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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호 & 유민지
에티오피아에서 오는 ‘그들’
제 913 호    발행일 : 2016.11.21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은 아프리카 첫 순방지로 에티오피아를 선택했다. 수도인 아디스아바바에서 이뤄진 한.에티오피아 정상회담에서는 한국섬유단지 조성, 도로건설 참여 기반마련, 고부가가치 분야와 같은 경제협력에 관한 이야기가 오갔다. 하지만 지구 반대편인 서울에서는 우리나라에 입국한 에티오피아 난민 수십여 명이 ‘박근혜 대통령은 에티오피아의 독재자 정부를 지원하면 안됩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경제협력 지원에 반대하는 집회에 나섰다. 지난 2014년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국가별 민주주의 지수에 따르면, 에티오피아는 ‘독재정치 체제’로 분류될 정도로 정치.인권탄압이 만연한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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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와 탄압으로 얼룩진 ‘에티오피아’

  우리에게 커피 원두의 생산지로 친숙한 에티오피아. 과거 악숨 왕국으로 유명한 이 나라는 아프리카 동쪽에 위치해 있다. 에티오피아와 인접한 에리트레아, 남수단, 케냐, 소말리아 등은 심각한 정치 불안을 겪고 있어, 현재 수십만의 난민들이 에티오피아로 넘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에티오피아의 정치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다.
  1941년 이탈리아의 침공을 물리치고 하일레 셀라시에가 황제로서 입헌군주제를 유지해왔지만, 1974년 공산혁명으로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섰다. 이후 1987년 국민투표로 군부 기구인 ‘에티오피아 임시 군사 평의회’(EPMAC)가 폐지되고, 1995년부터는 양원제 민주공화정을 채택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형식적인 민주주의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에티오피아 정부의 인권탄압 때문이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정치적 반대파와 언론은 물론 시민사회에 대한 조직적 탄압을 계속하고 있다. 아프리카미래전략센터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에서 언론인 망명이 가장 많은 국가다.
  또 국제인권감시기구인 ‘휴먼 라이츠 워치’의 2016년 보고서는 에티오피아의 야당, 언론,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을 지적하고 있다. 보고서는 ‘지난 2015년 5월 연방선거에서도 전반적인 협박 분위기’가 있었고, ‘지속적으로 국가안보세력과 여당이 야당을 괴롭히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수월한 시위.집회제한을 위해 반 테러법이라는 명목으로 정치탄압을 위한 법률까지 제정했다.
  이러한 억압적인 정책은 여당 장기집권의 발판이 되고 있다. 1995년부터 지난해까지 에티오피아의 총선결과를 살펴보면, 집권여당인 ‘에티오피아인민혁명민주전선’(EPRDF)은 전체 547석 중 320여 석 안팎을 항상 차지했다. 그리고 그들의 집권이 계속될수록 소수민족에 대한 탄압은 점점 도를 넘고 있다.
  아프리카 콩고 비밀정보국(ANR) 관료로 있다 우리나라로 망명한 광주대 욤비토나 교수는 “아프리카의 국경은 단순히 유럽 제국주의의 정치.경제적인 관점에서 그어졌다”며 “소수민족 문화를 무시하고 지도상으로만 묶인 국가는 내전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8월 22일 리우 올림픽에서 마라톤 은메달을 획득한 에티오피나의 페이사 릴레사 선수는 종착점에서 ‘X자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는 에티오피아 정부의 폭력적인 소수민족의 탄압을 반대하는 의미였다. 메달 시상대에서도 X자를 만든 팔은 풀리지 않았다. 자칫 ‘올림픽의 정치적 개입’이라는 이유로 은메달이 취소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처분은 경고에 그쳤다. 경기 후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페이사 필레사는 “9개월 동안 1,000여 명에 가까운 오로모 족이 학살당했다”며 “에티오피아에서 오로모 사람들은 현재 매우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만약 제가 에티오피아로 돌아간다면, 정부가 나를 죽일 것”이며 불안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에티오피아 난민이 우리나라로 망명.난민신청을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 초청된 에티오피아 산업연수생들이 집단적으로 난민 신청을 했다. 최근 5년간 우리나라로 망명.난민을 신청한 에티오피아인들은 205명에 달한다.

