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주최한 ‘제15회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공모전에서 청주시청 본관이 선정됐다. 이번 공모전 선정으로 청주시청 본관 건물은 근대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하지만 청주시의 신청사 건립 계획과 맞물리며, 차질을 빚고 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현재 본관 건물이 위치한 자리에 신청사 건립을 추진하고자 했으나, 공모전 선정으로 근대문화유산의 가치를 인정받으면서 본관 건물 철거를 섣불리 결정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공모에 참여한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이하 충북참여연대)는 지난 6일 논평을 통해 청주시의 조속한 공론화 자리 마련을 요구하며 청주시청 본관 건물 보존을 주장했다.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청주시는 어떤 결론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청사 건립에 브레이크 걸려
청주시청 본관을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주최한 시민공모전에 응모한 것은 충북참여연대였다. 공모 결과 청주시청 본관이 선정되면서 충북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그동안 청주시는 신청사 건립과 관련한 토론회 등에서 본관 활용 방안에 대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는 의견을 밝혀 왔다. 이제 청주시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본관 건물의 활용방안에 대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다양한 시민의 의견을 모을 때다. 역사박물관으로 활용하고 있는 충남도청도 우리에겐 좋은 본보기다. 역사관, 복합 문화 공간 등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청주시가 조속히 공론화의 장을 열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주시는 “그동안 청주시에서는 새로운 통합시청사 건립과 관련해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 내용 중 본관에 대한 다수의 의견이 개진됐으며, 철거.활용.존치 등 다양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었다. 대다수 시민들은 새로운 시청사가 열린 공간으로 계획돼 시민이 각종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건축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현재 신청사 건립을 위한 시청사 부지가 협소하고, 본관 건축물이 부지 중앙에 있어 건축 계획 시 많은 제약이 따르는 등 효율적 배치가 나올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었다. 그러는 중에 일부 시민단체에서 본관을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 및 보존하기 위한 운동을 벌이는 것과 관련해 우려되는 사항이다”라는 내용의 입장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공모전에 선정됐다고 해서 청주시청사가 문화재로의 가치를 인정받아 보존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며, 선정 결과에 대한 시상은 단지 공모 참여 행위(발굴)에 대한 시상일 뿐”이라며 “본관 존치 및 활용 여부는 각계의 전문가 및 시민들의 합의 과정을 거쳐 결정돼야 한다는 것이 청주시의 기본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강제성은 없지만, 시민들 인식 환기가 목적
충북참여연대가 청주시청 본관을 응모한 공모전은 한국환경기자클럽과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공동 주최하고, 환경부와 문화재청의 후원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지난 2000년도부터 시작해 올해로 15회를 맞이했다. 공모전을 통해 훼손 위기에 처한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지역주민, 그리고 NGO 단체들이 직접 제안해 사회적 관심을 확산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응모대상은 ▲우수 자연 생태구역 ▲경관이 아름다운 자연환경 및 농촌 마을 ▲중요 동식물 서식지 등 자연유산과 훼손 위기에 처한 ▲역사문화유적 ▲전통마을 및 가옥 ▲근대건축물 ▲교통.통신 및 군사시설 등의 문화유산이다. 개인이나 단체 모두에게 응모자격이 있으며, 과거 응모했다 선정되지 않은 지역도 다시 응모할 수 있다. 올해의 경우 지난 7월 1일부터 8월 30일까지 2개월 동안 접수를 받았고, 충북참여연대는 접수 기간 마지막 날인 8월 30일에 청주시청 본관을 접수했다. 응모한 대상은 환경 및 문화유산 전문가들의 내용심사와 현장 심사를 거쳐 최종 선정이 결정된다. 청주시청의 경우 내용심사를 거쳐 지난 9월 18일에 현장조사가 결정됐고, 그로부터 6일 뒤인 24일 내셔널트러스트 자문위원들이 시청을 방문했다.
청주시의 주장대로, 공모전에 당선됐다고 해서 문화재로의 가치를 인정받아 보존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면 해당 공모전은 이번 대립에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박도훈 부장은 “이 공모전은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문화유산이나 자연유산을 시민들이 공모를 통해 발굴하고 잘 지키고자 하는 행사”라며 “주변에 있는 자연.문화유산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환기하기 위한 ‘운동’이기 때문에 공모전에 선정됐다고 해서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청주시청 본관 문제는 여론, 문화적 정서 등을 고려해 청주시가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시청 본관의 문화유산으로서 가치
지금의 청주시청 본관 건물은 제13대 이준영 청주시장 재임 시절인 1965년 강명구 건축가의 설계를 바탕으로 지어져 올해로 지은 지 52년이 됐다. 청주시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건물을 보전하기 위해 신청사 건립 계획을 훼손하는 것보다는 비용과 시간적 효율성을 고려해 본관을 철거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반면, 충북참여연대 오창근 사회문화국장은 “지난 2015년 7월 문화재청은 ‘전국 65개의 공공기관 건축물에 대해’라는 공문에서 ‘50년 이상 된 현대 공공기관 건축물 중 희소성, 건축미 등의 가치가 있으면 등록문화재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며 “이번 공모를 통해 그 가치를 인정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효율성만으로 건물을 철거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 따르면, 청주시청 본관 건물이 공모에 선정된 것은 청주의 별칭으로 불리는 ‘주성(舟城)’을 잘 표현했기 때문이다. ‘주성’은 물 위에 배가 떠 있는 모습을 일컫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설계한 점도 꼽았다. 이 건물이 지어진 1965년의 공공기관이나 학교 등은 대부분 권위적이지만, 청주시청 본관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당시 설계도면을 확인해 보면 배 모양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본관 건물 옥상에는 선박 굴뚝 모양을 형상화한 기둥도 확인할 수 있다.
오창근 사회문화국장은 “훗날 미래세대를 생각한다면 섣불리 근대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시청 본관 건물을 철거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본관 건물을 보전해 시민들에게 열린 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전했다.
충분한 공론화 필요해
한편 청주시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시청 본관 건물 보전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시의 계획대로라면 현 청사 건물을 모두 철거한 뒤 새 청사를 지어야 한다. 하지만 부지 중앙에 있는 본관 건물이 철거되지 않으면 계획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몇몇 지역 언론은 보도를 통해 본래 계획이 변경되면 신청사 건립비용이 41억 원 정도가 추가로 발생한다고 한다. 하지만 청주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추가 비용은 근거가 없는 내용”이라며 “아직 공론화를 위한 세부적인 계획은 없지만, 건물 보전 여부에 대해서는 시민들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창근 사회문화국장은 “현재 청주에는 근대문화유산으로 가치가 있는 자연이나 문화유산이 많다”며 “하지만 관심을 두지 않으면 이러한 유산을 발견하지 못하고 결국에는 없어지게 된다”는 의견을 전했다.
과거 청주에서는 가치를 발견하지 못해 철거된 안타까운 문화유산이 있었다. 문화동에 있는 옛 중앙초 자리가 그 경우다. 현재 옛 중앙초 운동장은 주차 공간으로 쓰이고 있는데 이를 위해 강당을 철거했다. 하지만 철거된 강당은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건물로 백두산에서 생산된 목재를 재료로 사용해 지어졌다. 당시 시민단체에서 근대문화유산 지정을 추진하고 있었지만, 교육청이 철거를 결정한 것이다. 청주시청 본관 문제도 보존과 철거 중 어느 쪽이 더 가치 있는 일인지, 공론화를 통한 신중한 논의와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송희 기자
shinypine@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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