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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지선
“너는 웰빙하니? 이제 나는 ‘할랄’한다”
제 892 호    발행일 : 2015.05.04 

현재 지구촌 무슬림 인구는 세계 60여 국가에서 18억 명에 이르고 2030년에는 전 세계 인구의 27%가 무슬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점점 늘어나는 무슬림 인구와 함께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할랄 푸드시장도 성장하는 추세다. 할랄(Halal)은 아랍어로 ‘허용된 것’이라는 뜻으로 이슬람 율법에 맞게 허용된 것이다. 하지만 할랄 푸드는 이제 무슬림만의 고유한 문화가 아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비무슬림에게까지 할랄 푸드의 인기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할랄 푸드는 웰빙 푸드를 넘어 하나의 트렌드로 나아가고 있다.

 

‘할랄’과 ‘하람’
  우리나라 한 제과업체의 초코파이는 할랄 푸드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출사표를 던졌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할랄표’ 초코파이는 우리가 국내에서 즐겨먹던 초코파이와는 다르다. 초코파이의 주 요소인 마시멜로에는 돼지껍데기에서 추출한 젤라틴 성분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슬람에서 돼지는 ‘허용되지 않은 것’을 뜻하는 ‘하람(Haram)’으로 규정된다. 단순히 돼지고기를 금지하는 것을 넘어 돼지고기가 닿은 식기류, 돼지고기에서 추출한 모든 것들이 금지된다. 이에 초코파이는 해조류인 우뭇가사리를 원료로 한 식물성 마시멜로인 ‘베지멜로’, 즉 ‘마시멜로가 없는 초코파이’로 시장 문을 두드렸다.
  한국인들은 으레이 할랄 푸드라 하면 ‘돼지고기와 술’을 금지한 음식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할랄과 하람의 구분은 간단하지가 않다. 할랄 푸드는 채소, 과일, 곡류 등 비 육류성 식품과 해산물을 포함한다. 육류를 섭취하게 될 경우에는 양, 소, 닭 등 이슬람에서 허용된 고기를 할랄에서 규정한 엄격한 도축방법인 ‘자비하(Dhabiha)’로 단칼에 도축해야 한다. 도축하기 전, 이슬람교의 서언인 비스밀라 기도문을 외워야만 할랄로 인정된다. 반면 하람으로 규정된 것에는 돼지고기 및 이와 관련된 음식, 피와 피에서 나온 부산물, 육식동물, 파충류 및 곤충, 할랄로 허용된 육류이지만 도살 전에 비스밀라 기도문을 암송하지 않고 지정된 순서 및 가축의 머리를 메카 방향대로 도살하지 않은 고기, 다른 신의 이름으로 도살한 고기, 죽은 동물, 알코올 성분이 있어 사람들을 취하게 만드는 것 등이 있다.
또한 대체적으로 비늘이 있는 모든 물고기는 할랄푸드이지만 이슬람교를 믿고 있는 문화권마다 허용범위가 다르기도 하다. 이슬람의 가장 큰 종파인 순니파에 속한 ‘말리키 학파’는 비늘이 있는 물고기를 비롯해 게, 세우, 가재 등의 갑각류, 문어와 오징어, 낙지 등의 두족류, 홍합과 바지락, 굴 등의 조개류를 모두 할랄 푸드로 구분한다. 이에 비해 어패류 분류 규정이 가장 엄격한 순니파의 ‘하니파 학파’는 비늘이 있는 물고기와 상어만 할랄푸드로 취급한다.
  할랄 푸드를 이처럼 엄격하게 선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할랄 인증을 받으려면 3무(無)를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독이 없고, 정신을 혼미하게 하지 않아야 하며, 위험하지 않아야 한다. 이슬람의 식품 검수는 무척 까다로워 중금속, 수질, 방사능 오염 검사 등 인체에 유해한지를 가리기 위한 안전성 검사도 꼼꼼히 치뤄지며, 비할랄 식품이 조금이라도 섞이면 통과할 수 없다. 특히 육류는 일반 채소, 과일, 곡류보다 더 엄격한 인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자비하 도축방식, 가축에 대한 배려인가, 학대인가

