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도가 몰아치는 해변, 터키 경찰에 의해 발견된 모래에 얼굴을 묻은 작은 아이의 주검을 찍은 사진. 최근 SNS에 올라온 이 한 장의 사진은 전 세계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사진의 주인공은 시리아 북부 코바니 출신으로 3살밖에 되지 않았던 에이란 쿠르디였다. 그는 내전을 피해 그리스 코스(Kos)섬을 향하는 소형보트에 가족과 함께 탑승했지만 터키 보트룸 해변 인근 아크야라 지역에서 보트가 전복돼 변을 당했다. 쿠르디는 왜 이렇게 됐을까.
전쟁을 피해 떠나는 시리아 국민들
이전 난민의 대다수는 아프리카나 중동 출신이였다. 특히 2011년 리비아에서 일어났던 반정부 시위인 ‘아랍의 봄’ 이후 혼란스러운 정국 상태로 인해 리비아의 난민 수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난민들은 시리아인이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시리아는 독재정권이 집권하고 있었지만 안전한 나라였다. 이처럼 안전했던 나라가 지금은 왜 가장 위험한 나라로 바뀐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내전 때문이다. 현재 시리아 정부는 아버지 하페즈 알 아사드에서 아들 바샤르 알 아사드로 권력을 세습하며 45년을 장기 집권한 독재 정권이다. 계속되는 독재 집권, 정부의 부패와 무능으로 국민들은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에 나섰다. 하지만 정권은 무력으로 이들을 억제했다. 억제할수록 민주화 시위의 규모는 점점 더 커졌고 반정부 세력으로 무장화됐다. 정부군은 시아파이고 반 정부세력은 수니파로 종파가 달라 종교 전쟁 성격을 띈 내전으로 확산됐다. 혼란스러운 틈을 타 IS까지 시리아에 세력을 넓혔다. 시리아 국민들은 정부와 반정부군, 그리고 IS를 피해 고향을 등지고 유럽을 향해 정처없는 피난길에 오르고 있다.

유럽을 향한 위험천만한 루트
지난달 29일 국제이주기구(IOM)는 성명을 통해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통해 유럽에 들어온 난민 수는 52만 2천 124명으로 집계됐다”며 “이 중 시리아 난민들이 17만 5,000명으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난민들은 지중해를 통해 유럽에 발을 디딘 후 유럽 속 선진국으로 물밀 듯 밀려들어간다. 하지만 그들의 여정은 생사를 걸어야 할 만큼 순탄치 못하다.
국제이주기구에 따르면 유럽을 가기 위해 지중해를 건너던 중 목숨을 잃은 난민은 연 2,600명 이상이다. 해상에서 배가 뒤집히거나 침몰하면 생존할 가능성이 무척 낮지만 하루에도 수백 명의 난민들이 생사를 걸고 바닷길로 망명을 시도하고 있다.
시리아 난민들은 주로 터키를 거쳐 지중해를 건너 그리스 또는 이탈리아로 이동한다. 그리스로의 루트는 시리아 난민들이 주로 이용한다. 가난한 시리아인들은 주로 걸어서 터키의 이즈미르로 향한다. 이즈미르가 터키에서 그리스로 가는 단거리 해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해로는 육로에 비해 단속이 느슨하기 때문에 이동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다. 이즈미르 지역에서 관광용으로 쓰였던 고무보트는 난민들이 지중해를 건너기 위한 운송수단으로 바뀌었다.
지중해를 거쳐 그리스에 도착했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 난민들은 최종 목적지인 서유럽으로 가기 위해 동유럽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이는 지중해 루트만큼 위험하다.
난민들은 그리스에서 세르비아까지 이동하기 위해 마케도니아의 기차를 탄다. 하지만 하루 평균 2,000명에서 3,000명의 난민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기 때문에 기차에 탑승하기란 바늘 구멍에 낙타 들어가기만큼 힘들다. 마케도니아 정부는 난민들을 위해 세르비아행 기차와 버스의 수를 늘리기도 했지만 결국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밀려들어오는 난민을 막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마케도니아 내무부의 이보 코테브스키 대변인은 “우리는 인권을 존중하고 싶지만 우리 능력은 한계에 이르렀고 누구도 도와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고 세르비아에 도착한 난민들에게는 또 다른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바로 불법 난민 브로커들이다. 난민 브로커 시장은 연간 10억 유로에 이를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8월 27일 오스트리아 고속도로 갓길 냉동트럭에서 50여 명의 난민들이 부패한 시신으로 발견됐었는데 이는 난민 브로커와 연관이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이 난민 시신들은 헝가리에서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기 전에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트럭이 검문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난민들의 목숨을 건 이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돈을 노리는 난민 브로커들이 개입되어 있다.
