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 최대 90%에 원인도 백신도 알 수 없는 무서운 괴질 바이러스인 에볼라 바이러스(이하 에볼라)가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을 중심으로 무서운 속도로 퍼지며 서아프리카를 강타했다. 에볼라로 인해 2014년 2월부터 11월 9일까지 약 5천여 명에 달하는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이는 에볼라가 처음 발병한 1976년 이래, 지금까지 유례가 없는 숫자이다. 영국 BBC 방송은 “1976년 중앙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431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때보다 지금이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에볼라를 연구하고 치료하던 의료진마저 감염돼 사망하고, 아프리카는 물론 유럽과 미국에도 상륙해 전 세계 보건 당국을 긴장시킨 에볼라 사태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에볼라(Ebola)란
지난달 15일, WHO 사무부총장 브루스 에일워드는 “12월 첫째 주가 되면 에볼라 감염환자 수가 일주일에 5천 명에서 최대 1만 명씩 늘어날 수도 있다”고 발표했다. 에볼라의 정체가 도대체 무엇이기에 이토록 치명적인 것일까.
‘에볼라 출혈열’이라고도 불리는 에볼라는 급성 열성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1967년 에볼라 강 유역에서 이 바이러스가 최초로 발견돼 이름이 붙여졌다. 에볼라는 일단 감염되면 치사율이 50%에서 심하면 최대 90%까지 치솟는데 WHO에 따르면 올해 출현한 에볼라의 치사율은 50% 정도다. 에볼라는 2일에서 21일의 잠복기를 거치며 이때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 하지만 잠복기가 끝난 후 갑작스러운 열, 오한, 두통, 식욕부진, 근육통 등의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처음 증상이 나타난 뒤 진행 속도에는 개인차가 있으나 보통 발병 10일을 전후해 코와 입 등을 통해 과다출혈을 보이고 이로 인해 저혈압 쇼크나 혼수상태, 장기 손상 등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인간이 에볼라에 감염되는 경로는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현재 가장 유력한 경로는 ‘과일박쥐’ 섭취를 통해서다. 에볼라 감염자가 발생한 아프리카 부족에서 주된 단백질 공급원으로 오래전부터 과일박쥐를 날것 그대로 섭취해왔는데 과일박쥐가 에볼라의 숙주로 밝혀지면서 이 같은 추측에 힘이 실린 것이다.
그렇다면 에볼라의 전파력은 어느 정도일까. 에볼라는 호흡기로 전파되는 바이러스가 아니기 때문에 전파력은 그리 높지 않다. 다만 감염자의 땀이나 침, 분비물, 혈액, 또는 직접적인 신체 접촉에 의해 감염될 수 있다.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 의학교육학과 예병일 교수는 “에볼라는 감염된 사람의 체액이나 분비물을 건드리는 경우 감염이 되고, 혈액을 통해서도 감염이 될 수 있다”며 “의료진들의 감염 소식이 들려오는 이유도 장갑이나 마스크 같은 개인 보호 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환자와 직접 접촉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쉽게 전염되고 치사율도 높은 무서운 병이지만 에볼라는 그동안 먼 나라 이야기에 불과했다. 최초로 발병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아프리카 대륙 곳곳에 에볼라가 발병하곤 했지만 지금처럼 전 세계로 퍼져 모두에게 걱정을 끼치는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에볼라는 그저 아프리카 풍토병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잠잠하던 에볼라. 갑자기 사망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이유는
에볼라는 40년 전에 처음 발견됐지만 그동안 사망자 수는 한 해에 수백 명 정도였고, 사망자나 감염자 모두 아프리카 대륙에만 머물러 있었다는 점에서 그리 심각하게 여겨지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백신도, 치료제도 개발하지 않고 있었는데 올해 갑자기 1만 4,098명이 에볼라에 감염됐고 이 가운데 5,160명이 숨지면서(WHO 11월 12일 발표. 11월 9일 누적 기준) 에볼라로 인한 사망자 수치가 과거에 비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렇다면 잠잠하던 에볼라가 갑자기 널리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설적이게도 교통수단의 발달이 에볼라가 확산된 이유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1976년 첫 발병 이래 에볼라는 대부분 외딴 마을이나 고립된 지역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높은 치사율 때문이기도 했지만 아프리카의 낙후된 교통도 한몫했다. 하지만 이번에 발생한 에볼라는 발달한 교통수단을 통해 여러 지역으로 확산됐다. 첫 발생지역인 기니에서 라이베리아의 수도 몬로비아까지 에볼라가 퍼지는 데는 버스가, 서아프리카를 넘어 미국 및 유럽 등 전 세계로 에볼라가 확산되는 데는 비행기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올해 출현한 에볼라가 돌연변이로 인해 기존의 바이러스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에볼라가 확산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WHO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에볼라의 치사율은 50%로 1976년 당시 치사율이 90%에 이르렀던 것에 비하면 많이 낮아진 수치다. 하지만 치사율이 낮아진 것은 더욱 사태가 심각해졌다는 것을 뜻한다. 치사율이 낮으면 바이러스의 확산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만일 이전처럼 치사율이 높아 바이러스 감염원이 일찍 죽었다면 에볼라도 새로운 감염원을 찾아 나서기 전에 함께 죽었을 것이다. 결국 에볼라는 돌연변이를 통해 자신을 더 많이 퍼뜨릴 수 있게 진화한 셈이다.
