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신문방송사 충북대신문 The Chungbuk Times 교육방송국
전체기사종합취업대학사회광장사람특집문화동영상뉴스포토학술현상공모전문학
최종편집 : 2023.11.27 월 18:07
사회
사회 섹션
확대축소프린트
 양서영&이종우&전우민
우리 도시의 새로운 얼굴, 밤고개
제 957 호    발행일 : 2021.05.03 

1.jpg

무형의 것에 어떻게 수명을 매기겠냐마는, 도시의 낡음은 추억과 허망으로 숨 쉬고 있으니 일종의 생물적 개념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오래된 도시에는 여러 얼굴이 있고 유구한 ‘낡음’을 가진 이곳 청주도 마찬가지다. 내덕1동의 밤고개는 과거 청주 진입로로써 돈과 사랑이 넘쳐났지만, 지금은 그저 쇠퇴한 홍등가의 애환을 남긴 채 멎어 있는 상태다. 하지만 최근 이곳에 새로운 물결이 일고 있다. 마치 별세계처럼 해와 달 아래 얼굴을 바꾸던 밤고개, 그 변화의 과정을 따라가 봤다.


밤고개 변화의 시작, 도시재생 뉴딜

  도시재생은 공공의 지원이 필요한 쇠퇴 지역을 지역 내 고유한 특색을 살려 경제, 물리, 사회, 문화, 복지 측면에서 그 기능을 개선하고 활성화하는 사업이다. 기존의 대규모 하향식 재개발·재건축과는 달리 지역민 주도의 점진적 개발이라는 부분이 핵심이다. 도시재생은 지난 2013년 도시재생특별법 제정 후, 현 정부 출범과 함께 ‘도시재생 뉴딜’이라는 이름으로 거듭났다. 우리 청주시 역시 지난 2017년부터 국토교통부로부터 도시재생 뉴딜 시범사업에 선정돼 이듬해 도시재생활성화계획 승인 고시 후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청주시 도시재생 뉴딜 대상 지역은 ▲내덕1동 ▲영운동 ▲운천·신봉동 ▲우암동이며, 내덕1동과 영운동은 주거지원, 운천·신봉동은 일반근린, 우암동은 중심시가지로 나눠 진행 중이다. 그중 내덕1동의 도시재생 뉴딜은 추진 당시 청주농고 인근의 내덕동 일대에서 계획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인근 밤고개 일대의 유흥업소도 정비해야 한다는 주민 여론이 높아졌다.

2.jpg

  밤고개 일대는 이른바 ‘빨간집’이라고 불리는 업소들이 대로변에 줄지어 있는 대표적인 유흥업소 밀집 지역이다. 오창·청주공항에서 청주 시내로 진입하는 관문임에도 어두침침한 조명과 낯뜨거운 영업으로 주민들조차 접근을 꺼려온 세월이 벌써 50년이 넘었다. 광복 직후 밤고개 인근에는 연초제조창이라는 대규모 산업 시설이 개설됐고, 이는 가히 청주를 먹여 살렸다고 할 수 있을 만큼 큰 영향력을 끼쳤다. 연초제조창 덕에 밤고개는 빛이 가시지 않는 불야성이었고, 시간이 지나 현재는 10여 곳 이상이 영업을 중단해 예전 같지 않지만 아직도 일부 유흥업소는 여성 접대부를 두고 호객행위를 해 민원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실제로 인근 거주 중인 전명애(청주시 청원구·40) 씨는 “영업을 시작하는 시간에 노골적인 옷을 입고 나와 있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았고, 가끔은 교복을 입은 미성년자에게도 호객행위 하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한다”라며 우려를 표했고, 이용철(청주시 청원구·44) 씨는 “밤고개 일대는 유흥가일 뿐만 아니라 우범지대기 때문에 청주의 발전과 주민들의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을 위해서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이에 청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 사업지원1팀 홍의동 팀장은 “밤고개 일대는 과거부터 청주 시내의 초입으로 활성화된 구역으로, 타지에서 외부인들이 방문할 때 북측 진입로의 유흥업소 전경이 펼쳐져 도시 미적 측면에서 좋지 않았다. 그러던 중 도시재생 뉴딜사업 선정과 해당 지역 주민들의 변화를 원하는 목소리에 힘입어 지난 2019년부터 청주시의 오랜 숙원사업 중 하나인 밤고개 일대의 도시재생 뉴딜을 시작하게 됐다”라고 밤고개 일대가 사업에 포함된 계기를 설명했다.

