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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냐 보완이냐, 기로에 선 단통법
제 885 호    발행일 : 2014.11.17 


지난 875호 충북대신문에서는 “휴대폰 보조금 규제 논란 그 끝은 어디인가” 기사에서 휴대폰 보조금 차등 지급에 대한 문제를 다루며 그 해결책으로 정부가 내놓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에 대한 이동통신사와 제조사, 휴대폰 판매 대리점과 시민들의 의견을 보도했다. 이후 6개월이 지난 10월 1일 단통법이 제정됐고 시행된 지 한 달 후인 11월 1일, 단통법 제정 이전과 다를 바 없이 핸드폰이 유통된 ‘아이폰 대란’이 발생했다. 소비자에게 차별 없는 혜택을 주기 위해 제정된 단통법이 예상과 달리 시작부터 진통을 겪으면서 혜택은커녕 오히려 많은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게 된 것이다. 이에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단통법이 안고 있는 문제는 무엇이며, 난항을 겪고 있는 단통법은 지금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취재해봤다.
 
단통법이란

  단통법이란 이동통신사, 대리점마다 제각각인 휴대폰 보조금을 규제하기 위해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으로 2014년 10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단통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휴대폰 보조금 내역이다. 단통법 적용 이후 휴대폰 보조금 상한선은 30만 원인데 대리점 재량으로 휴대폰 보조금의 15% 범위 내에서 추가 지원금 지급이 가능해 최대 34만 5천 원까지 소비자에게 주어지게 된다. 이 금액은 9만 원 이상의 요금제를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지급되는 금액이며, 보다 저가의 요금제를 사용하는 소비자에게는 15만 원에서 25만 원까지 휴대폰 보조금이 지급된다. 비싼 요금제를 사용하는 소비자에게만 휴대폰 보조금이 지급됐던 이전과 달리 단통법 이후 요금제에 따라 휴대폰 보조금이 차등 지급되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들이 휴대폰을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해 억지로 비싼 요금제를 선택해야 했던 폐해를 막기 위함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던 휴대폰 보조금 정책도 일주일에 한번으로 제한됐다. 이동통신사와 휴대폰 판매점은 각각 홈페이지와 대리점에 휴대폰 기종별 출고가와 보조금, 판매가 등을 투명하게 공지해야 하며 1주일 동안 변경이 없어야 한다. 이에 따라 이전과 같은 휴대폰 보조금 차별 지급은 모두 금지되며 위반할 경우 법적 처벌을 받게 된다.

단통법 왜 시행하게 됐나

  같은 기종의 휴대폰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도 구매가격이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 심지어는 수십만 원의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지난 2012년부터 ‘갤럭시S3 대란’, ‘2.26 대란’ 등의 휴대폰 대란이 발생하면서 휴대폰 가격은 이전보다 더 천차만별로 변했다. 이에 남들보다 비싼 가격에 휴대폰을 구입한 구매자들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소위 비싼 값에 휴대폰 구입한 사람들을 지칭하는 ‘호갱님’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이처럼 예상보다 훨씬 낮은 가격대에서 휴대폰 유통이 가능한 이유는 휴대폰 보조금이라는 이동통신사 지원금이 있기 때문인데 휴대폰 보조금이란 3개 이동통신사가 자사 고객을 확보하고자 휴대폰 정상 출고가를 낮추기 위해 대리점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말한다. 문제는 각 이동통신사가 휴대폰 보조금 액수를 지나치게 자주 변경하면서 같은 휴대폰을 어떤 사람은 50만 원에 어떤 사람은 10만 원에 구입하는 일이 벌어지는 등 휴대폰 시장에 혼란이 일어난 데 있었다.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휴대폰 보조금이 제각각인 가격을 만든 것이다. 이처럼 휴대폰시장의 혼란이 가속화되면서 피해를 입는 사람이 늘자 정부에서 ‘단통법’이라는 칼을 꺼내들며 휴대폰 시장에 개입했다.