예기치 못한 에볼라에 전 세계는 우왕좌왕
높은 치사율로 에볼라 감염자 수와 사망자 수가 무섭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 보건 기구는 제대로 된 대응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중에서도 빠르고 효과적인 대처방안이 시급한 서아프리카 에볼라 발병국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라이베리아의 경우 넘쳐나는 에볼라 감염 환자들로 인해 병원은 이미 수용 가능한 인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급기야는 병원 앞까지 찾아온 환자를 그대로 집에 돌려보내는 일까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치료를 못 받은 환자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 에볼라를 옮기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 제일의 선진국이라고 자부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는 어떨까. 미국의 한 공항에서는 에볼라 환자 이송과정에서 방역복도 입지 않은 공항 직원이 의료진과 접촉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또한 기니에서 구호활동을 마친 의사 크레이그 스펜서(33)는 뉴욕으로 돌아와 평범한 일상생활로 돌아갔다. 하지만 귀국한 지 6일째 되는 날 아침, 그는 고열에 시달렸고 결국 에볼라 환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에볼라 환자가 5일씩이나 인구 밀집도가 가장 높은 800만 뉴욕 시내를 활보했던 것이다.
이처럼 세계 최고의 방역체계를 갖고 있는 미국조차도 에볼라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에볼라 때문에 말이 많다. 우리나라에서 ‘에볼라’란 단어가 급격하게 많이 나온 시기는 지난 8월이다. 덕성여대에서 개막된 ‘제2차 차세대 여성 글로벌 파트너십 세계대회’의 참여자 가운데 에볼라가 확산 중인 아프리카 출신 학생들이 포함돼 이들의 입국과 관련해서 논란이 일었기 때문이다. 언론을 통해 덕성여대 홍승용 총장은 “에볼라에 대해 철저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다”며 “발병국 학생들은 단 한 명도 참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미 에볼라 공포에 휩싸인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결국 나이지리아 학생 3명의 초청을 철회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하기에 이르렀다.
이렇듯 단 한 명도 에볼라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당시 우리나라의 상황은 아프리카 현지인의 입국만으로도 불안에 떨었다. 당시의 상황을 기억하는 김동한(수원시 장안구.26) 씨는 “에볼라의 위험성을 잘 모르는 상태였지만 전염성이 강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영화 속에서나 보던 전염병에 대한 공포가 상상돼 괜스레 걱정이 많아졌다”며 불안감을 전했다.
세계 각국이 에볼라에 대처하는 자세
그렇다면 세계 각국에서는 에볼라의 예기치 못한 공포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미국의 경우 자국 내 첫 에볼라 피해자에 대한 초기 대응에 문제점이 있었다는 지적이 있다. 미국 내 첫 에볼라 감염자는 토마스 에릭 던컨(라이베리아.42) 씨였다. 라이베리아 국적인 그는 지난 9월 20일 미국에 입국해 이후 24일까지 자유롭게 생활하다 이상증세가 발견돼 26일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당시 그를 진료한 의료진은 아무런 조치 없이 집으로 돌려보냈고, 댈러스에 있는 텍사스 건강장로병원에 그가 격리 조치된 건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9월 28일 이었다. 이후 토마스 에릭 던컨 씨는 에볼라 확진 9일 만에 숨을 거뒀다. 당시 미국 내에서는 입국 후 그가 에볼라 증상을 보이기 전까지 접촉한 사람이 무려 80여 명에 달해 에볼라 환자에 대한 초기대응에 완벽히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실제로 그를 간호한 여성 간호사가 에볼라에 감염된 것으로 확진 판정됐다고 밝혀지며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논란이 제기된 이후 미국 뉴욕에서는 에볼라로 인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훈련에 돌입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뉴욕시는 지난달 4일부터 뉴욕에서 에볼라 증세와 같은 고열, 구토 등의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신고할 경우, 반드시 최근 여행 또는 아프리카 출입 여부 등을 묻기로 하고 해당사항이 있다면 즉시 방호복을 착용한 긴급의료팀을 출동시키기로 했다. 또한 미국은 에볼라를 궁극적으로 정복하기 위해 ‘지맵(Zmapp)’이라는 에볼라 치료제를 시험개발 중에 있다. 지맵은 에볼라를 공격하는 단일 클론항체 3가지를 혼합해 만든 것으로 바이러스와의 결합을 통해 에볼라의 활성을 방해할 수 있는 항체다. 