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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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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승민
‘밀어내기’에 울고 ‘불매운동’에 울고…
제 864 호    발행일 : 2013.06.03 
남양유업 대리점, 밀어내기 이어 불매운동으로 엎친 데 덮친 격


 

   요즘 대한민국은 ‘갑(甲)의 횡포’로 연일 논란을 빚고 있다. 갑(甲)의 횡포란 갑을(甲乙)계약관계를 이용해 우위에 있는 갑(甲)이 하위에 있는 을(乙)에게 불공정 행위와 같은 횡포를 부리는 것을 일컫는다. 대표적으로 약 한 달 전, 유제품 생산·판매업체인 ‘남양유업’의 영업사원과 대리점주간의 한 녹취록이 인터넷에 공개됐다. 녹취록은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욕설과 함께 물량을 강매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으며, 이는 온라인에서 일파만파 퍼지면서 사회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또한 이후 남양유업 외 몇몇 기업의 ‘밀어내기’ 실태가 속속히 드러남에 따라 남양유업 사태는 더욱 심각성을 더했다.
   ‘밀어내기’란 본사가 대리점이 주문한 품목과 수량보다 더 많이 추가해 부당하게 강매하는 행위를 말한다. 예를 들어 대리점이 본사에 1박스 물량을 주문했음에도 불구하고 본사가 1박스가 아닌 더 많은 물량을 대리점으로 보내 강매하는 것이다. 이는 남은 재고량에 대한 책임이 그대로 대리점에 전가돼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남양유업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익명의 대리점주는 “이전까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물량을 대리점으로 떠넘겨 항상 창고에 제품이 수두룩하게 쌓였다”며 “밀어내기로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또 다른 대리점주는 “특히 신제품에 대한 ‘밀어내기’가 굉장히 심했다”며 “신제품은 다른 제품보다 많이 팔리지 않아 남은 재고에 대한 부담감이 컸다”고 전했다.
   이 같은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횡포는 소비자들을 분노케 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남양유업 ‘불매운동’이 곳곳에서 벌이지기 시작했고, 나아가 3대 편의점 가맹점까지 이에 가세하면서 불매운동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실제로 <한국경제>가 지난달 7일부터 21일까지 인터넷을 통해 ‘남양유업 불매운동’에 대한 설문조사 실시한 결과, 2319명의 응답자 중 57.6%가 ‘불매운동을 통해 부도덕한 기업은 퇴출시켜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현재 남양유업 불매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김소영(경기 고양시·34) 씨는 “남양유업 사태를 접하고 소비자 입장에서 굉장히 화가 났었다”며 “불매운동이 기업을 각성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불매운동은 현재 대리점주의 2차 피해를 야기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불매운동이 남양유업의 횡포를 근절한다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되려 대리점의 매출만 하락시켜 생계에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에서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익명의 대리점주는 “‘밀어내기’로 이미 피해를 본 입장에서 불매운동까지 벌어지니 이는 우리를 두 번 울리는 일”이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또한 현재 청원군에서 남양유업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차준왕(청원군 강내면·37) 씨는 “남양유업 불매운동으로 인해 매출이 급격히 떨어져 생계에 큰 지장을 입고 있다”며 “현재 불매운동의 피해자가 본사로 초점이 맞춰져있지만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사람은 사실상 대리점주들”이라고 전했다. 이밖에도 제천에서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홍성의(충북 제천시·55) 씨는 “불매운동으로 인해 하루에 50~100만 원까지 손해를 보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현재 26명의 배달원을 두고 있는데 우리 대리점이 기울면 이 26명의 배달원들도 직업을 잃게 되는 것”이라며 “국민들이 무조건적으로 동참하기보다는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사태의 본질을 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남양유업 대리점들이 본사의 ‘밀어내기’에 이어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 2차 피해를 입고 있는 가운데 일부 대리점주들은 전반적인 유통업계 관행을 바꾸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충주에서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기영(충북 충주시·43) 씨는 “남양유업뿐 아니라 거의 모든 유통업계에서 ‘밀어내기’ 관행이 이뤄지고 있다”며 “단순히 불매운동으로 기업을 벌주는 것보다 법 제정을 통해 업계 전반적인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옳은 방안”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는 ‘밀어내기’와 같은 ‘갑(甲)의 횡포’를 막는 법안 마련이 잇따라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일명 ‘남양유업 방지법’이라 불리는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대한 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는 본사와 가맹대리점 간 불공정 거래관행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본사가 대리점에게 물량 강매, 일방적 매출 목표 제시, 부당 반품, 영업시간 연장 강요와 같은 불공정 행위를 한 경우에 대리점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밖에도 남양유업은 지난달 24일 10여 명의 퇴직 점주로 구성된 피해대리점협의회와의 2차 교섭에서 ‘상생을 위한 협상안’을 제출해 피해대리점과의 타협점을 모색하고 있다. 이날 남양유업은 피해대리점협의회 측의 요구 내용을 대폭 수용해 대리점과의 상생을 위해 600억 원을 지원하고, 자녀 학자금과 출산 장려금을 제공하는 등 각종 대리점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남양유업의 전국 960개 대리점이 모인 전국대리점협의회도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기독교연합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협의회는 성명서를 통해 판매 급감에 따른 대리점에 대한 구체적인지원 방안을 요구했으며 피해대리점에게 원활한 피해보상을 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안희대 대표는 “대리점주들이 불매운동으로 인해 현재 생계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며 “생계가 걸린 만큼 우선 남양유업을 용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앞으로 남양유업도 존경받는 최고의 기업으로 태어나도록 환골탈태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들이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 같이 남양유업 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은 가운데 앞으로 본사와 대리점 간 해결 방안에 귀추가 주목된다.
 

강승민 기자
goanywhere@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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