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강신청이 코앞으로 다가온 어느 날, 우리는 딜레마에 빠진다. 우리 학교 모든 교양 과목(이하 교양)의 강의평을 뒤져봤지만 시간표 짜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평가 기준이 깐깐하지만 “인생에 정말 도움이 된다”는 수강평이 가득한 알찬교양과, “시험공부를 하루만 해도 성적을 잘 받아 갈 수 있다”는 꿀교양. 고민 끝에 결국 꿀교양을 택한다. 대학생들이 학점 관리에만 몰두한 나머지 ‘꿀교양’이라 불리는 쉬운 과목들에 집중하는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고 다양한 학문적 경험을 쌓아야 할 시기에 오로지 성적을 위해 꿀교양을 선택하는 경향은 대학 교육의 본질과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학점을 받기 쉽거나 듣기 편하다는 이유로 신청한 교양을 진정한 ‘교양’이라 부를 수 있을까?
교양, 꿀교양, 알찬교양
우리 학교 교양교육본부는 교양을 “단순히 학문적 지식을 쌓는 것을 넘어, 사회에 필요한 창의적 인재를 길러내는 수업”이라고 정의한다. 교양의 지향에 대해 교양교육본부 서대원 교수는 “학생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위해 전통적인 교양 교육을 기본으로 전공에서 찾지 못하는 기초학문 또는 융합적 사고를 습득할 수 있는 수업”이라고 말했다.
학기 초나 학기 말이 되면 학교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일명 ‘꿀교양’을 추천해달라는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글에는 다른 게시물보다 빠른 속도로 꿀교양을 추천하는 댓글이 달린다. 보통 학생들이 말하는 꿀교양은 “과제가 적고 시험이 어렵지 않은 교양”, “조별 과제와 발표 등의 부담이 적은 교양”, “온라인 강의처럼 과제가 없고 가볍게 들을 수 있는 교양”이다. 함축하면 ‘적은 노력으로 높은 학점을 받을 수 있는 교양’이 꿀교양인 것이다. 이에 비해 학생들이 말하는 ‘알찬교양’은 “관심 있고, 배워보고 싶은 교양”, “배움의 과정에서 얻어가는 정보가 많은 교양”, “피곤할 순 있어도 배울 내용이 알차게 구성돼 있는 교양”, “어려움을 감안하고 들을 만큼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교양”,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좋은 양분이 되는 교양”이다.
꿀교양과 알찬교양 사이에서 많은 학생은 학점을 받기 쉬운 꿀교양을 선택한다. 학점은 자신이 평가받는 기준으로 무엇보다 취업 시 학생의 성실도와 전문성을 판단하는 지표가 되기 때문에 많은 학생은 보이지 않는 배움과 성장보다 보이는 학점을 선택한다.

