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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린
<사람이슈> 마음을 사로잡는 캐릭터를 만든다는 것, 위현송 캐릭터 디자이너
제 988 호    발행일 : 2025.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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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던 캐릭터가 한 사람의 손끝에서 탄생한다. 그 손의 주인은 바로 ‘캐릭터 디자이너’다. 이번 ‘사람 이슈’에선 최근 화제를 모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귀마’와 ‘데몬’ 캐릭터 초기 컨셉 디자인에 참여한 위현송 캐릭터 디자이너를 만났다. 현재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애니메이션 스쿨 전임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픽사, 소니, 넷플릭스, 워너 브라더스, 스카이댄스, 드림웍스 TV 등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와 협업하며 <인사이드 아웃2>, <케이팝 데몬 헌터스>, <라바 무비>, <레드 슈즈>, <킹 오브 킹스> 등의 제작에 참여했다. 추상적인 감정과 미묘한 느낌이 형태와 색으로 구현되는 그의 작업 세계를 들여다보자.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캐릭터 디자이너 위현송입니다. 저는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졸업생이고, 졸업 후 12년 정도 캐릭터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로 한국 스튜디오에서 일했지만, 좋은 기회 덕에 해외 스튜디오 작업도 했어요. 그리고 2023년부터 모교인 청강문화산업대학교에서 전임교수로 5학기째 애니메이션 스쿨 친구들과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애니메이션을 업으로 삼게 된 계기가 대학 시절 픽사 본사 견학이라고 들었는데, 당시 픽사에서 어떤 특별한 경험을 하셨나요?

  학교에 다니면서 캐릭터 디자인 수업, 콘셉트 디자인 수업 등을 받고 ‘이런 일을 하면 너무 즐겁겠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3학년 때 픽사와 디즈니로 견학을 보내주는 프로그램에 참여해 그곳에서 애니메이션 작업하는 분들이랑 대화도 나누고 작업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때 픽사는 <메리다와 마법의 숲>, 디즈니는 <라푼젤>이라는 작품을 작업하고 있었어요. 당시 넓은 잔디 정원에서 디즈니 소속 아티스트들이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있더라고요. 그때 굉장히 열심히 하는 분이 눈에 들어와 어떤 분이냐고 물었더니 <알라딘>에서 배경을 디자인한 분이라는 거예요. 그분을 보고, 나도 그분처럼 나이 들어서도 계속 그림을 그리며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Q. <케이팝 데몬 헌터스> 작업에 참여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맡으셨나요?

  이 작업은 2022년 초에 참여했어요. 최종 결과물이 제가 작업한 것과 좀 다르기는 한데 제게 의뢰가 왔던 것은 ‘귀마’랑 ‘데몬’ 캐릭터 디자인입니다. 그때 저는 ‘귀마’를 조금 더 사람 형태에 가깝게 디자인했었는데, 최종적으로는 큰불의 형태로 나왔어요. 저는 애니메이션 작업 공정의 초반 프리 프로덕션 단계, 정말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작업에 참여했어요. 우리가 아트북에서 보는 이미지들 있잖아요. 가공 전 단계의 자유로운 작업 위주였어요. 보통 작업을 하다 보면 스토리도 바뀌고 콘셉트도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처음에 추구했던 디자인이 이렇게 많이 달라지는 경우도 많아요. 제가 처음 ‘귀마’랑 ‘데몬’ 디자인 작업할 때 의도했던 건 한국의 도깨비였어요. 한국의 이미지를 활용하고 한국 문화를 녹여내 보려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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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2024년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 2>의 캐릭터 디자인에도 참여하셨죠. 작가님의 홈페이지에서 다양한 감정의 캐릭터를 볼 수 있었는데요, 캐릭터 제작하실 때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는지 궁금해요.

  우선 스토리를 생각해요. 그리고 ‘감독과 그 작품의 아트 디렉터가 나에게 원하는 게 무엇일까?’를 생각합니다. 자유로운 창작 분위기일 때는 주변 친구들이나 내가 알고 있는 느낌에서 시작해요. 영감을 얻는 방법은 하나만 있는 게 아니고 주변의 다양한 사람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좋아하는 소설 등 문학작품에서 찾아서 연결하기도 해요.

Q. 참여하신 <인사이드 아웃 2>에는 ‘따분함’, ‘불안’ 등의 감정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디자인하신 캐릭터 중 영화에 나오지 않았지만 가장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가 있을까요?

  처음 저에게 의뢰한 디자인은 총 8가지 감정이었어요. 8가지 감정을 자유롭게 스케치했는데, 최종적으로 ‘불안이’라는 캐릭터가 됐어요. ‘불안이’는 원래 ‘놀람’이라는 감정에서 시작해 발전한 형태예요. 의뢰 줄 때 스토리를 알려주지 않고 감정만 알려주고 ‘이 감정에 대한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보여줘!’였기 때문에 국한 없이 재미있고 자유롭게 진행했어요. 그래서 특정한 캐릭터가 기억에 남기보다는 제가 시도했던 여러 가지 콘셉트들이 기억에 남아요. ‘당황이’라는 캐릭터는 영화에선 최종적으로 후드를 뒤집어쓴 모습으로 나왔지만, 처음에 생각했던 디자인은 안전모를 뒤집어쓴 모습이었어요. 그런 게 기억에 남네요.

