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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3.11.27 월 18:07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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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유라
대책 없는 물가 폭탄에 신음하는 서민경제
제 971 호    발행일 : 2023.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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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한파가 매서웠던 올겨울, 난방비 인상에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처음에는 각종 커뮤니티에서 무용담처럼 떠돌던 난방비 폭탄 경험담을 이제 주변인들에게 직접 듣는 지경에 이르렀고, 기자도 그 경험담에 합류하게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도시가스, 지역난방, 전기 요금은 시작에 불과하고, 공공요금과 식품 가격의 ‘도미노 인상’이 이미 이뤄지거나 예정돼 있다. 이 같은 난방비 폭탄의 원인과 도미노처럼 인상된 물가들에 대해 알아봤다.

폭탄이 된 난방비

  지난 1월 20일 수원의 한 맘 카페에 ‘관리비 이게 맞는 건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방금 명세서를 받고 멘붕(멘털 붕괴) 왔다”라며 51만 원이 청구된 지난해 12월분 관리비 고지서 사진을 올렸다. 작성자는 “구축 25평형이고 20도로 맞춰놓고 춥게 지내는데도 난방비 폭탄 맞았다. 전년 대비 동일량 사용인데 인상 폭이 커서 그런 것 같다”라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ㅇ(수원시 팔달구·51) 씨도 “전년도 대비 사용량은 줄었고, 심지어 난방을 아예 틀지 않은 방도 있는데도 대략 10만 원이나 더 나왔다. 주변 지인들은 40~60만 원이나 나온 집들도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라며 당혹감을 드러냈다.
  난방비 폭탄은 일반 가정집에만 그치지 않았다. 자영업자들도 전년 대비 58%나 폭등한 난방비에 힘겹다. 자영업자인 심대보(수원시 권선구·50) 씨는 “유난히 추운 1월에 난방에 필요한 등유 가격이 폭등해 원가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지만, 이를 100% 반영하지 못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난방비 폭탄은 오래된 건물 거주자에게 더 심각한 타격을 줬다. 잠원 아크로리버뷰 신축은 전년 동월과 비교해 5만 원가량인 48.6% 증가했지만, 인근 구축 단지인 강변 아파트는 전년 대비 10만 원가량 70.9% 증가했다. 두 아파트 모두 지역난방이고 같은 평형이지만, 단열재와 환기 방식, 노후화 등이 달라 난방비에 차이를 보였다.
  난방비는 난방 방식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는데, 지역난방, 중앙난방, 개별난방 순으로 난방비가 저렴하다. 청년층이 많이 거주하는 원룸의 경우 대부분 개별난방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입이 적은 청년들이 느끼는 난방비 폭탄의 위력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정윤채(청주시 서원구·25) 씨는 “10평 원룸 혼자 사는데 1월 가스비만 15만 원이 나왔다. 가스비 걱정으로 보일러를 최저 온도로 맞춰두고 살았는데 월세액의 절반이 나와 충격이다. 2월부터는 전기 요금도 오르고, 가스비도 몇 차례 더 올린다는데 너무 힘들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 자취생 중에 가스비로 힘든 사람이 많다”라고 전했다. 또 정종선(경기도 안성·23) 씨는 “대학생이고 자취를 하는데 당황했다. 전월 대비 7만 원이나 더 냈다. 난방비가 오른다는 소식을 늦게 접했는데, 모든 물가가 다 오르는 와중에 관리비까지 오르니 돈 걱정을 많이 된다”라며 부담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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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2일 소상공인 연합회가 진행한 ‘난방비 인상 관련 소상공인 영향 긴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업장 운영에 있어 난방비용이 부담된다’라고 답한 소상공인이 99%에 달했다. 더욱이 응답자의 85.1%가 전년 동월 대비 매출이 ‘감소했다’라고 답한 반면, 96.9%가 같은 기간 난방비가 ‘증가했다’라고 답해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줬다. 자영업자 박요한(제주도 한림·31) 씨는 “숙박업을 하다 보니 체감이 크다. 현재 차상위 계층이나 다인원 가족에 대한 난방비 인하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 정책이 과연 많은 국민에게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난방비 인상에 따른 정부의 발 빠른 대처가 중요하다”라며 정부 대책을 촉구했다.

난방비 폭탄, 왜?

