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12월 14일 미국 코네티컷 주 샌디훅 초등학교에서 20세 남성이 총기를 난사해 어린이 20명을 포함, 총 28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범인은 검은색 군복과 탄창 조끼를 차려입고 학교 출입문을 통해 들어와 회의 중이던 교장과 교감 및 교사에게 총격을 가했으며 곧바로 인근 교실 두 곳에도 총기를 난사했다. 갑작스런 총격에 미처 몸을 피하지 못한 교사 6명이 숨졌고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4학년까지의 학생 20명이 현장에서 즉사했다. 911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곧바로 학교 건물을 봉쇄한 뒤 교사와 학생들을 대피시켰지만 이미 숨을 거둔 어린 학생들을 되살릴 수는 없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사고가 일어난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가슴이 미어집니다”라고 말하며 총기규제 법안을 통과시킬 것을 발표했다. 하지만 2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미국의 총기 규제는 실현되지 않고 있다. 미국 사회는 총기 소지라는 뜨거운 감자를 두고 갑론을박하지만 찬반 양측의 의견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으며 정치권은 이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역사의 시작부터 총기 소지에 관대했던 미국
미국이 다른 나라와는 달리 유독 총과 친숙한 것은 미국의 역사와 관련이 깊다. 미 대륙이 발견된 후 처음 동부에 정착한 유럽 이주민들은 서부로 팽창해 나가게 된다. 농업이 주요 생계수단이던 정착 초기에는 인디언의 습격, 재규어, 늑대와 같은 맹수들로부터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지켜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때 총은 가장 효과적인 보호 수단이었고 이러한 이유로 이주민들은 하나둘 허리에 총을 차기 시작했다.
또한 1787년 제정된 미국 헌법에 새로운 조항을 추가한 수정헌법에서는 총기 소지가 합법화 된 이유가 등장한다. 바로 1791년 발효된 수정헌법 제2조, ‘무장의 자유’이다. 수정헌법 제2조는 “잘 규율된 민병대(militia)는 자유로운 주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국민의 권리가 침해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전문가인 조지타운대학 법과대학 피터 버니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광활한 땅을 개척해야 했던 미국에선 총기 소지는 자신은 물론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권리로 간주돼 왔다”며 “여기에는 국가가 개인을 온전히 보호해줄 수 없다는 관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총기 사고, 대부분 대형 인명 사고로 번져
그러나 총기를 소지하는 것이 자기 방어를 위한다는 좋은 명분을 갖고 있지만 미국에서 발생하는 총기 사고의 심각성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AFP 통신의 통계에 따르면 2012년까지 미국에서 발생한 총기 사고 사망자 수는 타살 11,101명, 자살 19,766명, 사고 851명으로 모두 31,718명에 이른다. 이에 비해 독일은 1,197명, 캐나다는 1,189명으로 다른 총기 소지 허용 국가들과 비교해 봤을 때 미국 총기 사고의 정도는 매우 심각하다.
또한 빈번하게 발생하는 총기 사고 대부분이 대형 사고로 직결되고 있다. 1999년 13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부상당한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 2007년 버지니아 공과대학에서 한인 학생 조승희가 32명을 사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 2012년 7월 콜로라도 주 극장에서 관객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해 12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친 사건과 앞서 언급한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사고, 지난달 19일 자신의 딸과 손주 6명을 죽인 총기 난사 사건 등 미국 정부의 느슨한 총기 규제를 뚫고 끔찍한 사건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내에서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총기 난사 사건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FBI는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연간 6.4건 발생했던 사고가 2007년부터는 16.5건으로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한 2000년부터 2013년까지 총기 난사 사건이 한 달에 약 1번꼴로 발생했으며 같은 기간 동안 미국 내에서 모두 160건의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FBI 수사관은 기자회견에서 “지난 13년간 총기 난사 사고로 인해 486명이 목숨을 잃고 557명이 부상을 당했다”며 “총기 난사 사건이 미국 전역에서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총기 규제가 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다면 세계 최고 선진국이라 자부하는 미국이 이렇게 총기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하는데도 불구하고 총기 규제를 법제화하고 있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몇 가지 요인들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광대한 미국 총기시장으로부터 나오는 막대한 이익을 포기할 수 없는 총기 제조 기업들의 강력한 저항이 그 원인으로 지목됐다. 현재 미국에서 개인 명의로 등록된 총기는 2억 7천만 정이 넘는다. 민간인 100명당 88.8명이 총기를 소지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주류.담배. 화기 및 폭발물 단속국(BATFE)에 따르면 2012년 기준 미국의 총기 판매 소매점은 무려 5만 1,438곳에 달한다. 일부 주에서는 총기 전문점뿐만 아니라 대중 상점인 월마트나 가까운 아웃도어 상점에서도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구매할 수가 있다. 그 종류도 개인용 권총 수준을 넘어 M16 같은 반자동 소총이나 러시아산 자동소총까지 가능하다. 그만큼 미국 내 총기 수요자가 많다는 반증이다.