우리 학교 교양, 어떻게 생각해?
학생들의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우리 학교 임영진(영어교육과·21), 이예슬(심리학과·23), 홍진솔(철학과·23), ㄱ(철학과·23), ㅊ(경영정보학과·24) 학생과 함께 교양 선택과 수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본인의 교양 선택 방법은?
▶영진 장바구니 기간에 평소 관심 있던 분야의 교양이 있는지 확인하고, 내가 배우고 싶은 내용이 강의계획서에 있으면 바로 수강 신청한다. 정말 듣고 싶은 교양은 강의계획서만 참고해도 충분하지만, 가끔은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수강 후기를 찾아보고 조별 과제가 얼마나 있는지, 수업이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이전에 수업을 수강했던 학생들의 만족도는 어떤지 확인한다.
▷진솔 보통 관심사 위주로 검색한 후, 강의계획서를 읽어보고 선택한다. 에브리타임 후기를 읽긴 하지만 후기는 개인적인 의견이므로 참고만 한다.
▶ㄱ 과제 여부나 팀 프로젝트 혹은 발표 여부 등은 강의계획서에서 확인할 수 있고, 에브리타임의 수강평에서는 개인적이고 생생한 평가를 볼 수 있다. 그래서 둘 다 확인하는 편이다.
Q. 본인이 직접 수강한 꿀교양과 알찬교양의 솔직한 수강 후기는?
▶예슬 꿀교양으로는 ‘진로 탐색과 진로 설정’이 떠오른다. 우리 학교 학생이면 대부분 한 번쯤은 듣는 수업이니 그것만으로도 꿀교양임이 입증된다.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되고, 시험도 없다. 과제도 어렵지 않고, 재미있는 부분도 있다. 특히 Pass/Fail 과목이라 부담이 없다. 내가 수강한 알찬교양으로는 ‘연기와 연출’이 있다. 평소 연극과 연기에 관심이 많아 굉장히 재밌게 수강했다. 다만 사람들 앞에서 혼자 또는 여러 명이 함께 연기를 해야 해서 이런 활동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힘들 수 있다. 비록 학점은 좋지 않았지만, 연기를 통해 감정 표현과 사람들 앞에 서는 용기를 배운 뜻깊은 교양이었다.
▷ㅊ 나는 ‘한글맞춤법의 이론과 실제’를 꿀교양으로, ‘역사와 비판적 사고’를 알찬교양으로 꼽고 싶다. ‘한글맞춤법의 이론과 실제’는 한글의 어원부터 맞춤법과 문법 등을 배우는데, 내용이 흥미롭고 새롭게 알게 되는 것이 많아서 유익했다. 특히 교수님이 수업을 정해진 시각보다 일찍 끝내줘 좋았고, 과제도 보고서 하나만 제출하고 시험도 어렵지 않았다. ‘역사와 비판적 사고’는 강의명 그대로 비판적 사고를 기르는 방법을 배우는데, 과제나 팀플을 통해 내 사고가 이전보다 확장되는 것을 느꼈다.
Q. 알찬교양을 수강하고 싶은 생각이 있나? 수강하고 싶지 않다면 그 이유는?
▶예슬 가끔은 편하기만 한 것보다 내 관심 분야와 관련된 알찬교양을 듣고 싶은 생각도 있다. 하지만 시험이 너무 어려워 학점이 깎이진 않을지, 과제나 팀플이 너무 많아서 다른 과목 시험 준비에 영향을 끼치진 않을지 걱정이 된다.
▷진솔 당연히 알찬교양을 듣고 싶다. 개인적으로 미학에 관심이 있지만, 우리 학교에는 미학과가 없어서 전공으로도 들을 수 없고, 교양으로도 미학 관련 강의가 없어 아쉽다. 우리 학교 교양이 다루는 학문의 폭이 더 넓어졌으면 한다.
▶ㄱ 알찬교양을 듣고 싶지만, 교수님이 가르치는 모든 내용을 내가 다 흡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성적이 좋지 않을 가능성 때문에 고민이 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학기 생활을 할 수 있는 꿀교양을 선택한다.
Q. 어떻게 하면 알찬교양을 수강하겠는가?
▶예슬 알차면서도 어렵지 않게 하면 될 것 같다. 물론 힘들겠지만, 그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 팀플은 있되, 주제가 흥미롭고 재밌는 활동을 한다든지, 수업 내용은 비록 조금 어려워도 시험은 쉽게 낸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알찬교양이 있다면 수강하고 싶다.
▷ㄱ 팀별 발표보다는 개인 발표를 위주로,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의 수업 방식으로 진행해 수업 부담이 덜어진다면 수강할 것 같다. 난이도 높은 시험보다는 수업에 얼마나 열심히 참여하고 공부했는지를 평가하는 것도 방법이다. 수강했던 한 교양에서는 시험 없이 부담이 덜한 발표와 평소 수업 시간에 토론 참여도로 성적을 받았었다. 그런 수업이 늘어난다면 꿀교양인 동시에 알찬교양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Q. 우리 학교 교양의 문제점은?
▶영진 학생들의 흥미를 끌어낼 수 있는 과목 수가 부족하다.
▷예슬 교양의 다양성 같다. 과목 수가 많은 것 같아도 이공계열 쪽의 전문적인 교양과 필수교양을 제외하면 개인적으로 흥미롭고 다양하게 경험할 만한 교양은 부족한 것 같다. 그래서 OCU 강의가 다루는 분야를 온라인이 아닌 대면 수업으로 개설하면 좋을 것 같다.
▶진솔 우리 학교 교양은 다양성이 부족한 것같다. 우리 학교 교양 중 절반 이상이 학과별로 교양을 개설한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 학교에 없는 학과가 다루는 전공 분야의 교양이 별로 없어 관심 분야의 교양을 못 듣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 학교에 없는 학과의 전공 분야를 교양으로 개설해 학문의 스펙트럼을 넓혀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교양, 어떻게 해결할 교양?
꿀교양 선호 문제를 비롯해 교양에 관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우리 학교 교양교육본부 강병원(물리학과 교수) 본부장에게 질문해 봤다.
Q. 학생들의 꿀교양 선호 현상을 알고 있나?
A. 학생들이 선호하는 수업이 과제가 적고, Pass/Fail 평가, 온라인 수강 등이란 걸 알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펜데믹을 거치며 비대면 수업, 시험을 과제로 대체하는 수업, 중간시험 미실시 등을 경험하면서 학생들이 쉬운 수업을 선호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Q. 교양을 주로 듣는 1학년의 경우 개신기초교양을 학과별 지정반으로 운영하는 이유는?
A. 수강 신청이 익숙하지 않은 신입생의 어려움을 덜고, 같은 학과 동기들과 같은 교양을 수강하며 친해질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또한 특정 강의에만 수강생이 몰려 폐강하는 강의가 생기면 전체적인 강의 수가 부족해져 수강하고 싶어도 수강을 못 하는 학생이 생길 수 있다. 이런 이유로 1학년에 한해 개신기초교양 지정반을 운영한다. 다만, 시간표 등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학생은 본인이 배정된 지정반을 벗어나 다른 강의로 변경할 수 있다.
Q. 꿀교양 선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교양교육본부의 노력은?
A.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되는 K-MOOC을 대면 강의로 전환해 알찬교양으로 만들려 한다. 또한 다양한 비교과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도록 개인적으로 학교 측에 건의하고 있다. 성적장학금은 성적뿐만 아니라 학과 활동을 포함해 다각적인 자기 계발 노력을 평가하는 방향으로 고민하고 있다.

▲ 교양교육본부장 강병원 교수.
대학생이 학점 관리를 위해 꿀교양을 선호하는 현상은 성적이 사회에 진출할 때 자신의 평가표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취업을 위해서는 학교 수업 외에도 너무나 많은 스펙을 쌓아야 하기에 과제와 시험 준비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 알찬교양은 외면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를 성적이란 숫자와 스펙 증명서만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학이 모든 면에서 성숙한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대학뿐만 아니라 사회가 변해야 하는 이유다.
곽선영 기자
suny3029@chungbuk.ac.kr
장윤서 기자
younseojang@chungbuk.ac.kr








곽선영&장윤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