  난방비 폭탄의 가장 큰 원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들은 침략국 러시아에 에너지를 포함한 수출 제재에 나서면서 액화천연가스(이하 LNG) 수입 가격이 급등했다. 특히 러시아에서 들어오는 파이프라인 LNG에 의존하던 유럽이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중동과 미국의 LNG를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국제 LNG 가격이 급등했다. 2021년 3월 MMBtu 당 6.1달러였던 국제 LNG 가격은 지난해 9월 69.3달러로 무려 11배 넘게 급등했다. 그나마 이상 기후로 인해 올겨울 유럽 날씨가 온화해서 국제 LNG 가격이 35.6달러로 인하됐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가스공사(이하 가스공사)가 일반 가정과 자영업자에게 원가보다 싸게 공급해 회수하지 못한 원료비 미수금(이하 미수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가스공사에 따르면 민수용(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 미수금은 지난해 말 8조 6,000억 원이다. 2021년 말 약 1조 8,000억 원이었던 미수금이 2022년 한 해 동안 378%(6조 8,000억 원)나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급증한 미수금을 이유로 도시가스 요금을 인상했고, LNG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지역난방 요금도 함께 인상했으며, 앞으로도 추가 인상이 있을 예정이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 가격 정보에 따르면 LNG 수입 가격은 2021년 12월 톤당 893원에서 지난해 12월 1,255원으로 40.5% 인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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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지난달 24일 가스공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2조 4,634억 원, 순이익이 1조 4,970억 원이라고 공시했다. 미수금 8조 6,000억 원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흑자가 가능한 이유는 미수금은 비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회계상 미수금은 추후 정부가 정리해 주는 것을 전제로 자산 가운데 하나인 미수금으로 분류해 부채에 포함한다. 또한 미수금은 LNG 수입 가격이 낮아지면 자연 감소한다. 2012년 3분기에 5조 7,344억 원이던 가스공사 미수금은 2015년 국제 LNG 가격이 폭락하면서 2016년 1조 원 미만을 기록했고, 2021년 3분기까지 1조 원 내외를 유지했다.
  한편, 가스공사는 지난해 얻은 이익을 미수금을 개선하는 데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경기 침체와 물가 인상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공기업인 가스공사가 높은 수준으로 가스 요금을 인상한 것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생경제 연구소 안진걸 소장은 YTN 라디오 ‘한낮의 뜨거운 시사’에 출연해 “겨울에 너무 추워서 난방을 많이 쓸 수밖에 없는 상태가 뻔히 예상되는데, 그리고 다른 물가도 다 급등해서 사상 최악의 인플레 상황을 알면서 공공요금을 겨울 앞두고 급등시켰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며 “겨울을 앞두고는 조금 자제하고, 지나간 다음에. 예를 들면 국제 가스 요금도 떨어지고 물가도 잡힐 때쯤에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너무 많아서 이제 조금 더 올려야겠습니다’ 그러면 우리 국민이 좀 덜 고통스럽고, 납득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ㅎ(경기도 광명·24) 씨는 “지금 당장은 가혹하다 생각하지만,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갚아나가야 한다 생각한다. 하지만, 가스공사가 미수금을 다 청산했다고 이전 가격으로 가스 요금을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런 ㅎ 씨의 의문에 대해 숭실대 경제학과 조성봉 교수는 “현재 난방비 폭탄의 가장 큰 원인은 도시가스 요금인데 도시가스 요금은 아직도 2배 이상 올려야 가스공사의 미수금을 해소할 수준이다. 이런 상황이 궁극적으로 해결되기 위해서는 국제 LNG 가격이 내려가야 하는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단기적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기 쉽지 않다. 각국의 에너지 회사들이 LNG 개발과 생산에 투자하는 추세로 봤을 때 2025년까지는 국제 LNG는 고가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사실상 요금 인하는 불가능할 것이라 전망했다.

공공요금도 줄줄이 인

  난방비 폭탄으로 국민 부담이 커진 가운데 전기 요금은 도시가스와 유사한 인상 추이를 보이고 있으며, 그 외 여러 공공요금이 인상을 앞두고 있다. 서울시는 4월로 예정했던 대중교통 요금 인상 계획을 하반기로 미뤘지만, 이미 지난달 1일부터 중형 택시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올리고, 기본거리도 2km에서 1.6km로 줄였다. 경남과 울산도 버스 요금 인상을 검토 중이며, 대구는 택시 기본요금을 3,300원에서 4,000원으로 올렸다. 상하수도 요금도 인상을 기다리는데, 서울시는 1톤(t) 당 480원이던 가정용 상수도 요금을 올해부터 이미 100원 인상했고, ▲인천 ▲울산 ▲대전 ▲세종은 올해 안에 상하수도 요금 인상을 계획 중이며, ▲경기 ▲전남 ▲강원 ▲충북 등은 도내 일부 기초지자체에서 상하수도 요금 인상을 확정했거나 추진 중이다. 이외에 ▲경기 ▲전남 ▲강원 지역 일부 지자체는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가격을 인상했다.
  도시가스와 전기 요금 인상과 함께 여러 공공요금이 인상되면서 다른 소비자 물가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지난해 4월 과자.빙과류 등의 가격을 1,000~1,300원 인상했던 롯데제과는 지난 2월부터는 마가렛트를 300원, 초코 빼빼로.꼬깔콘.월드콘을 200원, 스크류바.죠스바를 100원씩 인상했다. 또한 만두와 돈가스 등 냉동 제품은 5~11%, 냉장 제품은 7~14%씩 가격을 올렸다. 농심은 지난해 3월 스낵 가격을 인상한 데 이어 9월에는 라면 26종, 스낵 23종의 가격을 평균 11.3%, 5.7%씩 인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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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물가가 오른다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서민들은 큰 부담이다. 박종현(강원도 속초시·26) 씨는 “이전에 7,000원에 먹던 음식을 10,000원 이상 내고 먹을 때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것을 실감하며 큰 부담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ㅈ(경기도 수원시·49) 씨는 “월급을 제외한 모든 것이 오른 지금,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부담을 느낀다”며 경제적으로 힘겨운 심정을 밝혔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물가 상승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세계적인 통화 과잉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통화 과잉으로 인한 물가 상승이라면 고금리와 재정 긴축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리 간단치 않다. 경기 침체에 물가 상승이 더해진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까지 더해지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기존 경제학에서 해법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 유능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에너지 절약 운동으로 난방비 폭탄을 해결할 수 없고, 70~80년대식 근검절약으로 경기 침체를 벗어날 수 없으며, 그때그때 땜질식 지원으로 서민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도 없다. 미국 바라기 외교로 대중국 무역을 적자로 돌리고, 러시아 제재에 앞장서 에너지 공급원을 줄이는 대외정책으로는 경제성장을 이룰 수 없다.
  더욱이 요금 인상의 원인으로 지목된 공기업의 적자와 부채를 이유로 민영화를 추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공기업의 민영화는 여러 국가에서 확인할 수 있듯 더 큰 가격 인상만 가져올 뿐이다. 공기업은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아니다. 공기업의 존재 이유에 맞는 정부 정책만이 서민의 시름을 줄여줄 수 있을 것이다.

양유라 기자
ulxx1013@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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