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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3.11.27 월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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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현
<산재 없는 세상을 위하여 ②> 거듭되는 산재에도 봄은 오는가
제 960 호    발행일 : 2021.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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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셀프’라는 표현은 음식점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과거 인터넷에서 이 표현은 정치인의 권위 의식을 조롱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요즘 산업현장에서는 ‘안전은 셀프’라는 표현이 자주 보인다. 자신의 안전은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라지만, 사실 이 표현은 안전한 산업현장을 갖추지 못한 업체에 향하는 셀프 비판이다.

‘위험의 외주화’, 반복되는 참사


  지난 4월 평택항에서 발생한 청년노동자 사망사고는 원청업체로부터 외주를 받아 진행하던 작업이었다. 청년노동자는 이날 처음으로 컨테이너 청소 작업에 투입됐지만, 응당 시행돼야 할 안전교육과 착용해야 할 안전장비는 받지 못했다. 화물을 내린 컨테이너 위, 잔여물을 치우던 청년노동자는 300kg에 달하는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에 의하면 일정 규모 이상의 컨테이너 작업을 할 때는 안전관리자와 수신호담당자 등 현장관리자가 있어야 하지만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지난 6월에는 전남 광주에서 철거작업 중이던 5층 건물이 통째로 무너져 시내버스를 덮친 사고가 있었다. 이 사고로 17명이 잔해에 매몰돼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철거 현장의 앞쪽이 인도.차도였기 때문에 인도.차도 쪽 건물부터 반대로 철거하여 안전을 확보해야 했지만 하청(외주화)업체의 공사비가 기존의 7분의 1로 줄자 비용을 아끼기 위해 무리한 건물 해체를 진행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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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청업체는 하청을 통해 직접고용 인력을 줄여 인건비를 절감한다. 하청업체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일용직 노동자를 주로 고용한다. 때문에, 노동자들의 안전과 노동 강도에 대해서 생각할 여지는 당연히 없다. 그 결과 우리나라 산재 사망 노동자 10명 중 8명은 하청노동자다. 하청노동자의 산재는 대개 ▲추락 ▲끼임 ▲깔림과 같은 사고에서 발생하는데, 이와 같은 사고들은 ▲기본적인 안전교육과 안전조치 ▲안전펜스 ▲안전관리자만 있었다면 방지할 수 있었던 사고들이다. 하지만 ‘외주화’는 이러한 예방 장치들을 깡그리 무시한다. 평택항에서 발생한 청년노동자 사망사고 역시 원청업체로부터 외주를 받아 진행하던 작업이었다. 때문에, 인건비 절감과 안전 비용 절감으로 이익을 챙겨야 하는 하청업체는 당연히 노동자의 안전과 노동 강도에 대해서 생각할 여지가 없었다. 이후 20일 만에 해당 업체가 잘못을 인정하며 사과했지만, 구조의 문제를 외면한 채 구실만 갖췄을 뿐이었다.
  노동건강연대 이상윤 대표는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하게 되면 흔히 제일 먼저 기술.기계적 원인을 찾는다. 이를테면, 자주 고장 나는 스크린도어의 문제라든가, 허술한 컨테이너 안전장치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보다 깊숙이 조사하면 구조적.근본적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은 ‘위험의 외주화’다. 위험한 일을 모두 외주업체에 맡기다 보니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천대 산업안전공학과 김철홍 교수는 “위험의 외주화는 현대 산업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모순이다. 생산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경영의 위험부담을 낮추기 위해 모든 생산활동을 원청이 다 책임지지 않고 계열사 또는 하청업체에게 위탁하게 되면서 위험한 작업과 공정 등을 전가해 산재의 위험도 함께 외주화된다”라고 지적하며 “광주 건물 붕괴 사고 역시 불법하도급으로 인해 1평당 28만 원에 한 철거 계약이 1평당 4만 원으로 깎였다. 재하청 과정에서 원래 공사금액의 1/7이라는 터무니없는 금액에서 작업하려니 무리하고 불법적인 철거와 작업이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생명보다 이윤이 우선시되는 산업현장을 조장하고 노동자는 물론 시민의 안전과 생명이 구조적으로 위협받는 위험의 외주화는 개선돼야 한다”라고 전했다.

