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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4.03.11 월 17:12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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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호
인생의 마지막 선택 ‘화장(火葬)’
제 884 호    발행일 : 2014.11.03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전국 화장률이 76.9%로 최종 집계됐다고 밝혔다. 20년 전 전국 화장률이 불과 19.1%였던 것과 비교했을 때 4배 넘게 높아진 수치다. 지난 9월 말 전국 55개 화장장에서는 하루 평균 561건의 화장을 처리했다. 하루에 가능한 화장 건수가 800여 건임을 감안하면 현재로선 화장수요를 충족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2020년에 전국화장률이 90%를 넘길 것으로 예상돼 일부에서는 자칫 ‘화장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생기고 있다. 이에 화장에 대한 사회구성원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매장보다 화장을 선호하는 사회
  우리 학교 중앙도서관을 직접 방문해 젊은 층을 대상으로 화장에 대한 의견을 들어본 결과 대부분의 젊은 층은 화장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도서관에서 만난 우리 학교 강봉모(고고미술사학과.14) 학생은 “지금 젊은 층에서는 조상의 묘를 자주 찾아가거나 관리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아무래도 관리하기 편한 화장을 선호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오승원(정보통계학과.09) 학생도 “매장 같은 경우 토지이용면적이 넓기 때문에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에서는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효율적인 국토관리를 위해서라도 정부 차원에서 화장을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중앙공원을 직접 방문해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의견을 들어본 결과 대부분의 중.장년층에서도 화장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 전에 친형의 묘를 이장해 화장했다는 김형중(청주시 상당구.73) 씨는 “자식들이 묘소를 찾는 경우가 드물어 결국 친형의 묘를 이장해 화장했다”며 “선친의 묘도 같이 화장하려 했으나 일부 집안 식구들이 반대해 실행에는 옮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2013년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장례문화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20대 전체 사망자 중 99.5%가 화장됐고, 60대 이상 노년층 사망자 중에서 72.6%가 화장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매장한 묘지를 다시 화장하는 것에 대한 집계는 되지 않아 실제 화장률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화장을 선호하는 것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정부 차원의 산업단지 조성과 지자체의 도로건설 같은 대규모사업에는 부지 확보가 전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화장 장려라는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모습은 보건복지부가 매년 발간하는 ‘장사업무 지침’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올해 지침에서는 화장장 건립에 대한 지자체 국비보조금 지원과 매장지의 제한구역 설정이 새로 포함돼 있었다.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과 김신호 주무관은 “보건복지부가 화장장 건립에 직접 관여하지 않지만, 화장장 관련 법률안 제출이나 국비보조금 확보를 통해 부수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며 “화장장 건립 지원을 통해 주민들에게 보다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늘어나는 화장률에 주민부담 커져
  일부에서는 화장률 증가로 인해 자칫 ‘화장대란’이 일어날까 우려하고 있다. 기자가 방문한  청주시 목련공원(화장장)은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화장로가 쉴 틈 없이 가동되고 있었다. 최근에는 분묘를 관리하기 힘든 사람들이 조상의 묘소를 이장해 화장하는 경우도 부쩍 늘어났다. 목련공원에서 근무하는 청주시 시설관리공단 주희준 팀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화장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현재 모든 화장로를 가동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화장이 밀리다 보니 현재는 12시간 정도 연장 근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또한, 보건복지부에서 관리하는 ‘E 하늘 장사정보 시스템’에 접속해 화장예약현황을 확인한 결과, 청주시 목련공원을 비롯한 전국 55개 화장장 대다수가 예약이 완료돼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타 지역의 화장장을 찾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실제로 서울시 화장수요의 17.9%는 인천시와 경기도에서 분담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화장장이 타 지역주민에게는 화장장 비용을 최대 10배 이상 부과하는 경우가 많았다. 