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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시혜
불법 웹툰 사이트, 흔들리는 윤리 의식
제 961 호    발행일 : 2021.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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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정보화 시대에서 살아가며 사람들은 본래 종이로 구성됐던 내용을 전자기기로 접하기 시작했다. 신문, 소설, 만화 등 많은 글과 그림들이 미디어화됐고, 그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외국에서도 널리 읽히며 K-문화의 한 축을 이루게 된 ‘웹툰’이다. 그러나 이 순간 가장 기뻐야 할 웹툰 작가들은 현재 ‘불법 웹툰 사이트’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불법 웹툰 사이트의 등장

  지난 2018년 5월, 한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가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저작권법과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이라는 혐의로 체포된 운영자가 소유했던 사이트의 이름은 ‘밤토끼’. ▲네이버 ▲카카오 ▲다음 ▲레진코믹스 등 다양한 무·유료 웹툰 플랫폼 내 작품을 불법으로 복제 후 게시해 수익을 창출하는 일명 ‘불법 웹툰 사이트’다.
  이 밤토끼는 2016년 5월에 처음 등장한 불법 웹툰 사이트의 시초격인 사이트로 운영 방식은 대강 이렇다. 사이트 운영자가 웹 크롤링(Web crawling)을 이용해 유명 웹툰 플랫폼에서 웹툰을 추출한 후 이를 본인들의 사이트에 게재해 사이트 방문자라면 누구나 무료로 감상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단순명료한 운영 체계에 ‘웹툰에 돈을 지불하는 것’ 자체에 거리감을 느끼는 이들의 부족한 저작권 인식이 더해지자 정식 플랫폼을 두고 불법 웹툰 사이트에서 웹툰을 보는 이들이 생겨났다. 그 결과 2016년부터 2018년 5월까지 국내 웹툰 8만 3,347편이 밤토끼에 무단으로 게재됐다. 2017년 기준, 불법 웹툰 사이트의 합법 웹툰 시장 침해율은 20.4%이다. 위 수치는 웹툰 작가 및 관련 종사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수익을 불법 웹툰 사이트 운영자에게 도둑맞고 있다는 의미한다. 실제로 밤토끼의 경우, 사이트 내 불법 광고 게재 대가로 운영진이 챙긴 수익이 9억 원에 달한다.
  이 ‘밤토끼’의 경우 지난 2018년, 정부에서 시행한 불법복제물 피해 구제를 위한 대대적인 1차 합동단속에 적발된 후 폐쇄됐다. 이에 운영자 허모 씨는 징역 2년 6개월, 암호화폐 리플 31만 개 몰수, 추징금 5억 7천만 원을 선고받았다. 서버 관리 및 사이트 모니터링을 전담했던 김모 씨와 서모 씨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선고받았다.
  이 같은 밤토끼 사이트의 폐쇄와 운영진들에 대한 처벌로 불법 웹툰 사이트는 2018년 급감세를 보였으나, 불법 웹툰 사이트 생태계 자체를 무너뜨리기엔 한계가 있었다. 2021년 현재, 인터넷 사이트에 ‘무료 웹툰’을 검색하면 지금도 무수히 많은 불법 웹툰 사이트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다. 제2의, 제3의 밤토끼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이트 운영 수법도 점점 발전 중이다. 서버 자체를 해외에 두어 추적이 쉽지 않게 하고, 어렵게 단속에 성공해 사이트를 없애도 이를 모방하는 ‘미러 사이트’가 금세 그 빈자리를 차지하는 실정이다. 약 15조 원 규모의 전 세계 만화 시장에서 약 7조 원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한 우리나라 웹툰 시장의 뒷면에서는 이 같은 끔찍한 범죄가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는 웹툰 시장의 성장과 함께 하루아침에 갑자기 등장한 범죄 수법이 아니다. 이전부터 만연했던 불법 다운로드, 복돌(게임, 영화, 음악 등 각종 디지털 컨텐츠를 불법 복제해 유포하는 이를 부르는 명칭) 등을 잡지 못한 결과가 ‘불법 웹툰 사이트’라는 새로운 형태로 진화한 것뿐이다.
