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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 2023.11.27 월 18:07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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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채은
너도나도 칼부림? 모방범죄의 무서운 파급력
제 975 호    발행일 : 2023.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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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칼부림이 유행이라던데 나도 해볼까?” 며칠 전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글이다. 최근 신림역 사건을 시작으로 서현동 사건, 신림동 사건 등 ‘이상동기 범죄’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이를 모방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살인하겠다는 예고 글이 온라인에 우후죽순처럼 올라왔다. 실제 범죄로 이어진 예고 글은 아직 없는 것 같지만, 범죄에 취약한 여성과 노약자를 불안하게 해 사회적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연속적으로 일어난 신림역 사건과 서현동 사건을 중심으로 모방범죄의 원인과 해결책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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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 아닌 의도적 모방범죄

  지난 7월 21일 오후 2시 7분경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림역 4번 출구 근처에서 30대 남성이 칼부림을 일으켜 20대 남성 1명이 사망하고 30대 남성 3명이 부상한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는 33세 ‘조선’이라는 남성으로 흉기 상해를 포함한 전과 3범이었으며, 평소 자신과 비슷한 젊은 남성에게 열등감이 있어 의도적으로 젊은 남성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고 전해졌다. 또한 그는 범행 전에 ‘홍콩 묻지마 범죄’를 검색하고, 평소 게임중독에 빠져 폭력적 성향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검찰 수사팀은 이 사건을 ‘현실과 괴리된 게임중독 상태에서 불만과 좌절이 쌓여 저지른 이상 동기 범죄’라고 규정했다.
  이로부터 13일 후인 8월 3일 오후 5시경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의 AK플라자에서 또다시 칼부림 범죄가 일어나 1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부상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 사건의 피의자 최원종은 조현병을 앓고 있으며, 최원종 컴퓨터의 포렌식 결과 범행 전 신림역 사건을 검색한 것으로 확인돼 신림역 사건의 모방범죄 가능성을 높였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신림역 흉기 난동 영상이 온라인에서 빠르게 퍼지면서 사회에 불만을 갖고 있던 외톨이들을 자극했을 가능성이 크다”라며 “기존에 억누르고 있던 사회적 불만이 분출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신림역 사건이 사회 일각에 고립돼 있던 잠재적 범죄자들에게 트리거(방아쇠)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 사건이 발생한 직후 공공장소에서 불특정 다수를 살해하겠다는 예고 글이 온라인에 급증했다.
  두 사건 피의자의 공통점은 범행 전 이상동기 범죄 사례를 검색했다는 점이다. 두 피의자의 모방범죄를 의심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배상훈 교수에 의하면 ‘모방범죄’는 ‘수법으로서의 모방’, ‘자극으로서의 모방’으로 나눌 수 있는데, 현재 일어나는 범죄는 자극에 의한 모방으로 발생한 범죄이며 사회적 범죄 형태를 보인다. 범행 원인도 모티브(동기)와 인텐드(의도)로 구분하는데, 신림역 사건 피의자 조선은 사회에 대한 불만과 반감이란 모티브(동기)가 범행 원인이 됐고, 서현동 사건 피의자 최원종은 신림역 살인을 보고 자극을 받은 인텐드(의도)가 범죄 원인이다. 배상훈 교수는 신림역과 서현동 사건에 대해 “살인을 보고 발생하는 사회적 자극이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에게 자극이 돼 범죄가 일어나는 사회적 모방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라며 두 범죄의 연관성을 설명했다.