결국 본인의 지역에서 마땅한 화장장을 구하지 못하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타 지역에서 비싼 비용을 치루고 화장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각 지자체에서는 타 지역주민을 위한 화장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충청북도의 경우 괴산군, 단양군, 보은군 등 총 6개 군에서 화장 비용을 일부 지원하는 것으로 확인 됐다. 그러나 음성군, 증평군의 경우 아직 별다른 화장 비용지원에 대한 조례가 마련돼 있지 않아 타 지역주민들이 아직도 화장비용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장사업무 지침’을 보면 우리나라는 화장로 1기당 하루 평균 2.3건을 처리하는데, 서울, 부산과 같은 대도시의 경우 화장로 1기당 하루 평균 4건을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이 화장로 1기당 하루 평균 1.3건을  처리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전국 대부분의 화장장이 과부하가 걸린 상태다. 대전보건과학대학교 장례지도학과 김철재 교수는 “최근 기업에서도 화장장을 지을 수 있도록 법률안을 개정했지만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라 어느 기업에서도 섣불리 추진하려 하지 않는다”며 “지금처럼 지자체 중심으로 화장장을 건설하는 방법만으로는 수요를 따라가기 버거울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화장장 건립에 골머리 앓는 주민과 지자체
  최근 화장률이 높아지면서 각 지자체에서는 화장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화장장 건립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주민과 의회의 반발로 화장장 건립이 무산되거나 공사가 중단되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경상북도 구미시는 옥성면 농소리 지역에 11만 1,854㎡ 부지를 매입해 화장로 8기를 갖춘 화장장을 건립할 계획을 세웠지만, 주민 피해보상과 화장장 주변 편의시설 설치를 위한 주민지원기금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못하면서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결국 매입한 부지는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잡초만 무성한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구미시 사회복지과 지수진 주무관은 “화장장이 없어 주변 김천시와 상주시의 화장장을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급증하고 있는 구미시의 화장률을 해소하기위해 화장장 건립계획을 세웠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현재는 주민반대로 인해 공사를 중단한 상황이고 차후 공사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화장장 건립을 위해 구미시와 정부는 273억 원을 공사 예산으로 책정했는데, 화장장 건립이 장기화되면서 공사비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충청북도 내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2013년 충청북도 진천군은 국고보조금을 합한 15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21만 9,000여 제곱미터 부지에 화장장을 건립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주민 혐오시설이라는 인식과 진천군의회의 조례안 제정이 지지부진해 화장장 건립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에 진천군은 지난해 10월 주민 1,100여 명을 대상으로 화장장 건립여부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86.6% 찬성표를 얻었으나 지난 7월 감사원으로부터 여론 조사의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지적을 받았다. 이 사실을 확인한 주민들이 대책위원회를 소집하는 등 크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진천군 노인정책과 관계자는 “이미 부지도 정해진 상태고 국고보조금도 받았는데 주민과 군의회의 반발로 인해 화장장 건립이 무산됐다”며 “다양한 이해관계를 잘 풀어가지 못해 아쉬운 점이 많다”고 밝혔다.
  주민들과 군의회 반발이 이어지자 진천군은 주민투표를 실시해 찬성률이 60% 이하가 될 경우 화장장 건립을 취소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결국 지난 9월 23일에 만 19세 이상 군민 1,200여 명 대상으로 화장장 건립여부에 대한 주민투표를 진행한 결과 55.6%의 찬성률이 나와 사실상 진천군 화장장 건립은 무산됐다. 진천군의회 박양규(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진천군이 주민들과 군의회를 설득하는 노력을 조금 더 했다면 화장장 건립이 지금처럼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갈등을 잘 파악해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철재 교수는 “화장장 공사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보니 갈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지자체와 주민들이 꾸준히 소통하려는 노력을 보이면서 갈등을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지금처럼 화장을 원하는 사회분위기가 계속된다면 화장장 건립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정부와 지자체가 주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할 것이다.
 

김선호 기자

preference@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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