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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유빈
<사람이슈> 펜으로 세상을 바꾸다, 송경화 기자
제 971 호    발행일 : 2023.03.06 
‘나비효과’; 나비의 날갯짓처럼 작은 사건이 큰 폭풍우와 같은 엄청난 결과나 파장을 만들어낸다. ‘나비효과’라는 단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직업이 있다면 바로 ‘기자’다. 기자는 사소한 의문으로 시작해 세상을 뒤흔들 수 있는 펜의 힘을 가진 직업이다. 송경화 기자는 펜의 힘을 믿고 지금까지 계속해 취재수첩을 열었고, 그는 자신의 취재수첩에 적힌 이야기에 상상력을 더해 두 권의 소설로 담아낸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사건을 파헤치는 기자로서 기사 이면에 담긴 뒷이야기를 소설로 풀어낸 작가 송경화 기자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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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기자님.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한겨레신문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는 송경화입니다. 2007년 한겨레에 입사해 정치, 경제, 사회부 등에서 취재했고요. 최근엔 콘텐츠기획부에서 뉴스레터 업무를 담당하다가 지금은 육아를 위해 잠시 휴직 중입니다. 그리고 저는 두 권의 소설책을 낸 작가이기도 합니다. 무엇이든 작성하는 걸 좋아합니다.

Q. 기자님께서는 어떤 매력에 빠져 신문 기자가 되셨나요?

  저는 글 쓰는 걸 어릴 때부터 즐겨 했어요. 더군다나 새로운 곳을 찾아 막 돌아다니는 것도 좋아했고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둘의 교집합이 될 만한 직업을 탐색하다가 ‘기자’라는 직업을 발견하게 됐어요. 내가 보고 들은 것에 따라 세상에 없던 이야기가 밖으로 드러나고, 독자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보고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기자의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Q. 신문 기자가 되기까지 어떤 노력을 하셨는지 구체적인 과정을 듣고 싶어요. 그리고 대학 생활은 어떻게 보내셨는지도 궁금해요.

  고등학생 때 교내 신문을 만드는 동아리에서 활동했고 대학생이 돼서도 학내 자치 언론기구에서 기사를 썼어요. 그뿐만 아니라 여름방학에는 언론사 인턴을 했었어요. 언론사 입사를 꿈꾸는 친구들과 스터디 모임도 많이 했죠. 학창 시절에 최대한 ‘신문’, ‘기사’, ‘취재’라는 키워드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계획하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대학에서는 지리학을 전공했는데, 답사를 다니며 조사하고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게 특히 재밌더라고요. 그렇게 기자의 꿈을 굳히게 됐죠.

Q. 기자님께서는 올해로 17년 차 기자이신데요, 오랜 시간 동안 기자 생활을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 취재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하나만 꼽기가 쉽지 않은데요, 2017년 우리은행 채용 비리를 단독 보도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국가정보원 직원과 은행 VIP 고객 자녀 등을 특혜 채용한 게 처음 밝혀졌는데요. 소문으로만 돌던 채용 비리의 실체를 드러낼 때 소름이 돋았죠. 취재 과정에서 당사자들은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지만 모두 거짓말이었고, 행장은 징역형을 선고받았어요. 당시 비리로 입사한 이들은 결국 은행을 나오게 됐으나, 피해자에 대해선 특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직접적인 구제가 안 됐던 게 너무 안타까웠어요. 취재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정의’라는 단어가 거창한 게 아니라, 억울한 이들이 없도록 하는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Q. 현직 기자로서 기자를 꿈꾸는 사람들이 갖춰야 할 마음가짐, 태도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마음가짐이라고 하기엔 좀 거창한데, 흔히 ‘오지라퍼’라고 하죠? 오지라퍼처럼 나와 연관 없는 이슈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아요. 기자는 기본적으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는 직업인만큼 무관심한, 시큰둥한 태도는 지양해야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거리두기’도 필요해요. 과도하게 몰입하다 보면 감정이 앞서 시야가 흐려지기도 하고 상대방 의사에 반해 개입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거든요. 사안을 면밀히 살피면서도 관찰자로 조망하는 태도가 필요한데, 이게 정말 쉽지 않아요. 저 역시 여전히 수련 중입니다.

Q. 기자 생활을 하시다가 소설을 출간하셨는데요. 어떻게 소설 출간을 결심하셨나요?

  기사를 쓸 때 10개를 취재해 그중 1개를 써야 한다고 배워요. 충분히 취재하되 핵심만 짧게 담으라는 거죠. 그런데 취재하기까지의 과정, 취재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감정, 이후 취재원과의 관계 등 뒷얘기 거리가 정말 많거든요. 가끔 취재수첩 같은 코너에 이를 담기도 하는데 그마저도 한계가 있었고, 늘 아쉬웠어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경험을 각색해 상상을 보탠 장편의 소설을 써보자고 결심하게 됐죠. 기사류에 비해 덜 딱딱한 반면, 극성은 더 살아나니까 독자들에게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Q. 기자는 ‘나비효과’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직업인 것 같아요. <고도일보 송가을인데요>에서 특히 스폰서 검사 에피소드가 작은 궁금증에서 시작해 큰 기사가 되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은데요, 실제로도 작은 관심으로 취재를 시작한 기사가 사회에 큰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은가요?

