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틀린그림찾기’를 해보자. 아래 두 국기를 보면 어느 부분이 다른지를 알겠는가? 자세히 보면 별의 위치, 색깔, 모양, 개수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두 국기는 뉴질랜드 국기와 호주 국기이다. 최근 뉴질랜드 정부는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국기 디자인 공모전’을 개최했다. 하지만 뉴질랜드 국민, 이주민 등의 갑론을박으로 인해 디자인 공모전은 ‘골칫덩어리’로 점차 변해가고 있다.

국기를 교체하는 이유
국기는 한 나라의 역사, 국민성, 이상 등을 상징하는 깃발이다. 따라서 국기의 디자인을 변경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하지만 뉴질랜드에선 1902년 처음 제정한 뉴질랜드 국기에 이어 1981년 국기를 다시 제정한 사례가 있다. 또한 뉴질랜드 정부는 국기 변경에 대한 홍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그렇다면 뉴질랜드 정부가 밤낮을 새가며 국기 교체를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기를 교체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이웃 국가인 호주 국기와 구분이 어렵다는 것이다. 별의 위치, 색깔, 모양, 개수만 다를 뿐 영국연방 소속임을 나타내는 ‘유니언잭’, 남태평양을 상징하는 푸른색 배경은 같다. 또한 보다 핵심적인 이유는 ‘유니언잭’이 뉴질랜드가 식민 지배를 받았던 역사를 떠올리게 만든다는 점이 지적됐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뉴질랜드 존 키 총리는 “뉴질랜드의 국기는 독립 이후를 상징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신념”이라며 “뉴질랜드는 더 이상 영국의 지배를 받지 않고 있음에도 영국의 ‘유니언잭’이 지배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국기 디자인 공모전’ 진행과정
공모전 진행에 앞서 존 키 총리는 뉴질랜드의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전통 문양으로 사용된 은고사리 싹인 ‘코루’가 그려진 국기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12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국기검토위원회는 남쪽 하늘의 은하수 가운데 위치하며 십자모양을 이루는 네 개의 별인 ‘남십자성’ 디자인을 기반으로 검정 또는 파랑, 빨강, 흰색을 사용할 것을 추천했다. 공모전이 마감된 이후 국기검토위원회는 검토를 통해 총 1만 92건의 공모작들을 2015년 8월 10일, 40개로 추렸고 마지막으로 9월 1일, 4개 디자인을 최종 선정했다. 총 4개로 압축된 공모작은 ‘은고사리’ 문양 1개, ‘은고사리’와 ‘남십자성’ 문양 2개, 마지막으로 ‘코루’ 문양이 그려진 국기이다.
뉴질랜드 정부는 오는 11월, 4개의 디자인에 대한 첫 번째 국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두 번째 국민투표는 2016년에 치러질 계획이며, 현행 국기와 대체 국기 중 가장 표를 많이 얻은 국기가 뉴질랜드의 국기가 된다.
뉴질랜드 국민들은 ‘뿔났다’
그렇다면 뉴질랜드 국민들은 국기 변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지난달 4일 ‘뉴질랜드헤럴드’가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의 70%가 국기 교체에 반대하고 있다. 뉴질랜드 재향군인회는 1,2차 세계대전, 한국전 등에 참전했던 군인들이 현재 사용하는 국기 아래에서 싸우다 숨졌기 때문에 국기를 교체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뉴질랜드 국민은 국기를 변경할 때 발생하는 200억 원의 비용을 다른 더 유용한 사업에 쓰는 것이 낫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국기 디자인 공모전’을 시행하기 전에 국민의 의견을 묻는 것이 선행됐어야 한다는 의견도 속출했다.
또한 뉴질랜드 국민들은 정부의 주장처럼 호주 국기와 뉴질랜드 국기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호주 국기와 뉴질랜드 국기를 보면 유니언잭과 바탕색이 파랑색인 것은 동일하지만 ‘뉴질랜드 국기는 오각 모양의 빨간색 별이 4개, 호주 국기는 칠각 모양의 하얀색 별이 6개’이기 때문에 아주 멀리서 보지 않은 이상 헷갈릴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뉴질랜드 정부 홈페이지는 국기 변경을 조롱하는 디자인으로 가득 찼다. 공모전 출품작 중 한 디자인은 뉴질랜드에서만 볼 수 있는 키위새가 레이저를 쏘는 국기였다. 이 디자인을 올린 시민은 “키위새가 레이저를 쏘는 것은 뉴질랜드의 강력한 이미지를 나타낸다”며 유명무실한 국기 변경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냈다. 그 외 키위새 안에 현재 뉴질랜드 국기를 덧붙인 국기, 은고사리에다 뉴질랜드 럭비 유니온 국가대표팀 로고를 추가한 국기들도 올라왔다. 인터넷 뉴스 사이트 ‘허핑턴포스트코리아’도 뉴질랜드 국기후보 응모작 중 ‘최악의 공모작 50’을 꼽았다. 소셜네트워킹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페이스북에 올라온 응모작들은 사람들의 비웃음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타국 사람, 이민자들은 긍정적으로 생각해
반면 타국 사람이나 뉴질랜드 이민자들 중에는 국기 변경에 대해 긍정적인 사람들이 있다. 뉴질랜드의 상징적 의미를 담을 수 있고 타국 사람이 보기에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디자인으로 바꿔야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뉴질랜드 이주민은 “영국 식민지의 상징과도 같은 ‘유니언잭’을 떼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 섬 거주민들, 이민자들 사이에서 점점 지지를 얻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학교 박수영(중어중문학과.13) 학생은 “유학 생활 중 호주 국기와 뉴질랜드 국기를 우연히 본 적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똑같은 국기가 2개 있는 것으로 오해했다. 뉴질랜드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는 국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국기 변경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뉴질랜드는 이제 막 겨울이 끝났다. 하지만 아직은 싸늘한 날씨처럼 뉴질랜드 국민의 ‘국기 교체’에 대한 반응도 싸늘하기만 하다. 반대 여론에 무게중심이 실린 현재 상황을 볼 때 전문가들은 2차 국민투표 결과는 ‘현행유지’로 될 것이라 예측한다. 몇 년을 거쳐 진행되는 국민투표이니 만큼 뉴질랜드 정부가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모두가 만족할 대안을 내놓아야 할 때이다.
