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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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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송희
공정방송 위한 싸움, 국민 마음 돌릴까?
제 922 호    발행일 : 2017.09.18 

지난 1월 20일 ‘MBC 막내기자들의 반성’이라는 제목으로 유튜브에 4분이 채 되지 않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2013년에 입사한 MBC 보도국 사회부의 이덕영, 곽동건, 전예지 기자가 등장한다. 이들은 동영상에서 지난 4년간 MBC가 망가진 과정과 함께 MBC의 보도 행태를 자성했다. MBC는 촛불 집회에 관한 기사를 축소 보도하고, JTBC가 입수한 태블릿의 출처에 대한 의혹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또한 뉴스 시청률이 2%가 나오자 보도본부장이 ‘중심을 잘 잡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며 기자들을 격려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이뿐만 아니라 MBC 뉴스를 소시지빵과 멧돼지가 점령했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MBC는 국민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 다시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기 위해 지금 KBS와 MBC 노조는 총파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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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와 MBC를 국민의 품으로

  기자는 KBS.MBC 총파업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을 취재하기 위해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8번째 ‘돌아와요! 마봉춘 고봉순(이하 돌마고) 불금 파티’를 찾았다. 이 행사는 지난 7월 13일에 발족한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에서 주최하고 있다. 이날 1부 행사는 저녁 5시 30분부터 시작했으며 ‘KBS.MBC 공동파업 언론노조 결의대회’가 열렸고, 2부 행사는 이들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함께 참가해 열기를 더했다. 돌마고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주변에서 행사를 끝까지 지켜보는 시민들도 여럿 있었다.
  2부 첫 발언자로는 사단법인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이하 416 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이 나서 파업지지선언을 했다. 그는 “망가진 언론의 피해자는 여러분이 아니라 바로 국민들, 그리고 예은이 아빠인 나다. 진도체육관, 팽목항에서 나를 두 번 죽인 건 여러분의 사장이 아니라 그 현장에 있던 여러분이었다. 우리가 영정을 들고 KBS를 찾아갔을 때, 그 앞에서 울부짖을 때 과연 여러분 가운데 누구하나 찾아와 미안하다고 말한 사람이 있었냐”고 꼬집었다. 끝으로 그는 “공정언론은, 언론의 독립성은 대통령이 만들어주고 국회가 만들어 주는 게 아니다. 여러분들이 양심을 걸고 여러분들의 삶을 내걸고 언론의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 여당, 사장이 누가되던 끝까지 언론의 독립성을 지켜낼 수 있다. 여러분의 힘으로 여러분이 바라는 언론을 만들어야 여러분의 틈바구니로 ‘기레기’가 단 한 마리도 숨어들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며 파업지지 선언을 마쳤다. 이날 돌마고에 참가한 기자들은 유경근 집행위원장의 발언을 들으며 고개를 떨구었고, 눈물을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이날 2부 행사에 참가한 남다진(서울시 마포구·23) 씨는 “416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의 지지발언을 들으면서 공감했다. 이번 파업이 단순히 파업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공정보도를 할 수 있는 공영방송으로 거듭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또 다른 시민 참가자 이혜경(서울시 마포구·27) 씨는 “영화 '공범자들'을 보고 최승호 PD 페이스북을 팔로우해 정보를 알고 이 자리에 참가했다. 공영방송으로서 공정방송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이번 파업이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2012년 이후 5년만의 총파업

  MBC의 파업은 지난달 3일 <PD수첩>의 제작 중단이 시사제작국 전체로 확산되면서 시작됐다. 9일 콘텐츠제작국, 11일 보도국, 17일에는 비보도국과 편성PD, 18일 아나운서와 드라마PD, 21일 예능PD와 라디오PD 등이 제작 중단에 동참했고, 마침내 지난 4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했으며, 여기에는 KBS도 동참했다.
  지난 4일 0시부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와 MBC 본부(이하 KBS본부노조, MBC본부노조)는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며 대대적인 총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은 점차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TV.라디오 프로그램 제작에 차질을 빚고 있다. 파업 규모를 보면 MBC본부노조 2,000여 명, KBS본부노조 1,500여 명이 참여했고, 구노조라고 불리는 KBS노동조합도 지난 7일부터 파업에 합류했다.
  파업으로 인해 현재 MBC는 여러 라디오·TV 프로그램 제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표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은 지난 9일 정규방송이 무산됐으며, 라디오는 FM4U와 표준FM 모두 정규 프로그램이 결방되고 ‘라디오 음악여행’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채워지고 있다.
  파업으로 인한 방송중단 사태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시민은 긍정적인 입장이다. 김민지(춘천시 후평동·23) 씨는 “평소 좋아하던 예능프로그램을 못 보는 것은 아쉽지만 공영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위한 파업을 지지한다. 이번 파업을 통해 공정한 언론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1일 검찰은 부당노동행위 혐의 조사에 불응한 김장겸 MBC 사장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그는 5일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에 자진 출두해 “취임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으며, 무소불위의 언론노조를 상대로 무슨 부당 노동행위를 했겠느냐”며 혐의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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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MBC뿐만 아니라 지역MBC도 망가져