  이슬람 율법에 맞는 자비하라는 독특한 도축방식은 먼저 “비스밀라 이르라흐만 이르라힘!(자비롭고 자애로우신 알라의 이름으로!)”와 “알라후 아크바르(알라는 크시도다)”를 외치며 예리한 칼을 이용해 한 번에 경동맥과 숨통을 절개한 이후 피를 모두 뽑아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슬람교에서는 죽은 동물의 피를 먹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국인들이 즐겨먹는 음식인 선지도 이슬람교에서는 하람으로 규정된다. 또 도축 대상인 동물은 병들지 않고 깨끗한 상태여야지만 최종적으로 할랄 푸드로 인정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이슬람 고유의 방식으로 이슬람권에서 대대로 내려온 동물존중의 문화가 숨어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비하 도축방법은 동물에게 고통을 주지 않고 세균 번식 또한 막아 보존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슬람교는 할랄식 도축방법이 어떻게 하면 동물이 가장 안 아프게, 가장 빨리, 가장 안전하게 죽을 수 있는지 연구한 결과이고 이는 종교적으로 천국을 가는데 ‘친절하게 돕는 길’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가축을 도축하기 전, 기절시키고 마취시키는 서양권 국가의 눈에는 칼로 목을 긋고 피가 다 빠져 죽음에 이를 때까지 동물을 방치하는 것은 ‘동물학대’로 비친다. 부결되기는 했지만 지난 2011년 6월 16일, 네덜란드 의회는 이슬람과 유대 율법에 따른 도축을 전면금지하는 법안을 표결에 부치기도 했다. 이 법안은 가축을 도살하기 전 반드시 기절시키거나 마취시켜 의식을 잃게 만들도록 의무화한 기존 도축법에서 종교적 도축을 예외로 인정했던 것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을 맨 처음 제안한 좌파성향의 동물보호당(PvdD)은 “도축하기 전 기절시키는 행위를 금지하는 이슬람, 유대 율법은 동물의 고통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라며 “동물학대에서 벗어나 여성인권과 마찬가지로 동물에 대한 인도적 처우도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비하에 대한 상반된 목소리에 한국이슬람교중앙회 관계자는 “현재 이뤄지고 있는 기계식 도축방식이 더 비인도적이다. 우리가 고기를 소비하지 않고 생활할 순 없다. 기계식 도축방식은 마치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하듯이 가축을 사육하는 것이다. 이처럼 가축들을 감정도 없고, 고통도 느낄 수 없이 도축하는 것보단 할랄식 도축방법은 가축의 컨디션을 고려해 도축을 진행한다. 사람들이 할랄식 도축방식은 마취를 하지 않아 비인도적으로 오해하고 있지만 실제로 마취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할랄 푸드 메뉴 증가로 유럽에서 사라지는 돼지고기