신지선 기자
wltjs7475@cbnu.ac.kr
새빨간 단풍 새겨진 국기가 탄생되기까지
2014년 9월 11일 뉴질랜드의 존 키 총리는 캐나다가 지난 1965년에 ‘레드엔슨’을 ‘메이플 리프(단풍잎)’로 변경한 것을 예로 들어 뉴질랜드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어야 한다고 말했다. 원래 캐나다 국기는 좌측 상단 모서리에 ‘유니언잭’이 자리하고, 우측 아래에는 프랑스 왕가의 문장과 캐나다 네 개 주의 주의 깃발이 새겨진 빨간 배경의 ‘레드 엔슨(Red Ensign)’이었다. 왜 캐나다는 국기를 바꾸었을까?
그 이유는 바로 캐나다의 역사에 숨어있다. 17세기 캐나다는 영국과 프랑스 식민지 확대경쟁의 대상이었다. 이후 영국이 승리해 영국의 지배하에 들어갔지만 프랑스의 흔적도 짙게 남아 있었다. 때문에 영국 중심의 ‘레드 엔슨’ 은 프랑스계 캐나다인, 캐나다 원주민, 이주민을 하나로 통합하기에 적당치 않았다. 이런 이유로 1925년 캐나다 국기 변경에 대한 필요성이 도마 위로 떠올랐다.
캐나다의 국기 변경은 20여 년간의 고심 끝에 이뤄졌다. 1946년 캐나다 전역에 국기 디자인 공모전이 열려 2,600여 개의 새로운 국기 디자인들이 쏟아졌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하지만 1964년에 국기 변경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1967년 ‘캐나다 탄생 100주년’을 맞아 캐나다를 하나로 뭉치게 하는 상징이 필요했던 것이다. 당시 레스터 피어슨 총리는 특별 위원회를 만들었고 국기 교체에 대한 정식 논의가 시작됐다.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돼 1964년 10월 세 가지 후보기를 선정했다.
첫 번째 후보기는 현재 ‘메이플 리프’기의 원안이었고 두 번째는 프랑스 왕실 문양인 백합꽃 문양이 자리한 ‘레드 엔슨’이었다. 세 번째는 총리가 적극 추천한 하얀 바탕에 빨간 단풍잎이 그려져 있고 양쪽에 파란색 직사각형이 있는 형태였다. 캐나다 국회는 캐나다의 상징성을 가장 잘 나타낸 ‘메이플 리프’를 최종적으로 승인했다. 1965년 2월 15일, 식민지 유산이었던 ‘레드 엔슨’은 막을 내렸고, 새로운 캐나다 국기 ‘메이플 리프’가 게양됐다.
한편 ‘메이플 리프’가 최종국기로 선정됐을 때 국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영국계 캐나다인들의 ‘메이플 리프’에 대한 반발심은 컸다. 캐나다 건국 이래 몇 번의 국기 변경이 있었는데 그 국기들은 모두 영국과 관련이 있었다. 영국계 캐나다 인들은 피어슨 총리가 프랑스계 캐나다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국기를 새로 제정한다고 손가락질했다. 이에 피어슨 총리는 국민투표를 통해 국민들의 의견을 직접 물었고, 압도적 지지로 캐나다의 국기는 ‘메이플 리프’로 유지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어떠한 이유로 ‘메이플 리프’는 캐나다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일까. 먼저 단풍나무는 캐나다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수목이다.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기 때문에 캐나다 국민에게 단풍나무는 친숙한 존재이다. 또한 단풍나무는 가구재, 달콤한 시럽까지 제공하기 때문에 캐나다 국민 사이에서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 불렸다. 이런 이유로 단풍잎이 캐나다 국기의 한 가운데에 자리 잡게 됐다.
새로 만들어진 캐나다의 국기는 단풍잎과 더불어 곳곳에 나라를 상징하는 무늬들이 담겨있다. 먼저 한 눈에 들어오는 빨간색과 흰색은 1921년 영국의 왕이었던 조지 5세가 정한 공식 색깔이다. 좌우의 빨간색 직사각형 중 왼쪽은 태평양, 오른쪽은 대서양을 나타낸다. 이렇듯 ‘메이플 리프’는 캐나다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캐나다의 상징들을 잘 담아내고 있다.
김윤주 기자
yellowtree@cbnu.ac.kr








신지선 & 김윤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