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신문방송사 충북대신문 The Chungbuk Times 교육방송국
전체기사종합취업대학사회광장사람특집문화동영상뉴스포토&만평학술현상공모전문학
최종편집 : 2026.09.07 월 19:58
특집
특집 섹션
확대축소프린트
 김지하&최영은
반역자에서 저항의 아이콘이 되기까지
제 886 호    발행일 : 2014.12.01 

홍콩의 대학생들이 민주화를 요구하며 벌이고 있는 홍콩 민주화 시위, 올해 초 있었던 터키 반정부 시위 등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시위로 지구촌이 연일 들썩이고 있다. 그런데 많은 시위에서 공통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시위자들이 쓰고 등장하는 가면이 바로 그것이다. 미묘한 미소와 붉은 볼, 양쪽 끝이 올라간 콧수염, 가늘고 뾰족한 턱수염이 특징인 이 가면은 저항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가이 포크스(Guy Fawkes)’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가이 포크스는 왜 저항의 아이콘으로 불리게 됐으며, 세계 곳곳의 시위 현장에 자주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부터 가면의 주인공 ‘가이 포크스’에 대해 알아보자.
 
반역자로 세상에 알려진 ‘가이 포크스’

 

  가이 포크스는 1570년 4월 13일 영국에서 태어난 실존 인물로 친가와 외가 모두 가톨릭 신자로 이뤄진 가정환경에서 성장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라난 그는 유럽의 신교도들과 싸우기 위해 프랑스 등지에서 군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한창 활약하던 그에게 훗날 ‘저항의 아이콘’이라 불리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화약음모사건을 계획하던 인물 중 한 명이 그를 찾아온 것이다.
  화약음모사건은 영국 국왕 제임스 1세의 종교 정책에 불만을 품은 일부 가톨릭 교도가 웨스트민스턴 의사당을 폭파하고 국왕과 그의 가족을 살해하려고 계획한 사건이다. 16세기부터 17세기 당시 왕권신수설의 주창자였던 제임스 1세는 영국 국교회를 절대주의의 버팀목으로 삼으며 영국 내 가톨릭 교도를 탄압하고 있었다.
  이에 가이 포크스는 화약음모사건에 본격적으로 가담하게 되고 화약음모사건은 화약을 능수능란하게 다뤘던 그의 합류로 인해 더욱 활기를 띠게 됐다. 음모를 주도했던 가톨릭 교도들은 1605년 3월 의사당 건물의 지하실 하나를 빌려서 36통의 화약통을 장작더미와 함께 숨겨놓았다. 거사일은 의회가 개회하는 11월 5일로 잡았다.
  그러나 공모자 중 한 명이 자신의 처남이었던 몬티글 의원에게 의회에 출석하지 말라는 경고의 편지를 보내면서 일이 틀어지게 됐다. 몬티글은 편지 내용을 국왕에게 알렸고, 탐문 끝에 암살음모가 드러났다. 가이 포크스는 거사 당일, 의사당 지하실에 잠입해 화약에 불을 붙이려던 순간 체포됐다. 극심한 고문 끝에 그는 공모자와 계획에 대해 자백했고, 이듬해 1월 31일 교수형에 처해졌다.
  이 사건 이후 1606년 1월, 영국 의회는 국왕의 무사함을 축하하고 이러한 음모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기원한다는 의미에서 매년 11월 5일을 감사절로 공식 지정했다. ‘가이 포크스 데이’라고 불리는 이 행사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즐기는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이날 아이들은 낡은 천으로 만든 가이 포크스의 인형을 들고 다니고, 어른들은 가이 포크스의 가면을 쓰고 무리 지어 행진하며 축제를 즐긴다. 하지만 국왕의 무사함을 축하하는 의미였던 축제가 시간이 지나 이제는 가이 포크스의 거사 실패를 아쉬워하는 의미로 그 성격이 변모했다.

