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소셜네트워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이트인 페이스북에 게시된 ‘20센트 팁(약 240원)’이 적힌 계산서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 계산서의 주인공은 미식프로축구에서 러닝백으로 뛰고 있는 르션 맥코이였다. 스포츠 스타인 맥코이의 예기치 못한 쩨쩨한 팁 액수에 웨이터는 기분 나빠했고 이를 본 식당 주인은 계산서를 찍어 사이트에 올렸다. 맥코이는 이를 통해 ‘구두쇠’, ‘짠돌이’라는 별명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조롱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렇듯 미국의 팁 문화는 법으로 강요되진 않지만 누구든지 지켜야 하는 불문율이 됐다.
미국의 팁 문화란
팁은 사전적 의미로 ‘사례금’을 뜻하며, 고객이 호텔이나 음식점, 미용실 등에서 ‘팁 근로자’에게 감사의 뜻으로 주는 금품이다. 또한 팁은 선물을 뜻하는 라틴어 ‘stips'에서 유래했다는 정설과 함께 ‘To Insure Promptness(신속함을 보장받기 위해서)’에서 머리글자를 따 ‘TIP'이 됐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팁을 주는 기준은 호텔, 레스토랑, 테이크 아웃 식당, 배달 등 업종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지난 2014년, 미국의 온라인 쿠폰 업체인 바우처클라우드가 2,600여 명의 사람들에게 ‘식당에서 보통 팁을 얼마 정도 주냐’고 물은 결과, 음식 값의 15%에서 최대 20%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미국에서 부자 동네로 꼽히는 캘리포니아 같은 경우는 팁을 25%에서 30%까지 준다. 또 팁을 주는 비율을 오찬 15%, 만찬 20%, 또는 오찬 20%, 만찬 15%로 규칙을 정하는 등 경우의 수가 무궁무진하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서비스 직종인 배달원은 2달러(약 2,400원)에서 3달러(약 3,600원) 정도, 택시기사에게는 요금의 10%에서 15%의 팁을 줘야 한다. 그 밖에 호텔의 짐꾼, 호텔 객실 청소원, 카지노 딜러에게 줘야 하는 팁의 액수도 모두 다르다.
미국의 팁 문화가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미국인들조차 혼란을 호소한다. 미국인들은 음식을 포장해서 갈 때도 팁을 줘야 하는 것인지, 줘야 한다면 얼마가 적당한지에 의문을 품을 뿐만 아니라 시간당 10.64달러(약 1만 2,760원)을 받고 있는 호텔 객실 청소원에게까지 팁을 남겨야 하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최근 세계 금융 경제위기로 사람들의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미국의 팁 문화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골칫덩어리로 변질된 팁 문화
사례 1. 팁을 강요당하는 고객들
미국에서 팁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일상의 일부분이 됐다. 본래 팁은 친절한 서비스에 감사한다는 의미로 주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고객과 종업원이 주고받는 강제성을 띤 ‘준 사회제도’가 된 것이다. 별 대단한 서비스를 받지 않은 경우에도 팁은 의무적으로 적게라도 줘야한다. 테이크 아웃 커피를 파는 카페의 카운터에 놓여있는 ‘팁 바구니(tip jar)’가 대표적이다. ‘오마이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코미디언 제리 사인펠드는 테이크아웃 카페에서 팁을 받는 것에 대해 “요즘 어디 가나 카운터에 팁 바구니가 놓여 있지 않습니까? 이런 곳은 도대체 무슨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팁을 달라는 걸까요? 손님 쪽으로 몸을 돌렸다는 것?”이라고 말하며 조롱했다.
사례 2. 배보다 배꼽이 크다
로스앤젤러스에 있는 한 카페는 커피값 4달러(약 4,800원)를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 아이패드 터치스크린을 눌러 계산하도록 하고 있다. 결제 사인을 하기 전 1달러(25%), 2달러(50%), 3달러(75%) 버튼 또는 ‘노 팁’ 버튼을 클릭해야 한다. 사람들은 종업원이 보는 앞에서 ‘노 팁’ 버튼을 클릭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1달러에서 3달러 중 하나를 클릭한다. 이뿐만 아니라 뉴욕에서는 택시비를 결제할 때 택시 요금의 20%, 25%, 35% 팁 버튼 가운데 하나를 눌러야 한다. 그 이하를 줄 때는 직접 주고 싶은 팁 액수를 입력해야 한다. 팁의 액수가 고객이 내야 하는 금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면서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사례 3. 팁으로 둔갑한 신종 갈취 등장
뉴욕 맨해튼의 중심인 타임스 스퀘어에서는 스파이더맨, 헬로 키티, 미니 마우스 등 각종 만화 영화캐릭터를 쉽게 만날 수 있다. 최근 유명 캐릭터들은 사람들의 돈을 갈취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캐릭터 분장을 하고 관광객이나 일반인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난 후에 팁을 요구하는 ‘거리 예술가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거리 예술가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과잉 경쟁으로 경찰에 구속되는 사건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6월 4일 거리 한복판에서 헬로 키티와 미니 마우스가 난투극을 벌이다 체포됐다. 두 캐릭터가 주먹다짐을 벌인 이유는 관광객이 준 팁을 나누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스파이더맨이 관광객과 사진을 찍은 후 거칠게 팁을 요구하기도 하고, 팁을 달라며 성추행을 하는 경우도 빈번이 일어나고 있다.
