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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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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호
겨울 추위보다 더 얼어버린 축산농가
제 887 호    발행일 : 2015.02.09 

“이거 돼지가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입에 거품만 물고 있네유.” 지난해 12월 12일 진천군 한 돼지 농가로부터 구제역으로 의심되는 신고가 들어왔다. 이후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가 해당 농가에 대한 정밀진단을 실시한 결과 전형적인 구제역(A형)인 것으로 밝혀졌다. 농림축산검역본부와 진천군은 구제역 확산을 막고자 긴급방역조치(매몰처분관리, 긴급백신접종)를 취했지만 결국 진천군을 넘어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됐다. 지난 2010년 발생한 구제역으로 인해 소, 돼지 약 330만 마리가 살처분됐던 악몽이 다시 떠올라 주민들의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농.식품부의 안일한 대처로 인해 축산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주민들은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실정이다.

 

사람과 가축 모두 ‘올 스톱’

  충청북도 진천군 장관리는 모 대기업의 축산단지가 밀집한 지역으로 구제역이 처음 발병한 곳이다. 기자가 취재 당시 방문한 진천군 장관리는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한 모습이었지만 도로 곳곳에는 방역초소가 설치되고 석회가루를 뿌리는 등 검역당국과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에서 구제역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한 익명의 방역요원은 “구제역이 처음 발병한 12월 12일 이후 매일 삼교대를 하면서 구제역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구제역이 진정되지 않는 한 방역초소 운영은 계속될 것 같다”고 의견을 전했다. 이어 그는 “밤에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다 보니 방역시설이 얼어버리는 경우도 있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구제역의 여파는 일상생활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지난달 공공서비스, 농산물, 주거와 같은 품목의 소비자 물가가 전반적으로 상승한 것과 달리 육류를 포함한 육가공품은 2.2% 감소해 경제지표에서도 구제역 여파가 그대로 드러났다.
  또한 청주시민들의 방문이 잦은 청주동물원도 구제역의 여파로 문을 닫은 상태다. 현재 청주동물원에서는 우제류를 포함한 멸종위기동물 5종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자칫 구제역이 보호동물에게까지 전염될 우려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다. 청주동물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신주현 관리자는 “작년에 청주동물원이 ‘서식지 외 멸종위기 관리 보전기관’으로 지정돼 멸종위기동물을 보호하고 있다”며 “구제역이 완전히 진정되지 않아 언제 임시휴장이 풀릴지는 사실상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관리자를 제외한 모든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차량마다 방역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선진화 없는 ‘축산업 선진화 방안’

  지난 2010년 구제역 사태를 겪은 농.식품부는 ‘가축 질병방역체계 개선과 축산업 선진화 방안(이하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의 주된 내용은 ‘축산 허가제’와 ‘가축 예방접종의무화’로, 가축전염병이 터지기 전에는 예방접종에 주력하고, 발병 시에는 모든 축산이동을 멈추는 일시정지(스탠드 스틸)제도를 이용해 발 빠른 대처가 가능한 시스템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발생한 진천군 구제역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엇 하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제도장치가 문제였다. 2010년 구제역 사태 이후, 농.식품부는 일시정지 제도를 도입했지만 이번 진천군 구제역에서는 전혀 작동되지 않았다. 또한, 농림축산검역본부 위기경보단계도 크게 격상시키지 않아 검역당국과 지자체에서 지지부진하게 대처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축산업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전과 다른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선진화 방안’이라고 부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실상 농.식품부의 대응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아 잦은 구제역이 발생하는 것인데, 예방접종과 살처분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 이다.
  무엇보다 농.식품부의 대응이 과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12월 3일 농.식품부는 이번 구제역의 원인이 가축농가의 부실한 예방접종에 있음을 보도하고 구제역에 대한 예방접종, 소독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는 살처분 보상을 삭감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보도 자료에서는 기존 과태료인 50만 원을 천만 원까지 늘리고, 소독과 의심신고를 안한 축산 농가에 대한 살처분 비용은 20%만 지원한다는 방침이 포함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축산농가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정책은 오히려 구제역 신고를 꺼리게 만들어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 학교 수의학과 강신영 교수는 “살처분을 할 때 수천만 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축산농가 스스로 부담하기에는 매우 힘들다”며 “살처분 비용 규모를 줄이면 자연스럽게 의심신고를 꺼릴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동물보호연합 이원복 대표도 “살처분 비용도 문제지만 영국 에딘버러 대학교의 논문에 따르면 돼지가 구제역을 퍼트리는 기간은 단 1.7일에 불과하다”며 “짧은 전파기간에도 불구하고 농.식품부와 지자체가 무차별적으로 가축을 살처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축산농가, 예방접종에 대한 인식전환 필요

