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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현
날개 없는 기러기들의 애환
제 867 호    발행일 : 2013.10.07 

  “아내와 아이들을 보내고 나니 역시 외롭죠. 그래도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희생하는 거라 생각해요”
기러기 아빠의 수가 나날히 늘어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11월 기준 타지 거주 가족이 있는 가구는 245만 1000 가구로 전체 가구 1733만 9000 가구의 14.1%를 차지했다. 이 중 기러기 가족은 50만으로 추산되며 2004년부터 2011년까지 매년 평균 약 2만 2000 가구의 기러기 가족이 생겨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발리로 자녀를 유학 보낸 서규현(경기도 성남시·37) 씨는 “아들이 해외 유학을 함으로써 영어 능력 향상은 물론 다양한 경험을 통해 다른 아이들보다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아이를 위해서라면 부모가 희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기러기 아빠란 자녀의 교육을 목적으로 아내와 아이들을 외국으로 떠나보내고 홀로 한국에 남아 뒷바라지하는 아버지를 말하는 신조어다. 기러기 아빠는 우리나라 특유의 높은 교육열과 해외에서 공부하였다는 소위 ‘타이틀’을 얻게 된다면 대입이나 취업 등 다양한 경쟁에서 우위를 가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잘못된 사회적 의식으로 인해 보이는 현상이다. 이 현상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겪은 이후 중산층 자녀들의 조기유학이 증가하며 생겨나기 시작한 것인데, 자녀 혼자 유학을 보냈다가 부적응·탈선 등의 문제가 불거지자 어머니가 자녀들과 함께 지내고, 주요 수입원인 아버지가 한국에 남아 생활비와 학비를 대면서 기러기 아빠들이 생겨났다.
  자녀의 교육을 위해 가족을 떠나보낸 아버지들에 대한 신조어도 경제 능력으로 인한 생활패턴에 따라 ‘기러기 아빠’, ‘독수리 아빠’, ‘펭귄 아빠’ 등으로 구분돼 진다. 학비와 생활비를 버느라 휴가나 명절이 돌아와서야 아내와 자녀들을 만나러 가는 아버지를 때가 되면 날아가는 기러기에 빗대 ‘기러기 아빠’라고 부르며, 경제적인 능력과 여유를 가져 자신이 원하는 때 언제든 가족을 방문하는 아버지를 새들의 왕인 독수리에 빗대 ‘독수리 아빠’라 부른다. 독수리 아빠와는 반대로 어려운 형편임에도 무리해서 자녀들을 유학 보내고, 명절에도 해외로 나갈 형편이 되지 못해 가족들이 돌아올 때까지 홀로 지내는 아버지를 날지 못하는 새인 펭귄에 빗대 ‘펭귄 아빠’라고 부른다.
  이로 인해 많은 문제점들도 생겨나고 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이혼과 가정 해체를 들 수 있다. 가족이 서로 떨어져 있다 보니 관계가 소원해지고, 특히 서로 힘들고 외로움을 느끼다보니 외도로 이어지는 경우도 빈번해 가정 해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한 유학 기간이 길어져 가족 구성원간에 단절이 생기게 될 경우 아내 혹은 자녀의 가치관과 생각들이 바뀌며 가족 관계가 소원해지기도 한다.
  기러기 아빠의 정신적인 문제도 심각하다. 혼자 남은 기러기 아빠의 경우 외로움과 쓸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수원대학교 간호학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기러기 아빠의 3명 중 1명은 우울감을 느끼며, 우울증 증세로 병원을 찾는 기러기 아빠들도 많다고 한다. 특히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채정호 교수는 “우울증 진단을 받아도 보호자가 없고 가족과의 짧은 만남과 긴 이별이 반복된다는 점에서 치료가 어렵다”며 기러기 아빠의 정신 건강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무분별한 음주습관으로 알코올의존증에도 쉽게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코올전문병원 다사랑병원이 기러기아빠 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0%가 주 2~3회 상습음주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정신적 문제는 건강에도 영향을 미쳐 영양 불균형과 소화기 질환 등을 앓는 경우가 많다. 옆에서 챙겨주고 돌봐주는 사람이 없으니 생활리듬은 붕괴되고, 업무에서 쌓인 피로로 인해 집안일과 같은 일들은 귀찮아져 끼니를 거르는 일이 잦아지니결국 영양 불균형 상태가 되고 만다. 박준영(서울시 노원구·42) 씨는 “가족과 떨어져 있던 2년간 혼자 있을 때 게임과 드라마 등으로 새벽까지 날밤을 새우기 일쑤였다”며 “옆에서 챙겨주는 사람이 없다보니 끼니도 자주 거르고 생활 패턴이 일정치 않았다”고 말했다.
  12년간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한 김진태(서울시 송파구·50) 씨는 고등학생인 두 아들을 조기 유학 보냈다. 김 씨의 큰 아들은 석사학위 취득 후 귀국했고 작은 아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현지에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기왕 유학을 보낼 것이라면 조기에 보내는 것이 효과적이라 생각해 조기 유학을 보냈는데, 몇 년이 지나자 부부간 불만도 쌓이게 되고 점점 삶의 의미도 퇴색되며 의욕도 멀어져갔다”며 “자식들의 성공을 위해 부모의 희생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지나온 세월을 돌이켜보면 보람보다는 회한이 좀 더 큰 것 같다”고 기러기 생활에 대한 경험을 밝혔다.
  그렇다면 기러기 아빠들이 무사히 기러기 생활을 마치기 위해서는 어떡해야할까. 우리 학교 아동복지학과 김영희 교수는 성공적인 유학 생활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첫째로 전화나 문자, 웹캠 등을 통하여 매일 연락을 하는 것으로, 서로가 외로움을 느끼지 않고 서로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매일 연락하지 않는 경우는 서로에 대한 애정이 식을 수 있고 상황이 악화되면 갈라질 수 있는 것이다.
  둘째로 일이나 공부와 같은 가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가족이 떨어져 지내는 경우는 가치 있는 일을 하기 위한 것인데, 그 일보다도 다른 일에 신경을 쓰다보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셋째로는 전화로 싸우지 않는 것이다. 전화로 갈등의 소지가 있는 이야기를 하다보면 통화가 불편해지고, 떨어져 있는 가족을 이어주는 유일한 소식통이 끊기게 된다. 그렇게 되면 첫째로 언급한 사항과 같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50만에 이르는 기러기 아빠의 수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특별한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은 “기간도 목적도 불분명한 영어교육을 위한 자녀교육으로 기러기 아빠의 일방적 희생과 고통이 너무 모호하고 막연하다”며 “기러기 아빠로 인한 가정 붕괴가 국가와 사회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점은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도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라고 말했다.
 


이승현 기자
AidenLee@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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