변질된 팁 문화, 고객에게 책임 전가하는 국가와 고용주가 원인
미국의 대표적인 팁 문화가 흔들리는 원인은 국가와 고용주가 고객한테 책임을 떠넘기기 때문이다. 팁 근로자는 팁으로 벌이를 충당하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받는 일반 근로자보다 임금을 적게 받는다. 뉴욕의 최저임금은 8.75달러(약 1만 500원)이지만 팁 근로자의 임금은 7.5달러(약 9,000원)다. 뉴욕 정부는 지난 7월, 2018년 말까지 최저임금을 15달러(약 1만 8,000원)로 인상할 것을 합의했다. 이렇게 되면 최저임금 이 팁 근로자 임금의 두 배가 된다.
물론 미국 연방정부 차원에서도 팁 근로자와 일반 근로자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법 제도가 마련돼 있다. 만약 팁 근로자가 벌어들인 돈이 미국 공정노동법에서 규정한 최저임금이 되지 못한다면 나머지를 사업주가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갑과 을의 관계에서 을에 속한 근로자가 사업주에게 이를 요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팁 근로자의 임금을 더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오래전부터 나왔지만 번번이 이익단체와 고용주를 옹호하는 정치인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NO TIP"을 외치다
최근 미국의 일부 식당이 전개하고 있는 ‘노 팁(NO TIP) 운동’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 팁 운동은 팁을 아예 안 받는 것이 아니라 제공하는 서비스 비용에 포함시키는 것을 뜻한다. 주로 노 팁 식당들은 음식 값을 조금씩 올려 얻은 차익을 종업원들에게 일괄적으로 나눠준다. 노 팁 식당의 장점은 주방에서만 일해 팁의 혜택을 못 받던 주방 종업원까지 팁을 공평하게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그동안 발생했던 팁 분배에 대한 소유권 다툼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뉴욕의 노 팁 식당인 ‘스시 야수다’의 스칸 로젠버그 대표는 “고객들은 팁을 줄 때 얼마를 줘야 할지를 고민하는 부담감이 사라졌다”며 노 팁 운동이 결과적으로 고객을 만족시켰다고 말했다. 고객과 종업원 간의 팁 문제로 인한 충돌을 막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점이 있는 노 팁 운동은 고용주 입장에서도 반가운 대안인 것이다.
하지만 노 팁 운동이 ‘알맹이 없는 껍데기’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미국 팁 근로자의 고질적인 저임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껍데기만 바꾼 노 팁 운동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품은 것이다. 실제로 미국 연방정부가 정한 팁 근로자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2.13달러(약 2,550원)에 불과하다. 이는 한국의 최저임금인 5,58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다. 비록 미국 주요 주가 차츰 팁 근로자의 임금을 올리고 있지만 고용주로 구성된 이익단체는 “이런 경우가 반복되면 종업원의 숫자를 줄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즉 임금을 올리는 만큼 고용이 감소하고 해당 서비스의 가격이 올라가 자칫하면 서비스 산업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오마이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다트머스 대학 경제학 교수인 폴 울프슨은 오히려 저소득층의 임금 안정이 긍정적인 경제효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했다. 그가 연방정부가 제시한 팁 근로자의 임금보다 더 높은 임금기준을 적용한 17개 주를 조사한 결과, 임금 인상이 서비스 비용 상승이나 고용악화 등의 부정적 영향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을 밝혀냈다.
미국의 팁 문화는 1800년대 말부터 이어져 온 대표적인 문화이다. 미국 각지에서 ‘노 팁’ 선언을 벌이는 등 변질된 팁 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쉽지 않다. 또 아직까지는 속 빈 강정일 뿐이다. ‘일그러진’ 팁 문화를 바로잡기 위해 미국 정부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합심할 때이다.
신지선 기자
wltjs7475@cbnu.ac.kr
김윤주 기자
yellowtree@cbnu.ac.kr








신지선 & 김윤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