누구를 위한 단통법인가

  단통법이 주목받은 이유는 정부에서 휴대폰 보조금에 대한 규제를 가하면서 하향 평준화된 가격에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기대가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와는 정반대로 휴대폰 가격은 상향 평준화됐고 사람들은 휴대폰 시장에서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단통법이 국민들의 뒤통수를 친 격인데, 단통법 제정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단통법 시행 직전에 휴대폰 제조사의 반발로 분리공시 조항(이동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각각 얼마씩 보조금을 지급하는지 명시하는 것)이 삭제됐기 때문이다. 원래대로 분리공시 조항을 포함한 법안이 시행됐다면 소비자는 미리 자신이 얼마에 해당되는 금액을 지원받을 수 있는지 사전에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분리공시 조항이 삭제돼 소비자들은 휴대폰 판매점에서 지급하는 보조금 내역을 믿고 구매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서울시 용산구의 한 대리점 관계자는 “소비자가 미리 자신이 지급받을 보조금 액수를 알 수 있다면 지금처럼 대리점이 호객행위나 하는 폰팔이 소리를 들어가면서 장사하지 않아도 소비자가 알아서 찾아왔을 것”이라며 “결국 분리공시 조항이 삭제된 단통법 때문에 이전처럼 소비자가 대리점을 믿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단통법의 가장 큰 문제는 휴대폰을 너무 비싸게 팔지 말라면서 또 싸게 팔지도 못하게 한다는 것”이라며 “싸게 팔지 않으면 대리점에 손님이 찾아오지 않는데 결국 대리점을 운영하지 말고 문 닫으라는 소리와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실속 없는 법안으로 드러난 단통법 때문에 대리점을 찾는 소비자는 줄어들고 문을 닫는 대리점이 늘어나면서 단통법 시행 한 달 만에 일명 ‘아이폰 대란’이 발생했다. 단통법 이후 휴대폰 시장이 얼어붙자 이동통신사가 일제히 휴대폰 보조금 상한선을 해지하면서 정상 출고가 79만 원짜리 휴대폰이 10만 원대로 내려간 것이다. 보조금 상한선이 풀리자 대리점 앞은 이전처럼 휴대폰을 구입하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하루아침에 많은 고객을 끌어들인 이동통신사와 당일 싼값에 휴대폰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서로 이득을 봤지만, 사전예약을 통한 정상가에 휴대폰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꼴이 됐다. 단통법 시행 전이었다면 그날 하루 소비자에게는 운 좋은 날이 됐겠지만 단통법 시행 이후에 일어난 아이폰 대란은 명백한 불법이었기 때문에 이동통신사 3사에 대한 징계조치가 있었다. 더불어 이미 개통을 완료한 기기를 제외하고 시장에 유통된 아이폰에 대한 회수조치도 진행됐다. 이처럼 정부가 급하게 후속조치를 하고 있지만 기기를 회수하게되자 소비자와 대리점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고양시 일산구의 한 대리점 점주는 “아이폰 판매 당일 100명에 달하는 예약을 받았지만  정부에서 단속을 강화하자 대부분이 예약을 취소했다”며 “기기까지 회수하다 보니 피해가 막심하다”고 전했다. 회수된 기기는 중고품으로 간주되며 이에 대한 손해액은 모두 대리점 점주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대리점이 문을 닫거나 어려움에 처한 현실이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이후 한 달 만에 발생한 이번 사태에 대한 심각성을 충분히 인지했다”며 “이동통신사 관계자들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경고와 함께 재발 방지를 촉구한 상태”라고 말했다.
  방통위가 뒤늦게 대처에 나섰지만 결국 분리공시 조항이 삭제된 단통법에 의해 소비자들은 더 이상 이전처럼 싼값에 휴대폰을 구매하지 못하게 됐고 이동통신사가 공시 없이 책정한 불투명한 가격대를 그대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결국 단통법의 최대 수혜자는 소비자도 대리점 점주도 아닌 이동통신사였던 것이다. 이후 이동통신사에 대한 비난의 여론이 거세지자 이동통신사에서는 극약처방의 일환으로 가격대를 조금 낮춘 요금제를 내놓는 등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단통법을 개정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밤새 줄서서 산 아이폰을 회수당한 김민준(고양시 일산구.24) 씨는 “단통법 이후 휴대폰 보조금이 줄어들어 신제품이 아닌 휴대폰의 가격도 덩달아 올라가는 결과로 이어져 부담이 심하던 차에 아이폰이 싸게 나와 기쁜 마음으로 줄까지 서서 구입했는데 회수당해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결국 싼값에 휴대폰을 구입할 수 없게 만든 법이 되는 건데 빠른 시일 내 개정하거나 폐지하지 않으면 불법거래 등 악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수술대 오른 단통법, 살리는 게 답일까

  미래창조과학부와 방통위는 아직 단통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조금 넘은 만큼 아직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단통법에 잘못된 점이 많다고 지적하는 국민의 여론이 거세지자 단통법 개정안이 잇달아 국회에 상정되고 있다.
  현재까지 국회에 접수된 단통법 개정안은 총 3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3건의 개정안에는 모두 미비된 분리공시 조항 의무화가 포함돼 있으며 각각 보조금 상한선 폐지, 소비자에게 차별적 지원금 지급 금지 등의 조항을 포함시켰다. 가장 최근에 개정안을 발의한 한명숙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단통법이 ‘단시간에 이동통신사 배불리는 법’으로 조롱받더라”라며 “휴대폰 보조금 상한제 폐지와 분리공시제 도입을 위한 단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라는 글을 게재한 바 있다.
  국민들도 단통법을 폐지하거나 지금과는 확실히 다른 방향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참여연대와 원혜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정치사회여론조사 전문기업 우리 리서치가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천 명을 대상으로 단통법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33.2%가 폐지를, 32.8%가 보완을, 2.9%가 현행법 유지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하지 않은 31.1%를 제외한 응답자 중 66%가 단통법 폐지 및 보완을 원하는 셈이다.
  이처럼 국민과 정치권 모두 한 목소리로 단통법 개선을 요구하며 개정안을 내놓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통통신사 관계자는 “결국 개정안을 통해 소비자의 이익을 이끌어내자는 건데 지금 당장 개정안이 나온다 해도 소비자의 이익으로 직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혼란스러운 휴대폰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단통법 개정안을 꾸준히 발의함과 동시에 이동통신사 간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법안도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아이폰 대란에서 확인할 수 있었듯이 기업은 결국 이익을 내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게 돼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직접적으로 시장에 개입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경쟁을 유도할 수 있는 새로운 법안을 만들어 통신비를 인하하게 돕는 것이 우선일 것”이라고 밝혔다.


박규빈 기자
wilshere@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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