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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3.11.27 월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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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유라
사라져가는 총학생회, 멸종위기의 학생자치
제 970 호    발행일 : 202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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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장 투표가 있는지도 몰랐어요”. 대학생들의 학내 자치기구가 사라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지역 주요 대학 20개 가운데 11곳이 총학생회(이하 총학) 구성을 못했으며, 최근 우리 학교의 총학생회 선거도 투표율 미달로 결국 무산됐다. 총학뿐만 아니라 몇몇 단과대는 후보가 나오지 않아 단과대 학생회 구성에 실패했다. 과연 대학내 학생 자치기구가 무너져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 내 학생자치의 현 상황

  현재 대학 내 학생자치기구는 점점 무너져가고 있다. 총학뿐만 아니라 단과대 학생회까지 학생회 구성에 실패하고 있다. 우리 학교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달 23일 오전 9시부터 24일 오후 6시까지 진행한 2023 총학 선거에서 총 유권자 12,233명 중 4,975명, 40.67%의 투표율을 얻으며 총학 구성에 실패했다. 선거 시행세칙 제6장 제19조 ‘단독후보일 경우 재적회원 과반수의 투표에 과반수의 찬성 득표를 당선으로 인정한다’에 의거한 결과다. 투표 마감일 당일 15시 기준 총학생회 투표율은 36.7%로 당시 투표 마감이 3시간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낮은 투표율을 보였으며, 결국 18시까지도 투표율 50%를 넘기지 못했다. 이러한 투표율 저조는 이번만이 아니다. 2021 총학 선거를 통해 당선된 제53대 CROSS 총학생회의 투표율은 52.97%였으며, 2022 총학 선거를 통해 당선된 제54대 나:Be 총학생회도 과반을 간신히 넘긴 50.73%의 투표율로 아슬아슬하게 당선됐다. 한편, 입후보자가 아예 나오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이번 총학 선거와 함께 진행된 2023년도 학생자치기구 총선거 입후보 등록 공지를 보면, ▲총동아리연합회 ▲학생복지위원회 ▲공과대학 학생회 ▲사범대 학생회 ▲사회과학대 학생회 ▲수의과대 학생회는 입후보자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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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는 비단 우리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대는 지난해까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로 유지되다가 지난 4월 6차례에 걸친 투표 끝에 총학이 선출됐다. 총학이 공석으로 유지된 지 2년 4개월 만이었다. 재투표 당시에도 투표율이 50%를 못 넘어 5일간 연장 투표를 했고, 결국 절반을 겨우 넘긴 51.6%의 투표율로 총학이 선출됐다. 이화여대는 최근 5월까지 총학생회 보궐선거가 이뤄졌지만, 투표율이 50%를 넘지 못해 낙선했고 현재 2년째 공석으로 비대위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경북대는 지난해와 올해 실시한 총학 재선거가 모두 무산됐다. 2020년 진행된 2021년도 총학생회 선거 투표율이 29.77%로 매우 저조해 재선거로 이어졌지만, 재선거도 입후보자가 없어 무산됐다. 이에 따라 경북대는 중앙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올해도 총학생회 후보자가 없어 2023년까지 총학생회의 부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뿐만 아니라 경북대 학생회를 구성하는 총 21개 단위 중 9단위만 후보자 등록이 이뤄져 나머지 단위에서의 선거는 모두 무산됐다. 인하대는 작년 총학, 단과대 학생회장 선출이 무산됨과 동시에 단과대 총 8개 중 7개에서 후보가 나오지 않아 단과대 학생회도 비대위 체제로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왜 학생자치기구는 무너져가는가

  그렇다면 학생자치기구가 무너져가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앞서 학생자치기구 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대학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바로 ‘투표율 저조’다. 학생들이 투표하지 않는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 11월 15일부터 24일, 10일간 ‘네이버폼’을 통해 우리 학교 학생 4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해당 설문조사에 따르면 투표율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총학의 신뢰도 저조’를 선택한 학생이 40.9%로 가장 많았다. 총학의 신뢰도가 올라가야 적극적으로 투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신뢰도를 높이는 방법에 대해 우리 학교 홍우종(지리교육과·20) 학생과 ㄱ(정보통신공학부·17) 학생은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후보 자질에 대한 검증을 제대로 해야 한다”라고 답했으며, 박아현(건축공학과·22) 학생은 “학생자치기구가 먼저 학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ㅈ(정치외교학과·19) 학생은 “신뢰도를 상승시키기 위해서는 후보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체계적인 후보자 검증 시스템을 학교 측에서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라며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어서 ‘학생들의 무관심’을 선택한 학생은 38%로 ‘총학의 신뢰도 저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선택을 받았다. 이에 대해 ㄱ(정치외교학과·19) 학생은 “딱히 선거에 관심이 없다. 4학년이 되니 더욱 나와 관련 없는 일로 느껴진다”라고 답했으며, ㅎ(정치외교학과·19) 학생은 “투표를 하는지도 몰랐다. 나서서 관련 정보를 찾아보지 않는 이상 학생자치기구에 대해 잘 알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투표율 저조와 함께 학생자치기구의 위기를 가져온 또 다른 원인은 입후보자의 부재이다. 후보 출마를 꺼리는 이유를 알기 위해 현재 학생자치기구 일원이거나 관련 경험이 있는 학생 3명과 함께 질의응답을 진행한 결과, 해당 활동은 부담되는 활동이지만 얻는 이익이 크지 않다는 점이 지적됐다. ㅅ(사범대·21) 학생은 “학생자치기구가 관여하는 일은 많고 광범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 정성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렇게 노력을 기울일 시간에 본인의 스펙 향상을 위한 비교과 활동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개인에게는 더 큰 이익이다. 시간을 비교과 활동에 투자하면 그 결과가 바로 나타나지만, 학생자치기구 활동에 투자하면 그 결과가 나타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다른 학우들로부터 비판을 받으면 의욕을 상실해 학생자치기구에 참여했던 시간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ㅇ(사회학과·20) 학생은 “대가를 바라고 활동을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봉사정신 하나만으로 학생자치기구에 들어가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최근 커뮤니티의 발달로 모든 게 쉽게 공론화되고 비판받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누가 학생자치기구에 들어가려 할까?”라며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그는 “(더 많은 후보자 지원을 위해서) 학생자치기구 스스로 무언가를 해결하기보다는 학교 측에서 학생자치기구 구성원에게 이점을 주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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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자치기구에 대한 근본적 인식 개선

