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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호
재선충에 병든 푸른 소나무
제 889 호    발행일 : 2015.03.23 

소나무는 겨울에도 푸른빛을 띤다. ‘세한삼우’라고 불릴 정도로 계절에 상관없이 자신의 색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소나무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세한삼우 중 소나무를 으뜸이라 여겼다. 그런 소나무가 점차 제 색깔을 잃어가고 있다. 바로 최근에 발생하고 있는 ‘소나무재선충병(이하 재선충병)’ 때문이다. 북방수염하늘소와 솔수염하늘소가 재선충병의 매개체로 밝혀지고 있는데 작년만 해도 전국 소나무 113만 여 그루가 감염됐다. 치사율이 100%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감염된 소나무가 전부 고사한 것이다. 자칫 수천년 동안 한반도에서 꿋꿋이 버텨온 소나무가 멸종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재선충병에 절개 꺾인 소나무

  소나무재선충병은 소나무에 침투해 물관을 막아 고사시키는 병이다. 하지만 재선충은 직접 소나무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솔수염하늘소나 북방수염하늘소를 매개체로 이용한다. 현재까지 재선충병에 감염된 소나무는 치료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100%의 치사율을 보이고 있다. 또한 매개체의 특성상 활동반경이 수 ㎞에 이르기 때문에 주변 소나무도 전부 감염되는 상황이다. 우리 학교 차병진(식물의학과 교수) 수목센터진단장은 는 “재선충이 소나무에 침투하면 치사율이 급격하게 높아진다”며 “특히, 강한 바람과 목재 이동으로 수백 ㎞를 넘어 확산되는 등 매개체의 활동반경이 다른 곤충들보다 넓어 다른 병에 비해 전파속도가 빠르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소나무 비율이 높아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도 밝혔다. 
  우리나라는 1988년 처음 재선충병이 확인됐다. 이로 인해 당시 부산광역시 금정산 일대 소나무 120여 그루가 고사했고, 관계당국이 정밀조사에 들어간 결과 재선충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정부는 재선충병의 국내 유입을 우려해 외국 목재의 수입을 금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반목재가 아닌 가공목재를 통해 국내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산림청 산림병충해과 정은상 주무관은 “재선충의 특성상 가늘고 실과 같은 구조로 돼있기 때문에 단순한 가공으로 처리할 때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감염된 가공목재가 제대로 검역받지 못한 채 국내로 유입된 것 같다”고 전했다.
  이후 1990년대부터 남부지방(전라남북도, 경상남북도)을 중심으로 재선충병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당시 전국 소나무 13.5%가 재선충병에 감염됐다. 상황이 악화됨을 느낀 정부는 2000년대부터 대대적인 방제작업을 실시했고, 지난 2005년에는 산림자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소나무재선충병 방제특별법’을 제정하였다. 이 법은 ▲소나무류에 대한 이동제한 ▲단속공무원의 단속권한 부여 ▲정확한 감염경로 파악을 위한 역학조사 실시 ▲소나무류 반출 시 산림청장 혹은 관할자치단체장의 검인이나 확인표 발급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진정됐던 재선충병이 다시 확산되는 추세다. 현재 산림청은 5가지 등급(극심, 심, 중, 경, 경미)으로 나눠 재선충병을 관리하고 있다. 지금까지 전국 74개 시.군이 재선충병 등급판정을 받은 상태다. 그중 관계당국 통제가 불가능한 곳도 있어 향후 재선충병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소나무의 마지막 보루 ‘안면도’


  오래전부터 충청남도 안면도 지역은 소나무가 많이 심어진 지역이다. 방풍림의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선박과 주택을 만들 때 가장 많이 활용된 것이 이 지역 소나무였기 때문이다. 나무의 품질이 전국에서 소문나면서 ‘안면송’이라고 이름이 따로 불릴 정도였다. 실제로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안면지역 소나무는 말라 죽거나 바람에 쓰러진다고 하더라도 함부로 작벌하지 못하게 하였으니, 이를 어긴 자를 추궁하여 고을 수령은 모두 율법에 의하여 처벌하게 하옵소서’라는 기록이 남아있을 정도로 안면도 지역은 중요한 산림자원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곳도 더 이상 재선충병에 안전지대 아닌 상황이다. 지난 2014년 6월 안면해수욕장 뒤편 민간인출입통제구역에서 재선충병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 소나무가 발견됐고, 이에 국립산림과학원이 정밀조사한 결과, 소나무 일부가 재선충병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남부지방에서 한정됐던 재선충병이 충청남도 금산, 논산, 보령을 넘어 안면도 지역까지 퍼진 것이다. 현재 안면도 지역은 천리포 수목원을 비롯한 총 8곳의 식물원이 위치해 있다. 특히, 안면도에 위치한 국립산림품종센터 안면지소는 99만 5,000㎡ 규모로 전국 소나무 종자의 90%를 공급하고 있어 소나무 종자를 관리하는 데 매우 중요한 곳이다.
  천리포 수목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곽우석(충청남도 태안군·27) 씨는 “최근에 안면도 지역에 재선충병이 퍼지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며 “재선충병 발생지가 수목원하고 가깝다보니 병이 퍼질까 관계자들 모두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무조건 일정반경 내에 소나무를 벌채하기보다는 자연생태계를 지킬 수 있는 방안으로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전했다.
  실제로 재선충병 발생지를 직접 취재한 결과, 곳곳에는 재선충병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소나무가 발견됐고 해안가 중심으로 소나무 고사목이 늘어나고 있었다. 이에 안면도를 방문한 시민들도 재선충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안면도에 방문한 이승용(천안시 동남구·60) 씨는 “해안가 소나무가 좋다 보니 사진촬영을 위해 안면도를 자주 방문한다”며 “곳곳에 수목원이 있어 중요한 산림자원이 훼손될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정우석(경기도 안산시·27) 씨도 “평소 매체에서 재선충병에 관한 소식을 접해보기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심각한 줄 몰랐다”며 “생태계 보호를 위해서라도 관계당국이 적극적으로 방제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계당국 무관심 속에 자라나는 재선충병


