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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3.11.27 월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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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현&이지호
소비자 울리는 식품업계 담합, 대체 언제까지?
제 965 호    발행일 : 2022.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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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마트에 장을 보러 온 나영애(서울시 중구·54) 씨는 요새 장보기가 무섭다. 일주일에 3번 정도 들르는 마트지만, 올 때마다 천정부지로 오는 가격 때문에 항상 고민이다. 닭 요리를 좋아하는 식구들을 위해 닭고기를 한번 사볼까 싶어도 어느새 올라버린 가격에 망설이기 일쑤다. 식품 가격이 오르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 원인 중에 식품업계의 ‘담합’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감시와 처벌에도 불구하고 끊이지 않는 식품업계 담합에 대해 알아보자.

계속되는 가격 인상 릴레이

  지난 3월, 하림, 올품, 마니커 등 닭고기를 가공해 판매하는 16개 업체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로부터 1,00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받은 일이 있었다. 이는 냉장 계육 판매가격을 높이기 위한 업체 간 담합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이들의 담합은 대형마트 납품 비용을 50~100원씩 인상하고, 운반비를 1kg당 20원 인상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후로도 ▲염장비 인상 ▲할인 제한 ▲납품가격 2% 인상 등 계속해서 담합을 모의했다. 이들 16개 업체의 육계 시장 점유율은 77%에 달한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나대성(청주 봉명동·50) 씨는 “닭고기 가격이 이상하긴 했다. 오른 가격이 잘 안 내려갔다. 물가가 올라 당연히 닭고기도 오른 줄 알았다. 하지만 담합을 적발해도 닭고기 가격은 여전히 오를 대로 올라있고, 그 점유율 때문에 주문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마찬가지로 아이스크림 제조업체 역시 지난 2007년에 이어 두 번째로 담합이 적발됐다. 롯데지주, 롯데제과, 롯데푸드, 빙그레, 해태제과 등 5곳의 기업들은 시장점유율 85%가량을 차지하며, 4년 가까이 은밀하게 가격 담합을 벌인 것이다. 이들은 가격 담합뿐만 아니라 영업 전반에 걸쳐서도 손발을 맞췄다. 먼저 경쟁사가 거래 중인 가게에 대한 불가침 조약을 맺어 가격 경쟁을 하지 않았다. 서로 가게에 공급하는 아이스크림 납품가격이 내려가지 않도록 조치한 것이다. 또한 편의점의 마진율*을 45% 이하로 낮추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납품가격을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마진율은 판매가격과 납품가격의 차액인 마진(편의점 몫)이 판매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편의점의 마진을 낮추면 제조사들의 납품가격이 오른다.
  그 밖에도 편의점이 실시하는 할인과 2+1 행사 대상 품목 수를 줄이는가 하면, 납품하는 아이스크림의 유형별로 판매가격을 직접 인상하는 합의도 있었다. 실제 2017년, 롯데푸드와 해태제과식품은 다른 업체임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제품 판매가격을 800원에서 1,000원으로 올렸다. 이후 2019년에는 전체 제품의 판매가격을 최대 20% 일괄 인상하기로 입을 맞췄다.
  이에 대해 서울대 경제학부 주병기 교수는 “기업들의 담합은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누려야 할 편익을 높은 가격과 이윤으로 뺏어가는 범죄행위다. 이런 범죄행위를 예방하려면 우선 이런 범죄로 돈을 벌 궁리조차 못 할 정도로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처벌로 얻게 될 손실이 범죄로 얻는 이득을 상쇄하고도 남을 뿐만 아니라 기업의 존립도 위태로울 수준이 되어야 자본주의 선진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법질서는 여전히 후진적이다”라고 지적했다.

