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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민지
금요일에 시간 어때요?
제 914 호    발행일 : 2017.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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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사람들에게 설렘을 안겨주는 이 단어에 새로운 수식어가 붙었다. ‘불타는’ 금요일, 줄여서 불금이다. 주말을 맞이하는 기쁜 마음을 표현한 불금은 2004년 7월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된 후부터 심심치 않게 들리는 단어가 됐다. 퇴근 후 금요일 저녁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소비동향도 달라졌다. 2005년 3월 15일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설 연휴를 제외한 1~2월 누계 매출을 요일별로 집계한 결과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의 금요일 매출이 전년도 동기 대비 각각 19%, 12.9%, 9.5% 증가했다. 또한, 2015년 5월 3일 백화점과 대형마트업계에 따르면 주말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매출이 발생한 요일은 금요일이었다. 이는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해외에서도 금요일 소비동태를 주목해 소비자 ‘지갑 열기’에 주력하고 있다.


1년에 한 번, 특별한 미국의 금요일

 
미국에서는 11월 넷째 주 목요일 추수감사절 다음날, 최대 규모의 할인 행사가 이뤄진다. 이때 기업들이 적자를 흑자로 전환한다는 의미에서 이 날은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린다. 블랙프라이데이에는 다양한 상품을 많게는 반값 이상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행사 전날 상점 앞에서 진을 치는 소비자가 있을 정도로 상당한 인기를 얻고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블랙프라이데이에 미국인이 소비하는 양은 미국 연간 소비량의 20%를 차지한다.
  최근에는 해외직구(해외 직접 구매 줄임말) 선호가 급상승하면서 행사기간 중 온라인 매출 또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온라인 매출을 집계하는 어도비 디지털 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의 온라인 매출은 33억 4,000달러에 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요일을 이용한 마케팅이 소비심리를 증폭시킨 것이다.
  이와 같은 블랙프라이데이의 인기는 다른 나라의 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 금요일을 겨냥한 또 다른 나라, 일본의 ‘프리미엄 프라이데이’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뒤 이은 일본과 중국

  지난달 24일 일본 정부는 매월 마지막 금요일에 오후 3시 조기퇴근을 권장하는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시행했다. 이 제도는 과로사 방지와 소비 촉진을 목표로 도입됐다. 원활한 시행을 위해 일본 기업도 손을 잡았다. 일본 도쿄 긴자에 위치한 미츠코시백화점은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홍보하는 현수막을 내걸었고, 일본 대기업을 포함해 1,300여 개 회사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정책의 첫 발을 뗀 일본은 금요일 조기퇴근의 효과를 봤을까? 지난 2일 NHK 보도에 따르면 프리미엄 프라이데이 당일 주요 백화점 5개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평균 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나가하마 토시히로 다이이치생명연구소 수석 경제학자는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로 인한 소비 진작 효과가 약 1,240억 엔에 이를 것이라는 긍정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하지만 아직 허점도 즐비하다. 지난 4일 교토통신에 따르면 민간조사회사인 인테지가 수도권에 거주하는 20~59세 남녀 2,200여 명에게 인터넷 설문 조사를 한 결과 프리미엄 프라이데이에 일찍 퇴근했다는 대답은 3.7%에 그쳤다. 직장에서 조기퇴근을 장려한 비율도 10.5%에 불과했고, 조기퇴근한 사람 중 41.8%는 ‘집에서 보냈다’고 응답해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남겼다.
  중국도 비슷한 제도를 실시한 적이 있다. 지난해 4월 중국 일부 지역은 금요일 오전 근무만 권장하는 ‘2.5 휴무제’를 시행해 소비를 촉진시키고자 했다. 반응은 달갑지 않았다. 민영 기업에서 주말 휴무제와 유급휴가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실정에 이 제도를 받아들이는 것은 사실상 불가했다.

우리나라 정부의 생색내기?