거르고, 또 거르는 난민 정책

  에티오피아인이 왜 우리나라까지 와서 난민 신청을 할까? 이에 대해 난민인권센터 이슬 활동가는 “아무래도 과거 한국전쟁 참전국가라는 기억 때문에 수많은 에티오피아인들이 정치.인권탄압을 피해 우리나라로 난민신청을 하고 있다”며 “에티오피아와의 경제적인 교류가 다른 아프리카 국가보다 많은 점도 난민신청이 늘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물론 에티오피아 난민에 대해 우리나라 정부는 다른 국가보다 관대한 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난민인정자를 보면, 에티오피아인은 11명으로 미얀마(32명), 방글라데시(12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난민 정책은 다른 나라보다 인색하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1992년 제네바 ‘난민조약’에 가입한 우리나라는 1994년부터 난민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출입국관리법에 의한 난민심사 방식으로 인해 제도적인 사각지대가 많다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대해 욤비토나 교수는 “지난 1992년 제네바에서 난민조약에 가입했음에도 한국 정부의 난민 인정자수는 턱 없이 적다”며 “현재 경제적인 지원도 부족하기 때문에 난민들의 실질적인 삶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난민문제에 대해 연구한 호원대 법경찰학부 이만종 교수도 “대다수의 난민들은 고등교육을 받은 인재들이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3D직종 외에는 종사하지 못 한다”며 “때문에 이들은 자연스레 소외받는 격리된 공동체로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결국 난민법에 대한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선호 기자
preference@cbnu.ac.kr



벽을 넘는 사람들, 난센 이야기

서울시 은평구 통일로에 위치한 서울혁신파크 1동에는 한국에 손을 내민 난민들이 한국 사회에서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는 ‘난민인권센터(이하 난센)’이 있다. 기자는 이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슬 활동가를 만나 난센과 한국으로 온 난민들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물어봤다.

Q. 난센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난민에 대한 제도개선, 법률지원, 처우개선, 인식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어요. 예를 들어, 얼마 전에는 인천 공항 난민송환대기실에서 난민심사 불회부 처분을 받은 시리아 난민 28명이 6개월 이상 머무른 일이 있었어요. 교도소보다 열악한 시설이라 오래 머물 수 없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이에 난센에서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했고, 난민 처우 개선에 대한 법 개정을 추진 중이에요.

Q. 난민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서 난센에 오나요?

  법무부에서 난센에 대해 알려주고 있어 조력을 원하는 분들이 오고 있어요.

Q. 난센의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나요?

  거의 백퍼센트 시민들의 후원으로 운영돼 늘 어려움이 있어요. 특히 행정에 드는 비용이 부족해요. 일부 사람들은 난민들에게 직접 주어지는 경우가 아니라면 후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하더군요. 하지만 활동가들의 인건비와 사무실 운영비용으로 사용되는 일반 후원금은 활동가들이 이 일을 그만두지 않고 계속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준다는 데 있어서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후원을 하는 분들께는 매달 뉴스레터로 난센의 소식을 전하고 있으니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Q.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 절차는 어떻게 되나요?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법무부에 난민 신청을 해야 해요. 인정을 받으면 거주비자를 받고 난민인정자로서 살아갈 수 있지만 99%가 불인정을 받고 있죠. 이에 이의를 신청하면 법무부에서 다른 심사자들이 심의를 다시 해요. 이때의 결정도 불복하면 사법부에서 삼심제도에 따라 결정 취소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승소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Q. 난민 인정 기준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법무부에서 난민협약 상 난민의 정의를 만족시키는 사람인지를 기준으로 심사하지만 구체적인 기준은 알려진 바가 없어요. 난민인정자 수도 난민의 날이 있는 6, 7월과 연말에만 급격히 증가하는 경향이 있어서 난센에서 법무부에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요.

Q. 난민들은 한국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나요?

  난민신청자들은 신청 이후 6개월이 넘기 전에 법무부에서 생계비 지원을 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예산과 신청자 대비 지원자 수가 너무 적은 게 현실이에요. 또한, 6개월이 지나기 전에는 국내 취업을 할 수 없는 것도 큰 문제죠. 난민으로 인정받아도 본국에서 변호사와 정치인 같은 지위에 있었던 분들도 한국에서는 대부분 공장에 취업해야 해서 이전에 살아왔던 삶과 이어지지 않는 삶을 살아야하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어요. 한국에서 태어난 에티오피아 난민 인정자들의 자녀들은 피부색과 외모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방인 취급을 받으며 정체성에 혼란을 겪기도 해요.

Q. 우리나라 난민 문제 개선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요?

  근본적으로 난민에 대한 인식이 크게 개선돼야 해요. 우리나라에도 난민이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난민 보호에 공감하는 사회 분위기가 이뤄져야 난민에 대한 제도개선이 가능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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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지 기자
nice9710@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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