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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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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소슬
무더위 속에서도 서울광장을 밝힌 촛불들
제 865 호    발행일 : 2013.09.03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촛불집회를 알게 된 것은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우연히 알게 됐어요. 그것도 정확한 위치가 나오지 않아 당일인 오늘 아침에서야 정확한 위치를 알고 집회에 참여했어요”
  지난 8월 1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7차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 개입 규탄 범국민 촛불집회’(이하 7차 촛불집회)에 참여한 조아진(성남시 수정구·24) 씨는 촛불집회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음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조 씨는 “국정원이 댓글로 선거에 개입한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저질적인 댓글일 줄은 이번 집회를 통해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7차 범국민 촛불집회는 주최 측 추산 4만여 명, 경찰 추산 8000여 명이 참가했다. 집회에 나온 시민은 돗자리나 신문지를 깔고 도시락을 먹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참석자 연령대는 10대부터 노인층까지 다양했고, 휠체어를 끈 사람도 보였다. 찌는 듯한 무더위에도 두 달 넘게 촛불집회가 계속되는 이유는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그에 따른 책임자 처벌 때문이다.
  ‘오크녀 이X 이빨 좀 어떻게 안 되냐? 때X죽이고 싶게 생겨먹었다’, ‘생긴건 절X도 종잔데... 김대X이 숨겨논 아들같이 생겨먹었잖아’, ‘빨갱이 걸레X 사진을 왜 걸어 놓으신 거죠’ 이는 국정원 요원 아이디로 추정되는 ‘좌익효수’가 작년 9월 19일부터 12월 14일까지 대선 기간에 인터넷 게시판에 남긴 댓글들이다. 이뿐만 아니라 국정원 직원 9명이 대북업무로 댓글 작업을 한 댓글 1760개 중에 67개가 대선개입에 적용한 댓글들이다. 이러한 국정원의 행보에 국민들은 분노했다. 6월 28일 진행된 1차 촛불집회 당시 경찰추산 1800명으로 시작했고, 지난 8월 10일 진행된 6차 촛불집회에는 서울시민 5만 명, 다른 지역 시민 5만 명이 참가해 총 약 10만 명이 촛불을 밝혔다.
  8월 14일, 1박 2일로 진행된 7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임이윤(서울시 관악구·26) 씨는 “현재 21세기에 살고 있는지 의심될 정도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기본인데 이런 사태가 일어나니 시대가 거꾸로 간다고 생각한다”며 “나 한 사람이라도 집회에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해 혼자 참가하게 됐다. 집회현장에 오니 아직 시민의식이 깨어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또 김광현(서울시 강남구·44) 씨는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집회에 참여했다. 선거에 권력기관이 개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촛불집회가 시작된 지 2달이 넘었는데, 언론은 이를 보도하고 있지 않다. 이런 사태가 발생할수록 언론의 공정함을 유지해야 하는데 언론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실제로 8월 16일부터 21일까지 국정원 선거개입과 관련 한 방송 3사의 보도는 모두 합쳐 23건으로 촛불집회와 관련된 직접적인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더불어 지난 8월 2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는 언론이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규탄하는 촛불 문화제가 열렸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KBS에 근무하는 신 모 씨는 지난 2일 KBS 앞에서 열린 시민단체 촛불집회에 KBS 임직원들의 참여를 제안하는 글을 올렸다. 신 모 씨는 해당 글에서 “촛불집회가 요구하는 사항은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및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부정개표 실체규명과 이에 따른 대선무효”라며 “KBS 임직원들이 촛불집회에 많이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촛불집회 참석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원회에 넘겨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가족단위로 집회에 참여한 시민도 많았다. 아내와 두 아이를 데리고 집회에 참가한 송방림(서울시 양천구·45) 씨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시민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었다. 이 집회를 통해 아이들이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해 데려왔다”고 전했다.
  이처럼 촛불집회에서는 많은 시민이 모여 ‘진상규명!’이라고 쓰여 있는 플래카드를 들며 책임자 처벌을 외치고 있다. 촛불집회를 주최한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민사회 시국회의’(이하 국정원 시국회의)는 참여연대 등 284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단체다. 국정원 시국회의 관계자는 집회를 이끌며 “진실과 정의를 위해 이곳에 모인 대한민국 국민들이 힘을 모으자”고 말했다. 
  특히 이날에는 전남·경남·부산 등 먼 곳에서 온 시민들이 많았다. 전남 보성 농민회 소속 제혜동(보성군 보성읍·55) 씨는 “촛불집회에 오기 위해 12시에 출발해 6시간에 걸쳐 서울에 도착했다. 먼 거리를 달려왔지만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서 왔기 때문에 보람차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회 참석인원 수에 대한 논란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 측과 주최 측의 촛불집회 참석인원 집계 수가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10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등 너무나 다르다는 것이다. 8월 14일 촛불집회 당시에도 주최 측 추산 4만여 명, 경찰 추산 8000여 명으로 약 5배가 차이 난다. 이런 차이는 집회 참가자를 세는 경찰과 주최 추산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경찰은 1평에 4명이 서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집회 장소 면적에 이 인원을 곱해 산출한다. 그리고 집회가 시작된 후 10분 단위로 참가자를 확인해 가장 큰 수치를 최종적으로 발표한다. 주최 측은 이런 경찰 추산 인원과 함께 각종 단체에서 집회에 참여한다고 통보받은 인원과 잠시 참가한 뒤 돌아간 사람까지 모두 포함해 계산한다. 이에 따라 이성한 경찰청장은 “집회에 참석했다가 돌아간 사람들을 포함해 집회 참석인원 추산방식을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국정조사가 지난 8월 23일 마감됐다. 국정조사는 50일 동안 진행됐고, 세 번의 청문회를 비롯한 현장조사가 있었다. 국정원 댓글 관련 의혹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의 마지막 청문회가 증인 출석에 대한 합의가 무산되면서 여당 위원석과 증인석이 빈 채로 열렸다. 야당 의원들은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의 증인 채택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나왔다. 민주당 측은 “이번 국정조사는 거부 국정조사다. 증인채택도 거부했고, 채택된 증인은 답변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청문회에서 새롭게 드러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아울러 “지금까지의 수사에 대해 미진한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은 특검으로 의혹을 해결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 시간가량 의사진행 발언을 이어가던 민주당 의원들은 결국 정회를 선포해 3차 청문회가 무산됐고, 국정조사도 사실상 막을 내렸다.
  새누리당 측은 “지난 두 차례 청문회에 증인들이 모두 출석한 만큼 새로운 증인이 나오지 않는 청문회는 공세의 장으로 변질할 뿐이어서 전원 불참했다”고 밝혔다. 특위는 여야의 의견차이가 커 합의를 통한 보고서 채택은 불투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민주당 국정원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은 지난 8월 28일 국정원 국정조사 결과를 담은 ‘대국민 보고서’를 발간하고, 특위 활동을 공식적으로 종료했다.
  한편 지난 8월 26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의 어떠한 도움도 받지 않았고 선거에 활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비리와 부패의 관행을 보면서 그동안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을 정도로 비애감이 들 때가 많다”며 “야당이 주장하는 국정원 개혁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진실 은폐를 중단하라는 촛불집회는 계속 열리고 있다. 앞으로 현 정부의 진상규명과 그에 따른 처벌이 이뤄질지 대국민적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박소슬 기자
danzi27@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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