  현재 국내에서 보편화된 구제역 사전예방법으로는 백신투여 방법이 있다. 하지만 예방접종 백신에 대한 축산 농가의 인식은 그리 좋지만은 않다. 예방접종 백신의 부작용과 거부감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예방접종 백신으로 쓰이고 있는 제품은 다국적 제약회사인 M사 제품으로 이 제품은 지난 2011년 구제역 사태 이후, 농.식품부에서 대대적으로 수입한 이래 소에게 약 90%의 예방접종 효과를 보였지만 돼지에게는 단 40%의 효과만 나타난 것으로 밝혀지면서 효율성을 의심받고 있다.
  그나마 백신에 효과가 있는 소 같은 경우에도 유산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축산 농가들이 예방접종을 꺼리고 있었다. 남이면에서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익명의 한 축산업자는 “소 같은 경우에는 키우는 마리 수가 적어 예방접종이 가능하지만 돼지와 닭은 많다 보니 한 마리씩 예방접종이 어렵다”며 “그나마 암소 같은 경우도 임신할 때 백신을 놓으면 유산할 가능성이 있어 축산업자들 대다수가 예방접종을 손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예방접종을 잘못해 암소가 유산할 때는 어느 기관이 나서서 책임지느냐”며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한, 예방접종 백신을 맞은 가축의 경우 육류품질이 떨어져 가격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축산농민들이 백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게 만들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예방접종과 암소의 유산 확률 간에 뚜렷한 연관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뿐더러, 육류품질 저하의 주요 원인이 백신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의 입장이다. 강신영 교수는 “접종과정에서 일어난 스트레스로 인해 유산 확률이 늘어날 수 있지만 유산의 주된 원인이라고는 보기 힘들다”며 “농가들이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예방접종을 꺼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접종과정에서 생긴 고름으로 인해 출하할 때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육류 품질을 크게 떨어트리지는 않는다”고 의견을 밝혔다. 

 

전문가 “다양한 해결방법을 마련해야”

  지난 2월 2일까지 구제역 발생농가는 총 71건으로 집계됐다. 살처분이 아닌 예방접종 중심으로 가축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농.식품부의 발표와 달리 살처분된 가축 수는 8만 마리를 넘어 곧 10만 마리를 눈앞을 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 예방접종과 살처분으로는 구제역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없기 때문에  근본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동물보호연합 이원복 대표는 “구제역 발생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대형축산업체의 밀집사육방식을 들 수 있는데 밀집사육은 가축들의 면역을 떨어뜨려 가축들을 쉽게 질병에 노출시키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와 기업 간 다양한 협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전문가는 공장식 밀집사육방식을 구제역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사전에 가축전염병을 차단하기 위한 국경검역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가축전염병예방법에 의하면, 축산관련종사자 중심으로 입국 후에 소지품에 대한 소독을 실시하는 것을 규정으로 하고 있지만 제도적인 의무화가 이뤄지지 않아 미흡한 검역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강신영 교수는 “가축전염병으로 인한 축산농가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사전에 해외에서 들어오는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우리나라 같은 경우 국경검역이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농.식품부뿐만 아니라 유관기관하고 연계해 체계적인 검역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호 기자
preference@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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