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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현
이주 노동자의 상처 투성이 ‘코리안 드림’
제 868 호    발행일 : 2013.10.21 


 
  이주 노동자 루환 마너즈(스리랑카.29) 씨의 하루는 새벽 6시에 기숙사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자리에서 일어난 마너즈 씨는 씻고 식사를 하며 출근 준비를 한다. 회사에 도착하고 8시가 되자 일이 시작된다. 스피커의 철망을 성형하는 업체에서 일하는 마너즈 씨는 기계가 잘 돌아가는지 관리하고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36대의 기계가 바쁘게 돌아가는 사이에서 마너즈 씨의 손길도 바쁘다. 어느새 12시가 돼 점심시간이 됐다. 오늘 점심은 라면이다. 하지만 양이 턱없이 적다. 다른 이주 노동자까지 5명에게 주어진 라면은 3봉지. 라면으로 겨우 끼니를 때우고 1시가 되자 오후 근무를 시작한다. 온종일 기계 사이에서 한참을 땀 흘린 마너드 씨는 저녁 8시가 돼서야 퇴근을 한다. 오늘은 야근이 없어 일찍 기숙사로 돌아올 수 있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기숙사로 돌아와 식사를 하고 매일 그렇듯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컴퓨터를 켜고 영상통화 프로그램으로 스리랑카에 전화를 건다. 마너드 씨는 하루 중에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곧 연결된 화면에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모여들어 마너드 씨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하며 마너드 씨의 하루는 마감된다.
  2013년 8월 31일 기준 국내 체류외국인은 총 150만여 명. 2008년 100만여 명에서 33% 이상 크게 늘어난 수치다. 그에 따라 고용허가제를 통해 국내에 들어오는 이주 노동자들도 2006년 3만여 명에서 2012년 5만여 명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렇게 이주 노동자의 수가 빠르게 늘며 여러 문제들이 떠오르게 됐다.
  이주 노동자들을 괴롭히는 문제 중 가장 큰 부분은 임금체불과 부당 대우였다. 이주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도 받지 못하며, 계약서상에 표기된 근무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노동자 지원단체인 ‘이주민과 함께’가 조사한 결과 농업이주노동자 10명 중 9명(90.7%)은 근로계약보다 더 긴 시간을 일하며, 월 평균 근무시간은 283.7시간으로, 월 300시간 이상 일하는 응답자도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쉬는 날은 한 달에 평균 약 2.1일이었다. 휴일에 노동을 강요당한 경우는 57.8%였다. 이들의 월 평균임금은 127만 원으로 10명 중 7명꼴(70.1%)로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으며 68.9%는 임금체불 경험이 있었다. 추가근무에 대한 수당을 받고 있다는 응답은 38.4%에 불과했다.
  또한 이주노동자인권연대의 고용허가제 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동료와 차별받은 경험이 있냐는 물음과 강제적으로 신분증을 압류당한 경험이 있냐는 물음에 둘 다 50%가 넘는 수의 외국인 노동자가 ‘그렇다’고 할 정도다. 이밖에도 강제근로와 관리자의 폭력에 시달린 외국인 노동자 또한 약 30%에 육박했다.
  이러한 문제점들의 배경으로 지목되는 것 중 하나가 고용허가제이다. 고용허가제는 국내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우리 기업이 고용노동부로부터 고용허가서를 발급받아 합법적으로 외국인력을 근로자로 고용할 수 있는 제도로, 2003년 8월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제정·공포에 따라 도입됐다. 고용허가제의 원칙들은 ▲노동시장 보완성의 원칙 ▲송출 과정 투명성의 원칙 ▲외국인 정주화 방지의 원칙 ▲내외국인 균등대우의 원칙 ▲산업구조조정 저해 방지 원칙 등 다섯 가지로 이주민과의 평등을 위한 제도로 보이지만 이주민노동인권센터 이경 실장은 “고용허가제란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주노동자의 ‘노동’을 허가한 것이 아니라 고용주의 ‘고용’을 허가한 제도로서 노동자가 아닌 고용자를 위한 제도”라며 “사업장 이동의 금지 조항 등이 그것인데, 직업 선택의 자유를 이주노동자들에게만 제한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는 없다. 실제 이유는 사업장 이동을 허가하면 이주노동자 임금이 상승하고 사업장을 옮기지 못하도록 노동환경을 일정 수준 이상 보장해줘야 하는 등 기업의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고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노동부가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사업장 변경을 위한 구직리스트 제공을 금지하는 지침까지 내려 사업주로부터 채용연락을 받지 못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 변경을 하지 못한 채 추방돼야 한다.
  한국에 온 지 8년 가까이 된 그란하디 시란(스리랑카.33) 씨는 “스리랑카 국내에서 일하는 것보다 급여도 좋고, 외국에 나가 좀 더 많은 것을 경험해보고자 산업연수생제도를 통해 들어왔다”며 “하지만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실제 일하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 CNC 업체, 금속 압축 성형 업체 등 여러 회사를 다니는 동안 많은 상처만 얻고 제대로 급여와 퇴직금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직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프레스 작업을 하던 중 왼손이 기계에 눌려 손가락을 잃고 회사를 상대로 산업재해 관련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그들을 괴롭게 하는 것은 임금체불과 부당대우 뿐만이 아니다. 기본적인 의사소통 문제와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환경적인 요인도 그들을 힘들게 한다. 말이 통하지 않으니 사업장에서 일을 할 때도 작업지시를 제대로 받기 힘들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때에도 의도치 않게 뜻이 왜곡돼 오해가 생기는 경우가 많아 어려움을 겪는다. 힘든 생활 속에서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그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바피라사(스리랑카.34) 씨는“회사에서 혼나고 일이 힘들 때면 고향 생각이 많이 난다”며 “비행기 값은 너무 비싸 가지 못하고 인터넷 화상통화로 가족들과 연락을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주 노동자를 보는 한국인의 시선은 어떨까. 커피숍에서 일하는 김지민(경북 구미시.25) 씨는 “내가 일하는 매장에 주말이면 오는 이주 노동자가 있는데, 이야기하다 보면 고생이 많은 거 같더라”며 “그런 분들 없으면 중소생산공장은 유지할 수 없을 거라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군영(대구시 중구.27) 씨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회가 돌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하지만 몸에 해롭거나 더러워서 안하는 일들이 많은데, 그런 일들을 웃으면서 하는 이주 노동자들을 많이 봤다”며 “소수의 나쁜 이주 노동자들로 인해 많은 대다수의 착한 이주 노동자들에게 나쁜 인상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장 모(충북 청주시. 30) 씨는 “아무래도 좀 꺼려진다. 뉴스에서 흉흉한 소식도 들리고 꺼림칙한 느낌이 있다”며 “특히 외국인 여러 명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것을 보면 불안한 느낌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주 노동자가 길을 묻거나 교통편을 묻기 위해 한국인에게 다가가면 친절하게 알려주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겁을 먹거나 싫어하며 자리를 피하는 경우가 많다.
  이주민노동인권센터 안건수 소장은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는 말이 있다. 이주 노동자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고 충분히 같은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며 “이주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일단 우리 국민들의 의식개선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이주노동자들을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내모는 고용허가제 대신 노동허가제를 도입해 이주노동자에게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전했다.


이승현 기자
AidenLee@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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