  앞의 설문과 질의응답에서 나온 학생들의 의견처럼 학생자치기구의 신뢰도를 높이고, 학생자치기구 참여자에게 가시적인 이익을 제공하면 학생자치기구의 위기는 사라질까? 어느 정도 효과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학생자치기구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지 않으면 학생자치기구의 위기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학생자치기구의 역할과 그 필요성에 대해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학생자치기구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할까? 앞의 설문에서 총학생회의 존재 이유에 대한 질문에 “솔직히 왜 존재하는지 모르겠다”, “존재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친목을 위해 존재한다”, “형식적으로 존재한다” 등 꽤 많은 학생이 학생자치기구의 필요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와 같은 부정적 인식은 총학생회의 이미지에 대한 답변에서도 드러난다. 총학생회의 이미지를 평가하는 질문에 대해 38%의 학생들이 부정적이라고 답했으며, 그 이유에 대해서는 “홀리데이 축제에서 문제가 있었다”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홀리데이 축제는 지난 9월에 진행된 단과대 연합축제로, 과도한 천막 사용으로 인한 학생들의 시야 방해가 지적되면서 차별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해당 축제는 총학 주최가 아닌 단과대 연합축제였음을 고려해 볼 때 학생들의 부정적 인식은 정확하지 않은 사실로 인해 잘못 만들어진 부분이 있다. 실제로 “행사 이후 대자보가 붙었고 행사에 총학생회가 관여했다고 생각했다”, “학교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안 좋은 여론이 많았다”, “대학교 총학에서 비리는 당연히 있을 것이다”, “그냥이다” 등의 추측성 의견이 많았다.
  현재 학생자치기구의 일원으로 활동 중인 학생들의 인식도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사회교육과 학생회 기획부원 서이석(사회교육과·21) 학생은 “현재 학생자치기구는 다소 유흥에 치중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학교에 비해 학업지원 프로그램이 부실하다고 느껴진다. 또 여러 가지 활동과정에서 미비한 부분이 많아 여러 잡음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자치기구의 역할에 대해서는 모든 학생이 공감했다. 사회교육과 학생회 부학생회장인 오나경(사회교육과·21) 학생은 “학생자치기구는 학우들의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행사 진행 시 주관과 진행 및 안전관리를 담당해야 한다. 학생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요청사항을 운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실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또, ㅇ(사회학과·20) 학생은 “학생을 대변해 활동하는 자치기구로 학생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 밖에 학생자치기구의 역할에 대한 의견으로는 “학생들과 소통하고 학생 집단을 대표하기 위해서”, “학생 복지 증진을 위해서”, “학교와의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 등이 있었다. 즉, 학생자치기구는 학생대표집단으로서 학생 권리 증진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이재묵 교수는 대학 내 결속력, 사회적 자본(사회적 연결망을 통해 발생하는 상호작용과 협력 방식에 영향을 미쳐 개인, 집단에게 이익을 주는 무형의 자산, 네트워킹 파워) 부족을 학생자치 소멸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그는 “최근 동문회, 동아리연합회처럼 학생자치기구를 지탱해 줄 수 있는 소소하고 자발적인 네트워크 구조들이 사라지는 추세이다. 한 마디로 대학 내 개인주의화로 인해 결속력이 사라져가는 것이 학생자치 활성화에 제약을 가하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학생자치기구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투표율 저조, 후보자 부재 등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총학을 비롯한 학생자치기구의 구성원, 학교, 유권자인 학생 모두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중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자치기구의 주인인 학생의 노력이다. 학생이 움직이고, 학생이 목소리 낼 때, 우리는 학생자치기구의 위기를 끝낼 수 있을 것이다.


양유라 기자
ulxx1013@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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