 

‘가이 포크스’는 어떻게 저항의 상징이 됐는가

  그렇다면 가이 포크스의 이미지가 바뀌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2006년에 나온 영화, <브이 포 벤데타>의 성공과 함께 가이 포크스의 이미지는 암살에 실패한 인물에서 국가권력에 대항한 혁명가로 바뀌기 시작했다. 영화의 주인공이자 반체제 운동가 ‘브이(V)’는 가이 포크스의 가면을 쓰고 반체제 운동을 펼친다.
  앨런 무어가 쓴 동명의 원작 소설과 비교해보더라도 워쇼스키 남매가 쓴 영화 <브이 포 벤데타>의 시나리오는 반정부 체제의 혁명인사 이미지가 상당히 강해진 것을 알 수 있다. 특히나 가이 포크스의 외관에서 오는 강렬함은 많은 이의 뇌리에 깊게 박혔다. <브이 포 벤데타>에서 가이 포크스를 본 박준상(서울 관악구.26) 씨는 “섬뜩한 미소를 짓고 있는 가면의 생김새가 무척 인상적이었다”며 “영화에서는 이 가면이 누구를 모티브로 만들었는지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아 따로 찾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알고 보니 영화 도입부의 내레이션부터 가면의 생김새, 사건의 진행 등 영화의 전반적인 이야기 흐름이 가이 포크스와 화약음모사건이 연결돼 있어서 놀라웠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렇듯 영화 <브이 포 벤데타>가 사람들에게 가이 포크스에 대한 이미지를 환기시켰다면, 가이 포크스가 본격적으로 저항의 이미지로 굳어진 것은 세계적인 해커 단체 어나니머스(Anonymous) 때문이다.  
  2008년 2월, 어나니머스가 가이 포크스 가면을 자신들의 이미지로 사용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이 정체모를 가면에 쏠렸다. 당시 어나니머스는 사이언톨로지교(Scientology,  신을 부인하고 과학기술이 인간의 정신을 해방시킨다고 주장하는 신흥 종교)에 항의하는 시위를 계획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어나니머스 회원들이 공공장소에서 시위를 여는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고, 서로의 신원을 감춰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채택된 것이 바로 영화에 나오는 가이 포크스 가면이었다.
  그들의 항의 시위는 언론에 보도됐고, 그 보도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익명으로 항의하는 모습이 비춰지면서, 가이 포크스 가면은 ‘악의 정부’에 대항하는 새로운 상징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그 흐름은 곧 재빠르게, 저항의 상징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퍼져나갔다.
  실제로 국내 이벤트 업체 ‘STUPID’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가이 포크스 가면은 어나니머스의 등장 이후 급속도로 매출이 늘어나면서 일 년에 천 개 이상 팔렸다. 이는 기존의 다른 아이템보다 월등히 많은 수준이고 높아진 가이 포크스의 인지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가이 포크스가 대중들에게 재빠르게 퍼지는 현상에 대해 원작자 앨런 무어는 2008년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마스크가 저항의 상징으로 쓰이는 일에 대해 매우 기쁘고, 나에게 작고 따뜻한 빛이 됐다”며 가면의 용도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시위에는 ‘가이 포크스’가 있다

 

