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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현
추억 속으로 사라져가는 만화방, 추억을 만드는 중고 서점
제 866 호    발행일 : 2013.09.16 

  “예전 같지가 않죠. 손님도 반으로 줄고, 학생들도 더 이상 오지를 않아요” 우리의 추억 한 귀퉁이를 차지하던 만화방들이 하나 둘 사라져가고 있다. 기술의 발달로 인한 이북(E-Book)으로의 시장 변화와 불법스캔으로 인한 만화 산업의 불황 등으로 인해 만화방들이 잇따라 폐점하고 있다. 하지만 그와는 대조적으로 중고 서점을 통한 중고 만화책 거래는 호황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우리나라 만화책 임대업체는 811개이다. 2년 전인 2009년도의 936개와 비교해 보면 125개가량 줄었다. 김지만(부산시 사하구·24) 씨는 “어릴 적엔 학교 앞이면 만화방이 하나씩은 있었는데, 이젠 한 동네에 만화방 하나 찾아보기도 힘들다”며 줄어든 만화방 수에 대해 말했다.
  어떤 이유로 만화방의 수가 줄어들게 된 것일까. 1960년대 만화방을 중심으로 시작됐던 만화산업은 1990년대 절정을 맞았다. 만화방들은 손님으로 가득 찼으며, 학생들은 학교를 마치면 만화방으로 몰려가 만화에 심취하곤 했다.
  하지만 컴퓨터와 인터넷이 발달함에 따라 만화산업은 급격한 하락세를 그리게 됐다. 시작은 불법 스캔이었다. 구매자들이 만화를 스캔해 인터넷에 공유하며 사람들이 불법 복제본을 다운받아 보기 시작했고 이는 전체적인 만화산업의 위축으로 이어지며 만화의 질까지 떨어뜨려갔다. 거기에 만화책의 가격까지 올라 점차 만화는 사람들에게서 멀어져 갔고, 구매자가 줄면서 만화산업은 위축되고 가격이 다시 오르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출판되는 만화 단행본의 종류만 봐도 2005년 4558종에서 2011년 3693종으로 19% 가까이 감소하며 만화시장이 크게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만화시장이 어려워지면서 만화방을 찾는 사람들도 적어져 만화방의 매출액은 감소하는데 반해 만화책 구입비와 점포임대료 등은 나날이 오르며 만화방의 점주의 수익성은 악화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환위기까지 겪으며 수많은 점포들이 문을 닫았다. 사창동에서 만화방을 운영하고 있는 손해수(45) 씨는 “손님이 많을 때는 가격을 싸게 해도 괜찮았는데 이제는 손님이 없으니 가격을 올려도 유지가 힘들다”며 “그나마 주위의 만화방들이 문을 닫으며 손님들이 몰려 유지가 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만화방을 힘들게 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컴퓨터와 인터넷 문화가 발달하며 컴퓨터와 온라인 게임 등 만화책을 대체할 수 있는 즐길 거리가 늘어나는 것도 한 몫하고 있다. 학교가 마치고 나면 책가방을 맨 채로 책방으로 몰려들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PC방에서 인기게임을 하기에 바쁘다. 김진호(청주시 흥덕구·21)씨는 “중학교 때는 만화를 자주 봤었는데, 보지 않은 지 오래 됐다”며 “놀 때는 컴퓨터 게임을 하고, 친구들끼리 모여도 PC방이나 오락실을 가니 만화는 잘 보지 않게 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웹툰이나 웹소설, 이북 같은 웹 콘텐츠도 만화방을 위협하는 요인이다. 특히 예전 만화방 이용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학생들이 요즘은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짧고 빠르게 볼 수 있는 웹툰을 즐겨보는 추세다. 또 이북이 보편화 되며 웬만한 만화책들이 이북으로 제작되고 있고, 유명 만화들이 이북으로만 연재를 하며 가격 경쟁력 등 여러 면에서 이점을 가지게 됐다.
  하지만 만화방들의 상황이 어려워진 반면 중고 만화 시장은 호황이다. 중고 서적 시장 규모는 2010년 250억 원에서 올해는 500억 원까지 성장해 2년만에 2배나 커졌다. 인터넷 서점들이 오프라인 중고 서점까지 내며 중고 서적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알라딘 마케팅팀 조선아 씨는 “2008년 중고 사업을 시작한 이후 연 평균 19%가량 성장하고 있고, 특히 오프라인 중고 서점을 연 뒤로는 연평균 성장률이 33%가량으로 많이 올랐다”며 “그중 중고 만화가 매장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 정도로, 만화 거래가 이전보다 많아져 매입 가능 도서 범위를 넓히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중고 만화 시장이 활기를 띠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로, 최근 만화책 가격이 평균 5000원대 이상이어서 구매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중고 시장으로 몰린다는 것이다. 중고서점은 보통 새 책의 20% 정도인 1000원에서 1500원에 팔고 있다. 직장인 전진주(서울 구로구·26) 씨는 최근 중고 서점에서 만화책 40여 권을 구입했다. “예전에 정말 재미있게 봤던 만화책이라 소장하고 싶었는데, 시리즈가 많다 보니 구매를 망설이고 있었다”며 “하지만 중고 서적의 경우 가격 부담도 적고 책의 상태도 나쁘지 않아 구매하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만화책을 구입하는 것뿐 아니라 읽고 난 책을 다시 중고 시장에 판매해 새로운 책을 구입할 기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이점으로 다가온다. 대전의 한 중고서점을 방문한 대학생 조건희(대전시 서구·21) 씨는 “이전에 중고 만화책을 많이 구매해 왔는데, 다 읽은 만화책을 다시 판매하고 그 판매금으로 새로운 중고 서적을 구입해 보고 있다”며 “책 상태만 잘 유지되면 원가와 비슷한 가격을 받을 수 있다 보니 자주 이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시간이 흐르며 만화를 즐기는 모습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만화방으로 시작된 만화 산업이 이제는 중고 만화 시장을 향해 흘러가고 있다. 흐름에 쓸려 만화방이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흐름을 읽고 변화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승현 기자

AidenLee@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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