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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윤주
화이트도 아닌 블랙도 아닌 그레이 해커
제 901 호    발행일 : 2015.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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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이슬람 극단주의 IS는 프랑스 파리 도심과 식당에서 자살폭탄테러와 민간인들을 향해 총알을 난사하는 등 연쇄테러를 일으켰다. 이로 인해 최소 130명의 사망자와 35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에 지난 14일 세계 최대 해커 단체인 어나니머스(Anonymous)는 유튜브(YouTube)에 2분 30초가량의 동영상을 올리며 “전 세계에 있는 어나니머스가 IS를 추적해서 잡을 것”이라며 ‘IS와의 사이버 전쟁’을 선언했다. 전 세계 곳곳 여론들은 ‘그들이’ 움직인다며 기대에 부푼 모습을 보였다. 익명이란 가면 뒤에 감춰진 세계 최대 해커 단체인 그들은 누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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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니머스 그들은 누구인가

  ‘어나니머스’란 단어 그대로 익명이란 이름으로 전 세계에 3,000명 정도의 회원 수를 가지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해커 그룹이다. 이들은 2003년 익명 이미지 게시판 웹사이트인 포챈(4chan)의 일부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탄생했다.
  어나니머스의 가장 큰 특징들은 그들의 마크에서 찾아볼 수 있다. 마크 중 하나인 머리에 물음표 달린 사람은 단체의 익명성과 주모자, 체계, 특정 거점도 없는 어나니머스의 특징을 보여준다. 그들은 개방적이며 활동 내용이 정해져 있지 않을 뿐더러 한 사람이 무언가를 시작하면 익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어 그 일을 구체화시키는 형태이기 때문에 누구든 어나니머스를 자청해 활동할 수 있는 점조직적 성격을 띤다. ‘우리는 이름이 없다. 우리는 군단이다. 우리는 용서하지 않는다. 우리는 잊지 않는다. 우리를 맞이하라.’란 어나니머스의 표어는 이를 잘 나타낸다.
  스브스(Subusu) 뉴스에 따르면 IT 미래학자인 하버드 케네디 스쿨의 니코 멜레 교수는 “개개인이 매우 느슨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사실상 조직이라고 보기 힘들어 그들은 일종의 문화라고 보는 것이 좋다”라고 전했다. 이 같은 구조가 어나니머스의 영향력을 크게 키우는 데 일조했다는 장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어나니머스 공격 사례를 어디서부터 인정해야 하는지 기준의 모호함이 문제되고 있다.
  또한 어나니머스들은 중요한 메시지를 발표할 때마다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동영상을 통해 전 세계에게 알린다. 익명 단체인 어나니머스가 자신들의 신원을 숨기기 위해 채택한 것이 가이 포크스 가면이다. 이들은 정보의 자유와 이를 탄압하는 정부와 사회, 고위층에 대한 반대 그리고 인터넷상의 자유와 사회정의를 주장하고 있다. 이 외에도 어나니머스는 사회의 정의를 주장하며 성별, 인종, 성적 취향 등에 대한 차별에 맞서 싸운다. 이 같은 특징으로 어나니머스는 해커(Hacker)와 행동주의자(Activist)의 합성어인 핵티비스트(Hacktivist)의 성격을 띤다는 점 또한 알 수 있다.