  할랄시장은 650조 원의 거대 수출시장이다. 뿐만 아니라 월드 할랄 포럼에 따르면 할랄 식품 산업 시장 규모는 2010년에 이미 6,515억 원을 넘어섰다. 무슬림 및 비무슬림에게까지 인기를 얻고 있어 할랄 푸드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음식점, 슈퍼마켓과 같은 업체들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가판대에는 할랄인증을 받은 제품들이 수두룩하게 쌓여있고 빠른 시간 내에 동이 나는 광경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맥도날드나 KFC(Kentucky Fried Chicken), 버거킹 같은 미국계 패스트푸드 업체들도 할랄 인증을 받음과 동시에 그들의 입맛 잡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확대에 유럽권 대도시에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할랄 푸드 시장에 대해 패스트푸드 업체가 모든 메뉴를 할랄 푸드로 통일한 것에 대한 불만이다. 즐겨먹던 돼지고기가 메뉴에서 없어지면서 주객이 전도된 것에 불만을 표출했다. 이에 한국이슬람교중앙회 관계자는 “할랄 푸드에 대해 소비자의 수요가 증가하면 기업이 공급을 늘리는 것은 당연한 순리”라며 “소비자가 원하는 쪽을 타겟으로 선정하고 최대한 많이 팔아 이윤을 남기는 것이 기업의 목표이기 때문에 일정 부분을 포기하고 대다수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할랄 푸드를 둘러싼 세계의 움직임
  할랄 푸드가 인기를 얻고 있는 가장 큰 요인은 전세계적인 ‘먹거리 불안’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확실한 안전 기준을 통과한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할랄 푸드는 엄격한 종교적 가르침에 따라 생산된 식품이기 때문에 보다 위생적이고 맛, 질, 신선도가 뛰어나 건강에 유익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 실제로 단국대 걸프만협력개발기구(GCC) 연구소 엄익란 연구원은 할랄 인증은 식품위생관리시스템인 HACCP과 의약품제조시스템인 GMP 기준을 상회한다고 <헬스벨(HealthBell) 매거진>에 발표했다.
  또 다른 이유는 청결한 생산설비에 있다. 식재료의 가공.포장.운반.보관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위생을 엄격하게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할랄 푸드는 비할랄 식품이 조금이라도 들어가거나 식재료가 비할랄 제품과 접촉하는 것만으로도 오염된 것으로 간주한다. 이러한 위생적인 안전 검수에 힘쓸 뿐만 아니라 할랄 푸드는 직원들의 고용상태까지 관심을 기울인다. 경제적으로 소외되고 불리한 위치에 있는 노동자를 착취하며 생산된 식품은 할랄 푸드로 인증받을 수 없다. 때문에 할랄 푸드는 착한 소비로도 통한다. 할랄 인증을 받으려면 품질의 우수성과 안정성뿐만 아니라 동물 보호와 공정무역이라는 조건에도 부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할랄은 식품을 넘어서 의약품, 화장품, 조미료, 관광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또한 이슬람 율법에 맞는 ‘할랄 모기지’, ‘할랄 뱅킹’라는 금융산업도 등장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할랄 산업은 어떤 상황일까? 한국이슬람교 중앙성원에 따르면, 현재 한국인 무슬림은 3만 5천여 명이며, 외국인 무슬림은 약 10만여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때문에 할랄 푸드를 취급하는 업체가 점차 생겨나고 있다. 부산에서 할랄 인증을 받은 식품을 팔고 있는 ‘펀자브 인도요리 전문점’의 라와나(Rawana.35) 사장은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무슬림, 외국에서 한국을 찾아온 무슬림들이 할랄 푸드를 많이 찾고 있다”며 “무슬람이 아닌 한국에서도 카레 같은 할랄 푸드에 관해 인기가 높다 보니 방문자가 많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기존 한국의 과자, 라면 같은 식품에 들어가는 성분은 한국말로만 표시돼 있어 무슬림들이 알기 어렵다”며 “식품에 할랄 인증마크가 들어간다면 무슬림이 어려움 없이 제품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할랄 인증기구는 150개에서 200여 개로, 이중에는 우리가 모르는 할랄 인증 기구도 많다. 또한 할랄 인증 기준이 이슬람 국가마다 차이가 있고, 인증 발급 기관도 달라 할랄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한다. 즉 국제적인 할랄 인증 표준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할랄 인증 제도는 태동기에 머물러 있다. 여러 할랄 인증 기구마다 서로의 기준을 토대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슬람교중앙회 관계자는 “아직 태동기이기 때문에 할랄 인증 기구가 서로 인증 기준을 조율해 국제적인 표준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소비자는 ‘할랄’이라는 용어가 이슬람권에서 쓰이기 때문에 선입견을 갖고 보지 않고 좀 더 소비자에게 안전하게 다가갈 수 있는 식품 인증 중 하나로 봐줬으면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할랄 푸드는 철저한 안전관리로 소비자에게 웰빙푸드라는 인식이 자리잡혔다. 또한 동물보호와 착한 소비로 사회적인 문제점까지 고려해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웰빙푸드를 넘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할랄 푸드. 그 성장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신지선 기자
wltjs7475@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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