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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갑 각 류
제 957 호    발행일 : 2021.05.03 
이규영(영어교육과·16/창문학동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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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오십’이라는 기상천외한 단어가 왜 생겼는지 알 거 같다. 왜냐면 내가 지금 반오십이다. 요즘은 현대식 나이 계산법이라고 현대인들 신체 나이가 매우 젊어져서 실제 나이를 더 적게 계산해야 한다는데, 나는 잘 모르겠다. 지금 내가 느끼는 압박감을 보면 아무래도 사회는 날 대학 내에서만큼은 충분히 고인 물로 보나 보다. 어김없이 술자리에서도 나이 얘기가 오간다.

  “성인 2명이 고작 소주 2병이라니…. 이제는 예전 같지가 않구나.”
  “사람의 신체는 평균적으로 25살까지만 자란대.”
  “그거 만 나이야? 그럼 우리 아직 가능성 있는 거야?”
  “...”

  몸은 나름 나이가 들었다고 고급 음식만 찾지만, 대화 수준은 미취학 아동 주변을 맴돈다. 이번에 오랜만에 만나서 꽤 비싼 청주 오마카세 집을 소개했다. 그러나 회에는 손이 가지 않는다. 평소에는 없어서 못 먹는 건데, 오늘따라 커다란 집게를 광화문 이순신 장군님처럼 힘차게 들어 올린 시뻘건 대게만이 눈에 들어온다.

  “맞다, 너 다 읽었어?!”
  “뭐.”
  “너 저번에 내가 선물 준 거.”
  “아니 먹지도 못하는 걸 무슨…. 지지배도 아니고 웬 책을 선물하냐?”
  “나 여잔데….”
  “...”

  사실 여자인 건 알고 있었다. 여자친구인데 어찌 모를까. 그리고 책도 다 읽었다. 꽤 어려웠지만, 악마 비슷한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그냥 말해주고 싶지 않았다. 사실 얘가 왜 서울에서 청주까지 갑자기 날 보러 왔는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위로를 받고 싶었겠지.”
  “응?”
  “아냐, 대게나 드셔.”
  “칫….”

2.jpg

  대게는 언제 먹어도 맛있다. 특히 지금 같은 겨울에서 봄이 제철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게를 먹는 묘미는 투박한 껍질을 힘들게 벗겨서야 비로소 나오는 살코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특징은 이들이 ‘갑각류’라 그렇다고 한다. 척추동물인 인간과 다르게 이들은 뼈는 없고 단단한 껍질만이 외피에 있어, 속을 파보면 새하얀 속살만이 가득 차 기름진 육즙을 줄줄 흘리는 게 매우 먹음직스럽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이 연약한 살로 콘크리트 벽 같은 껍질을 뚫고 신체적 성장을 하는가.

  ‘탈피’를 해야 한다.
  탈피란 본인이 가진 껍질에서 스스로 나와 몸에서 다시 더 크고 단단한 껍질을 생성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 중간의 잠깐,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전라의 상태가 되고, 몸에 상처를 받거나 천적에게 잡아 먹히기에 십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약해진 순간이 유일하게 성장할 수 있는 시기이다.

  “나 또 떨어졌어….”
  “알고 있었어.”
  “근데 왜 아무 말도 안 해줘.”
  “...”

  내가 군대에 허무맹랑하게 2년이란 세월을 바치는 동안, 얘는 재빨리 졸업하고 임용고시를 준비했다. 시험이 어려운 건 이미 알고 있었고, 경쟁률이 심한 건 몸소 체감 중이기에 딱히 해줄 말이 없었다. 그리고 위로는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님을 알려준 사람이 바로 얘다.

  남자는 태어나서 3번만 울어야 한다는데, 대학에 입학하고 얘 앞에서만 3번을 운 거 같다. 얘는 그 3번 다 혼을 냈다. 내가 타지 생활에 적응을 못 해서 술에 취해 울었을 때는 내 어깨를 때렸다, 평생을 이 좁은 한국에서만 살 거냐고. 내가 군대에서 전 여자친구와 헤어져 울었을 때는 나에게 화를 냈다, 세상에 널린 것이 걔보다 더 예쁜 여자라며. 마지막으로 내가 인생 첫 고시에 떨어져서 고개를 떨궜을 때는 나에게 그냥 책 한 권을 건네줬다, 아무 말 없이.

  척추동물인 인간도 마음에 껍질을 가지고 있다. 그 껍질의 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또 환경마다 다르다. 누구보다 강인하다고 생각했던 내 껍질이 첫 연애에서 한 줄, 첫 면접에서 한 줄, 첫 시험에서 한 줄씩 옅어질 수 있다. 그리고 어느샌가 껍질이 보이지 않을 때면 웬만한 바람으로는 흔들리지 않을 정신이 새로 생기기도 한다. 그렇기에 단단한 강철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좋긴 하지만, 때로는 스치면 상처받을 것 같은 연약한 마음에 가슴이 철렁인다. 가능성에 더욱 끌린다. 항상 아끼고 보살피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다, 비록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아픔을 겪으면 성장한다. 사람도 ‘탈피’를 한다.

  “야.”
  “응?”

  한 페이지를 접고 아무 말 없이 책을 돌려줬다.

  “새는 알에서 태어나려 투쟁한다. 알은 깨뜨려야 할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곧 세계를 깨뜨리는 자다?”
  “응.”
  “아…. 이런 기분이구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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