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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현
안정된 직장 선호에 늘어나는 공시족
제 869 호    발행일 : 2013.11.06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족’들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수험생은 한 해에 45만 명 이상으로, 안전행정부.법원행정처.국회사무처.경찰청.소방방재청 등에 따르면 올해 행정.입법.사법부 국가공무원 공채에 원서를 제출한 인원은 모두 36여만 명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지난해 경기도 등 17개 시.도 지방직 7.9급 공무원 공채 시험 응시자와 올해 지방 교육직 공무원 9급 시험 응시자 10여만 명을 더하면 국가직과 지방직 공무원 공채 지원자 수는 45여만 명에 달한다.
  9급 공무원 기준 초봉이 연 2,000여만 원으로 대기업 평균 3,700여만 원, 중소기업 2,300여만 원보다 적은 수준임에도 공시족은 계속 늘고 있다. 이들이 공무원이 되기 위해 매달리는 데는 극심한 취업난의 영향 크다. 대기업.공기업.금융권.외국계 등의 취업문을 뚫기 위해서는 ‘스펙’을 넘어 ‘스토리’까지 갖춰야 하는 게 취업 트렌드인데, 이러한 ‘스펙’과 ‘스토리’에 매달리기보다는 시험 결과만으로 ‘평등하게’ 판단되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다.
  대다수의 공무원 시험 준비자들이 도전하는 분야는 7급과 9급 시험이다. 청주의 공무원 시험 학원 관계자는 “대기업은 도전해도 안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고 고시는 너무 어려워 7.9급 공무원 시험은 해볼 만하다고 보는 이가 많다”고 말했다.
  이렇게 공무원의 인기가 올라가며 응시생의 연령대도 위아래로 늘어나 적게는 고교생에서부터 대학생, 직장인.주부.명예퇴직자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시험에 응시하고 있다. 심지어 부모와 자식이 함께 준비하는 사례가 생길 정도다.
  우리 학교를 다니며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24살 정 모 씨는 국정원 7급 전산직을 목표로 공부 중이다. 2학년 때부터 일찌감치 시험을 준비해 온 그는 학교를 다니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며 어려움을 표했다. 학교를 다니지 않고 공무원 시험만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경우 학원에 다니며 규칙적으로 공부하며 학습에 대한 효율성도 높은 데 반해, 학교를 다니며 준비할 경우 학과 공부와 공무원 시험공부를 병행해야 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그럼에도 정 씨는 공무원을 준비하는 것에 대해 “국가에 소속돼 일하는 직업을 갖고 싶었다”며 “여러 가지 하고 싶은 일이 국가정보원에서의 업무와 맞는 점도 큰 이유”라며 공무원에 대한 소망을 밝혔다.
  또한 올해 처음 ‘선택과목제’가 도입되면서 9급 공채에서 고교생 응시자가 늘어났다. 이는 고졸 출신의 공직 진출을 장려하기 위해 안전행정부가 시험 과목에 변화를 준 것인데, 행정법총론과 행정학개론이 필수였지만 올해부터는 사회.과학 등 고교 이수 과목이 추가된 다섯 과목 중 두 과목만 선택하면 되도록 바뀐 것이다. 이로 인해 올해 채용 예정 인원은 행정직과 기술직 등 모두 2,700여 명으로 작년보다 600여 명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쟁률은 75 대 1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응시생의 수는 늘어나는 반면 뽑히는 인원은 한정돼 있다 보니 장수생도 늘어나고 있다. 모의고사 점수만 놓고 보면 ‘합격 가능선’이기 때문에 쉽사리 포기하지 못하는 공시족들은 몇 년씩 시간을 투자한다. 이렇다 보니 30대를 훌쩍 넘겨서도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이가 늘고 있다. 실제로 7.9급 합격자의 평균 연령도 점차 높아지고 있으며, 2012년 국가직 7.9급 공개경쟁 채용 시험 최종 합격자의 남녀 평균 연령은 각각 30세, 29세로 2004년 28세, 26세와 비교해 30세 전후로 높아졌다. 김태원(서울시 동작구·29) 씨는 “대학 졸업 후 3년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는데 매번 커트라인에 걸렸다”며 “솔직히 4년째 공부하다 보니 이 길을 계속 가야하나 싶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공부한 것이 아까워서라도 그만둘 수가 없다”고 밝혔다.
  고교생부터 대학생.장수생에 직장인.주부.명예퇴직자까지 뛰어들어 ‘국민 시험’으로 떠오른 공무원 시험의 인기 배경은 한마디로 ‘안정성’이다. 교육 행정직을 준비하는 임소희(청주시 흥덕구·24) 씨는 공무원이 되려는 이유에 대해 “아무래도 직업에 대한 보장과 혜택, 안정성이 가장 큰 요인”이라며 “60세까지 보장되는 정년, 안정적인 월급, 연차에 따라 위치와 봉급이 달라지는 점, 복지혜택, 사회적 지위 등이 공무원이 되려는 이유”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런 공시족들의 일상은 어떨까. 김은지(청주시 상당구·24) 씨의 하루는 아침 6시에 시작된다. 새벽같이 일어난 김 씨는 과일과 선식으로 아침 식사를 해결하고 국어와 영어를 공부한다. 아침부터 일어나 공부를 하려면 힘들지만 취약한 언어 과목을 메우려면 잠을 줄여 공부해야 한다. 오전 8시부터는 공무원 시험 학원 수업을 받아 한문을 포함한 국어.영어.한국사.헌법.행정법 등 전 과목을 공부한다. 1시가 되면 점심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다. 2시부터는 단과반 수업에 들어가는데, 단과반에서는 취약한 영어와 국어를 추가로 들으며 영어독해.문법.한문.국어문법 등에 대해 공부한다. 6시가 돼 모든 수업이 끝나면 저녁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복습을 한다. 그 후 8시쯤 운동을 하러 집을 나선다. 계속해서 책상 앞에만 앉아있으면 체력이 부족해져 오히려 공부하기가 힘들어지는데, 이를 위해서라도 주기적인 운동은 필수다. 1시간 정도 조깅으로 몸을 푼 김 씨는 9시쯤 집으로 돌아와 씻고 나머지 암기과목을 공부하다 새벽 1시 정도가 되면 잠자리에 든다.
  김 씨는 공시족 생활에 대해 “주위를 보면 커트라인에 걸려 아쉬운 마음에 몇 년씩 계속 공무원 시험 준비에 매달리는 사람들이 많다”며 “몇 년씩 공무원만 바라보며 공부해오다 보니 공무원이 아니면 다른 길이 없다는 생각과 조금만 더 노력하면 붙을 것이라는 생각에 공무원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이 길이 아니라는 판단이 들 땐 과감하게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전했다.
  우리 학교 사회학과 허석렬 교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공기업과 공공기관으로의 우수 인재 집중으로 민간 시장 침체와 우수한 인재들의 자기계발 기회 낭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복잡해지는 현대 사회는 다양한 지식과 다양한 전문가가 필요한데, 공무원 시험을 위한 천편일률적인 학습 방법에 많은 인재들이 창의성을 희생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허 교수는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상황이 안정화되기 전에는 공무원 열풍이 사그라들긴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무원 시험 응시자 45만 명 시대, 대한민국에 부는 공무원 열풍은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현 기자 AidenLee@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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