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경영학부에 편입한 김 모(08)씨는 편입 후 첫 학기를 보내고 있지만 미래에 대한 걱정부터 앞선다. 얼마 전 취업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접속한 모 취업사이트에서 기업들이 편입생들의 전적대학 평가와 더불어 전적대학 성적까지 반영한다는 글을 읽었기 때문이다. 지방사립대학 국문학과에서 우리학교로 편입한 김 씨는 금융권 취업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자꾸 전적대학이 마음에 걸린다.

취업가에선 ‘전적대학 인지도 1/2 + 편입대학 인지도 1/2’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편입생들이 취업할 때 정시모집을 통해 입학한 학생들에 비해 차별적 대우를 받게 된다고 주장하는 말로서 취업가에서 흉흉하게 떠도는 소문이다. 어려운 편입시험을 통해 소위 말하는 명문대학에 진학했지만 취업할 때는 차별 대우를 받게 된다는 소문이 해당 학생들에게는 통탄스러울 뿐이다.

실제로 서강대 경제학 석사 이지민 씨는 ‘대학수준이 임금에 미치는 영향-편입생을 중심으로’라는 학위 논문에서 대학 편입생은 같은 대학을 나와도 취업 후 정시모집 입학생에 비해 임금 수준이 현저하게 낮다는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이 논문은 모 입시학원의 대학수학능력시험 배치 점수표에 따라 각 대학을 평가하고 출신 대학에 따른 수능 점수 1점씩이 실제 졸업자들이 받는 월급을 올릴 가능성을 분석했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취업가에 떠도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는 주장을 일축한다.

서울로 모여드는 지방대 학생들

서울 소재 대학	지원현황	지방 국립 대학	지원현황
서강대	101명 모집, 5069명 지원(50.2대1)	부산대	261명 모집, 1138명 지원(4.4대1)
동국대	161명 모집, 7114명 지원(44.2대1)	경북대	266명 모집, 1058명 지원 (4대1)
중앙대	212명 모집, 8977명 지원(42.3대1)	충북대	259명 모집, 833명 지원 (3.2대1)
고려대	216명 모집, 6548명 지원(30.3대1)	전남대	247명 모집, 776명 지원 (3.1대1)
성균관대	270명 모집, 7556명 지원(28대1)	충남대	343명 모집, 801명 지원 (2.3대1)
한양대	216명 모집, 5537명 지원(25.6대1)	전북대	278명 모집, 586명 지원 (2.1대1)
연세대	162명 모집, 3248명 지원(20대1)	강원대	268명 모집, 118명 지원(0.44대1)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입학 지원자와 경쟁률은 매년 높아지고 있으며 지방 소재 대학 학생들은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으로 학벌을 세탁하고자 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주관하는 대학알리미(http://www.academyinfo.go.kr) 공시지표에 따른 2009년 서울 소재 대학 및 지방 국립 대학의 편입학 선발결과는 아래 표와 같다.

서울 소재 대학의 편입학 경쟁률이 지방 대학의 경쟁률보다 수십배 높게 나타난 이번 결과는 학벌 중심적인 우리 사회의 일면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대학 편입시험, 영어가 좌우한다

편입생들은 편입 후 최소 4학기를 이수하게 된다. 전적대학에서 2년 간 학교를 다니면서 전공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 학생들에게는 편입이 제 2의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오로지 대학 간판만을 위해 편입을 준비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편입 기준을 채우기에만 급급하다. 청주시내에 위치한 한 편입학원 관계자는 “편입학에서는 전적으로 영어가 승패를 좌우한다고 보면 된다. 학교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보통은 영어 성적에 따라 합격 여부가 판가름 난다”고 말했다. 편입학 전형에서 서울·수도권 대학 90%이상이 영어시험을 전형요소로 활용하고 있으며 영어와 함께 전적 대학 성적을 반영하는 대학도 있지만 반영비율이 낮고 반영대학 또한 점차 감소추세에 있다. 실제로 강남대와 상명대 등은 영어 100% 전형을 실시하고 있으며 고려대와 서강대는 1단계 전형에서 오로지 영어 성적만을 반영한다. 한양대는 지난 2009년 1단계 전형에서 국어 50%, 영어 50%를 반영했으나 2010년에는 국어시험을 폐지하고, 1단계 영어 100%, 2단계 영어 80%로 변경하여 영어 비중을 대폭 강화했다. 최근 숭실대는 내년부터 전적 대학 성적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영어 비중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다른 대학들의 실정 또한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양한 요소들을 편입 기준으로 삼는 외국의 대학

영어 점수 위주의 우리나라 편입생 선발 기준과는 달리 외국 대학들은 여러 가지 반영 기준 요소들을 두고 있다. 미국의 하버드 대학교의 경우에는 전적 대학 성적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성적까지 반영하며 교수 추천서를 의무적으로 첨부하도록 한다. 교양과목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 가산점을 부여한다.

호주의 대학들은 비관련 전공분야로 학과를 바꾸는 경우 편입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비관련 전공과목을 학점 인정 대상으로 해주지 않기 때문에 신입학과 학점 이수부분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전공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편입한 대학 교과과정을 따라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긴다.

외국 대학들은 편입 후 전공에 충실하기 위한 교양과목을 우선적인 기준으로 삼기도 하고 동일한 과목을 이수하지 않은 경우 편입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전공‧교양과목 성적이 아무리 좋더라도 영어 점수(또는 공인성적)가 낮다면 편입이 불가능하다.

편입생들은 원하던 학교 간판을 가지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여전히 바쁘다. 면접관들이 으레 물어오는 ‘편입 이유’에 대한 무의미한 답변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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