또한 미국인들의 총기류 접근은 주로 청소년기부터 시작된다. 총기 소지에 대해 나이 제한을 하고 있는 것은 20개 주와 워싱턴에 불과하며, 뉴욕은 16세, 몬태나는 15세로 주마다 다양하다. 그 외에 나이 제한을 두지 않는 30개 주에서는 초등학생조차 총기를 보유해도 법률적인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기 구매의 경우 18세에서 21세 나이가 되면 합법적 취득을 허용하고 있다. 특히 버몬트 주에서는 16세 학생이 성인영화를 보는 것은 금지돼 있지만 총기류는 법률상으로 부모 허락 없이도 소지하는 게 가능하다. 오레건 주립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민용(25) 씨는 “대학 친구들의 경우 자기 방어의 목적으로 권총 정도는 가지고 있다”며 “본인이 직접 구하지 않았다고 해도 대부분 집에 있거나 물려받은 총기 하나씩은 소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나이불문하고 총기에 대한 접근성이 용이한 미국은 세계총기 소비량의 40% 가까이를 소화하고 있다. 이 같은 막대한 규모에서 나오는 수익이 ‘Barret’, ‘Colt’, ‘Remington Arms’로 대표되는 미국의 총기 제조 기업들에게 천문학적인 이익을 가져다주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정치 시스템도 문제로 지적됐다. 정치권에 대한 미국총기협회(NRA)의 로비(lobby)가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2012년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참사’가 계기가 돼 추진한 오바마 대통령의 총기 규제 법안이 부결된 것은 미국총기협회의 강력한 로비와 저항 때문이라는 관측이 크다.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예부터 미국은 로비가 합법적으로 인정이 됐던 나라다. 미국 의회나 정부의 각종 의사결정과정에는 반드시 관련 로비가 개입한다. 로비는 민족, 직종, 계층별 제반 갈등요인을 제도권 안에 적극적으로 수렴해 하나의 화합형 정책을 만드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미 책임정치센터(CRP)의 2009년 자료에 의하면 연간 미국 전체 로비의 규모는 33억 달러 이상이고 로비를 하는 로비스트의 규모 또한 1만 6천 명 이상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나타났다.
이처럼 로비는 미국에서 매우 중요한 정치활동인데 그중에서도 미국총기협회는 가장 영향력 있는 로비 단체 중 하나다. 1871년에 사격술 향상이라는 목표로 설립됐지만 점차 총기 소지자들의 이익과 권리를 대변하는 이익단체로 변모하며 그 규모가 거대해졌다. ‘세계경찰’이라 자부하는 미국이 세계 곳곳에서 전쟁을 벌이면서 총기제조업체의 지원을 받는 미국총기협회의 입김은 더욱 거세졌다. 현재는 회원 430만 명의 거대 로비 단체로 거듭나며 매년 2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관리하고 있는 거대 로비 단체로 성장했다. 실제로 미국총기협회는 수년 전부터 정치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을 통해 어느 정도로 총기소지를 지지하는지에 따라 A부터 F까지 등급을 매겨 발표해 왔고, 자연스레 미국에서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서는 이 단체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이다.
총기 규제 법안을 바라보는 달라진 여론
이러한 상황 속에도 최근 달라진 여론의 변화는 주목해볼 만하다. 2012년 갤럽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과거부터 2005년까지 총기소지 찬성여론이 60%에 가깝게 꾸준히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다. 그러다 지난 2007년을 기점으로 반대여론이 찬성의견과 팽팽하게 맞서기 시작했고 2011년에는 반대여론이 53%로 오히려 찬성의견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시간에 거주하는 브라이언 스캇(29) 씨는 “자주 발생하는 총기사고 때문에 대학교 내에서도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경찰들이 삼엄한 경비를 한다”며 “교내 메일을 통해 총기사고로 인해 외출자제 통지를 받은 적도 있어 불편했다”고 전했다. 앤아버에서 유학 중인 김민섭(28) 씨 또한 “낮에 치안이 좋던 곳도 해가지고 어두워지면 비행청소년들이 총기를 가지고 장난감 폭죽처럼 허공에 쏴대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목격했다”면서 “총소리와 비슷한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바로 집에 숨는다”고 개인 총기 소지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다.
총기 소지에 대한 일반시민들의 부정적 시선이 증가하는 가운데 이제는 미국도 총기 소지규제 법안을 시행하기 위해 본격적인 움직임을 펼치고 있다. 지난 1일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위험성 있는 개인의 총기 소지를 21일간 금지할 수 있는 내용의 총기 규제법(SB 1014)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 법의 핵심은 총기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잠재적 범죄자에 대해 경찰 또는 직계가족이 법원의 허락을 얻어 총기소지를 일시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인데, 미국이 간접적으로나마 총기 규제를 허락한 최초의 법안이라는 점에서 이 법안의 의미가 크다. 특히나 지난해 오바마 대통령의 총기 규제 법안이 부결되고 1년 만의 성과라 앞으로의 미국 전체 총기 규제 법안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김지하 기자 kjha0921@cbnu.ac.kr
최영은 기자 choyouneu@cbnu.ac.kr








김지하 & 최영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