  이들 불법 웹툰 사이트가 또 다른 범죄로 나아가게 하는 창구이자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불법 웹툰 사이트에 들어가면 보통 최상단에는 도박 사이트 팝업이, 최하단에는 음란물 사이트 팝업이 뜬다. 손가락 한 뼘 정도 되는 공간을 가득하게 채운 팝업은 누르는 즉시 해당 사이트로 사용자를 이동시킨다. 이동한 사이트에는 불법 도박 혹은 성매매와 관련된 정보들이 자리한다. 흔한 인터넷 플랫폼의 유해 광고라고 여길 수 있는 이 광고들이 바로 불법 웹툰 사이트 수익의 원천이다. 앞서 언급한 밤토끼 운영진이 챙긴 9억 원의 수익도 바로 여기서 나온 것이다. 밤토끼 폐쇄 이후 등장한 대체 사이트 중 하나이자 지난 2019년 5월 체포된 ‘어른아이닷컴’ 운영자도 웹툰 저작물 26만여 편과 음란물 2만 건을 불법 게시해 배너 광고료로 약 12억 원 상당을 챙겼다. 반면에 그들이 게재한 작품을 그린 작가들은 억 단위의 수익은 바라보지도 못한 채 작업에 매진한다. 일부 매체에서 보도한 ‘웹툰 작가들의 평균 수익은 억 단위’라는 허상은 작가들을 더 억압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성인인증이 필요한 정식 사이트의 성인물과는 달리 불법 웹툰 사이트는 성인인증을 거치지 않는다. 즉, 청소년들도 아무런 제약 없이 성인용 웹툰을 감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이트 내 불법 도박 및 성매매 광고에도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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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에 동조하는 ‘불법 독자’

  불법 웹툰 사이트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받고 사람은 단연 웹툰 작가들이다. 불법 웹툰 사이트가 창궐하며 정식 연재처로 들어가야 할 수입이 범죄자의 손으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불법 웹툰 사이트 내 조회수가 정식 연재처의 조회수보다 더 높은 작품들도 있었다. 이런 경우 불법 웹툰 사이트에서 작품이 내려가면 정식 연재처 수익이 2배 이상 뛰기도 한다. 불법 웹툰 사이트를 운영하는 운영자들도 문제지만, 유료 결제를 회피하고 싶다는 이유로 이들의 손에 수익을 쥐여주는 ‘불법 독자’도 심각하다.
  한국콘텐츠진흥위원회가 진행한 <만화웹툰 불법유통 실태조사>에 의하면 불법 웹툰 사이트를 이용하는 이들 ‘불법 독자’의 유형은 대개 다음과 같다. ▲공짜라서 좋다 ▲웹툰에 돈을 쓰는 것이 아깝다 ▲웹툰의 내용도 모르는 상태에서 돈부터 내고 싶지 않다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더군다나 이들은 불법 웹툰 사이트가 생겨나고 이를 이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며, 이에 대한 죄의식이나 범죄 의식은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다. 문제는 이런 불법 독자가 우리나라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 웹툰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한국 웹툰을 불법 복제하는 해외 불법 웹툰 사이트와 해외 불법 독자도 크게 늘었다. 해외 불법 독자는 국내에서 신고하기도 어려워 웹툰 작가들이 강경한 대처에 나서겠다고 밝혀도 소용이 없을 거라며 작가를 조롱하기도 한다. 실제로 불법 웹툰 사이트 이용자에게 강경하게 나섰던 웹툰 작가 중 한 명인 YD 작가를 포함한 국내 수많은 웹툰 작가가 해외 불법 웹툰 사이트로의 번역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해외 불법 독자들로부터 각종 욕설과 조롱, 협박에 시달린 바 있다.
  이에 대해 YD 작가는 “불법 독자들이 본인의 행위가 범죄라는 경각심을 가지지 못하는 이유는 처벌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9월, 145명의 웹툰 작가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84.8%가 불법 사이트 운영자뿐만 아니라 이용자에 대한 처벌도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처벌이 없으면 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저급한 인식을 가진 이들이 아직 많다”라고 한탄했다. 이어 그는 “법적 이론상으로는 불법 웹툰 사이트 이용자 역시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아직 처벌 사례가 없다 보니 수사가 적극적으로 진행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불법 독자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불법 웹툰 사이트 URL을 유포해도 우리나라 법은 이를 죄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다 보니 네이버 지식IN에 대놓고 홍보를 진행하는 불법 웹툰 사이트도 많다. 구글이나 유튜브, 트위터 등의 해외 SNS의 경우는 국내법이 아예 적용되지 않아 더 심각하다. 불법 웹툰 사이트에 대한 홍보와 검색이 아무리 심각해도 이를 처리할 수 있는 법 자체가 없다”라며 법적 한계점을 지적했다.