세계적인 해커라 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나니머스는 2008년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 2008년 1월 신흥 종교인 사이언톨로지(Scientology)의 대표신자였던 톰 크루즈의 정신적으로 불안한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됐다. 사이언톨로지는 이 영상이 전 세계에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유튜브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하며 영상 삭제를 요구했다. 이에 어나니머스는 인터넷 검열이라며 분개했고 사이언톨로지를 반인권적이고 반민주적인 종교로 규정하고 반(反)사이언톨로지 운동을 전개했다. 사이언톨로지는 인간의 정신이나 영혼을 과학기술로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 종교다. 이들은 출생 이전 세포에 새겨진 고통의 기억이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원천이라고 보고 이를 사라지게 하기 위한 복잡한 치료 시스템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시스템은 터무니없이 많은 치료비를 요구하며 엄격한 복종관계로 문제가 되고 있었다.
  어나니머스는 사이언톨로지 홈페이지에 여러 곳에서 엄청난 양의 정보를 반복적으로 동시에 요구해 다른 일을 못하게 하는 서비스 거부 공격인 DDOS(Distributed Denial of Service)를 가했다. 이뿐만 아니라 전 세계 170여 곳에서 7,000여 명의 시위대가 어나니머스를 자청하고 반-사이언톨로지 가두시위를 벌였다. 시위 당시 어나니머스를 자청한 이들은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사이언톨로지 교회 근처와 도시의 중심지에서 시위를 벌였다. 시위 이후 가이 포크스는 어나니머스를 상징하는 마크가 되었다.
  2008년 2월 10일 첫 시위 이후 2009년 5월까지 여러 규모로 수백 번의 시위가 세계 각지에서 벌어졌다. 또한 시위 당일 반-사이언톨로지 운동 관련 블로그의 작성글 수가 약 4,000건, 사진 공유 사이트 플리커(fliker)에 게재된 시위 사진이 약 2,000건에 이르렀다. 이로써 어나니머스는 누구나 익명으로 뜻이 같으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단체로 정체성이 뚜렷해졌다.
  사이언톨로지 사건 이후 큰 영향력은 보여준 어나니머스는 저작권 독점 반대, 독재체제반대, 동성애 혐오주의 반대, 소아성애 반대 등 다양한 주제로 해킹활동 중이다.
  어나니머스는 멕시코 경찰이 손을 뗄 정도로 세력이 강한 마약조직 중 하나인 멕시코 갱단 로스 제타스(Los Zetas)와 대치한 사건으로 다시 한번 세상에 존재감을 알렸다.
  2011년 로스 제타스는 그들의 경쟁조직인 마약조직 카르텔(Drug Cartels)의 조직원이 술집에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술집을 습격해 술집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을 납치했다. 그런데 어나니머스 회원 중 한 명이 납치된 사람들 속에 있었고, 어나니머스는 유튜브에 자신들의 회원을 돌려달라는 영상을 올렸다. 하지만 로스 제타스는 이를 무시했고 이에 어나니머스는 팩스를 통해 로스 제타스의 아지트와 소유하고 있는 주요 공장, 후원 정치인의 정보를 로스 제타스의 우두머리에게 보내며 자신들의 일원을 풀어주지 않으면 이 정보들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했다. 로스 제타스는 자신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할 때마다 민간인 10명 사살하겠다는 경고와 함께 어나니머스의 일원을 풀어줬다.
  다양한 활동으로 국제적 영향력을 행사한 어나니머스는 2012년 미국 타임지(Times)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 100인'에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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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나니머스 화이트 해커인가, 블랙 해커인가

  온라인 보안의 취약점을 연구해 해킹을 방어하는 전문가를 화이트 해커(White Hacker)라 부르며, 사이버 공간에 침투해 중요한 정보를 훔치거나 사이트를 마비시키는 이들을 블랙 해커(Black Hacker)라 한다.
  어나니머스는 정치, 조직, 권력, 사회적 권위를 부정하는 무정부주의를 표명한다. 또한 북한, IS 등 공공의 적을 공격하거나 다른 해커 단체와는 다르게 본인들의 이익이 아닌 정보의 자유와 세계의 평화를 주장한다. 이 때문에 인터넷 여론은 그들에게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화이트 해커의 성향을 보이는 정의로운 집단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을 화이트 해커라 부르기엔 무리가 있다. 2014년 12월 28일 어나니머스는 개인정보를 재미로 유출했다고 스스로 밝혀 논란이 됐다. 세계 IT 정보 및 뉴스를 제공하는 테크크런치(TechCrunch)에 따르면 소니(Sony),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아마존(Amazon), 월마트(Wal-mart) 등에서 1만 3천여 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유출된 정보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뿐만 아니라 카드번호와 카드 유효기간과 같은 민감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일을 통해 어나니머스는 블랙 해커의 성향도 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윤주 기자
yellowtree@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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