  지난달 23일 정부는 ‘내수 활성화 방안’으로 일본을 벤치마킹한 ‘한국판 프리미엄 프라이데이’ 사업을 소개했다. 한 달에 한 번 금요일 오후 4시 퇴근을 장려하지만 그 주 월~목요일은 30분 더 일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본과 차이가 있다. 이 제도는 한국은행이 조사한 1월 소비자심리지수가 세계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이기 위한 정부의 대안이다. 하지만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돌이켜보면 걱정이 앞서는 게 일반적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블랙프라이데이를 벤치마킹해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실시한 적이 있다. 하지만 민간에 의해 주도돼 오랫동안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정부가 유통업체를 반강제적으로 행사에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실제 기대된 파격적인 할인도 없었고, 서비스도 부실해 실패에 가까운 평가를 받았다. 우리 학교 소비자학과 유현정 교수는 “한국판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도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처럼 다른 나라의 제도를 급하게 모방한 느낌인데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프라이데이가 권고 형식인 것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안하면 그만’인 것이다. 우리 학교 경영학부 이태민 교수는 “우리나라는 정시퇴근도 힘든 기업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금요일 조기퇴근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소비에 도움이 되겠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방안이 애초에 잘못됐다는 지적도 있다. 경영학부 김학수 교수는 “시간보다는 돈이 없는 게 소비감소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며 “경제가 안 좋은 현 시점에선 일찍 퇴근하더라도 소비보다 집에서 쉬는 걸 택할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실제 연합뉴스에 따르면 편의점 CU의 금요일 매출 비중이 늘고 있다고 한다. 지속된 장기불황으로 유흥가보다 집에서 불금을 즐기는 일이 잦아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판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는 빛도 발하지 못한 채 묻혀버리는 것일까? 우리에게 불금을 가져다준 주5일 근무제를 보면 그 미래가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유현정 교수는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장기적으로 내다봤다. “주5일 근무제가 시작될 때 회의적인 의견이 상당히 많았지만 지금은 정착됐고, 국민의 삶이 그전보다 여유로워진 게 사실”이라며 “시간 여유가 생기면 자연스레 소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조금씩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실질적인 효과를 보려면

  하지만 시간에 맡기는 막연한 기대로는 부족하다. 크리에이터 에이전시 기업 ‘크릭앤리버’는 프리미엄 프라이데이 활성화를 위해선 기업인의 긍정적인 복지 인식이 핵심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크릭앤리버는 2009년 금요일 4시 퇴근이라는 파격적인 제도를 도입했고 지난달 1일부터 매주 금요일 2시 퇴근을 보장하기에 이르렀다. ‘창의적인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선 직원들의 일과 삶의 균형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는 크릭앤리버 박재홍 대표의 생각이 조기 퇴근을 가능하게 했다. 익명을 요청한 크릭앤리버의 한 직원은 “금요일은 다 시간에 맞춰 일찍 퇴근하기 때문에 조기퇴근에 심적인 부담이 없다”며 “여가시간이 늘어나 그 때 소비를 하거나 집에서 쉴 수 있어 좋다”고 밝혔다.
  근로자 여가 시간 확대는 근로자뿐만 아니라 기업인에게도 득이 된다. 2015년 영국에서 기업 경영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10명 중 6명이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고, 최근 독일에서 근로자 여가 시간 확대가 근로 의욕고취와 저출산문제 해법으로 떠올라 화제가 됐다.
  호주와 프랑스는 여가를 장려하는 기업인의 인식이 정착돼 굳이 금요일을 고집하지 않는다. 호주는 2000년대 들어 공휴일과는 별도로 연간 4주 휴가를 철저히 보장하는 ‘일-여가 균형’제도를 시행했다. 이에 시간적 여유를 얻은 호주 국민들은 레저 스포츠와 여행을 즐기며 내수활성화에 한 몫 하고 있다. 프랑스는 현재 연간 5주의 휴가를 보장한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 할인혜택을 주는 ‘체크바캉스’ 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는 여가를 중요시하는 기업인의 인식이 직장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내수활성화까지 자연스레 이뤄진다는 방증이다.

  지난 3일 정부는 한국판 프리미엄 프라이데이 시행을 업계에 권고했다. 아직 도입 초기라 쉽게 그 효과를 판단하긴 이르다. 우리가 일본과 중국의 전철을 그대로 밟을지, 우리나라 기업문화의 새로운 길을 개척할지는 근로자 여가 시간 확대의 효과를 기업인이 깨닫는 데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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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지 기자
nice9710@cb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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