범죄 모델링을 조장하는 미디어

  모방범죄범은 주로 TV, 영화와 같은 미디어를 통해 새로운 행동양식을 획득하고 자극받는데 이를 설명하는 것이 ‘모델링 이론’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윤해성 박사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흉기를 간단히, 잔인하게 다루는 모습이 영화 등 매체를 통해 쉽게 보이고, 이를 접한 사람들의 ‘별것 아니다’라는 생각이 모방범죄를 일으키는 원인 가운데 하나”라며 “미디어에 대한 규제와 사회성 교육 등 사회 문화를 바꾸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즉 범죄 의도를 가진 자가 미디어가 제공하는 폭력적인 행동양식을 여과 없이 수용할 때 폭력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받고 이러한 심리적 기제가 모방범죄의 동기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교도소에서는 수용자의 폭력적인 미디어 시청을 제한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청률이 수입으로 직결되는 방송국들은 최대한 자극적인 소재의 미디어로 시청률 올리기에 급급하다. 그나마 뉴스에서는 잔혹한 사건 장면을 모자이크 처리한다지만 윤곽만으로도 그 잔혹함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나마 방송국은 나은 편이다. 규제가 없는 유튜브나 SNS에서는 아무런 필터링 없이 지난 신림역 사건의 CCTV 영상이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이러한 영상에는 경악하는 반응의 댓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한편, 배상훈 교수는 언론의 용어 사용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미 2022년 1월, 대한민국 경찰은 묻지마 범죄 대신 ‘이상동기 범죄’로 명칭으로 규정했지만, 언론에서는 이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현재 언론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는 ‘묻지마 범죄’라는 용어는 범죄의 동기가 전혀 없이 오직 개인적 성향이 문제라는 인식을 줄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용어가 보편적으로 쓰이면 사람들의 불안감 증폭은 물론 아무 동기 없이 범행을 저지르는 범죄자가 증가할 수도 있다. 배상훈 교수는 “현재 언론은 언론이 하지 말아야 할 방조와 조장을 하고 있어 이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라며 “범죄 노출에 대한 자체적인 규약 없이 마구잡이로 보도하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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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보도된 신림역 흉기난동.                                                               (출처:SBS뉴스영상캡처본)


해결책은 혐오 제어와 총체적인 접근

  배상훈 교수는 “혐오를 제어하지 못하면 범죄를 절단해 낼 수 없고 이는 사회적 책임이자 사회적 정책의 실패로밖에 볼 수 없다”라고 말하며 정치권의 혐오 가이드 규제 강화를 강조했다. 이는 익명성에 숨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넘쳐나는 혐오적 발언을 제어해 범죄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즉 온라인에서 표출하던 증오의 감정을 현실 세계에서 표출하는 범죄를 예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실제로 서현동 사건의 피의자 최원종은 ‘디시인사이드’라는 커뮤니티에서 혐오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으며, 신림역 사건 피의자 조선도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남성 유튜버를 비난하는 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은 모욕죄로 범행 나흘 전 경찰 출석 요구를 받자 이에 대한 분노와 열등감이 폭발해 범행까지 이어졌다는 것이 경찰 분석이다. 또한 신림역 사건 이후 지난달 24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수요일 신림역에서 여성 20명 죽일 것”이라는 예고 글을 올려 살인예비, 협박,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 씨도 지난 3월부터 7월까지 인터넷 커뮤니티에 여성 비하 글 1,700건을 작성한 사실이 밝혀졌다.
  한편, 계속되는 흉악범죄에 법무부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신설해 흉악범을 영구 격리하겠다는 방안을 지난달 11일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그러나, 처벌 강화만으로는 흉악범죄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윤해성 박사는 “우리나라 법은 심신미약 등은 책임 능력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처벌하기 힘들며 살인 예고 글 작성 역시 예고는 있지만 결과가 없어 법적 처벌이 어렵다”라고 언급하며 “정신적 문제로 인한 범죄나 미성숙한 10대의 범죄 모두 처벌 강화보다는 치료과 교육 등을 통해 풀어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한영수 교수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형과 가석방 없는 종신형 중 어떤 게 더 중한 형벌인지도 판단하기 굉장히 어려운 데다, 새 형벌을 만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라서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도 예상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또 지난달 21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을 비롯한 9개의 시민단체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반대하는 공동논평을 통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중범죄를 예방한다는 명확한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엄벌을 부과하더라도 중범죄가 감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여러 통계에서 확인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고려사이버대학 경찰학과 이윤호 석좌교수는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이상동기 범죄가) 정신질환의 문제라면 공중보건의 문제고 또 사회적 박탈과 좌절의 문제라면 사회 복지와 경제적인 문제이고, 그러면 복지와 공중보건과 경찰을 비롯한 사법형사 정책, 이 세 가지 기능이 통합돼서 총체적인 접근을 해야한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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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치안 강하를 위해 배치된 경찰특공대.                                                        (출처: 경향신문)

  꼬리의 꼬리를 물어 한순간의 자극으로 생명을 앗아가고 많은 고통을 남기는 이상동기 범죄와 모방범죄는 한국 범죄의 고질병으로 남겨질 수도 있다. 이러한 연쇄적 움직임에 또 다른 방아쇠가 당겨지지 않게 국가와 사회의 총체적인 관심과 접근이 절실해 보인다. 어느새 온갖 혐오와 증오로 뒤덮인 세상, 불안감에 떨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당연한’ 세상을 꿈꿔본다.

송채은 기자
sce9133@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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