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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규빈
‘아이는 나가주세요’ 늘어나는 노키즈 존
제 882 호    발행일 : 2014.10.06 

카페나 음식점을 갈 때면 부모가 방치한 아이가 소리지르며 뛰어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심지어는 공공장소에서 뛰어다니는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는 사람을 향해 오히려 부모가 ‘당신이 뭔데 아이 기를 죽이냐’며 적반하장으로 화를 내는 모습도 심심찮게 눈에 띄곤 한다. 이처럼 어린 아이들로 인해 불편을 겪는 상황이 늘어나자 최근 수도권 번화가를 중심으로 5세 미만 미취학 아동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키즈 존(No Kids Zone)’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월 28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에 위치한 스타벅스에서 4살 여아가 화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이의 엄마는 뜨거운 커피를 주문했고, 아이에게 그 커피가 쏟아졌으며 응급처치를 위해 매장 주방 싱크대를 사용하려 했으나 직원이 저지했다. 아이의 엄마는 SNS에 이 같은 사실을 올렸고 스타벅스를 향한 비난의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하지만 동시간대 매장에 있었던 다른 손님들에 의해 ‘매장 직원들은 응급처치를 위한 여건을 충분히 마련했고, 순전히 아이의 장난으로 커피가 쏟아진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스타벅스에서 병원비를 부담하고 사과하는 것으로 마무리됐지만 처음부터 아이가 장난치는 것을 주의깊게 살폈더라면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어린아이 출입을 제한하는 ‘노키즈 존’의 필요성이 주장됐다.
  하지만 아이들이 다칠 것을 걱정해 노키즈 존을 선언하는 매장은 그다지 많지 않다. 대다수의 노키즈 존 선언 매장들은 일부 몰지각한 부모들이 방치한 아이들로 인해 다른 손님들이 입는 피해가 늘어나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 주된 이유라고 말한다. 청주 성안길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한민호(청주시 율량동.39) 씨는 “개인카페다 보니 피규어나 LP판 등 다소 고가의 장식품들로 많이 꾸며놓는 편인데 어린아이 손을 타면 부러지거나 깨지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카페에 있는 소품이 다양하기 때문에 찾는 손님들이 많아서 자칫 소품을 망가뜨릴 수 있는 아이들은 출입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국밥집을 운영하는 최미숙(청주시 개신동.44) 씨는 “한번은 뜨거운 국밥을 먹고 있던 손님을 아이가 뛰면서 치고가는 바람에 손님이 입 주변에 화상을 입은 적이 있다”며 “아이를 방치해두는 부모들 때문에 아이를 동반한 손님은 바쁜 시간대에는 받고 싶지 않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손님을 가려 받는 것은 차별이며, 아이 출입을 거부하면 부모들은 아이를 데리고 갈 곳이 없다는 반대 측과 부모가 제대로 아이를 관리하지 않으니 업주라도 나서서 다른 손님에게 피해가 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찬성 측의 입장이 갈리고 있다. 하지만 노키즈 존 지정매장을 규정해 줄 만한 잣대도 없을 뿐더러 법적제도가 마련되지 않아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차별하지 말라는 손님들의 ‘요구’보다 업주의 ‘결정’이 노키즈 존 지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이다. 
  노키즈 존 확산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주로 ‘아이들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노키즈 존 확산은 필요하다’, ‘조용한 분위기의 식당을 찾아갔는데 아이들 때문에 제 돈 내고 손해 보는 기분을 더 이상 느끼고 싶지 않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리 학교 남현희(경영학부.12) 학생은 “지난 8월 미디어를 통해 노키즈 존이라는 명칭을 처음 접했다”며 “지금까지 어린 아이들이 공공장소에서 다수에게 준 피해를 생각해본다면 노키즈 존을 적용하는 매장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 취재를 나간 기자 역시 식당에서 소란스러운 아이의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장난감을 손에 든 아이는 곧 넘어질 것처럼 기자를 향해 달려왔고 순간 부딪히지 않기 위해 테이블 쪽으로 몸을 붙일 수밖에 없었다. 잠시나마 노키즈 존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외국인들도 전반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떼오도흐 올랑(프랑스.33) 씨는 “처음 한국에서 식사할 때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고 뛰는데도 아무도 혼내지 않는 모습을 보고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며 “노키즈 존이라는 유럽에 없는 기형적 장소가 생기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고 말했다.