이와 관련해 예병일 교수는 “지맵은 이론적으로는 확실히 치료효과를 지니고 있다”며 “확실한 치료제로서 거듭나기엔 시일이 걸리겠지만 현재로서는 에볼라 치료에 가장 가능성이 높은 약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에볼라 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유럽 각국들 또한 방역대책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아프리카 이외 지역의 사람이 자국 내에서 처음으로 감염되는 사례가 발생해 유럽 또한 에볼라 공포를 피해 갈 수 없었다. 이에 유럽연합(EU)은 “에볼라 감염자가 들어올 가능성에 대비해 회원국에 대한 감염자 추적 및 격리 치료 등 방역대책을 마련해두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영국의 경우 항공 여행객을 통한 감염 확산을 우려하며 방역대책을 강화했다. 영국 내무부는 “출입국 업무 현장에서 에볼라 의심 환자가 발견되면 보건당국에 즉시 통보해 신속한 격리치료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도 지난 9일 에볼라 의심환자가 발생해 아시아권 역시 긴장하고 있다. 일본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 20대 여성이 서아프리카 기니에서 귀국하는 중 오사카 간사이공항에서 발열 증세를 보여 즉각 격리 특별병원으로 이송됐으며 추가 검사를 위해 혈액 샘플이 국립감염증연구소(NIID)로 보내졌다”고 밝혔다. 향후 국립감염증연구소에서 혈액 검사를 통해 에볼라 감염 여부를 확인받을 예정이지만 자칫 에볼라가 아시아권으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아베 수상 또한 에볼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각료회의를 개최키로 하고 대책을 마련 중인 가운데 일본은 자국 내에서 에볼라 환자가 발생했을 경우를 대비해 ‘아비간’으로 알려져 있는 후지 화학공업의 미승인약 ‘파비피라비르(Favipiravir)’의 사용을 승인할 것으로 ‘후생성’의 전문가 회의는 합의했다. 이 약은 아직까지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지는 못했지만 앞서 미국에서 시험 개발 중인 에볼라 치료제 ‘지맵’의 재고량이 없어, 향후 에볼라 치료에 도움이 될지 주목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에볼라가 국내에 상륙했을 때를 대비해 24시간 방역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 11일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국립중앙의료원의 에볼라 격리병동은 의심사례에 대한 대응경험도 있고 첨단시설과 훈련된 의료진 등 대응체계도 잘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에볼라가 국내에 상륙하더라도 방역체계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앞으로 에볼라 사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여전히 에볼라로 전 세계가 공포에 떨고 있지만 에볼라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한 세계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 쿠바, 중국 등이 백여 명 이상의 의료진을 파견한 데 이어 우리나라에서도 지난달 17일, 에볼라에 대응하려는 국제 사회의 노력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의료진을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에볼라가 유행하고 있는 시에라리온 지역에 국내 의료진 10명에서 20명을 평화유지활동요원(PKO) 자격으로 파견해 지원 활동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불행 중 다행으로 지구촌 곳곳에서 에볼라 환자의 완치 소식 또한 들려오고 있다. 미국 내 첫 에볼라 감염 사망자인 토마스 에릭 던컨 씨를 간호하다 에볼라에 감염된 두 명의 간호사 모두 치료 시작 2주 만에 퇴원했다. 뉴욕의 첫 에볼라 감염자인 의사 크레이그 스펜서 역시 지난 11일 에볼라에서 완치돼 퇴원했다. 아프리카 이외의 지역에서 처음으로 에볼라에 걸린 스페인 간호사도 입원 한 달 만인 지난 5일 완치 판정을 받아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아직 에볼라 감염에 대해 안심하긴 이르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입장이다. 유엔 에볼라 조정관 데이비드 나바로 박사는 지난 6일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서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에볼라 확산 속도가 늦춰지긴 했지만 아직 최악의 상태가 끝났다고 말하기 이르다”며 “모든 질병이 그렇듯 에볼라도 다시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역시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지금은 경계를 늦출 때가 아니라 마지막 불씨가 꺼질 때까지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하 기자 kjha0921@cbnu.ac.kr
최영은 기자 choyouneu@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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