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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필수
공정무역, 빈곤탈출을 돕는 착한소비
제 155 호    발행일 : 2015.04.06 


 

한국인이 가장 즐겨먹는 음식은 무엇일까? 매일 밥상위에 오르는 김치, 아니면 그 김치와 함께 먹는 밥? 놀랍게도 둘 다 아니다. 한국경제신문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많이 먹는 음식은 다름 아닌 커피였다. 커피는 2013년 기준으로 주당 12.2회로 당당히 그 이름을 올렸다. 그 뒤를 배추김치(11.9회)와 설탕(9.7회) 그리고 잡곡밥(9.6회)이 따르고 있다. 이렇듯 한국인의 커피사랑은 실로 대단한 것이어서 커피소비량은 2008년 연간 1인당 2.91kg에서 2011년 3.38kg로 4년간 무려 17%나 증가했다. 이러한 증가세는 프랑스(14%), 노르웨이(7%), 슬로베니아(6%)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비롯해 골목골목의 소규모 커피전문점까지 그야 말로 전국이 커피사랑에 빠져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밥은 간단히 소박하게 먹더라도 커피는 꼭 마셔야 한다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으며, 이른바 밥값보다도 비싼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도 주변에 종종 눈에 띈다. 그러나 우리가 이렇듯 흔히 접하고 즐겨먹는 커피에는 우리가 잘 모르는 뒷이야기가 숨어있다. 바로 ‘공정무역’이라는 개념있는 이야기이다. 이제부터 커피를 제대로 알고, 개념있게(?) 마셔보자.

 

‘공정무역(Fair trade)’의 정의와 역사
  1998년 유럽을 기반으로 한 4개의 주요 공정무역단체(FLO: Fairtrade Labeling Organization, IFTA: International Fair Trade Association, NEWS!: the Network of European Worldshop, EFTA: European Fair Trade Association)가 한자리에 모여 앞글자를 딴 FINE이란 공정무역 네트워크 연합체를 만들었는데, FINE이 내린 공정무역 정의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공정무역은 대화, 투명성, 존중에 기반하여 국제무역에서 보다 평등하고 정의로운 관계를 추구하는 거래 기반의 파트너십이다. 특히 경제발전의 혜택에서 소외된 개발도상국의 생산자들과 노동자들에게 보다 나은 거래 조건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에 기여한다. 공정무역 단체는 소비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생산자들에게 지원을 제공하고 기존의 무역 관습과 법규를 개혁할 수 있도록 의식 개선운동과 캠페인을 주도한다”
  공정무역은 1946년 미국의 시민단체인 ‘텐사우전드빌리지(Ten Thousands Villages)’가 가난한 푸에르토리코 여성들이 만든 자수제품을 구매해 판매한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1950년대에는 구호단체인 영국의 옥스팜(Oxfam : Oxford Committee for Famine Relief)이 중국 피난민들과 동유럽국가가 만든 수공예품을 구매.판매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공정무역이 확산된다.
  1960년대에는 시민운동의 일환으로 공정무역 조직과 단체들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이들은 가난한 국가를 돕겠다고 나선 유엔개발계획(UNDP), 세계은행(IBRD),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프로젝트가 대부분 실패로 끝난 것을 비판하며, 그 대안으로 공정무역을 제시했다. 이들은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의 빈곤 국가로 들어가 풀뿌리 운동을 시작한다. 가난한 농부와 노동자들이 스스로 조합을 만들어 환경 친화적 농산물을 생산하도록 교육.훈련시키고 자금도 지원하였다. 그리고 유럽 여러 국가에 공정무역 단체나 회사를 설립해 이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공정한 값을 주고 수입해 판매했다. 1973년에는 네덜란드의 공정무역단체인 오가니사티(Organisatie)가 과테말라의 소농 협동조합이 생산한 커피를 수입해 커피에 대한 첫 공정무역이 이루어졌다. 이후 공정무역 품목은 차, 카카오, 설탕, 포도주, 과일 주스, 견과, 향미료, 쌀 등으로 확대되었다.
  1987년에는 유럽의 9개 국가(오스트리아, 벨기에,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스위스, 영국)과 11개 공정무역상사가 참여한 유럽공정무역연합(EFTA)이 설립되었다. 이어 1989년 세계공정무역연합(IFTA), 1994년 유럽세계상점 네트워크(NEWS!), 1997년 국제공정무역 상표기구(FLO)가 설립되었다.
  특히, 21개국이 참여한 FLO는 공정무역 제품의 표준, 규격 설정, 생산자 단체 지원, 검열 등의 활동을 하고 있으며, 2002년부터 공정무역마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FLO는 80여 개국에서 632곳의 인증 생산자 조직과 파트너 관계에 있으며, 전 세계 4,692곳의 수출상, 수입상, 가공업자에게 인증 마크를 부여하고 있다.

