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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하&최영은
스코틀랜드, 독립은 없지만 변화는 있다
제 882 호    발행일 : 2014.10.06 

영국 현지시각으로 9월 19일 오전 6시. 전 세계인의 관심이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 투표 결과가 나타나는 화면으로 집중됐다. ‘스코틀랜드는 독립국이 돼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결과는 반대 55.3%, 찬성 44.7%. 예상과는 달리 10.6%의 큰 차이를 보이며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은 최종 부결됐다. 초조하게 발표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어느 한 쪽의 완전한 승리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반대진영은 승리했지만 스코틀랜드에 예산권을 포함한 자치권 확대를 약속했고, 찬성진영은 패배했지만 그들의 독립에 대한 염원을 영국 중앙정부에 단단히 각인시켰다. 이렇게 투표는 끝이 났지만 스코틀랜드의 독립운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잉글랜드와 질긴 인연의 끈으로 묶인 스코틀랜드, 독립에 대한 열망은 계속돼
 

  2012년 10월 ‘분리 독립을 위한 주민투표’를 하기로 영국 중앙정부와 합의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그 후 2년여간에 걸쳐 진행됐던 주민투표는 막을 내렸다. 오랜 기간 동안 그들이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주장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길고 긴 역사적 갈등을 먼저 떠올려야 한다.
영국은 북아일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 잉글랜드로 이뤄진 연합 왕국으로 하나의 국가에 속해있지만 각각의 자치 정부를 구성하고 있다. 이들 4개 지역 사이에는 미묘한 신경전도 자주 발생하는데 특히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는 오래 전부터 침략과 전쟁의 반복으로 갈등의 골이 깊다.
  현재 영국 영토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브리튼 섬은 원래 스코틀랜드인의 조상인 켈트족이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잉글랜드인의 조상인 앵글로 색슨족의 침략으로 많은 영토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는 남북으로 갈라져 중세까지 수백 년간 치열한 전쟁의 역사를 겪었다. 이러한 대립은 1707년 스코틀랜드 의회가 잉글랜드 의회로 합쳐지면서 종지부를 찍는 듯 보였다.
  하지만 통합이 된 후에도 종교 및 국경 분쟁이 끊이지 않던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는 쉽게 어울리지 못했고, 잉글랜드가 연합 왕국의 주도권을 쥐게 되면서 스코틀랜드는 소외감과 민족적 자존심 문제를 겪었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대학교에서 학위를 마친 전원경 문화정책학 박사는 “스코틀랜드는 아예 영국과 다른 나라라는 의식이 강하다”며 “역사적으로 두 나라 사이에는 우리나라와 일본처럼 심각한 갈등이 있었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가 느끼는 소외감에는 경제적인 면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고 이는 독립에 대한 열망을 끓어오르게 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조선과 철강업, 광업 등 스코틀랜드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중공업의 쇠퇴로 스코틀랜드 경제는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1967년 발견된 엄청난 양의 북해 유전과 가스는 기울어진 스코틀랜드의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듯 보였다.
  그러나 마거릿 대처 총리 시절, 영국에서 대규모로 이뤄진 민영화와 구조조정으로 인해 스코틀랜드는 다시 경제 위기를 맞이했다. 북해 유전에 대한 소유권은 행사할 수 없었고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중앙정부로부터 긴축재정을 요구받았다. 또한 세금에 비해 그들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은 많지 않았다. 경제와 복지 혜택에 있어서 받는 차별은 스코틀랜드의 불만을 증폭시켰다. 전 박사는 “이삼십대의 경우 점차 줄어드는 영국 정부의 복지 혜택에 반발해 75% 가까이가 독립을 지지했다”며 “국민에게 최대한 많은 것을 보장해주는 국가가바람직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 결과는 ‘영국에 남겠다’
 

  스코틀랜드 거리 곳곳에는 찬반 스티커들이 붙어있고 여러 매체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찬반 지지 비율이 계속 뒤바뀌는 등 스코틀랜드 독립은 투표 직전까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또한 독립 투표 운동의 초반 분위기와는 달리 독립에 찬성하는 유권자가 많아지면서 정말로 스코틀랜드가 독립을 하는 것 아니냐는 예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기 시작했다.

  9월 18일, 스코틀랜드 운명의 날. 독립 투표에 대한 뜨거운 관심으로 스코틀랜드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투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84.6%라는 역대 최고 투표율을 기록하며 초박빙 승부를 예상했으나 결과는 반대파의 압승으로 끝났다. 스코틀랜드의 32개 지역 중 웨스트덤바튼셔, 글래스고, 던디, 노스래넉셔를 제외한 28개 지역에서 반대진영이 승리를 거뒀다. 스코틀랜드 내 기업들의 이주 선언, 파운드화 사용 불가 등 경제적인 문제는 스코틀랜드를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안정적인 현실을 선택하게 했다.
  또한 투표 막판 영국 중앙정부가 예산권을 포함한 ‘자치권 이양’이라는 히든카드를 제시함으로써 고민을 거듭하던 부동층을 반대진영으로 이끌었다. 투표 후 영국 BBC는 스코틀랜드 독립 문제는 더 잘 살 수 있는지 아닌지가 가장 큰 문제였다고 보도했다.
  독립 운동을 주도한 알렉스 새먼드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개표 후 에든버러에서의 연설에서 “우리의 투표는 독립을 주장하는 과정이었다”며 “독립에는 실패했지만 다수의 스코틀랜드인들에게 우리의 독립 의지를 알릴 수 있었다”고 말하며 투표 결과를 받아들였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스코틀랜드인들은 영국을 하나로 유지하는 데 표를 던졌다”며 “투표가 끝난 바로 지금이 영국이 앞으로 함께 나아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투표 이후 계속되고 있는 갈등