기술은 혁신, 노동은 퇴행

  ▲배달의민족 ▲카카오T 택시 ▲야놀자 등과 같은 플랫폼(platform) 기업의 출현은 음식 배달도, 택시를 잡는 것도, 심지어는 나에게 맞는 전문 미용사를 구하는 것까지 스마트폰으로 손쉽게 해결하는 플랫폼 경제 시대를 열었다.
  최근 급속히 증가하는 플랫폼 노동은 플랫폼을 매개로 노동이 거래되는 고용형태를 말한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플랫폼노동자는 22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하지만 이는 단순 구인.구직자와 전자상거래 종사자를 제외한 수치로, 이들을 포함하면 약 179만 명으로 추정되며 이들은 전체 노동자의 7.46%에 해당한다.
  플랫폼 노동은 플랫폼의 등장으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대안처럼 홍보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2018년 대법원이 플랫폼노동자를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 또는 ‘특수고용노동자’(이하 특고)라는 이름으로 정의하면서 이들은 노동자로서의 기본 권리인 4대 보험에 가입하기도 힘들었다. 이를테면 산재가 발생하거나 갑작스러운 해고 통지를 받아도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의 혜택을 볼 수 없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하지만, 플랫폼노동자는 ▲업무의 지정 ▲근로의 지휘.감독 ▲근무시간.장소에 대한 구속 등 노동자에 대한 종속성이 낮아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이들은 플랫폼 업체에 정식으로 고용돼 있지 않으며, 일반적인 근로자만큼 종속되지 않기 때문에 개인사업자로 취급된다.
  하지만 이들은 특성상 안정적인 보수가 없으며, 신속함이 중시되기 때문에 산재가 발생할 위험도가 높고, 사고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사회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지만, 현재의 <근로기준법>은 아직도 구시대에 머물러 있다.
  김철홍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이라고들 하지만 외국에서는 ‘제조업 부흥을 위한 정보통신의 활용’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플랫폼 노동은 4차 산업혁명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의 연장에 있는 기술적 신자유주의이다. 플랫폼은 있는데 노동자는 없다. ‘위험의 외주화’ 단계를 넘어서 버린 것이다. 생산에 대한 과정을 플랫폼이 책임을 져야 하지만 노동자들은 결국 플랫폼에 의해 착취당한다”라고 말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이나래 상임활동가 역시 “작년 7월, 고용노동부에서는 ▲보험설계사 ▲방문강사 ▲택배기사 ▲방문판매원 ▲방문점검원 ▲방과후강사 ▲건설기계종사자 ▲화물차주 등 14개의 직종만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고, 지난 7월에는 IT업종의 프리랜서도 추가됐다. 하지만 여전히 산재를 예방하는 아주 기본이 되는 법의 적용 대상이 되지 못한 노동자가 너무 많다.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자뿐만 아니라 특고, 자영업자의 노동도 모두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노동이다. 하지만 현행 산재보험은 특고의 적용 범위를 제한하고 직업을 쪼개어 보상의 범위와 요건을 복잡하게 하는 한계가 있다. 특고와 관련해 해결할 과제는 앞으로 더 많이 생겨날 것이고, 지속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개인의 안전불감증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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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8일, 서울 구로구에서 아파트 외벽을 청소하던 20대 청년이 추락해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그리고 얼마 후 한 건설사 직원이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 “왜? 건설사만 나쁜 놈 취급당해야 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안타까운 건 맞지만 원청업체는 규정대로 안전장치를 지원했고, 사고는 피해자 본인의 부주의와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벌어졌다는 내용이었다.
  ㅎ건설사 안전관리부서 ㅇ씨는 “원칙적으로 공사를 하게 되면 안전관리부서가 주관하는 안전교육을 수료하고 인정받은 안전관리자를 무조건 배치해야 한다. 여기에는 기본적인 <산안법>이 적용되므로 원청업체에서 안전 관련 프로세스를 무시하면 벌금이 부과되고 심할 경우 해당 업체 대표의 구속까지 가능하다. 안전 실무담당자 역시 징계를 받는다. 더욱이 사전 예방조치를 모두 취했어도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 여하에 따라 징계를 받게 된다. 징계란 것이 단순히 주의를 받고 끝나는 게 아니라 진급 같은 자신의 미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원칙을 철저히 지킬 수밖에 없다.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개인의 부주의로 사고가 일어나면 우리에게 비난이 쏟아져 답답한 부분이 있다”라고 토로했다.
  지난 7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건설현장 추락위험 일제점검 결과>에 따르면 3,545개의 건설현장 중 69%인 2,448개의 건설현장이 안전조치가 미흡해 추락위험 요인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현장 10곳 중 7곳에서 ▲계단 측면의 안전난간 미설치 ▲작업 발판 미설치 ▲추락 방호망·안전대 미설치와 같은 추락 위험요인이 산재했으며, 노동자 3명 중 1명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다. <산안법>에 따르면 노동자에게 안전모를 지급하지 않은 사업주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하며, 지급한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는 노동자 역시 최초 5만 원, 5년 이내 2차 위반 시 10만 원, 3차 위반 시 15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ㄱ구청 청소노동자 ㅇ씨는 “항상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안전모와 기타 안전장비는 반드시 착용해야 하지만, 일일이 다 챙기고 일을 시작하면 정해진 시간 안에 끝낼 수 없다. 더구나 무더운 여름에는 안전장비가 땀 배출을 막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벗는 일이 부지기수다”라고 호소했다.
  이상윤 대표는 “한국에서 산재사망 문제를 다루는 지배적 프레임은 산재사망을 개인의 부주의와 불운, 기업 활동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부수적 피해로 생각한다. ‘노동자의 잘못이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라는 표현으로 대표되는 이 지배적 프레임 내에서 산재는 사회·경제·구조적 문제가 되기보다는 기술적인 문제와 기업과 유족 간 손해배상 문제로 취급된다. 내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예고되어 있지만, 이 법만으로 산재 사망이 줄어들기는 어렵다. 법과 더불어 다양한 사회변화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기업은 안전을 강조하며 법과 규정에 입각한 안전조치를 모두 지켰다고 항변하지만, 무리한 작업지시와 노동자를 배려하지 않은 비현실적인 안전조치로는 산재를 줄일 수 없다. 기업은 사회적 압력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본청에 대한 무한책임을 물어야 작업환경은 변화된다. 부주의한 노동자를 감시하고 원칙을 준수하지 않는 노동자를 단속하는 안전관리자의 존재가 그저 구실을 갖추기 위해 존재로 전락하면 안 된다. 산재는 기업과 노동자 서로의 착각에서 발생한다. 기업은 원칙대로 해야 할 건 다 했다고 착각하고, 노동자는 자신이 원칙대로 안전장비를 전부 착용했다고 착각한다. 기술의 혁신만큼 기업과 노동자의 안전의식도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기를 바란다.


이성현 기자
jcn03226@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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