 

공정무역은 어떻게 이루어지나?
  커피는 최초의 공정무역 인증제품으로 대부분 국가의 공정무역에서 가장 높은 교역량을 보이는 품목이다. 세계적으로 커피 로스팅(Roasting) 산업은 네슬레(Nestle), 사라리(Sara Lee),  크래프트(Kraft), 프로턱앤갬블(P&G), 치보(Tchibo) 등 5개 회사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으며, 이들이 전 세계 생산되는 커피 생두의 절반 이상을 사들이고 있다. 반면, 커피 재배는 대부분 소규모 생산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전 세계 커피 생두 생산량의 70%는 재배면적 250,000㎡ 이하의 농장에서 재배되고, 소규모 가족농이 생산하는 양은 무려 50%에 이르며, 약 2,000~2,500만 명의 농민과 농장 노동자가 이 일에 종사한다.
  그렇다면 커피의 최종 가격에서 농민들이 가져가는 몫은 얼마나 될까? 우리가 즐겨마시는 중남미산 커피를 한번 살펴보자. 콜롬비아의 한 커피 농부가 땀흘려 수확한 1파운드(약 0.45㎏) 커피를 판매한다고 가정해보자. 전통적인 판매방식이라면 먼저 중간상인에게 넘긴다. 이들은 농민에게 파운드 당 31센트(한화 약 340원)를 쳐준다. 그리고 중간상인은 자신의 몫으로 33센트를 얹어서 로스팅업체에 넘긴다. 로스팅 업체는 여기에 다시 1달러 95센트(한화 약 2,120원)를 남기고 소매상에 판매한다. 이후의 최종 소비과정까지 감안했을 때 유통과정에서 발생한 부가가치 중 농민의 몫은  약 7%정도에 불과하다.
  동일한 커피를 공정무역으로 거래했다면 어떻게 될까? 공정무역에서는 FLO가 산정한 최저보장가격(생산비용+최저생계비+공정무역 기준 준수를 위해 필요한 추가비용)인 85센트를 농민에게 지급한다. 여기에 유기농으로 재배된 상품에는 ‘품질 프리미엄’으로 30센트, 생산자 지역공동체의 사회 경제적 개발을 위해 ‘공동체발전기금’을 얹어서 추가로 지급하게 된다. 이렇게 될 경우 전통적인 판매 방식에 비해 농민들은 약 4배정도의 수입을 올리게 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중간상인을 배제한 직거래 방식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공정무역이 가난한 농민들에게 희망과 꿈을 가져다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공정무역 : 시장이 이끄는 윤리적 소비>에 소개된 남미국가 벨리즈의 카카오 재배 농민 제로니모 투쉬(Jeronimo Tush)의 말은 공정무역이 그의 삶을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여준다. “저는 바닥이 진흙으로 된 초가집에서 살았었죠. 그러나 지금은 콘크리트로 만든 집이 두 채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교육시킬 수 있게 되었어요. 소피아는 벨모판(Belmopan, 벨리즈의 수도)의 대학교 학생이고 로렌스는 교사입니다. 그 아이들이 어릴 때는 새우 농장에서 일을 해야 했지만 지금은 학교만 다닙니다. 우리는 이제 그 아이들의 노동이 필요하지 않아요”

 

공정무역의 한계
  ‘착한 소비’라는 것이 있다. 공정무역운동을 포함한 소비자운동을 지칭하는 말로 인간과 동물을 포함한 자연환경에 해를 끼치는 상품을 사지 않고, 공정무역에 의한 상품을 구입하는 것을 말한다. 이른바, 개념있는 소비자가 되자는 것이다. 앞서 살펴 본 공정무역에서 보듯 스마트(Smart)한 소비자(Consumer)는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이 소비하는 제품의 생산자에게 까지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것에는 명암이 있듯 공정무역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과 비판이 따른다.
  가장 큰 문제점은 공정무역이 대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은 공정무역 인증이 마케팅에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인증제도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공정무역 단체인 ‘Fair Trade USA’는 기존의 소농협동조합 자격기준을 완화해 대지주가 소유한 플랜테이션 상품에도 공정무역 인증 마크를 부여했다. ‘Fair Trade USA’의 이러한 어처구니 없는 행동은 그들을  ‘FLO’와 결별하게 만들었다.
  이처럼 공정무역을 마케팅의 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대기업들과 공정무역 인증 마크를 남발하는 잘못된 인증단체로 인해 공정무역의 순수성이 훼손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한편에서는 공정무역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영국의 런던대학 연구팀은 공정무역 인증이 실제 에티오피아와 우간다의 빈곤 퇴치에 기여했는지를 4년간 연구하였다. 그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공정무역이 에티오피아와 우간다 소작농에게는 특별한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

 

우리의 관심과 인식이 필요
  공정무역의 원래 의미는 ‘소비를 통해서 세상을 변화시키자’는 것이다. 진정한 ‘착한 소비, 윤리적인 소비’를 위해서는 우리가 먹고 마시는 주변의 기호식품들이 어떠한 경로로 소비자의 손까지 도착하는지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필요한 것이다. 소비의 윤리적인 측면을 인식한 우리들이 비싼 값을 치루며 먹고 마시는 그 제품의 가치가 진정 그것을 생산한 이들에게 제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 소비자의 그러한 관심과 인식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2014년 독일의 주요 신문중 하나인 <Die Zeit 34호>에 실린 공정무역 관련 기사다.
  “공정무역 업체가 이렇게 많다면 지금쯤 남반구의 농경지와 농장은 천국으로 변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공정무역 인증 원료가 넘치도록 많은데도 현실은 변화가 없다. 여전히 서아프리카 카카오 농장에서는 아동노동이 자행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야자유 농장 건설 목적으로 원시림 개간이 횡행하고 있다”

 

  오늘부터라도 내가 즐겨마시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실 때 공정무역을 떠올리며 아프리카 어디선가 일하고 있을 어린 아이의 얼굴을 한번쯤 떠올려 보는 것을 어떨지.


김필수 객원기자
freeride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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