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취임이후 ‘언론장악’ 논란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강행처리, YTN 노조원 해임, MBC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의 문화방송 압박 및 대통령 선거참모의 KBS 사장 취임, KBS 정연주 사장의 사퇴 등 언론사에 불어 닥친 찬바람은 올해도 계속될 것 같다. 특히 지난달 엄기영 문화방송 사장의 사퇴로 인해 정권의 언론장악 논란은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KBS 정연주 사장 해임과 프로그램 폐지

 전임 대통령 시절에 임명된 전 KBS 정연주 사장은 현 정부의 퇴임 압력 끝에 해임됐다. 정부는 검찰을 통해 정연주 사장을 배임죄로 기소한 뒤 이사회를 소집하는 강압적인 해임 절차를 진행했다.

또한 KBS의 간판 프로그램들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개편이 되거나 폐지됐다. 정부에 비판적인 가수 윤도현과 심야토론 진행자 정관용은 각각 프로그램이 폐지되거나 진행에서 하차했다. 여당과 보수언론에 대해 비판해온 ‘시사투나잇’과 ‘미디어포커스’는 방송 시간대와 이름이 바뀌고 제작진도 전부 교체되어 실질적으로 폐지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2009년 가을에는 동시간대 광고 판매 1위, 시청률 2위를 기록한 ‘시사 360’도 뚜렷한 명분 없이 폐지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회 문화체육관광 방송통신위 송훈석 의원은 KBS 국정감사에서 “KBS가 언론 본연의 비판과 견제기능을 외면한 채 정권을 일방 비호하려는 식의 과거 군사독재정권시절의 ‘땡전 뉴스’.,‘앵무새 방송’을 시도하거나 정보프로그램 위주로 개편을 추진한다면 이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YTN 노조원 해임 사건과 돌발영상 폐지 논란

 2008년에는 YTN 구본홍 사장 임명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구본홍 전 YTN 사장은 이명박 선거 캠프단의 방송총괄본부장을 지냈던 사람이다. YTN 이사회가 일방적으로 사장 임명을 결정하자 노조 측이 사장실 점거농성을 벌이는 등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 사건으로 해당 노조원은 징계처분을 받았으나 법원은 사장 선임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회사로부터 해임 처분을 받은 노조원들에 대해 무효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YTN은 방송사이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이 회사 존립에 있어 중요하고 이런 내용을 윤리규정과 단체협약에도 두고 있다”면서 “구본홍 전 사장이 특정 정당에 있었던 점, 선거 후보 경력 등을 고려할 때 정치적 중립 훼손을 우려한 노조원들 투쟁에는 공익적 이유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YTN의 ‘돌발영상’은 사건 이면의 진실을 사실대로 보여주는 YTN의 인기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구본홍 전 사장 취임 후 방송이 중단됐다가 재개하기를 반복했다. 결국 돌발영상은 제작진이 전면 교체됐다. 항상 이슈의 중심에서 시청자와 네티즌의 뜨거운 지지를 받았던 돌발영상은 제작진 해고와 교체로 인해 관심의 중심에서 멀어진 것으로 보인다.

잡음이 끊이지 않는 미디어법

 작년 7월 정부와 여당은 일방적으로 미디어법을 통과시켰다. ‘날치기 통과’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던 미디어법 논란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미디어법의 핵심은 신문과 방송의 겸영금지 조항의 폐지에 있다. 따라서 일간신문과 뉴스통신, 방송법인의 지배주주가 다른 일간신문의 지분을 50%이상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정부는 미디어의 융화를 통해 MBC, KBS에 편중되어있는 방송 권력의 분할이 필요하다는 뜻을 강조하며 미디어법의 개정이 국민의 권리를 찾는 중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입장에 대해 언론의 거대자본형성 경쟁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MBC 엄기영 전 사장 사퇴 논란

 MBC의 최대주주인 방문진은 이사 선임을 두고 엄 전 사장과 갈등을 빚어오다 엄 전 사장이 추천한 이사들을 거부하고 보수성향의 인사들을 선임했다. 이에 엄기영 전 사장은 지난 2월8일 방문진의 일방적인 임원진 선임에 반대하며 전격 사퇴했다.

엄기영 사장의 사퇴를 두고 MBC 노조원들은 “정권이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시도”라며 본사 로비에서 신임 이사들의 출근을 저지하는 등 투쟁에 돌입했다. 한편 여론에서는 이번 사태가 정부의 강압적인 언론 간섭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26일 방문진은 MBC의 차기 사장으로 현 대통령과 친분을 언급해온 김재철 청주MBC 사장을 내정했다. 이날은 특히 김연아 선수가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선수 출전 사상 피겨스케이팅에서 처음 금메달을 따낸 날이어서 같은 날 현 정부가 MBC의 새 사장을 앉혔다는 소식은 상대적으로 묻혔다.

정치권력으로부터 MBC의 독립과 자율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방문진이 오히려 MBC를 정치권력에 종속시키고 언론의 자유를 후퇴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내용이 논란의 핵심이다.

 이탈리아의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방송사, 신문사, 광고회사, 출판사, 영화사 이르는 등 언론의 90%를 장악하고 있다. 그는 15년 동안 총리를 역임하면서 성추문, 마피아 연루, 탈법과 탈세, 비리, 뇌물수수까지 많은 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지만 유독 언론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알권리를 박탈당했고 경제성장률은 1%이하로 떨어졌다. '이탈리아에서는 ‘TV가 한 사람 손에 놀아나고 있으므로 결국 그의 말이 곧 진실이 되는 것이고 진실도 왜곡할 수 있으므로 결국 우리는 그가 보여주는 거짓된 진실 속에 살고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과연 이것이 이탈리아만의 일인지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

참고단어

방송문화진흥회는 1988년 방송문화진흥법에 근거하여 설립된 기관이다. 현재 MBC의 대주주로서 경영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MBC 사장의 임명권, 해임권 등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