직접 만드는 우리의 도시

  밤고개를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은 각계각층에서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우선 공공사업 측면에서 청주시의 도시재생사업과와 도시재생지원센터, 그리고 내덕1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가 도시재생 뉴딜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부분의 업무를 분담하고 있다.
  그리고 해당 지역의 주민을 중심으로 지역 공동체 내의 협력과 소통도 이뤄져, 일례로 지난해 내덕1동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일환으로 개최된 ‘밤고개 활성화를 위한 문화·예술 전문가 집담회’는 분야별 대표성이 있는 전문가뿐 아니라 지역별 주민대표도 참가했다는 점이 돋보였다. 홍의동 팀장은 “도시재생 뉴딜이라는 사업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가 주민참여다. 따라서 세미나 등의 프로그램 진행 시 항상 주민대표를 포함해왔다. 그 이유는 주민들이야말로 도시재생 뉴딜의 수혜자이자 동시에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도시재생 뉴딜은 주민 참여사업을 표방하며,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이 직접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드는 과정이다. 주민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와 수평 선상에서 소통하며 의견을 나눠야 한다”라고 주민참여형 도시재생 뉴딜의 의의를 밝혔다.
  우리 학교 도시공학과 반영운 교수 역시 “도시재생 뉴딜에서 주민은 주인의 역할을 해야 한다. 주민이 주도하게 되면 단기적으로는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주민의 역량이 강화되고 공동체가 복원되면 민·관의 협력도 증진돼 중장기적으로는 더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경험 축적은 도시재생 뉴딜의 지속성을 담보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지역을 자립시키는 근간이 된다. 청주시는 85만의 대도시로 행정체계도 타 도시보다 큰 편이다. 이러한 대도시에서 추진되는 주민참여는 주민 개개인의 목소리, 도시의 구체적인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이기도 한다. 타 도시에 비해 도시재생 뉴딜의 기획력이나 프로그램의 다양성은 우수할지 모르지만 주민들의 실제 필요에 대응하는 현장 맞춤형 프로그램이나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게 하는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즉, 주민의 참여가 아닌 주민 스스로 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게 하는 주민주도의 도시재생 뉴딜로 나가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렇듯 주민이 주인이 되는 지역 공동체의 활발한 소통은 ‘도시재생대학’을 비롯한 각 지역의 주민 커뮤니티 등에서 이뤄진다. ‘도시재생대학’은 기존의 물리적 환경개선 사업이 아닌 ▲원도심 쇠퇴 ▲지역 불균형 개발 ▲공동체 붕괴 등의 문제를 논하는 일종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주민들이 청주시 소재 대학의 교수와 함께 직접 본인의 도시의 뉴딜 방안을 기획하는 자리다. 이때 주민들에게 도시재생 뉴딜의 기초를 가르쳤던 교수는 다시 총괄코디네이터로서 주민들과 함께하는 간담회에 참가하게 된다. 즉, 지역 공동체 안에서 일어나는 선순환인 것이다. 이에 반영운 교수는 “주민 주도의 도시재생 뉴딜을 실현하기 위해 총괄코디네이터가 적극적으로 주민과 소통해야 한다. 더불어 자발적이고 자립적으로 사업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교육, 체험, 실행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할 필요가 있다. 사업성과를 빠르게 내기 위해서 주민의 능력이 배양되기 전에 전문가나 사업시행사가 먼저 사업을 끝내버리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된다”라고 당부했다.