  한편, 웹툰 플랫폼 M사에서 웹툰을 연재 중인 A 작가는 불법 웹툰 사이트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플랫폼들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불법 웹툰 사이트에 연재작이 게재돼 있다는 걸 인지한 후, 저작권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에 해당 사이트 링크를 신고했으나 처리도 너무 늦을뿐더러 별반 이렇다 할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작품을 계약한 플랫폼에 신고해도 마찬가지였다. 피해를 입은 해당 플랫폼과 계약한 다른 작가들과 함께 불법 웹툰 사이트 예방과 조치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을 모색해 달라는 성명서도 제출했으나 무시당했다. 작품의 유통을 담당하는 플랫폼들마저 작품이 도둑질당해도 그저 손 놓고 방조하고 있다는 게 큰 문제다. 플랫폼마저 도와주질 않으니 자기 사비를 털어 저작권 모니터링 대행 서비스를 구독하는 작가들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적재산권을 보호하는 것은 문화산업의 핵심 기반이자 뿌리다. 창작자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들이 자신의 작품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정당한 처벌, 그리고 권리를 침해당했을 때 이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마땅한 보상이 필요하다. 플랫폼은 자신들의 책임과 의무를 작가들에게 전가하지 말아야 한다. 작가들은 자신들의 수익을 크게는 절반 이상씩이나 떼어주며 플랫폼이 제 역할을 하도록 그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그런데도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방관하는 플랫폼들은 본인들의 행위가 직무유기임을 깨닫고 각성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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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과 윤리, 그 모든 것을 위해

  다행히도 우리 사회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불법 웹툰 사이트를 관망하고 있지는 않다. 지난 8월 25일 국민의힘 조명희 국회의원은 불법 웹툰.웹소설 등 저작권 침해 불법 사이트 차단을 전자 및 서면 의결할 수 있도록 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조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저작권 보호 조치를 거쳐야 했던 방송통신위원회 회의 개최와 의결을 서면과 전자 방식으로도 가능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해당 개정안이 가결될 경우 회의를 소집해 불법 사이트 차단을 의결해야만 했던 번거로운 체제가 효율적으로 바뀌고, 그만큼 불법 웹툰 사이트 차단 역시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는 방송통신위원회에 불법 웹툰 사이트를 신고하면 접수까지 일주일, 처리까지 또 일주일이 걸리고 있다.
  기술적인 면에서 불법 웹툰 사이트를 규제할 수도 있다. 위조상품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크비전’이 바로 그 예이다. 마크비전은 지난 9월 9일 불법 콘텐츠 모니터링 플랫폼 ‘안티-파이러시’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안티-파이러시는 마크비전이 자체 제작한 AI 모델을 바탕으로 한 플랫폼으로, 불법 콘텐츠를 컴퓨터 비전 기반의 이미지 분석과 자연어처리(NLP) 시스템을 활용해 감식.식별한 후 삭제한다. 사람이 직접 확인하고 처리해야 했던 과거와는 달리 안티-파이러시는 플랫폼이 불법 콘텐츠를 24시간 자동으로 모니터링한다. 또 약 10만여 개의 불법 콘텐츠 웹사이트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한 비교분석 기술로 매우 높은 정확도를 자랑한다. 웹툰 플랫폼 중 하나인 레진코믹스는 이미 마크비전의 서비스를 이용해 위조상품을 처리하고 있다. 위조상품의 처리에서 그치지 않고 웹툰과 웹소설 삭제에도 마크비전을 사용한다면 보다 빠른 사이트 차단이 가능해질 것이다.
  불법 웹툰 사이트와 관련해 작가만큼이나 분노하는 정식 독자들 역시 힘을 쏟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연도별 만화.웹툰 관련 신고 현황 및 불법 웹툰 차단조치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불법 웹툰 신고 건수는 9,809건이었다. 연도별로는 지난해 3,844건, 2019년 2,256건, 2018년 1,108건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신고가 들어오는 수만큼 사이트 차단 신고도 증가했다. 한국저작권보호원에 사이트 접속차단을 요청한 건수는 2019년 133건에서 2020년 423건으로 늘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차단 결정이 내려진 것도 109건에서 399건으로 증가했다.

  웹툰과 웹소설은 더이상 단순한 유희 거리가 아니다. 엄연한 하나의 문화 산업이자, 누군가에게는 생계 수단이며 세계 속 우리나라 문화산업의 수준을 높이 알리는 일종의 홍보대사가 됐다. 그러나 이 같은 발전의 주축에 있는 작가들은 정작 불법 웹툰 사이트를 방조하는 회사와 작가를 조롱하는 불법 독자들 사이에서 고통받고 있다. 웹툰 시장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작가들의 정당한 수익권은 보장돼야 한다. 한시라도 빨리 불법 웹툰 사이트에 대한 올바른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배시혜 기자
bsh1210@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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