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 서부 구자라트 주 아마다바드에서 ‘파티다르’ 계층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집회를 열고있다.
수천 년간 지속된, 그리고 지금도 진행 중인 카스트제
카스트제(Caste System)는 기원전 1300년경 아리아인들이 인도에 침입해 인도 원시 종교인 브라만교의 성전인 베다를 중심으로 원주민에 대한 지배를 원활히 하기 위해 만든 제도이다.
이는 크게 네 개의 계급구조로 분류된다. 사제 역할을 수행하는 가장 높은 계급인 브라만, 무사와 귀족 계급인 크샤트리아 그리고 주로 생산 계급에 종사하는 바이샤와 천민에 속하는 수드라로 구성된다. 또 카스트 안에 속하지 못한 아웃카스트도 있다. 이들은 달리트 또는 불가촉 천민이라 불리며 가장 비천하다고 여겨지는 시체처리나 오물처리 등과 같은 일을 맡아 수행한다.
초창기 카스트제는 신분 구별은 그다지 엄격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계급사회가 견고해져 다른 계급과의 혼인 금지 또는 식사 금지 등과 같이 엄격한 규율이 생겨났고, 다른 카스트 계급으로 이동이 불가능한 사회규범으로 굳어졌다. 힌두교의 업 사상과 윤회 사상은 고착화된 카스트제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됐다.
이 제도는 지난 수천 년 동안 인도 국민의 직업을 대물림하게 만들어 인도를 고착화시켰으며 심각한 빈부격차를 일으키는 주범이 됐다. 이에 1947년 인도 정부는 차별적 신분제도인 카스트제를 공식적으로 철폐했다.
그러나 법적으로 신분제도를 철폐했다고 해서 수천 년 동안 지속돼온 신분제도가 인도인들의 인식 속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결혼이나 교육, 직업 선택에 있어 카스트제는 깊숙이 뿌리내려지고 있다. 인도의 카스트제는 개인의 전반적 사회활동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하위 카스트 배려한 제도, 고용할당제
인도의 전체 인구 중 브라만은 4%, 크샤트리아 7%, 바이샤 12%, 수드라 77%로 구성된다. 또 수드라 비율 중 16%는 아웃카스트라고 불리는 달리트가 포함돼 있다.
달리트들은 대부분 하루에 1달러 미만의 수입으로 가난한 삶을 살고 있다. 또한 인도인들의 정신 깊숙이 뿌리내린 카스트제로 인해 달리트들은 지역사회에서 배제되고 있으며 교육, 보건, 인권, 경제 활동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었다. 이에 인도 정부는 사회적 약자인 달리트들을 법률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제도를 시행했다. 그중 대표적인 제도인 고용할당제도는 영국이 인도를 식민 지배하던 1943년 시행됐다. 1947년 독립한 인도는 1950년 헌법을 제정하면서 향후 10년간 공공 부문 고용을 달리트들에게 일정 비율로 강제 할당하도록 법률로 명시했다. 이 제도는 10년 단위로 계속 연장돼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현재 고용할당제도로 인해 인도의 공공부문 고용의 49.5%는 하위 카스트로 채워지며 달리트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주의 경우 50% 이상의 강제할당 비율이 허용된다. 또한 대학 입학정원의 22.5%를 하위 카스트들에게 할당하고 있다. 최근 인도정부는 대학 진학과 공무원 채용에만 적용되던 하위 카스트 우대 제도를 민간 기업까지 확대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고용할당제도 한계점 보여
현재 카스트제는 직업에 따라 3,000여 개의 세부 카스트로 분류된다. 하층민 우대 정책이 역차별이라며 시위를 벌인 ‘파티다르’는 서부 구자라트 주에서 ‘파텔’이란 성을 쓰는 바이샤로 분류되는 계급이다. 파티다르 청년 조직인 PAAS(Patidar Anamat Andolan Samiti’s)가 이끄는 시위대는 하층 카스트를 위한 공무원 채용과 대학 입학정원 할당량을 지나치게 많이 배정해 자신들이 일자리와 교육기회를 얻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구자라트 주에서는 하층 카스트의 공무원 채용 할당량이 정원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매일 경제’에 따르면 시위에 참가한 비카스 파텔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공정한 기회”라며 “천민 출신은 40점을 맞고도 의사가 되는데 누구는 90점 맞고도 될 수가 없다”고 불평했다. 또한 ‘연합 뉴스’에 따르면 시위에 참가한 파티다르는 “부자 파티다르는 10%도 안 된다”며 “대부분은 다이아몬드 세공업체 등에서 일하는 직원일 뿐이고, 우리도 살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에 시위대는 자신들도 하위 카스트에 포함시켜 공무원 채용과 입학 비율을 보장하거나 아니면 카스트를 기반으로 한 할당제 자체를 철폐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인도가 전통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변화하면서 같은 카스트 내에도 경제력에 따른 차이가 커지고 있어 카스트보다 경제적 격차가 더 큰 차별을 낳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고용할당제도가 하위 카스트들에게 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와주는 부분은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 인도는 경제발전으로 산업사회에 진입하며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도 독립 이전부터 시행돼오던 기존 할당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흔들리는 카스트제
견고했던 인도의 카스트제가 도시를 중심으로 점차 붕괴될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는 크게 두 가지로 원인을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현재 법률로 정한 고용할당제 때문이다. 고용할당제로 인해 하위계층 사람들이 대학입학이나 공직에 진출하면서 인도의 오랜 고정관념인 ‘카스트는 곧 직업’이란 인식을 무너트리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현대 문명이 카스트제를 약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상수도가 발달하면 모두가 같은 물을 마셔야 하고, 철도를 이용하려면 모두가 같은 기차를 타야 한다. 이처럼 현대 도시에서는 음식과 공간에 대한 제한을 둘 수 없기 때문에 카스트제를 약하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대도시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도의 카스트제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주간 경향’에 따르면 인도의 자하할랄네루대학, 푸네 대학, 하이드라바드 대학 재학생 449명를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내 부모님에게 카스트제의 계급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가’란 질문에 73%가 동의했다. 이에 비해 ‘다른 사람이 자신을 생각할 때 자신의 카스트제 계급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가?’란 질문에 전체의 30%만 동의했고, ‘본인이 생각할 때 자신의 카스트제 계급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가?’란 질문에는 28%만이 동의했다.
인도에서 우리나라로 귀화한 김오말(서원구 사창동.42) 씨는 “이전부터 카스트제에 대한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며 “이번 사건으로 인해 카스트제의 문제가 더욱 명확해졌으니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카스트제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넓은 시야를 가지고 카스트제 전반에 대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전했다.
급속한 시대의 변화로 현재 카스트제에 대한 인식이 이전에 비해 완화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수천 년 동안 인도인을 지배해 온 견고한 카스트제를 완전히 깨뜨리게 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현대 사회의 인도 카스트제를 풍자한 그림이다. 사진출처: www.rediff.com
김윤주 기자
yellowtree@cbnu.ac.kr








김윤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