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학년이라고? 그래도 4학년”
 졸업을 유예하여 재학생 신분을 유지시켜주는 이른바 ‘졸업 유예제’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 취업을 하지 못한 학생들 스스로가 졸업자격을 박탈시켜 재학생으로 남고자 하는 사례가 늘자 몇몇 대학에서 이미 졸업 유예제를 실시하고 있고, 여러 대학이 이를 검토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올해부터 졸업 유예제(충남대 명칭은 졸업 연기제)를 도입한 충남대의 경우 8학기 이상을 이수하고 졸업요건을 모두 충족한 학생을 대상으로 최대 2학기 동안 졸업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고, 수강신청 학점 수에 따라 납입금을 등록금의 1/6에서부터 전액에 해당하는 금액까지 차등 징수하고 있다. 또한 해당 학생들은 재학증명서 발급, 국내외 대학 학점 교류 인정, 해외 인턴십, 재수강, 계절학기 수강 등 재학생과 동일한 혜택을 누릴 수 있으며 특히 해당 학생이 재학증명서를 발급 받았을 때 4학년으로 표기된다는 점은 눈여겨 볼만하다. 충남대 총학생회 김관우 사무국장은 “최근 심각한 취업난 속에 졸업 유예제 신청 학생들을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지원해주기 때문에 학생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변에서도 환영하는 분위기”라며 학생들이 주목하고 있음을 밝혔다.
 부산대 또한 올해부터 졸업 유예제를 도입했고, 이미 여러 대학들이 이를 시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학생들은 기업에서 신규 채용 시 주요 지표로 활용하는 학점 또는 기타 자격증을 갖추기 위해 졸업을 연기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기업이 기졸업자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에 졸업을 유예하게 된다. 졸업 유예 신청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모습은 취업가 또는 각종 취업 관련 사이트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대학, 정부, 기업 모두에게 책임있어”
 한편 졸업 유예제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들도 적지 않다. 여러 대학들이 졸업 요건을 완화하거나 학점 포기제와 졸업 유예제 등을 도입하면서 학점 인플레이션을 조장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이들 대학이 ‘취업난 해소’라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대학 실업률’을 감소시키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이 같은 제도를 제시하고 있는 게 아니냐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이하 교과부)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달 31일 대학알리미 사이트(www.academyinfo.go.kr)를 통해 전국 190개 대학의 2009학년도 재학생과 졸업생 졸업평점평균을 공개했다. 전국 대학 재학생의 무려 40%가 A학점을 받았고, 특히 졸업생의 91%는 B학점 이상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대학 학점 거품이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알려준다.
 대학들의 학점을 높이기 위한 잇따른 제도 도입에 대해 정부와 기업에도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대학역량강화사업을 통해 85개 대학에 2600억 원을 지원해주는데, 성과지표로 취업률을 가장 우선 반영하고 있다. 또한 최근 교과부는 “대졸자가 노동시장에 너무 많이 나온다”고 지적하며 정부가 앞으로 취업률 등의 실태조사를 통해 결과가 부실한 대학에 대해 정원 감축, 학교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을 밝혔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 때문에라도 대학의 취업률 지표 상승을 위한 제도 도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 역시 실제 학점 인플레이션 문제에 대해 인지하면서도 이를 묵과하고 수치화된 학점을 기준으로 서류심사의 중요 잣대로 활용해왔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따라서 기업에서 학점 외에 다른 평가기준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우리학교도 ‘졸업 유예제’ 도입 검토 중
 우리학교 조길환 학사과장은 지난달 KBS와의 인터뷰에서 “취업난 속에서 학생들을 도와주기 위해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응답했으나, 현재는 “실무선에서 졸업 유예제 도입을 검토 중에 있고 장단점을 비교하고 있으나, 혹여 졸업 유예제 도입이 일부 학생에게는 편의를 제공하는 반면 다수 학생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제도가 될까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 과장은 “신임 총장이 선임돼야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이며 당장 내년 1학기부터 제도를 도입하기는 무리가 있다”고 대답했다.
 우리학교 학생들 또한 졸업 유예제를 반기는 분위기다. 평균 학점을 높이기 위해 졸업을 미룬 이규호 학생(전자공학과·04)은 “우리학교도 충남대처럼 올해부터 졸업 유예제가 도입됐더라면 일부러 졸업 학점을 누락시키지 않고도 한 학년을 더 다닐 수 있었을 것”이라며 “졸업 유예제 도입이 후배들에게 취업에 대한 걱정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근본적인 취업난 해소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시점에서 졸업 유예제 도입이 학생들의 취업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을 지 두고 볼 필요가 있다.
 
장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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