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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소슬
성적도 살 수 있나요?‘학원 전성시대’
제 869 호    발행일 : 2013.11.06 
늘어나는 사교육으로 인해 공교육 위축돼


 
  최근 최선월(인천시 부평구·43) 씨는 고민이 부쩍 늘었다. 최 씨의 고민은 ‘아이들의 사교육비’다. 중학교 1학년과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최 씨는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수월하게 공부하라고 많은 사교육비를 들여 조기교육을 시켰다”며 “그 이후로도 예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계속 학원에 보내고 있다. 그렇다 보니 아이들의 사교육비만 매달 100만 원이 넘는다”고 전했다.
  지난 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2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 사교육비 총액은 약 19조 원으로 추정됐다. 초등학교가 약 7조 8,000억 원, 중학교는 6조 1,000억 원, 고등학교는 5조 2,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또 사교육 참여율은 69.4%였다. 10명 중 7명은 사교육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사교육비 총액은 학원, 개인 및 그룹과외, 방문학습지, 인터넷 및 통신강좌 수강료를 의미하며 방과 후 학교, EBS 교재비, 어학연수비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처럼 현재 우리나라는 ‘사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치열한 입시경쟁 속에서 학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이 늘면서 자녀의 사교육비를 대느라 소비 여력이 부족한 가구를 일컫는 ‘에듀푸어’라는 말도 생겼다. 심지어 사교육 일 번지인 강남에서는 ‘사교육 대리모’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사교육 대리모는 부잣집 아이를 맡아 기르면서 명문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생활과 진학지도를 책임지는 사람을 뜻한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교육 수준은 높지만, 그 성과의 이면에는 부작용이 많다는 지적이 외국 언론으로부터 나왔다. 지난 10월 스웨덴 일간지 <아프톤블라뎃>은 한국 교육은 ‘지식이 전부이지만 대가가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한국은 대학 진학률이 2000년 24%에서 2010년 40%로 2배가량 상승했다고 전했다. 또 한국 학생들이 성취도가 우수한 이유로 교육을 중시하는 유교사상이 지배적인 분위기이며, 특히 한국 부모의 높은 교육열을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 학생들은 하루에 최대 17시간을 공부하며 대다수는 방과 후 사설학원까지 다닌다며 학생들이 방과 후에도 학원에서 밤늦게까지 공부해야 하는 현실 탓에 하루에 4시간도 못 자며 혹사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과도한 사교육 치중으로 인해 정작 공교육은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천길영(성남시 분당구·16) 학생은 “외국어 고등학교 준비를 위해 2개의 학원에 다니다 보니 학교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게 됐다”라며 “주변에서 학원에 다니지 않는 친구를 찾기 힘들 정도다. 주위 사람들이 모두 학원에 다녀, 나도 학원에 다니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라며 심정을 토로했다. 또한, 이기쁨(청주시 봉명동·19) 학생은 “당장 대학은 가야 하는데 대학에서는 더 높은 수준의 학생을 뽑길 원해 사교육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라고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현실을 말했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사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현직 교사 690명을 대상으로 ‘교사의 사교육 인식 실태’에 대해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교사의 86%가 미리 사교육을 받고 온 학생들로 인해 수업에 어려움을 자주 겪는다고 답했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이미 학원에서 배운 내용이어서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안상진 부소장은 “사교육 증가는 공교육의 위축과 공교육의 역할을 저해한다. 그렇게 되면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학교를 믿을 수 없게 돼 학부모가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 많아진다”며 “학부모는 경제적 부담도 커져 자신에 삶에 투자하는 비용과 시간이 줄어들고, 아이들의 교육으로 인해 본인의 인생을 즐기지 못하게 된다. 이런 현상으로 인한 부담으로 결국 출산율 저하까지 이뤄진다”라고 사교육비 증가로 인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 교육부가 지난 10월 24일 문·이과를 구분하는 현행 수능체제를 유지하고,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2017학년도 대입제도를 확정해 발표했다. 올해 처음으로 도입되는 수준별 수능은 본래대로 돌아가고, 문·이과 융합안은 유예되는 등 비교적 안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입시전문가들은 이번 개편안은 지금까지 대입제도를 유지하는 것에 중심을 두고, 무엇보다 한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됐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사교육이 늘어날 전망이라고 총평했다.
  2013학년도 수능에서는 한국사 선택비율이 7.1%였다. 이렇듯 한국사는 수험생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과목이었고, 역사교육이 지금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이 되면 얘기가 달라지게 된다. 600만 명이 넘는 우리나라 초·중·고등학생 모두가 한국사 공부에 매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윤유빈(서울시 중구·22) 씨는 “영어와 수학은 달달 외우며 열심히 공부하지만 정작 국민으로서 반드시 알아야 할 한국사는 외면하고 있는 현실이 걱정됐다”며 “하지만 2017학년도 수능부터는 한국사가 필수 과목으로 채택돼 걱정이 줄었다. 억지로 외우게 하더라도 한국사는 반드시 배워야 한다”고 한국사 필수과목 채택에 대한 긍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그렇다면 사교육 비용을 줄이고 공교육 위축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안 부소장은 “현재 사교육 중 많은 폐해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 선행교육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선행교육을 방지하는 것”이라며 “선행교육은 학생에게 자기 주도적 학습능력을 상실하게 만들고, 수업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만든다. 또한 교사의 수업권도 침해받는다. 선행교육 방지해 과도한 경쟁과 그로 인한 부담감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점점 늘어나는 사교육으로 인해 위축되고 있는 우리나라 공교육의 현실. 선행교육을 없애고 사교육과 공교육의 역할을 잘 살려 ‘교육 강국’이 될 수 있을지 국민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박소슬 기자  danzi27@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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