  MBC본부노조는 파업 목표로 ▲김장겸 사장과 MBC경영진 사퇴 ▲편성의 독립과 방송 제작의 자율성 쟁취 ▲MBC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법 개정 ▲지역 네트워크 복원을 내세우고 있다. 이중 지역 네트워크 복원은 지난 수년간 낙하산 사장의 부실 경영으로 악화된 지역 MBC를 살리자는 취지다.
  MBC본부노조 이태문 청주 지부장은 “그동안 지역MBC는 정권의 입장을 대변하는 서울 경영진 지시대로 움직이면서 장악됐다.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편향적인 인사뿐만 아니라 사장의 무능함 때문에 프로그램 질이 점차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김재철, 안광한, 김장겸 사장을 거치면서 MBC가 보수 편향적인 이미지로 굳어져 지역민의 외면을 받고 이것이 광고매출 급감으로 이어져 경영난까지 겪게 됐다”고 토로했다.
  원래 150명이던 MBC충북의 정규직 직원은 현재 45명으로 줄었다. 정규직 감축을 통해 비용절감을 한 것이다. 다른 지역 MBC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태문 지부장은 “지역 MBC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사장 선임 구조를 만들어 사장을 선출해야 한다. 아직까지 구체화된 것은 없지만 지역민에게 공정방송을 제공하기 위해선 정당한 공모절차와 심사과정이 필수”라며 지역 MBC 사장 선임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를 비판했다.

시급한 사장 선임 구조 개편 

  KBS와 MBC 두 공영방송이 2012년에 이어 또 다시 대규모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공영방송의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점이 부각되고 있다. 지금의 공영방송이 언론 자율성과 독립성을 잃게 된 근본적 원인이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때문이며, 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국가마다 크고 작은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공영방송은 시청자의 수신료로 재원을 충당한다. 때문에 공영방송은 민영방송보다 강한 공적 서비스가 요구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공영방송사의 지배구조를 보면 이사진 구성과 사장 선임 과정이 지나치게 정치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특히, 정권이 공영방송을 장악할 의도가 있다면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쉽게 무너질 수 있는 구조다. 그리고 이러한 사례를 지난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는 여실히 보여줬다.
  현재 공영방송 사장의 임명구조를 보면 대통령-방송통신위원(장)-이사진-사장-경영진으로 이어지는 수직구조이다. 이런 구조 때문에 공영방송의 사장은 자신을 임명한 임명권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결국 임명권자가 원한다면 공영방송은 언제고 정부의 나팔수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최진봉 교수는 지난 1월 18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개최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 공청회에서 “한국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는 정부 여당의 인사권에 의해 사장이 선임되고 정책 방향이 좌우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렇다 보니 정부 여당의 지원으로 선임된 공영방송 사장은 정부 여당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지난 7일 MBC의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유의선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가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13일에는 사퇴서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공식 접수됐고, 방통위는 곧 보궐 이사를 선임할 계획이다. 총 9명인 방문진 이사는 여권 추천 인사 6명과 야권 추천 인사 3명으로 구성된다. 유의선 이사의 사퇴로 여권 추천 이사 자리가 공석이 됨에 따라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새 이사를 추천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방문진 이사 전원을 신망 있는 인사로 교체한다고 해도 공영방송의 자율성과 독립성 침해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지금의 공영방송이 진정한 공영방송이 되기 위해서는 방송법 개정을 통한 지배구조가 개편돼야 한다.
  방송법 개정의 필요성은 지난 2012년에 있었던 공영방송 총파업 때부터 제기됐다. 이러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국회의원 162명이 공동으로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발의된 방송법 개정안은 KBS나 MBC와 같은 공영방송의 이사를 여야가 각각 7명, 6명 씩 추천하도록 하고 사장은 이사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 뽑도록 하는 ‘특별다수제’ 도입을 명시하고 있다. 해당 방송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3개월 이내에 방문진의 이사진을 새로 구성할 수 있다.

  KBS와 MBC 노조의 파업만으로 공영방송의 공영성이 회복될 수는 없다. 방송법 개정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 그리고 질책만이 공영방송의 공영성을 회복시키고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최송희 기자
shinypine@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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