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7월 15일 2018년도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확정지었다. 올해보다 16.4%, 금액으로는 1,060원이 인상돼 2002년 이후 최대폭으로 인상됐다. 이제 최저임금도 올랐으니 마냥 긍정적인 미래만 그리면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투잡, 쓰리잡으로 이어가는 세상
‘알최몇’이라는 신조어를 들어본 적 있는가. ‘알바 최대 몇 개’의 줄임말이다. ‘햄최몇(햄버거 최대 몇 개)’에서 비롯된 이 단어는 두 개 이상의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생긴 신조어다. 아르바이트는 더 이상 학생들이 간단히 몇 시간 일하고 용돈을 버는 개념이 아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생계를 목적으로 하는 노동으로 변해가고 있다. 2018년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확정된 후, 많은 아르바이트생이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아직도 최저임금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많다. 최근 만나본 A씨는 아르바이트생의 간절한 입장을 토로했다.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신이 생활비를 벌어 생활하는 A씨의 예를 정리해보자. A씨는 세 가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학교에서의 일과가 끝나면 학교 앞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으로 부족하지만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수학 학원 보조 알바를 시작한다. 이후 저녁 시간도 없이 다음 아르바이트 장소인 호프집으로 이동한다. 손님들을 상대하며, 여러 잡다한 일들을 하다보면 어느새 체력도 정신도 탈진상태다. 일을 마치면 새벽 3시, 집에 들어가 바로 잠자리에 들지만 아침에 공책 배포 알바가 기다리고 있다. 잠 잘 시간까지 줄여가며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지금의 소득으로 여유로운 생활은 꿈도 꿀 수 없다. 등록금도 보태야 하고, 몇 만 원씩 하는 전공 책도 사야한다. 매번 밖에서 해결해야 하는 식사와 학교에서 진행하는 동아리활동, 그리고 여러 행사에 참여하려면 역시 돈이 필요하다. A씨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조금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되지만, 시급 7,530원으로 인간답게 생활하며 여유로운 삶을 살기에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올라가는 최저임금, 내려가는 골목상권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자의 살림살이는 조금이나마 나아질 것으로 보이는 반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인상된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에 위치한 한 편의점의 점주 B씨는 최저임금에 대한 얘기를 꺼내자 얼굴에 걱정이 가득했다. 경기 불황으로 밑지지 않고 이윤 내기도 힘든데 인건비까지 오르면 남는 게 전혀 없을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그는 “이제까지는 아르바이트생을 온종일 썼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을 덜기 위해 저녁 시간에는 조금 힘들더라도 자신이 직접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통계청에서 공개한 ‘프랜차이즈(가맹점) 통계’를 보면 편의점의 가맹점당 평균 영업이익은 연 1,860만 원으로 조사대상 12개 업종 중 꼴찌를 차지했다. 편의점장의 한 달 수입이 155만 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업장에서 현재도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하고 있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올린다고 해도 큰 타격이 없을 것이란 예상도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충청대 경영회계학부 윤창훈 교수는 “특히 노동집약적인 제조업의 경우 재료비, 노무비, 경비라는 원가의 3요소 중 노무비의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에 원가부담은 상승한다”며 “심지어 자영업자의 경우 매출이 부진하면 주인보다 고용된 자가 더 많은 소득을 획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지난 7월 18일 중소벤처기업부는 피해 보전 방안으로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소상공인과 영세중소기업의 신청을 받아 사업체 규모와 부담능력 등을 평가해 지원대상을 선정하고 3조원 내·외의 직접지원을 통해 늘어난 최저임금의 인상분을 일정 부분 지원하겠다는 방안이다. 하지만 지원대상자 선정 방식에 우려가 있고, 지원대상이 영세 소상공인에 맞춰져 있어 상당수 중소기업이 역차별을 당하게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학교 경영학부 박한순 교수는 “국가예산을 지원하는데 있어서 향후 최저임금 인상까지 고려하여 매년 얼마나 부담해야 하는지, 그리고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지 철저히 검토한 뒤 가능한 예산범위 내에서 시행해야 할 것”이라며 “또, 지금과 같이 모호하고 불평등한 지원기준은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어 그는 “국가의 무상지원정책에는 이를 악용하여 부당하게 혜택을 받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최소한이 되도록 엄격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덫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리자는 주장이 있지만 달콤한 환상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청주시 흥덕구 사창동 커피 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선주(청주시 사창동·23) 씨는 “아르바이트생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는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와야 한다”며 “하지만 내년부터 인상된 최저임금이 적용되면 지금의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한편, 최저임금이 인상돼도 전혀 수혜를 못 받는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있다. 바로 ‘장애인’이다. 현행 최저임금법 제7조에 따르면 정신.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는 최저임금 적용의 예외자로 명시하고 있다. 장애인은 최저임금 적용대상이 아닌 것이다. 실제로 장애인 노동자는 최저임금 절반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재활협회 관계자는 “최저임금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금액을 책정한 것으로 생존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장애인이라고 예외를 두면 안 된다”며 “장애인도 일반인과 동일하게 최저임금이 적용되면 가장 좋겠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일의 능률과 장애의 특성 및 등급에 맞춘 수당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1,060원에 울고 웃는 사람들
17년 만에 최대 인상률이었지만 사회의 반응은 냉담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누군가에게는 안도의 한숨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근심과 걱정의 한숨으로 다가왔다. 그렇기에 우리는 근로자와 자영업자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을 다 함께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제안하며 논의할 필요가 있다.
윤창훈 교수는 자신이 제안한 지역고용실천전략을 통해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최저임금을 무조건 하나로 통일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문제가 많다”며 “지역마다 ‘표준공정임금제’를 실시하여 지역, 업종과 직종의 난이도, 외국인 여부 등을 고려해 유형별로 최저임금을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그리고 노동자 모두를 위해서는 허황된 조언이나 한낱 일장춘몽으로 끝나는 비현실적인 해결책들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최저임금에 대한 협상 타결이 어느 한쪽의 독주가 된다면 그것은 양날의 검으로 되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은 누구나 수용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해야하는 최우선과제로 남았다.
우하연 기자
hy20@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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