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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하연
스펙 없는 이력서, 있나요?
제 926 호    발행일 : 2017.12.04 

‘내 이력서 사진이 취업에 걸림돌이 되진 않을까?’, ‘유명 대학에 주눅 들어 말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취업을 준비해 본 사람이라면 이런 고민을 한 번쯤은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최근, 이 같은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채용 방식이 등장했다. 채용 과정에서 출신 지역, 학력, 가족관계, 외모 등 편견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들을 배제하고, 직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능력만을 중심으로 채용하는 ‘블라인드 채용’이 그것이다. 블라인드 채용이 공기업과 민간 기업으로 확산되면서 취업준비생들 사이에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취업준비생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블라인드 채용에 대해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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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시장에 불어온 새로운 바람

  지난 7월 5일 정부가 ‘평등한 기회.공정한 과정을 위한 블라인드 채용 추진방안’을 발표하면서 322개의 공공기관 전체에서 블라인드 채용이 의무화되기 시작했다. 이후에는 149개의 지방 공기업에서도 블라인드 채용이 진행됐으며, 현재는 민간 기업 및 대기업으로까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지난 7월 13일 정부가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에 배포한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에서는 입사지원서 내 인적사항 기재를 최소화하고, 출신 학교나 전공은 기재하지 않도록 돼 있다. 대신 해당 직무와 관련된 자격증 유무와 경력을 적도록 하고 있다.
  현재에도 많은 기업이 블라인드 채용을 이어가고 있다. 신한카드는 성별.나이.학력 등을 배제하고 디지털 역량만을 평가해 채용하는 ‘디지털 패스’ 전형을 만들어 이름과 연락처, ‘디지털과 카드’에 대한 발표로만 채용을 진행했다. 또한, 카카오 기업은 채용 공고와 함께 올라온 지원 자격에 ‘학력/전공 무관’을 적어놨고 대신 컴퓨터 프로그램 수행 능력을 검증하는 온.오프라인 코딩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여론은 어떨까? <리얼미터>가 실시한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국민 여론을 보면 ‘차별을 없애고 공정한 채용 기회를 제공하므로 찬성한다’ 68%, ‘객관적 평가가 어렵고 역차별을 일으킬 수 있어서 반대한다’ 23.1%, ‘잘 모르겠다’ 8.9%로 조사됐다. 찬성 의견이 반대 의견보다 약 3배 정도 높게 조사돼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압도적인 것을 알 수 있다.

블라인드 채용을 둘러싼 논란

  블라인드 채용을 환영하는 분위기 속에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가장 크게 엇갈리는 의견은 ‘학력’ 문제다. 취업준비생인 최민정(청주시 흥덕구·26) 씨는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되는 것은 역차별”이라며 난색을 보였다. 이어 그는 “피땀 흘려 좋은 대학에 들어왔고 취업을 위해 학점과 어학 점수를 잘 받으려 열심히 노력한 것이 다 물거품이 되는 것 같다”며 “불필요한 스펙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채용 과정에서 노력 끝에 얻은 모든 것을 배제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인사담당자들도 블라인드 채용이 고민인 것은 마찬가지다. 한 익명의 인사담당자는 “기업에서는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한데 그동안 스펙이 그런 역할을 해 왔다”며 “블라인드 채용을 위해서는 스펙을 대체할 선발 기준이 필요한데, 아직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해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 학생들에게 묻는다

  기자는 지난달 27일 블라인드 채용에 대한 우리 학교 학생들의 인식을 조사하기 위해 300명을 대상으로 스티커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블라인드 채용이 학벌주의를 해소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그렇다’는 답은 42%(126명), ‘그렇지 않다’라는 답은 58%(174명)로 나타났다.
  ‘학벌주의를 해소할 수 없다’고 답한 윤지혜(고고미술사학과·17) 학생은 “오직 실력만으로 채용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지만, 자기소개서만으로 능력을 검증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고 걱정했다. 또한 조은애(국어교육과·17) 학생은 “학력에 의한 차별 없이 모두 똑같이 시작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며 “다르게 생각해보면 학력과 공인시험 점수가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인 채용방법이다”라는 의견을 전했다. 이외에도 ‘블라인드 채용이 시행되면 오히려 기업에서는 다른 까다로운 기준을 만들 것이다’, ‘전문성이 필요한 곳은 학벌을 공개해야 하는 것은 여전하기 때문에 효과가 없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반면, ‘학벌주의를 해소할 수 있다’고 답한 소민호(철학과·11) 학생은 “채용과정에서 학벌이 그 사람의 능력을 말해줄 수도 있지만, 선입견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직무와 관련된 능력을 중심으로 채용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오래전부터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 외국계 기업을 보면 긍정적인 효과가 더 많은 것 같다”는 의견을 줬다. 또한 유권무(경제학과·15) 학생은 “낮은 학벌 뒤에 가려진 인재들에게도 채용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외에도 ‘학벌이 업무에서의 역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학벌이 주는 선입견은 배제돼야 한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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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채용의 첫걸음

  보통 서류심사, 필기시험, 면접 순으로 진행되던 채용과정이 블라인드 채용의 도입으로 필기시험과 면접 비중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필기시험은 채용분야별 직무능력을 중요시해 NCS(국가직무능력표준)에 기반을 두고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 학교 취업지원본부 안병민 팀장은 블라인드 채용이 더 합리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NCS를 활용한 전공진로지도 강화’를 제안했다. 그는 “블라인드 채용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학과별로 전공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업종과 직무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취업준비생들에게 “기준 없이 무분별하게 자격증과 대외활동에 집중하기보다는 자신의 직무능력을 발견할 수 있는 인턴십과 활동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라며 “특정 회사를 진로로 선택하기 보다는 자신의 적성과 직무능력에 맞는 진로와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올해의 취업시즌도 끝나가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이 시작되고 있지만, 여전히 ‘역차별’과 같은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았다. 불필요한 정보를 기재하지 않고 능력으로만 채용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더 세부적인 사항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하루빨리 모든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공정한 기회를 통해 채용되는 희망이 실현되길 기대해본다.


우하연 기자
hy20@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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