  과연 관계당국은 재선충병에 대한 제대로 된 방제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일까? 기자가 방문한 안면도 지역은 현재 충청남도 태안군의 행정관할로, 지난 2014년 재선충병 확진을 확인 받은 태안군청은 긴급방제대책반을 소집하고 총 14억여 원의 예산을 투입해 즉각적인 방제작업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확인 결과, 재선충병 발생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제 색깔을 잃거나, 고사되는 소나무를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인근 한 야산에서 발견된 나무토막에는 매개체가 침투한 것으로 추정되는 구멍이 발견됐다. 실제로 이 취재자료를 전문가한테 보여준 결과, 재선충병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차병진 교수는 “여러 장의 사진을 검토한 결과 재선충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도 있다”며 “단정을 지을 수는 없지만 매개체가 침투한 흔적으로 미뤄 볼 때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했다.
  문제는 재선충병이 안면도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는데 있다. 현재 전국 곳곳에서 재선충병에 대한 각종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예산에 비해 확산을 막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지난 2월 25일 국회 주최로 열린 ‘재선충 관리대책 마련 정책토론회’ 녹취자료에서 녹색연합 정규석 자연생태팀장은 “최근 들어 소나무재선충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적인 원인도 있지만 관계당국이 제대로 방제작업을 하지 못하는 점도 있다”며 “소나무를 상시적으로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재선충병이 발생하면 중앙정부 70%, 지방자치단체 30%로 나눠 방제비용을 분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산림청 예산은 오히려 줄어들어 자연스레 방제비용이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통계청 ‘E나라지표’에 따르면, 산림청예산은 지난 2005년부터 꾸준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13년 산림청예산이 1조 8171억 원으로 책정된 것에 비해 재선충병 방제비용으로는 단 244억 원만 배정됐다. 방제비용이 전체예산의 약 1.3%에 불과한 것이다. 이렇듯 예산이 부족하다보니 결국 방제작업이 부실하게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한국목재폐기물재활용협회 박종훈 과장은 “재선충병은 광범위하게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 방제가 중요하다”며 “일부업자들이 불법으로 가공목재로 둔갑해 판매하는 경우도 있어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협조를 통해 이에 대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문가 ‘사실상 100%방제 불가능해’


  지난 3월 산림청 정책보고 설명회에 참석한 신원섭 청장은 “2017년 내에 재선충병을 완전방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까지 재선충병 감염목을 33만여 그루로 줄이고, 2017년까지 완전방제하겠다는 것이 현재 산림청의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선충병의 완전방제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차병진 교수는 “재선충병 역시 자연생태계 구성 중 하나이며 사람이 완전 방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관리가 가능한 측면으로 재선충병을 관리해야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이어 그는 “생태계에서 많은 개체를 전염병으로 솎아내는 것은 자연적인 과정이기 때문에 무조건 나쁘게 보는 것은 좋지 않다”고 밝혔다. 한국목재폐기물재활용협회 박종훈 과장도 “보통 재선충병 방제방법은 소각, 파쇄, 약제처리가 있다”며 “이 세가지 방법으로만은 재선충병을 완전방제는 어렵고 이에 따른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새로운 방제기법을 개발하여 재선충병을 확실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재선충병 약제사용이 자칫 산림 생태계를 파괴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현재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는 ‘아바멕틴유제’와 ‘에마멕틴 벤조에이트’라는 약제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아바멕틴’에 들어있는 성분 특성상 다른 곤충들도 죽일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충주나무식물병원 유인국 원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항공방제로 이뤄지기 때문에 다른 곤충들도 죽을 위험이 있다”며 “산림청이 무분별하게 약제를 사용한다면 자칫 산림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이어 그는 “체계적인 약제 관리를 통해 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는 메뉴얼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선호 기자
preference@cbnu.ac.kr

 

 

지난 3월 6일 안면도 인근 한 야산에서 발견된 재선충병의 매개체가 침투한 것으로 추정되는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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