은밀한 담합을 적발하기 위해

  과거 식품업계 내부에서는 담합을 하는 것이 오히려 시장 질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불건전한 인식이 팽배했다. 그래서 불법행위임에도 서로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기업들의 담합 내용을 합의서 형태의 문서로 명확히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후 담합에 대한 지속적인 조사와 제재가 가해지며 담합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지만, 담합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수법과 방식이 더욱 은밀하고 치밀해졌다.
  실제로 2012년 발생한 라면 담합에서 라면회사 4사는 가격인상 계획, 인상내역, 인상일자뿐 아니라 판매실적, 판촉계획 등 내부 정보에 가까운 사항까지 공유하고, 이를 통해 가격 인상을 차례차례 단행한다. 전통적 의미의 담합이 아니라 정보교환을 통한 담합이 이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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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위 사무처장과 공정거래조정원장을 지낸 한국해양대 신동권 석좌교수는 “기업들의 정보교환이 모임, 메일, 팩스 등을 이용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소위 ‘디지털 카르텔’, 다른 말로 ‘알고리즘 담합’으로 변질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알고리즘 구성에 담합의 의도가 개입되어 있다면 카르텔을 입증할 수 있겠지만, 알고리즘 단계에서 이루어지는 정보교환에 대해서는 담합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기업들의 숨은 담합은 대체 어떻게 적발할까? 담합을 적발하는 대표 기관인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의 송용택 사무관은 “기업들의 담합이 인지되면 담합 적발을 위한 조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사업장에 출입해 증거자료를 확보하고, 혐의가 있는 기업들의 임직원들을 상대로 진술 조사하는 과정을 통해 적발하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다수의 기업 임원과 담당자를 상대로 진술 조사를 하다 보면 많은 분이 담합이 위법한 행위라는 것조차 모르고, 회사 내부의 실적 압박과 그간 업계에서 이뤄지던 관행에 따라 담합을 해왔다고 주장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다만 우리 공정위는 담합의 외형이 뚜렷하게 보이는 경우와 정황 증거들이 확보된 경우에만 조사를 개시할 수 있다”라며 담합 적발의 한계점을 언급했다.
  이런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공정위는 ‘자진신고 감면제도(이하 리니언시)’를 운용하고 있다. 신동권 석좌교수는 “2012년, 라면 담합사건은 가격이 동일하게 움직인다는 소비자단체의 제보를 토대로 직권조사를 했고, 조사과정에서 한 업체가 자진신고를 해 담합의 전모를 밝힐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공정거래법)이 리니언시를 최초로 도입했는데, 카르텔 적발과 제재를 통하여 담합구조를 깨는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기업들의 담합을 막기 위해 미국에서 처음 시행한 ‘리니언시’는 1997년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됐고, 기업이 자신의 담합행위를 자진 신고하면 과징금을 경감 혹은 면제해준다. 자진 신고자 1순위*는 과징금 전액, 형사 고발 면제, 2순위자는 50% 경감된다. *1순위자는 담합행위의 증거를 최초로 제공하였으며 검찰 수사와 재판에 성실히 협조하고 카르텔을 중단한 자를 뜻한다. 기업들은 담합 모의가 적발되면 과징금과 동시에 형사처벌까지 받기 때문에, 리니언시는 ‘죄수의 딜레마’(서로에 대한 불신)를 이용해 기업이 자신들의 담합 사실을 자진 신고하도록 한다.
  하지만 기업들의 담합을 수사할 수 있는 건 공정위뿐이다. 주병기 교수는 “현행 공정거래법 제71조는 기업 간 담합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횡포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한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이 수사에 나설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공정위 한 기관이 백만 개가 넘는 기업의 공정거래에 대한 감시와 고발을 담당하는 것이다. 이처럼 공정위를 통하지 않고 고발이 이루어질 수 없도록 한 제도가 전속고발권이다. 각 기관이 휘두르는 권력의 크기가 권력 시장의 가격을 결정하게 된다. 전속고발권이라는 큰 권한을 쥔 공정위는 그간 기업들의 범죄행위에 대해 솜방망이식 처벌을 해오던 행태에서 벗어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계속되는 담합, 해법은?