Q. 해외 기업들이 어떻게 협업을 제안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인스타그램’ 등 SNS에 지속적으로 작업물을 공유했는데, 그걸 보고 의뢰 이메일이 왔어요. 2016년 중국에서 제작한 <백사 : 인연의 시작>이라는 작품의 의뢰를 처음 받은 이후로 미국 스튜디오에서 연락이 많이 왔어요. 가장 최근에 작업한 건 픽사에서 2027년도에 개봉 예정인 <가토>라는 작품이에요. 저한테 의뢰한다는 건 그들이 하지 못하는 부분을 저한테 기대하는 것일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우리가 규정하는 어떤 고정된 ‘디즈니 스타일’, ‘드림웍스 스타일’이 아닌 제 개성을 발현한 저만의 스타일을 보여주려고 노력해요.

Q. 일로 하다 보면 그림이 싫어질 때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런 슬럼프가 온 적이 있나요? 있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슬럼프라기보다는 특정 작업이 어렵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자유롭게 그리는 그림이랑 실제로 활용하고 표현해야 하는 그림은 다르잖아요. 그 과정에 어려움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그림 그리는 행위 자체는 저한테 즐거움이라 ‘싫다’보다는 ‘어렵다’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어려움을 느끼는 포인트를 계속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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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캐릭터 디자이너로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인가요?

  캐릭터 디자인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어떤 이론이나 디자인 원리, 공식 같은 것들이 있어요. 그런데 그렇게만 그리다 보면 내 그림이 뻔해지고, 스스로에게도 의미가 없어져요. 그래서 항상 알고 있는 것을 넘어서 더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어요. 그런데 이 ‘뻔한 그림’을 그리지 않는 게 언제나 어려워요.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있는데 그건 내가 외웠던 것들, 알고 있던 것들을 넘어서 추상적인 감정을 구체적인 캐릭터로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과정이 항상 어렵지만, 꼭 필요하기에 계속 시도하는 중입니다.

Q. 작가님의 개인 SNS에 올라온 작품들을 보면 감탄스러운 작품이 많은데, 말씀을 들어보니 캐릭터 디자이너에게 SNS 관리는 필수인 것 같아요. 캐릭터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에게 SNS 관리에 관해 조언해 주세요.

  중요한 건 처음부터 큰 욕심을 가지지 않는 겁니다. 예를 들어 ‘나는 꼭 그림으로 돈을 벌 거야.’ 혹은 ‘유명해져서 내가 좋아하는 감독님과 작품을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려는 욕심에 보여주기식 작업을 하다 보면 빨리 지칠 수 있어요. 그냥 매일매일 떠오르는 생각과 아이디어를 가볍게 기록한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접근하는 쪽이 더 좋아요. 중요한 건 꾸준함입니다. 꾸준히 시간을 갖고 작업하다 보면 내 작업을 어떤 사람이 좋아하는지, 어떤 작업을 사람들이 더 좋게 봐주는지 조금씩 파악이 돼요. 그것들을 바탕으로 천천히 자신만의 방향을 잡아나가는 것이 좋아요.

Q. 다른 인터뷰에서 음악 하는 분들에게 영감을 많이 받는다고 하셨는데, 작업하면서 주로 어떤 음악을 들으시나요?

  제가 음악에 대한 조예가 그렇게 깊지 않아요. 음악을 좋아하지만, 음악 자체가 좋은 것보다 음악을 만드는 사람한테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그래서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있으면 그가 작품을 만들 때 어떻게 접근하는지, 어떤 방향성을 갖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등을 살펴봅니다. 개인 작업을 할 때 음악을 들으면 감정적으로 좋은 자극이 되기도 하고 꽉 막혀있던 머릿속을 환기하는 기분이 들기도 해요. 좋아하는 특정 음악이 따로 있지는 않아요. 요즘은 케이팝도 듣기는 하지만, 주로는 가사 없는 음악을 듣습니다.

Q.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애니메이션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보면 ‘애비’라는 캐릭터가 남자 아이돌 중에서도 근육이 많은 특징을 가지고 있고, 자기 복근을 막 뽐내면 주변 캐릭터들이 눈에서 팝콘을 뿜어내곤 하잖아요. 이런 장면처럼 저는 애니메이션이어야만 가능한 표현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과장된 애니메이션적 연출을 통해서 사실적인 것 이상으로 스토리의 본질적인 것들이 재미있게 표현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애니메이션만이 가지고 있는 표현력과 과장, 이를 통한 시각적인 즐거움이 저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특히 제가 좋아하는 명량하고 유쾌한 밝은 느낌을 예술로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것이 애니메이션이라는 점도 매력이에요.

Q.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미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요즘은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애니메이터가 많아요. <킹 오브 킹스>라는 작품이 최근 개봉했는데 이 작품은 해외에서 먼저 좋은 성적을 거두고 한국에서도 100만 관객이 넘었어요.
  <케이팝 데몬 헌터스>도 사실은 해외 작품이긴 해도 케이팝이라는 소재가 있기 때문에 한국 문화를 많이 알리는 계기가 되고 있잖아요. 그래서 우리 작품들도 흐름을 잘 타고 있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는 기대해 볼만한 것 같아요. 이번에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이 별에 필요한>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우리 학교 친구들도 많이 참여했어요. 그 작품도 굉장히 잘 나왔으니 많이 응원해 주세요. 시스템이나 자본 측면에서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산업에 어려움이 있지만, 애니메이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있기에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거라고 믿습니다.


김정린 기자
rinjeong@chungb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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