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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하연
낙태한 저는 죄인인가요?
제 925 호    발행일 : 2017.11.20 


청와대에 올라온 청원으로 시작된 ‘낙태죄 폐지’논란. 이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청와대가 낙태죄 폐지 청원에 대해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 지금. 임신중절수술을 하는 것은 현실을 고려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일까, 아니면 윤리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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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란 무엇일까?

  형법 제269조 1항에서는 ‘부녀가 약물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모자보건법 제14조에 의해 합법적으로 낙태가 가능한데, 이에 해당하는 경우는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 질환이 있는 경우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해 임신된 경우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임신의 지속이 보건 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이다.
  낙태죄를 바라보는 사회의 여론도 점차 달라지고 있다. 지난 2일 <리얼미터>가 실시한 낙태죄 폐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낙태죄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51.9%,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36.2%,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1.9%로 조사됐다. 7년 전 조사한 결과에선 찬성과 반대가 각각 33.6%, 53.1% 나온 것과 비교해보면 낙태죄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화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정윤 낙태반대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낙태죄를 폐지한다면 오히려 피해를 보는 것은 여성”이라며 “여성에게 낙태를 강요하는 경우가 더욱 늘어 모든 책임을 여성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신이 선택한 행위의 결과인 생명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덧붙였다.

수면 위로 떠오르는 문제점

  하지만 무분별한 낙태를 막기 위해 1953년 제정돼 현재에 이르고 있는 낙태죄로 인해 여성들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본다는 지적도 있다. 바로 ‘배우자 동의 항목’ 때문이다. 모자보건법 제14조 1항은 합법적인 임신중절수술의 경우에도 본인과 배우자(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 포함)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 노새(활동명) 활동가는 “이 항목은 남자친구와 헤어졌거나, 이혼 소송 중인 여성에게 매우 불리하다”며 “낙태죄를 빌미로 여성과 의사를 협박하는 일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합법적으로 임신중절수술을 받을 수 있는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에도 어려움이 있다. 피해자가 성폭력을 당했다는 것이 증명돼야 하기 때문이다. 노새 활동가는 “관련 판결문이 나오기까지 길게는 1년의 시간이 걸리는데 병원에서는 고발을 염려해 판결문이 나오기 전까지 수술을 해주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것이 다 낙태가 불법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사회적 부작용”이라고 주장했다.
  그 밖에도 인터넷이나 SNS 상에서 불법으로 유통되는 낙태약도 문제다. 의사의 처방이 없기 때문에 효과는 물론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도 알 수 없다. 낙태죄 때문에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은 약을 많은 여성들이 복용하고 있어, 부작용의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학생들이 생각하는 낙태죄는?

  기자는 지난 13일 낙태죄에 대한 우리 학교 학생들의 인식을 조사하기 위해 300명을 대상으로 스티커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낙태죄에 ‘반대한다’는 답이 72%(216명), ‘찬성한다’는 답은 28%(84명)로 나왔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낙태죄를 반대하는 의견이 훨씬 높았다. 낙태죄에 반대하는 정재윤(산림학과·17) 학생은 “낙태죄가 존재하고 있는 것은 오로지 여성에게만 모든 죄를 떠넘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원치 않는 임신으로 태어난 아기와 엄마 모두에게 가혹한 일”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홍수연(생명과학부·16) 학생은 “낙태를 했다는 이유로 법적으로 죄를 묻는 것은 헌법상의 권리인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최승민(경제학과·17) 학생은 “낙태죄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태아의 생명권 보장을 이유로 드는 경향이 있는데, 태아의 생명권처럼 아기를 낳을 여성의 권리도 존중돼야 한다”며 “더욱이 현재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여성이 더 우선순위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피임을 여성에게만 강요하는 인식에 문제가 있다’, ‘준비되지 않은 출산은 부모와 자식 둘 다 행복할 수 없다’ 등의 낙태죄 반대 의견이 있었다.
  반면, 낙태죄에 찬성한다고 답한 이영광(공업화학과·12) 학생은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낙태죄를 폐지하게 된다면 낙태를 선택하는 사람이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이고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된다”며 “성인이라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한 낙태죄를 찬성하는 대부분의 학생은 ‘태아도 우리와 똑같은 생명이기 때문에 낙태는 살인과도 같다’는 의견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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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된 법안 폐지 논쟁

  지난 9월 30일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게재된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 합법화 및 도입을 부탁드립니다’(이하 낙태죄 폐지 청원)라는 제목의 글이 낙태죄 논쟁의 도화선이 됐다. 해당 청원은 “현행법은 오직 여성에게만 책임을 묻고 있다”며 “원치 않는 출산은 당사자와 태어나는 아이, 그리고 국가 모두에 비극”이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119개국에서 자연유산 유도약을 합법으로 인정한다”며 “국내에서도 합법적으로 처방받을 수 있게 하면 국민들이 제대로 된 계획에 의해 임신과 출산을 선택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청와대는 한 달 간 20만 명 이상이 청원한 게시물에 대해서는 해당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 등 책임 있는 관계자가 답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낙태죄폐지청원은 한 달 만인 지난달 30일까지 약 23만 5,000명이 청원에 동참했다. 한편, 지난 2일 ‘현행 낙태죄를 유지해 주시기를 청원합니다. 저는 미혼모가 된 여성입니다’라는 청원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등록되면서 낙태죄를 둘러싼 논쟁이 더욱 뜨거워졌다.
  낙태죄에 대한 논쟁에 대해 노새 활동가는 “낙태죄에 찬성하는 입장, 반대하는 입장 모두 낙태를 줄여야 한다는 것에는 의견이 같을 것”이라며 “생명을 존중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큰 틀에서 낙태죄를 개정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하자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최정윤 사무처장은 “여성 혼자 모든 책임을 지지 않도록 남성에게도 동일하게 책임을 지게 하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며 “여성이 사회적 약자로 내몰리지 않도록 보호하고, 함께 노력해 이견을 좁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낙태죄에 대해 찬반이 갈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찬성도 반대도 모두 인간의 존엄성을 중심에 두고 있다. 옳고 그름이 없는 문제에 당면한 지금이 사회적으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낙태법에 대한 주의 깊은 관심과 성찰, 그리고 사회적 논의를 통해 보다 실효성 있는 해법이 제시되길 기대해 본다.


우하연 기자
hy20@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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