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귀향 행렬이 고속도로를 가득 메운 설 연휴 첫날 한산한 서울 도심에서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바로 네팔 이주 노동자들을 위한 콘서트이다. 이번 행사는 네팔 이주노동자 룸비니 지역 운영회의 주최로 서대문 아트홀에서 다섯 시간 동안 진행됐다.
 공연 시작 두 시간 전부터 행사장 앞은 네팔 사람들로 북적였다. 네팔의 가수들을 초청했고 전통음식이 준비되었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사람들은 춤추고 노래했고 음식을 먹고 이야기 했다. 이주노동자라는 이름 아래 외로움과 고통을 공유하며 그들의 언어로 소통했다. 이날만큼은 타향살이가 주는 설움보다 웃음이 컸다. 그들은 같은 땅 위에서 함께 호흡하면서도 외면당해야만 했던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고 있었다.
 행사에 모인 네팔인들은 같은 지역 출신이라는 공통분모 때문에 가족과 같은 친밀함을 보였다. 이들 중에는 고향 친구나 선후배를 한국에 와서 만났다는 사람도 있었다. 출신 지역별 운영회가 있는 네팔 이주노동자들은 다른 나라의 이주노동자들에 비해 결속력도 강한 편이다. 매년 명절이면 그들만의 축제를 통해 위로와 화합의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네팔인 M씨는 고향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이었고 그의 아버지도 선생님이었다. 그러나 3년 전 이주노동자의 신분으로 한국에 온 이후 그는 식당, 공장 등에서 단순 노동을 하고 있다. 수학을 전공했지만 네팔에서의 경력은 한국에서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M씨는 “네팔에서는 남부럽지 않게 살았었는데 지금은 자주 차별과 무시를 당한다”며 조심스럽게 한국에서의 생활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이주노동자들과 가족같이 지낸다고 말했지만 정작 한국인 친구는 한명도 없다.
 또한 네팔인 J씨는 6년 전 돈을 벌기 위해 아내와 딸을 두고 한국으로 왔다. 그런 그가 최근 네팔에 집을 마련했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견뎌가며 묵묵히 일한 결실인 셈이다. 그의 딸은 한국에 처음 올 때 10살이었는데 이제 16살이 되었고 그만큼 J씨도 늙었다. 고된 노동이 버겁게 느껴지지만 가정의 형편을 생각하면 돌아가야 할지 많이 망설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2월 23일 밤 네팔인 미등록 이주노동자(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 9명이 한국을 떠났다. 이들은 지난 설 연휴 동대문 인근에서 신년 모임을 하던 중 경기 경찰청 단속반에 붙잡혀 양주출입국관계소 측에 넘겨졌다. 명절 날 단속이 이루어진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연휴에도 친구와 정을 나누기 어려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나타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작년 말 불법 체류자는 17만 7955명으로 전년에 비해 3만 2534명(11.2%) 감소했다. 이들은 주로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을 것으로 나타나는데 다수가 법망을 피해 행해지는 임금착취와 고용주의 부당 대우를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더불어 사회의 암묵적인 차별도 심각한 실정이다. 이주인권센터(NGO)의 박주희(25)씨는 “이주노동자들은 임금 체불, 불법 체류 문제 외에 일상에서도 차별적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고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을 지적했다.
 이미 우리나라는 국제사회로부터 다민족 사회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다민족 다문화에 대한 우리 사회 내의 인식은 아직 미비한 수준이다. 2007년에는 UN 산하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가 “한국은 순수혈통이란 용어를 쓰며 단일민족임을 내세워 한국에 사는 다른 민족을 향해 취업, 결혼, 교육, 주거 등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을 만들어왔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20세기 긴 진통 끝에 만들어진 21세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시민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 더 큰 포용력이 요구되고 있다.

홍선녀 수습기자
angelhong@cb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