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50번째 주인 하와이 주는 니하우(Niihau), 카우아이(Kauai), 오아후(Oahu), 몰로카이(Molokai), 라나이(Lanai), 마우이(Maui), 카호올라웨(Kahoolawe), 하와이(Hawaii) 등 8개 섬과 100여 개의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제도이다.
하와이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관광지로 많은 여행객이 찾는 곳이다. 당신이 하와이 여행 중 카우아이 섬에 들렸다면 당신은 궁금증 하나를 갖게 될 것이다. 바로 카우아이 섬 가는 곳마다 볼 수 있는 닭에 대한 궁금증이다. 여유롭게 길을 거닐고, 해변에서 관광객의 가방을 뒤지고, 주차장에서 울부짖는 닭들을 보면 당신은 “저 닭은 주인이 없나?”, “저 닭 잡아 볼까?”, “왜 이렇게 닭이 많지?” 하는 궁금증을 절로 품게 될 것이다.
물론 주인이 있는 닭도 있겠지만 카우아이 섬을 활개치고 다니는 닭의 대부분은 야생으로 주인이 없다. 주인이 없으니 잡아서 요리해 먹는 사람을 보았다는 이도 있지만 믿거나 말거나다. 그렇다면 카우아이 섬에는 왜 이리 야생 닭이 많을까? 지난 6일자 <The New York Times> 보도에 따르면 이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있다.
미시간 주립대학의 진화생물학자인 게링(Eben J. Gering) 박사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야생동물이 어떻게 길들여지는가를 밝히기 위해 카우아이 섬의 야생 닭을 연구한다. 카우아이 야생 닭의 유전적 특징을 연구해 그들이 어떻게 야생 닭이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그의 연구 목적이다.
게링 박사에 의하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닭의 대부분은 7천 년 전에 길들여진 것으로 동남아시아의 열대우림에 서식하는 적색야계(赤色野鷄, Red Jungle Fowl)를 그 조상으로 한다. 물론 인도 남부의 건조한 삼림지대에 서식하는 회색야계(灰色野鷄, Gray Jungle Fowl)의 유전자도 어느 정도 갖고 있다.
2010년 스웨덴 웁살라 대학교(Uppsala University)의 의료 생화학과 미생물학 교수인 앤더슨(Leif Andersson) 박사는 농장에서 사육되는 8종의 닭을 연구해 그들의 게놈 배열순서를 밝혀냈다. 앤더슨 박사는 이 연구가 “닭을 길들이는 동안 일어나는 중요한 변화가 무엇인지” 밝히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 중 주목되는 것은 모든 길들여진 닭은 갑상선 호르몬 수용체 속에 변형된 청사진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 성과에도 불구하고 “닭이 어떻게 길들여지는가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게링 박사는 말한다.
한편 카우아이 섬의 닭들은 길들여진 닭이 야생의 닭으로 진화한 색다른 사례다. 이 지역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카우아이 섬의 야생 닭들은 1982년과 1992년 하와이 제도를 강타한 허리케인의 영향으로 생겨났다. 바로 허리케인 이와(Iwa)와 이니키(Iniki)를 말하는데, 특히 1992년 9월 11일 하와이 제도를 덮친 이니키는 20세기 최악의 허리케인으로 기록될 정도로 큰 피해를 입혔다. 당시 주정부 발표에 의하면 이니키는 사망자 4명, 부상자 98명의 인명피해와 함께 약 10억 달러 상당의 재산피해를 남겼다.
바로 이때 폐허가 된 농장의 닭들이 야생으로 탈출하면서 야생 닭의 개체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는 것이다. 미국 야생동물 보호단체인 오듀본 협회(Audubon Society)가 발표한 연간 조류수를 보면 각각의 허리케인이 강타한 1982년과 1992년 이후 몇 년간 카우아이 섬의 야생 닭 개체 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되어 있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이 야생 닭들의 계보는 훨씬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넓디넓은 태평양의 수많은 섬들을 항해를 통해 개척한 폴리네시아인(Polynesians)이 하와이에 유입된 시기를 그 시작으로 본다. 폴리네시아인들은 400년경에 이미 하와이 제도로 건너온 것으로 추정된다.
폴리네시아인은 태평양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섬들에 자리 잡고 살아온 원주민을 이르는 말이다. ‘폴리네시아’라는 말은 그리스어로 ‘많은’을 뜻하는 poly와 ‘섬들’을 뜻하는 nēsoi에서 유래됐는데 사모아, 쿡, 타히티, 소시에테, 마르키즈, 투부아이, 투아모투, 니우에, 토켈라우, 투발루, 통가, 윌리스푸투나, 하와이, 핏케언 등 수 많은 제도와 섬들이 이에 속해 있다.
폴리네시아인들은 그들이 정착할 섬에 닭도 함께 가져 왔는데 이 닭들이 적색야계와 매우 유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카우아이 섬의 한 동굴에서 오래된 닭의 화석이 발견됐는데 애들레이드 대학(University of Adelaide)의 호주 고대 DNA 센터(Australian Center for Ancient DNA) 팀장 앨런 쿠퍼와 그 팀원들이 그 화석에서 미토콘드리아 닭 DNA(Mitochondrial Chicken DNA)를 추출하는데 성공했다. 이 연구 결과는 폴리네시아인들이 어떤 경로로 태평양의 섬들에 정착했는지를 연구하는데 유용한 자료가 됐다. 예를 들어 카우아이 섬 동굴 닭 화석의 DNA가 남아메리카 닭의 DNA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과를 통해 폴리네시아인들이 남아메리카에서 오지 않았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한편, 카우아이 섬 야생 닭의 일부는 DNA가 동굴 닭 화석의 것과 일치하는 것으로 판명됐으며, 이들은 적색야계의 특징을 보인다. 그러나 그보다 더 많은 수의 야생 닭들은 길들여진 유럽품종의 닭에서 볼 수 있는 DNA, 즉 앞서 언급한 갑상선 호르몬 수용체 속의 변형된 청사진 유전자를 갖고 있다.
게일 박사는 이를 종합해 카우아이 섬 야생 닭의 원조는 폴리네시아인들이 가지고 온 닭이며, 이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농장에서 탈출한 닭들과 짝짓기를 통해 개체 수와 서식지를 늘리면서 현재의 모습을 하게 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이종만 객원기자
belll0000@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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