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은 해를 거듭할수록 변화 속도가 빨라져 한 해 한 해의 변화가 1세기의 변화를 뛰어넘는다고 한다. 이런 시대에 온고지신을 강조하며 ‘100년 전 충북의 옛 모습’이라는 책을 지역별로 출간하고 있는 충북학연구소 정삼철(47) 연구위원을 충북 도청에서 만나보았다.
도청 청사 농협 건물 3층에 위치한 그의 연구실은 빽빽하게 꽂힌 책들로 가득한, 좁지만 웅장한 공간이었다. 차를 권하며 친절히 맞아준 정 위원에게 먼저 충북개발연구원과 충북학연구소에 대한 설명을 부탁했다. 그는 “충북개발연구원은 충북도청 소속의 정책연구기관이고, 충북학연구소는 개발원의 부설기관으로 주로 지역의 역사나 문화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곳입니다”라고 간단히 설명했다.
대학 시절 경제학을 전공했던 그는 역사에도 관심이 많아 2학년 때부터 경제사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고 한다. “사실 현재 출간하고 있는 책의 자료도 예전에 헌책방을 돌아다니다가 입수했습니다. 그 때부터 지역과 관련된 사료를 조금씩 모으기 시작했는데 이런 자료들이 앞으로 활용가치가 있고 지역적으로 분명 의미있는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지금도 계속 모으고 연구합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지방자치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후 지역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라 우리 지역을 더욱 알리고 연구할 필요성을 느낀 것도 책을 발간하게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라고 했다.
정 위원이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과거의 충북은 인구의 약 97%가 농업에 종사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자세한 통계자료를 다른 지역에서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다고 정 위원은 전했다. “1905년부터 통감부 통치가 시작되면서 일제는 우리 지역을 지배하기 위한 식민지 전초 자료로서 다양한 통계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여러 지역 중 특별히 충북이 샘플링 되어 지금까지 자료가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시 통계에는 우리나라의 유적과 농지에 대한 통계도 나와 있는데 이는 그만큼 철저한 수탈을 위해 일제가 준비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 역사의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는 부분이죠”라고 차분한 목소리로 전했다.
계속해서 그는 청주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직지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청주의 경우 충북의 중심도시로 급속한 발전을 이루면서 직지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정작 중요한 것은 직지 자체보다 금속활자 창조의 배경과 창의적 사고라고 봅니다. 기존 목활자에서 금속활자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창의적 사고의 결과죠. 그리고 국내 많은 지역 중에서도 유독 청주에서 직지를 인쇄했다는 배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마 그 당시 금속활자를 만들어 낼 정도라면 청주는 다른 지역에 비해 굉장히 앞서갔으며, 학문이나 교육을 매우 숭상한 지역이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사고로 직지를 봐야 예전의 청주가 어떤 지역이었는지 알 수 있으므로 오직 직지 그 자체만 보는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입니다”라고 언급했다.
충북의 지역사를 연구하는 그에게 역사란 무슨 의미인지 궁금했다. “보통의 사람들은 역사라고 하는 것을 진부하다고 느껴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하지만 역사를 모른다는 것은 한국적이고 지역적인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나라와 우리 지역을 모르는데 세계화와 국제 경쟁력을 외쳐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역사에 대한 관심이 곧 국가 경쟁력이나 지역 경쟁력을 의미하는 것은 지금도 분명한 사실입니다”라며 지역사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그는 지역 연구에 있어 충북대학교의 역할에 대해서도 한마디했다. “지역 대학이 경쟁력을 갖추고 살아 남으려면 철저하게 토착화돼야 하고 지역과 밀접한 연구를 해야 합니다. 충북의 역사를 충북대에서 연구하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내년까지 ‘100년 전 충북의 옛 모습’을 완간할 예정이라는 정 위원은 앞으로도 그 동안 준비를 해 온 자료를 정리해 일반인이나 학생들을 위한 책을 계속 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임금님께 올렸던 충청북도 지역의 진상품들을 정리를 할 생각입니다. 그것을 현대적으로 잘 활용하면 충청북도 각 시군별로 브랜드 가치가 생성될 수 있고 그만큼 경제적 가치가 높아질 것입니다. 온고지신의 실현이라고도 볼 수 있죠. 그리고 지금까지 국사 연구는 활발했어도 지역사 연구는 적었기 때문에 앞으로는 충북 지역의 전반적인 통사나 발전사를 연구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은퇴 후에는 지금은 대부분 없어진 서원을 만들고 싶다는 꿈도 있고요”라며 웃었다.
대학생 시절에 시간이 없어 연애는 못했지만 학문이라는 열애의 대상은 있어 떳떳했다던 정 위원에게 꿈을 가진 대학생을 위한 조언을 청했다. “지금의 대학생들은 너무 쉽게 선택하고 쉽게 포기하는 것 같습니다. 내가 관심있는 것을 열심히 파고들고 피나는 노력과 열정을 쏟는 것이 필요합니다. 외형의 화려함만큼 내면의 철학을 추구한다면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관을 확실히 정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장동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