 

  주민투표의 결과는 스코틀랜드의 독립 부결로 결론이 났지만 이번 스코틀랜드 독립 사태가 영국에 가져다준 영향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둘로 나뉘어버린 영국의 민심이다. 독립 투표 개표 결과에 의하면 스코틀랜드 200만 명의 주민 중 44.7%에 달하는 적지 않은 주민이 독립에 찬성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독립 투표가 역사적, 경제적, 정치적 배경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이뤄진 것을 감안한다면 투표 결과에 상관없이 ‘YES’와 ‘NO’를 주장했던 양측 간 갈등이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실제로 에든버러 투표현장을 보도한 언론에 의하면 같은 가족 내에서도 독립 투표에 대한 의견이 달라 이번 스코틀랜드 독립사태가 가족까지 분열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현지에서 어학연수를 하고 있는 서환희(영어영문학과.11) 학생은 “영국 내에서도 특정인 외에는 의견충돌을 의식해서인지 서로간의 의견을 잘 밝히고 있지 않다”고 전하며 “다만 이 문제에 관해서 모든 영국인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 말했다.  분열되고 있는 민심과 함께 스코틀랜드의 자치권 문제도 새롭게 떠오르고 있어 주목해볼 만하다. 영국 중앙정부와 주요정당들은 스코틀랜드가 분리 독립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스코틀랜드의 자치권 확대를 보장했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캐머런 총리는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에 기고한 글에서 “영국 의회는 스코틀랜드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데 스코틀랜드 지역구 의원은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법률 제정에 참여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지적하며 자치권 논란의 불씨를 당겼다. 노동당 주도로 이뤄진 스코틀랜드 자치권 확대 보장에 관해 캐머런 총리가 반대 세력인 보수당의 불만 의견을 받아들임으로써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의 결과가 결국 영국의 정치권 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셈이다. 영국의 정치권 문제와 결합돼 복잡하게 번진 스코틀랜드의 자치권 확대문제는 앞으로 해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독립 부결은 영국 경제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독립 투표가 부결된 지난달, 19일 영국 증시를 비롯한 유럽증시는 일제히 상승 출발했다. 영국(FTSE100) 지수는 전날 거래일보다 49.31포인트 오른 6,868.60으로 장을 시작했고, 인근의 주요 국가인 독일(DAX30)과 프랑스(CAC40) 지수 또한 51.9포인트 오른 9,850.03, 21.99포인트 오른 4,486.69를 각각 기록하며 유럽증시 상승을 이끌었다. 최근 약세를 보였던 영국의 파운드화 또한 전날 대비 파운드-달러 환율이 0.37% 상승하며 1.64달러에 거래돼 스코틀랜드 독립 부결이 영국 경제는 물론 유럽경제 전반에 일시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반면 영국과 스코틀랜드 모두에게 제기된 경제적 악영향은 미비할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 여론이 상당하다는 것을 인지한 많은 해외투자자들이 해외투자를 기피하지 않겠냐는 우려에 우리 학교 국제경영학과 윤기창 교수는 “물론 가능성이 없지 않겠지만, 독립이 결정됐을 때의 부정적 영향과 비교하면 그 수준은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영국이 스코틀랜드 북해유전의 수익배분 조정 등으로 재정확보에 손실이 생길 수 있지 않겠냐는 우려에 그는 “영국과 스코틀랜드는 과거부터 서로에게 ‘윈윈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현재의 정치적 불안정이 표면적으로 보이는 경제적 지표로 바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 전했다.
  이번 독립 투표는 주변 국가들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 이유와 목적은 조금씩 달랐지만 대다수의 나라는 스코틀랜드 독립에 대해 우려와 걱정을 표했다. 미국의 경우 안보적인 이유로 독립을 반대했고, 중국의 경우 자국에 미칠 영향을 의식해서인지 공식적인 발언은 아꼈지만 중국 내 언론 ‘환구시보’, ‘신경보’를 통해 우회적으로 독립에 대해 반대의견을 내비쳤다.
  이에 전원경 문화정책학 박사는 “주변국들은 스코틀랜드 독립에 대해 호의적인 시선으로 볼 수 없다”며 “현재의 안정된 유럽 체제가 스코틀랜드 독립에 의해 균열이 가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  
  다만 이번 독립 투표가 세계 각지에서 분리 독립을 원하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 준 것은 큰 의미가 있어 보인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벨기에의 플랑도르, 스페인의 카탈루냐 등 유럽의 최소 8개 지역에서 방법과 목표는 다르지만 이번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에 영향을 받아 독립 움직임이 계속 나타날 것”이라 전했다. 특히 스페인의 카탈루냐의 경우 다음 달 11월에 분리 독립 투표까지 계획하고 있어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 여파는 계속될 전망이다.

김지하 기자
 kjha0921@cbnu.ac.kr
최영은 기자
choyouneu@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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