  현재 담합이 적발된 기업이 내는 과징금은 어떻게 책정될까? 송용택 사무관은 “공정위는 <과징금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에 따라 담합한 기업들에 대하여 과징금을 부과한다. 이때 법 위반 기간 동안 담합으로 영향을 받은 관련 상품의 매출액이 기준이 된다. 예를 들면, A, B사가 2018년~2020년 기간 동안 아이스크림 가격을 담합해 각각 200억 원과 1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한 경우 부과기준율 10%로 결정하여 각사의 과징금액은 A사 20억 원, B사 10억 원으로 책정된다. 다만 담합한 기업들의 과징금액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때 경쟁제한성, 부당이득 규모 등 위반행위의 중대성 정도에 따라 결정한 부과 기준율(20% 이하)을 관련매출액에 곱하여 과징금액을 결정하게 된다”라고 전했다.
  과징금을 면제받는 기업도 많다. 기업들이 리니언시를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LPG 가격 담합 때도 SK에너지는 1순위로 자진 신고해 1,602억 원의 과징금이 전액 감면됐다, SK가스는 2순위로 신고해 부과된 과징금의 50%인 약 994억 원을 면제받았다. 2020년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적발된 담합 건은 247건이며, 이 가운데 71%에 해당하는 176개의 담합 건과 관련된 기업들이 리니언시로 과징금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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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권 석좌교수는 “리니언시에는 담합에 책임이 큰 대기업이 우월한 법적 대응 능력으로 과징금을 감면을 받지만, 작은 기업은 이를 피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카르텔조사국장으로 재직할 당시에도 국회로부터 엄청난 비판의 포화를 맞았다. 이러한 문제로 그동안 반복적 법 위반 사업자의 감면을 제한하는 등 제도 악용을 방지하는 개선을 해 왔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카르텔 적발에 있어서는 거의 글로벌 스탠다드라 볼 수 있다. 그 실효성도 매우 크므로 이를 잘 운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2012년 발표된 오영중 변호사의 <최근 기업 담합행위의 특성과 억제방안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그는 기업들의 담합행위를 억제하며 동시에 소비자들의 피해구제가 현실화될 수 있도록 ▲소비자 집단소송제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소비자 집단소송제도는 담합으로 인하여 피해입은 소비자 개인들이 개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소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비해 소요되는 소송비용이 더 크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선진국처럼 집단소송제를 도입해 기업들이 소비자에 대한 피해보상의무를 보장하고 기업들 스스로가 담합행위를 주저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경우 가해자에게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더 많은 손해배상을 하는 제도이다.
  주병기 교수는 “구조적 담합이란 기업들의 가격 담합, 협력중소기업 단가 후려치기나 기술 탈취 등 다양한 불공정 거래가 지속되도록 하는 사회구조를 말한다. 여전히 법과 행정은 소비자나 경제적 약자의 이익에는 소홀하고 대기업과 경제적 강자의 이익을 중시하기 때문에 부패 관료주의적 행태를 보이는 것이 하나의 표준이 됐다. 그래서 기업은 이런 담합을 반복적으로 일삼게 된다. 때문에, 불공정 거래로 인해 피해입은 소비자에게 보다 자유롭게 고발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면 공정위에만 국한되지 않고 기업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 가능성을 높이고 경제적 약자들의 법적 권한이 강화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사실 담합 근절은 원활한 시장경제를 위해 담합이 나쁘다는 인식을 모두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공정위 카르텔조사국 송용택 사무관은 “업계 사정이 어려우니 같이 힘을 모아야 한다며 가격을 공동으로 인상하거나 입찰에 참여한 경쟁사 직원과 합의하여 낙찰예정자를 함께 결정한 사례가 담합에 해당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당사자가 많았다. 담합한 자 또는 이를 하도록 한 자는 공정거래법 제124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는데, 이 같은 사실을 모르는 분들이 많았다는 점이 조사공무원으로서 매우 안타깝다. 개인적으로 초.중.고와 대학교를 거치는 과정에서 공정거래법 혹은 담합에 대해 전문적으로 교육받지 못해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공정위는 담합 억지력을 제고하기 위해 기업 혹은 사업자단체를 대상으로 담합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우리나라 미래 경제주체인 대학생들을 대상으로도 예방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니 하루빨리 충북대학교 학생들을 만나 뵙고 담합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이성현 기자
 jcn03226@chungbuk.ac.kr
이지호 기자
 leh03061162@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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