  반면 노키즈 존 확산을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노키즈 존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주로 ‘명백한 차별이다’, ‘더 낮은 출산율을 야기하는 행위다’, ‘엄마들은 어디로 가란 말인가’ 등의 의견을 보이고 있다. 김기덕(인천시 중구.22) 씨는 “no smoking, no drug처럼 no kids는 어감부터가 지나치게 부정적”이라며 “모든 아이들이 시끄럽고 모든 부모가 아이들을 방치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키즈 존은 시끄러운 아이들을 보기 싫은 어른들이 만들어 낸 핑계거리일 뿐”이라고 전했다.
  박민희(서울시 논현동.33) 씨는 “아이가 남에게 민폐를 끼치는 존재로 인식될까 걱정이 된다”며 “노키즈 존 같은 문화가 보편화되고 일반적인 정서가 된다면 아이들에 대해 차별적인 사회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다”고 노키즈 존 확산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문 앞에서 출입 거부를 당한 남궁슬기(인천시 중구.33) 씨는 “어린아이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주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문 앞에서 발걸음을 되돌리는 일은 없도록 아이 출입을 거부하는 매장은 최소한 간판에 표시라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인터넷 카페 등의 커뮤니티에서도 노키즈 존을 비난하는 엄마들의 목소리가 늘고 있다. 한 커뮤니티에서는 ‘노키즈 존’ 지정매장 불매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시위에 나서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많은 사람들이 문전박대당하는 엄마들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보이고 있지만 노키즈 존 같은 기형적 신조어가 발생한 배경에는 부모들의 잘못된 훈육방식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산 A유치원 원장이자 아동상담가인 최명숙(경기도 고양시.52) 씨는 “낮은 출산율로 인해 한 아이 가정이 늘고 있기 때문에 하나뿐인 내 아이가 어디서 기죽지는 않을지, 자존감이 낮아지진 않을지 노심초사하며 키우는 가정이 늘어난 것 같다”며 “이 같은 훈육방식이 배경에 있기 때문에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해도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는 부모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처럼 별다른 해결책 없이 논란만 가중되자 노키즈 존과 관련된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노키즈 존에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은 크게 매장의 점주, 아이를 동반한 고객, 아이를 동반하지 않은 고객으로 나뉜다. 이 3종류의 사람들이 각자 실천 가능한 대안을 마련해야 해결을 볼 수 있다.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가 시행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아이를 동반한 고객을 위해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아이들과 어른들을 분리시켜주는 방법이다. 실제 북미지역에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가 운영하는 매장에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과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다. 공간을 분리하면 다른 손님에게 미치는 피해가 확연히 줄어들 수 있고, 부모와 아이도 눈치보지 않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운영하는 매장이 소규모일 경우 매장 내 충분한 공간이 없어 아이들 놀이시설을 구비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우 아이들의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는 그림책 혹은 인형 등을 마련해 아이들의 관심을 끌면 된다. 아이들의 집중을 유도할 수 있는 소품이 있다면 조용한 분위기를 연출해야 하는 카페에서도 아이들이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다.
  외국의 사례를 배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될 것이다. 게리 데니스(영국.41) 씨는 “유럽에는 식당이나 카페 심지어는 화장실까지 아이들을 위한 장소가 마련돼 있다”며 “식당 같은 경우 아이가 소란을 피우지 않고 식사를 마치면 10% 할인을 해주는 방식 등을 적용해 부모들의 걱정을 덜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결책을 찾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며 노키즈 존에 대해 찬성이나 반대의 입장을 명확히 하기도 쉽지가 않다. 한 쪽의 의견에 찬성하기에는 양측 모두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보니 양측의 주장이 식을 줄 모르는 것도 당연하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만큼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는 어른들이 서로 한발씩 양보하면서 해결책을 이끌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야 할 필요가 있다.
 

박규빈 기자

wilshere@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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