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부산광역시 동구에 위치한 일본영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무허가 불법 설치라는 이름으로 철거됐던 평화의 소녀상이 계속되는 비판 여론으로 제자리를 찾은 것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주한 일본대사와 영사를 소환하고,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근거로 소녀상 철거를 압박하고 있다. 한편, 평화의 소녀상은 주한 일본대사관과 영사관 앞뿐만 아니라 국내 59곳, 국외 11곳 등 총 70곳에 세워져 있다.
작은 동상을 지키는 사람들
1992년 1월 8일부터 시작된 수요 집회는 26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1년 1,000번째 수요 집회에 맞춰 서울특별시 종로구 일본 대사관 앞에는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지난달 30일 기자는 평화의 소녀상이 있는 일본대사관을 찾았다. 설명절임에도 불구하고 대사관 주변에는 경찰버스가 둘러싸고 있었다. 경찰 서너 명이 교대하며 지속적으로 순찰을 돌 정도로 경비는 매우 삼엄했다. 그곳엔 차분히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소녀상이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비닐과 박스를 여러 겹 덧대서 만든 조그만 천막을 볼 수 있었다. 기자는 천막 안에서 위안부 피해자를 돕는 ‘희망나비’ 소속으로 소녀상을 지키고 있는 세 명의 지킴이를 만났다. 그들은 영하 10도의 추위를 온몸으로 버티며 소녀상을 지키고 있었다. 세 명의 지킴이 중 한 명인 윤재민(경기도 수원시·21) 씨는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철거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희망나비 회원들이 교대로 지키고 있다”며 “주로 대학생과 직장인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기자가 방문한 날(2017년 1월 30일)은 그들이 평화의 소녀상 옆을 지킨 지 397일째 되는 날이었다. 그들은 주말과 공휴일도 없이 24시간 교대로 자리를 지켰고, 일주일에 한 번씩은 이곳에서 노숙을 하기도 했다. 또 다른 지킴이인 이형석(경기도 광주시·21) 씨는 “교대해 줄 사람이 없어 6일 동안 간이 천막에서 숙식을 해결한 적도 있다”며 “오랫동안 있다 보면 힘들 때도 많다”고 전했다.
“바깥에서 하는 식사가 불편하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들은 한목소리로 “절대 불편하지 않다”고 답했다. 윤재민 씨는 “지나가는 시민들께서 격려를 많이 해주신다”며 “음식과 음료수를 가져다주면서 ‘힘내라’는 격려를 해주시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천막 한쪽에는 시민들이 준 초코파이와 음료수가 한가득 있었다. 이어 그는 “평소 끼니는 여러 시민단체에서 제공해 주는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있다”며 “우리가 400여 일 가까이 이곳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격려와 후원 덕분”이라고 전했다.
계속되는 소녀상의 위협
하지만 그들에게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일본 극우단체와 우리나라 일부 보수단체의 위협이 계속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6월, 주한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옆에 ‘다케시마는 일본땅’이라는 말뚝이 박히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는 일본 극우단체 ‘신풍’의 회원인 스즈키 노부유키 씨 짓으로 그의 도발과 만행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에는 일본 극우단체 뿐만 아니라 이 합의에 찬성하는 우리나라 일부 보수단체들도 소녀상을 위협하고 있다.
이형석 씨는 “최근에는 어버이연합과 같은 보수단체 회원들이 수시로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지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며 “그분들은 흑백논리에 치우쳐 욕설과 폭행은 예사고, 심지어 우리 천막 안에 있는 음식이나 비품을 마음대로 가져가는 일도 있다”고 전했다.
외교 공세를 펼치는 일본
현재 일본 정부는 주한 일본 대사관과 영사관 앞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을 철거하도록 우리 정부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이하 비엔나협약)을 근거로 문제삼고 있다. 1961년 UN 국제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채택된 비엔나협약은 ‘외교관에 대한 국제관습법’을 성문화한 것이다. 비엔나협약 제22조를 보면 ‘각국 정부는 외국 공관의 안녕을 방해하거나 품위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특별한 책무가 있다’고 명기돼 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비엔나협약을 근거로 평화의 소녀상이 일본 대사관과 영사관의 품위를 훼손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의 NHK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외무성 정례브리핑에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재작년 일본과 한국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합의를 했음에도 추가로 소녀상을 설치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이는 비엔나협약에 위배되는 것으로 한국정부와 관계 지방자치단체에 조속한 철거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일본 정부는 주한 일본 대사관과 영사관 앞에 있는 소녀상이 지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한.일외교장관회담 공동기자회견문’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위배라고 주장하는 부분은 공동기자회견문에 나오는 ‘소녀상에 대해 공관의 안녕.위엄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우려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라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달 10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정부와 해당 지자체, 시민단체 등 관련 당사자들이 외교공관의 보호와 관련된 국제예양 및 관행을 고려하면서 위안부 문제를 역사의 교훈으로 기억하기에 적절한 장소에 대해 지혜를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외교부의 `모호하고, 당당하지 못한’ 입장 발표에 국내의 비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 학교 정치외교학과 박홍영 교수는 “보는 관점에 따라 의견의 차이는 있겠지만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우리나라의 외교적 자세에 문제가 많다”며 “애초에 우리 정부가 잘못된 위안부 협의를 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위안부 협의로 인해 일본 정부의 압박에 우리 정부는 제대로 된 대응조차 못하고 있다”며 “지난 한·일 위안부 합의를 통해 우리 정부는 10억 엔의 보상금을 받고 이미 일본 정부에게 면죄부를 줬기 때문에 일본 정부의 주장에 대해 아무런 비판도 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달 9일 일본 정부는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항의표시로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를 본국으로 소환 했다. 2012년 독도 문제로 무토 일본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박홍영 교수는 “외교관을 본국으로 불러들이는 소환은 상대국과 당분간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며 “외교적으로 매우 강력한 조치”라고 전했다.
소녀상에 대한 일본 정부의 강경한 대응에 일본 국내의 여론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닛케이신문과 도교TV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주한 대사와 영사 소환 조치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약 72%가 지지를 보내고 있다. 반면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약 18%에 불과했다. 이러한 일본의 상황을 두고 일부 국내 언론들은 아베 정권이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고의적으로 소녀상 문제를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이에 대해 박홍영 교수는 “기본적으로 한·일 관계는 국제관계의 영역이기 때문에 아베 정권이 소녀상을 국내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는 견해에는 한계가 있다”며 “외교문제를 국내 정치에 국한시켜 바라보거나, 국내 정치의 도구로 이용하려 들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게 되기 때문에 평화의 소녀상과 관련된 한.일 관계를 우리는 좀 더 거시적이고 국제적인 시각에서 들여다보고 해결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가깝고도 먼 나라.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역사적 원한으로 마음의 곁을 줄 수 없는 나라. 자신들의 역사적 과오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 한번 하지 않는 나라. 그것이 우리가 바라보는 일본이다. 하지만 이러한 우리의 감정과는 달리 한·일 관계는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그리고 군사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풀리지 않는 감정의 실타래를 풀고, 보다 발전적인 한·일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평화의 소녀상’과 관련된 한·일 갈등은 해결돼야만 한다. 한·일 양국 모두 ‘평화의 소녀상’을 평화의 메신저로만 바라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김선호 기자
preference@cbnu.ac.kr
엄태은 기자
ii06@cbnu.ac.kr








김선호&엄태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