몰려드는 난민으로 분열되는 유럽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시리아의 총 인구인 2,300만 명 중 절반이 넘는 1,160만 명이 유럽으로 몰려들고 있고 이로 인해 유럽은 혼란에 빠져있다. 특히 난민들이 유럽으로 내딛는 첫발에 해당되는 그리스, 이탈리아는 올해 지중해를 통해 유입된 난민이 10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국가 수용 능력을 넘어선 난민으로 인해 곤혹을 겪고 있다. 그리스와 이탈리아 정부는 유럽 국가들에게 난민을 분담해 수용할 것을 강력하게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1990년 제정 이후로 유럽 연합의 난민 수용정책에 근간이 돼 온 더블린 조약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조약의 취지는 난민 신청을 여러 국가에서 중복해서 할 수 없게 만들어 심사의 효율성을 높이며 난민들이 망명 국가를 고르는 것을 방지하고 망명 신청을 받은 국가가 난민 보호 책임을 회피할 수 없도록 한다는 데 있다.
하지만 시리아 난민들로 인해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과 같은 특정 국가에 난민 수가 지나치게 편중돼 더블린 조약의 실효성이 의심받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럽 각국이 난민을 분산 수용하는 난민 할당제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유럽 각국은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독일은 최근 자국에 유입될 난민 수를 80만 명까지 높혔을 정도로 유럽 내 난민 수용에 가장 관대한 입장을 보였다. 반면 캐머런 영국 총리는 “더 많은 난민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는 해답이 될 수 없다”며 “중동과 아프리카에 평화와 안정을 가져오는 근본적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해 난민유입에 대해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유럽은 그리스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한 난민 할당제 찬성측과 영국을 비롯해 북유럽, 동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한 난민 할당제 반대 입장으로 나뉜 상태다.
에이란 쿠르디의 죽음 유럽 난민에 대한 기류 바뀌나
터키 해변가에서 사체로 발견된 시리아 난민 에이란 쿠르디의 사진으로 난민에 대해 냉혹했던 유럽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는 전쟁의 모순과 난민 수용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게 돼 이들을 돕고자 나서게 된 계기가 됐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오스트리아 베르너 파이만 총리는 헝가리를 통해 들어오는 난민들을 제한 없이 수용하겠다고 밝혔으며 지난달 9일 유럽 연합에서는 난민 쿼터제를 실시했다. 난민 쿼터제는 난민을 의무적으로 분산 수용하자는 것으로 유럽 각국의 인구수와 실업률 그리고 난민 정착률 등을 고려해 유럽 각국이 난민을 나눠 받아들이겠다는 정책이다. 난민 수용에 소극적이던 영국도 쿠르디의 죽음으로 인해 결국 난민들에게 문을 열었다. 허핑턴 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자 회견에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바다나 육로를 통해 난민들이 넘어오는 것은 위험하니 시리아 국경 난민캠프에 있는 난민 수천 명을 직접 데려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난민 수용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난민으로 인해 유럽 각 국의 입장에 변화가 있었다. AP통신에 따르면 베르너 파이만 오스트리아 총리는 “우리가 인도적으로 신속히 행동해야 하는 긴급 상황이었고, 1만 2,000명 이상의 난민들에게 도움을 줬다”며 “이제는 법과 품위에 따라 긴급조치에서 정상 상태를 향해 단계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난민 입국을 허용한 지 하루 만에 이를 단계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또한 허핑턴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6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민자들을 통제하지 않으면 화합되고 통합된 사회를 만들기 어렵다"고 말했으며 이날 맨체스터에서 열린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테레사 메이 영국 내무장관은 이민과 난민 규정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에이란 쿠르디 사건 이후 유럽은 난민에 대한 벽을 깨는 듯 했으나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유럽 각국은 귀를 막고 책임을 떠맡지 않으려 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벽은 결코 해결책이 되지 않을 것”이라 했다. 시리아 난민 문제는 유럽 모두의 문제다. 벽을 깨고 시리아 난민을 향해 한발짝 다가가는 대담함이 필요한 때이다.
김윤주 기자
yellowtree@cbnu.ac.kr








김윤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