문화·예술로 물드는 밤고개

  ‘문화·예술이 있는 마을’이라는 테마처럼 예술의 물결은 밤고개를 물들이고 있다. 지난해 열린 ‘밤고개 : 시간의 조각’에 이어 ‘유령 : 시간이 어긋나 있다’ 전시회는 문을 닫은 유흥업소를 활용해 밤고개 일대의 인상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였다. 물리적 사업이 진행되기 전 비어있는 건물에 파일럿 형태로 진행된 전시였지만, 밤고개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기에는 더할 나위 없었다.
  특히 ‘유령 : 시간이 어긋나 있다’ 전시회는 청주를 베이스로 전국적으로 활동하는 김윤섭 작가가 공동기획자로 참여했다. 김 작가는 “저는 청주 태생이기 때문에 밤고개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작년에는 청주시가 이곳을 문화 향유지로 바꾸고자 개발 중이라는 소식을 알려와 직접 그 일대를 둘러보기도 했다. 밤고개는 청주의 진입로 중 하나로 청주시의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공론이기에 그 자리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함께 생각하던 중 문화.예술의 장소로 탈바꿈시키고자 일종의 파일럿 형태의 전시를 구상하게 됐다”라고 기획 동기를 전했다. 해당 전시는 같은 시대에 존재하지만 마치 시간이 어긋나 있는 듯 시간이 다르게 흘러가는 공간을 주제로 했다. 곧 사라질 밤고개 유흥업소를 예술로 기록하고, 떠날 이들의 삶을 예술로 승화하는 자리 바꾸기의 시도였다. 김 작가와 더불어 전시의 공동기획자이자 문화.예술 레지던시 분야 전문가인 오뉴월 서준호 감독은 “‘유령’은 오래전부터 고민하던 주제였다. 우리 사회에서 실제로 엄연히 존재하지만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로 취급받는 사람들을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 밤고개 유흥업소도 그런 존재였지 않나. 그곳에서 일했고, 아직도 일하는 사람들도 우리가 애써 보지 않으려고 하는 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밤고개라는 장소가 합쳐져 우리 시대 다양한 ‘유령’을 드러내 보인 전시였다고 생각한다”라고 전시의 주제를 설명했다.
  단 한 번의 전시도 충분한 의미가 있지만, 이런 문화·예술 산업이 밤고개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 작가는 “이러한 파일럿 전시를 비롯한 다양한 실험들이 밤고개에서 행해지고 있다고 알고 있다. 도시재생 뉴딜을 위해서는 여러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시민들의 관심을 위한 제반 환경에도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여러 청년에게 창작과 창업의 기회를 주고 자생적으로 문화·예술의 거리가 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라고 밤고개의 발전 방향에 대해 조언했다. 서 감독도 “문화·예술을 행하는 입장에서 밤고개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지금까지 이런 사업은 하드웨어만 만들고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 때문에 밤고개 도시재생 뉴딜을 위해서 프로그램을 제안하기도 하고, 앞서 언급한 두 전시회도 개최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이렇듯 지역의 다양한 기획자, 예술가들과 긴밀하게 협업하고 조율해야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당부했다.
  한편, 전시회 외에도 문화·예술과 관련된 다양한 기획이 준비 중이다. 밤고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위치한 청주의 문화적 요지에 있고, 특히 청주공예비엔날레가 열리는 옛 연초제초장인 문화제조창의 영향으로 공예가 새로운 테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밤고개 대로변의 유흥업소는 공방이나 예술가를 위한 저렴한 임대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에 반영운 교수는 “도시재생 뉴딜이란 한 지역의 쇠퇴한 영역을 종합적으로 회복시키는 일이다. 따라서 지역 공동체의 힘을 모은 지속 가능한 계획이 필요하다. 이러한 종합적인 계획 속에서 그 지역이 가지고 있는 특화된 역량을 발굴하고 강화하는 것이 도시재생 뉴딜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문화·예술은 도시재생 뉴딜의 주요 테마 중 하나이고, 최근의 일반적인 트렌드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문화·예술만을 가지고 한 지역을 재생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다. 내덕1동의 쇠퇴한 다른 영역도 함께 고려해 밤고개와 그 주민의 내재된 자산과 역량을 찾아서 강화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처럼 밤고개는 문화·예술을 메인 테마로 하되, 지역과 주민의 특성을 고려한 변화도 이뤄질 예정이다. 밤고개 주변의 자연환경을 살려 도로변 나대지와 업소는 텃밭과 전시관 등의 도시농업 체험 공간으로 조성하고, ▲도시농업체험 ▲주민 회의공간 ▲현장 지원센터 등을 갖춘 덕벌나눔허브센터와 ▲작은 도서관 ▲돌봄 놀이 시설 등을 배치한 덕벌모임터 등의 주민을 위한 시설도 설립할 계획이다. 또한, 밤고개 인근의 문화제조창과 국립현대미술관을 최대한 활용해 앞서 언급한 문화·예술공간과 도시농업 체험공간의 연계도 기획 중이다.

3.jpg

  통상 유흥업소 관련 정책을 의논하는 자리에서 자주 언급되는 목표는 ‘양성화’다. 하지만 도시재생 뉴딜의 관점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밤고개는 그저 음지의 무언가가 아닌 누군가에겐 삶의 터전이고, 오랜 일터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사업의 막바지에 다다른 지금, 외려 본격적인 시작은 이제부터라고 할 수 있다. 밤고개의 새로운 얼굴을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양서영 기자 ysyoung@chungbuk.ac.kr
이종우 기자 dlwhddn722@chungbuk.ac.kr
전우민 기자 jeonwm0777@chungbuk.ac.kr

Name Pass  

목록보기
최근기사
글로컬대학30 사업 선정...
2024년을 새롭게 열 ‘개화’ 선본 제56대 ...
2024년 우리 학교를 이끌어 갈 제56대 총학...
우리 학교의 요리왕은 누구일까? 장쿱이의 꿈
우왕이와 찰칵, 생협 포토쿱 설치
사회 More
너도나도 칼부림? 모방범죄의 무서운 파급력
카공족을 둘러싼 갑론을박, 그 실체는?
1인 가구 사회가 불러온 열풍, 임대형 기숙사
심해지는 학교폭력, 그 대책은?
대책 없는 물가 폭탄에 신음하는 서민경제
플랫폼 기업의 성장, 그 이면의 폐해
약속되지 않은 망 무임승차... 거세지는 망 사용료 의무...
‘빚투’청년들의 빚을 세금으로?
최저임금 인상, 꾸준히 재심의를 원하는 두 외침
현실로 닥친 지방소멸 위기
전체기사 종합
취업
대학
사회
광장
사람
특집
문화
동영상뉴스
포토
학술
현상공모전
문학
동영상뉴스
수습기자모집
PDF자료실
지난호보기
신문사 소개 기사제보 독자참여 개인정보 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

28644 충북 청주시 서원구 충대로1, 충북대학교 신문방송사(발행인 : 고창섭 | 주간 : 구본상)

행정실 : 043-261-2934    충북대신문 : 043-261-2936    The Chungbuk Times : 043-261-2935    교육방송국 : 043-261-2953

Copyright ⓒ 2008 충북대학교 신문방송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