  익명성 뒤에 숨어 속마음을 과감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면과 같은 도구는 좋은 저항매체다. 조선시대 양반의 모습을 풍자한 탈마당이 그것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1980년대의 ‘복면’은 민주화의 상징이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복면을 쓴 채 시위에 참여했다. 이는 경찰들이 뿌리는 최루가스를 막는 목적도 있었지만 시위 현장에서 자신들의 얼굴을 가림으로서 권력에 대해 강력하게 저항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복면은 21세기에 오면서 ‘가이 포크스’란 이름으로 다시금 재탄생했다.
  가이 포크스는 세계 각국의 시위 현장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가이 포크스가 가장 크게 활동을 한 지역은 홍콩시위 현장이다. 이번 홍콩시위는 2017년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서 친중국 인사만 후보로 나설 수 있도록 제한한 것에 반발해 대학생 동맹 휴업으로 시작됐다. 9월 이후 계속되고 있는 이 시위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충돌하며 팽팽한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5일,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쓴 시위대가 도심을 점거했다. 그동안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과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던 경찰에 대항하며 자신들의 민주화에 대한 의지를 알리기 위해 저항의 아이콘인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게 된 것이다.
  홍콩뿐만이 아니다. 그가 체포된 11월 5일을 맞아 미국 워싱턴 DC에서는 정부의 부패와 무분별한 기업 활동 개혁 등을 요구하는 ‘100만 가면 행진’이 개최됐다. 이날 행진을 주최한 어나니머스 회원들은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당신의 적이 누구인지 기억하라. 은행을 소유한 억만장자, 정치인을 타락시키고 사람들을 노예로 만든 기업들”이라고 밝혔다.
  가이 포크스가 태어난 영국에서도 저항의 물결은 이어졌다. 의사당 부근에선 정부의 일방적인 복지 축소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가이 포크스로 분장해 경찰과 대치했다. 이밖에도 2013년 태국 반정부 시위, 2013년 우크라이나 EU협정 중단 항의 시위 등 세계 450여 개 시위의 단골 손님으로 가이 포크스가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1월, 가이 포크스 복장을 한 1인 시위가 있었다. 저소득층의 진료비 예산삭감에 반대해 대한의사협회 좌훈정 감사가 국회를 향해 시위를 펼친 것이다. 당시 언론 보도에서 좌 감사는 “가이 포크스 가면을 통해 국회에서 행해진 의료급여예산 삭감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이 자리에 나섰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가이 포크스는 현대에 와서 민중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창구가 됐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서 주인공 브이는 “부정, 편협함, 탄압이 만연하고 온갖 감시 속에 침묵을 강요하는 사회도 문제지만 그러한 상황이 되도록 방관한 여러분이 가장 문제”라고 말한다. 이 짧은 대사는 가이 포크스가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간결하게 말해준다. 가이 포크스가 지향하는 사회는 침묵하지 않는 사회다. 400여 년 전 영국의 한 남자로부터 시작된 이 저항정신은 2014년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김지하 기자 kjha0921@cbnu.ac.kr
최영은 기자 choyouneu@cbnu.ac.kr

목록보기
최근기사
D등급에서 9월 투표까지, 충북대·교통대 통...
학생들의 선의 노린 포교 수법, 개인정보 제...
<양심의 빈자리> 학내 공용공간, 잘 사용하...
고물가 시대, 학교 주변에서 찾은 가성비 밥...
원청교섭 나선 정부기관, 노란봉투법 현실은....
특집 More
한국과 일본의 전시 현장에서 만난 일본군 ‘위안부’의 ...
유전자변형식품(GMO), 우리는 무엇을 알고 먹고 있나
우리가 저지른 베트남전쟁 민간인 학살, 판결 이후의 과제
4·19의 정신으로 묻다, 지금 개신인이 느끼는 불의는?
우리 곁에 살아있는 충북 독립운동가를 만나다
전체기사 종합
취업
대학
사회
광장
사람
특집
문화
동영상뉴스
포토&만평
학술
현상공모전
문학
동영상뉴스
수습기자모집
PDF자료실
지난호보기
신문사 소개 기사제보 독자참여 개인정보 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

28644 충북 청주시 서원구 충대로1, 충북대학교 신문방송사(발행인 : 직무대리 유재수 | 주간 : 이장원 | 부주간 : 신꽃비)

행정실 : 043-261-2934    충북대신문 : 043-261-2936    The Chungbuk Times : 043-261-2935    교육방송국 : 043-261-2953

Copyright ⓒ 2008 충북대학교 신문방송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