내일 또 할게.”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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