  네. 대부분 특종, 단독 기사가 작은 호기심, 궁금증에서 출발하는 것 같아요. 예전에 제가 어느 대기업에 출입은 했는데, 뭘 취재해야 할지 몰라 그냥 공시된 보고서들을 막연히 보고 있었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범죄 행위로 집행유예 중인 재벌 3세가 계열 금융사에 이사로 재직하며 대주주인 자신에게 대출을 ‘셀프’로 승인하고 있는 걸 봤어요. 한두 줄에 불과한 내용이었지만 뭔가 찜찜하다 싶어 알아보니 불법이었죠. 이후 금융 계열사가 재벌 사금고처럼 쓰이지 못하게 법이 더 강화되고 변화가 이어졌어요. 궁금증은 모든 취재의 시작이 되는 것 같아요. 찜찜함을 그냥 넘기지 않는 습관도 마찬가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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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기자님께서 저술하신 소설 <민트 돔 아래에서>는 신문 기자가 국회에서 영상을 찍는 모습이 나오는데요. 신문 기자의 업무가 취재, 기사 작성으로만 한정되지 않아 보입니다. 신문 기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맡나요? 과거와 비교했을 때 업무가 변화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신문기자는 기사로 사건, 사고, 현장을 전하는 게 메인 업무예요. 기사에 정확한 팩트를 담기 위해 취재를 거듭하죠. 하지만, 요즘에는 신문 기자도 유튜브에 출연하고, 상황에 따라 직접 영상을 찍는 등 업무가 더 많아지면서 신문 기자와 방송 기자, PD의 경계선이 점점 옅어지고 있어요.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하죠. 근데 전 아직 영상은 영 어색하더라고요. 그 부분은 후배들에게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기자의 업무는 다변화했지만, 중심엔 여전히 취재가 있죠. 취재가 부실하면 기사든 영상이든 엉성할 수밖에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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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두 권의 소설을 집필하시면서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고도일보’에도 특별한 의미가 담겨있다고 들었어요.

  요즘 ‘기자’보다 ‘기레기’라는 말을 더 자주 듣는 시대잖아요. 기자들 스스로 독자 신뢰를 잃게끔 자초한 측면이 크기 때문에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반대로 신뢰를 쌓고 팩트를 한 줄이라도 더 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자들이 적지 않거든요. 저는 소설 속의 송가을 기자로 그런 사실들을 전하고 싶었어요. 책 속에서 종종 ‘고도를 높인다’는 말을 쓰잖아요. 신뢰를 회복하고, 공감대를 높이고, 그렇게 다시 발돋움해보자는 취지로 고도일보라는 이름을 지어봤습니다. 말하고 보니 너무 거창한 것 같네요.(웃음)

Q. 소설 속 주인공 송가을 캐릭터를 구체화하면서 기자가 됐을 때의 초심을 많이 떠올리셨을 것 같아요. 다양한 사건을 취재하시면서 초심과 비교했을 때 변하지 않은 생각, 새롭게 깨닫게 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변하지 않는 생각은 늘 신중하자는 거예요. 내가 쓴 기사 한 줄이 당사자에게 정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거든요. 펜에 잉크를 함부로 찍으면 안 되겠더라고요. 이 직업은 늘 시간에 쫓기지만, 그럴수록 더 꼼꼼히 팩트를 갈고 닦으며 접근해야 하는 것 같아요.
새롭게 깨달은 건, 나쁜 놈은 나쁜 놈이다? 취재하다 보면 나쁜 놈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요. 이런저런 상황이나 반성하는 내용을 듣고 기사 톤을 좀 다운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나중에 보면 반성이 진심이 아닐 때가 있더라고요. 취재 경험이 많아질수록 이해심이 커질 수도 있지만, 반대로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기자님께서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두 소설로 드라마 판권 계약을 했거든요. 송가을의 좌충우돌이 영상에서는 또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하고 기대가 돼요. 제가 극본 작업을 함께 했었는데, 드라마가 잘 만들어지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앞으로도 부지런히 취재해 기억에 남을 좋은 기사로 독자들과 소통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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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소설에서 송가을은 자신이 어떤 직업인이 되어야 하는지 수없이 고민하는 사회초년생을 대변하는 캐릭터인데요. 기자님께서 인생 선배로서 우리 주변의 송가을, 혹은 송가을이 될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실 인생 선배라 하기에는 제게 부족한 점이 너무 많은 것 같아 부끄럽고요. 소설 속 송가을은 제가 닮고 싶은 이상향이기도 하거든요. 송가을은 죄송한 게 너무 많은 세상에서 조금이라도 덜 죄송하기 위해 기자가 됐는데, 세상은 예상보다 혹독하죠. 취재하다가 뒤통수를 맞기도 하고, 상처도 받거든요. 그래서 좌절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시 취재수첩을 열어요. 그렇게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떠올리면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죠. 송가을의 그런 모습을 기억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그러려고요.

송유빈 기자
2022060004@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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