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몸비란 ‘스마트폰(smartphone)’과 ‘좀비(zombie)’의 합성어로 항상 구부정한 자세로 스마트폰 화면에만 열중하며 걷는 사람들을 좀비에 빗댄 말이다. 2015년 독일에서 처음 사용됐으며 중국과 대만에서는 ‘저두족’으로도 불린다. 포켓몬고가 출시된 이후 눈에 띄게 증가한 스몸비로 인해 전 세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성별.연령 상관없이 스몸비의 활동범위와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어떤 위험에 처해있는 것일까?
스몸비가 나타났다
미국 펜실베니아의 15세 여성이 포켓몬을 잡기 위해 스마트폰을 들고 고속도로를 건너다 사고를 당해 중상을 입었다. 또 중국에서는 20대 여성이 호수에 빠져 익사하는 등 스몸비와 관련한 사고들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김민수(청주시 서원구·18) 씨는 “길에서도 항상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걷는다”며 “화면에 온 신경이 집중되다 보니 보행자와 부딪히기도 하고 주변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윤서현(청주시 흥덕구·45) 씨는 “스마트폰을 보느라 신호를 보지 못하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학생 때문에 급정거를 한 적이 있다”며 “교통 규칙을 다 지키고도 가해자가 될 뻔 했다”라며 아찔했던 상황을 회상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3월 기준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91%로 세계 1위이다. 스마트폰 사용 인구가 늘면서 스몸비로 인한 문제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교통기후환경연구소가 지난해 9월 보행자 1,39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장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4%는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고, 22%는 사고가 발생할 뻔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스마트폰 관련 차량사고는 2011년 624건에서 2015년 1,360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스마트폰, 꼭 지금 봐야 하나요?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그렇지 않을 때보다 사고율이 약 2배나 증가한다. 스마트폰을 보며 걷는 우리에게 어떠한 변화가 나타나는 것일까?
기자는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 할 때와 사용하지 않을 때의 걸음을 비교해봤다. 우리 학교 병원에서 신학생회관까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걸어갔을 때는 7분이 걸렸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동일한 거리를 걸었을 땐 16분이 소요됐다. 스마트폰 화면으로 신경이 집중되다 보니 걸음이 느려지고 직선으로 걷지 못했다. 앞의 사람을 인지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영산대 드론교통공학과 최양원 교수는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시 사람의 인지력은 스마트폰 화면에 집중하느라 평소보다 50%가 하락해 주위환경의 변화에 소홀해진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어폰까지 끼고 걷기 때문에 인지력이 더욱 하락해 방어능력을 잃어 대형사고가 발생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우리의 신체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액정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게 되고, 이런 자세가 지속될 경우 소위 ‘거북목 증후군’이라는 근육 관련 질병을 유발한다. 목뼈가 앞으로 빠지게 되면서 아래 신경이 머리뼈와 목뼈 사이에 눌리는 거북목 증후군은 두통을 유발할 수도 있으며, 통증이 장기화돼 수면장애도 올 수 있다. 따라서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거북목 증후군’을 단순하게 보아서는 안 된다.
허앤박 한의원의 허준영 원장은 “최근 목이 구부러지고 목과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었다”며 “이 질환으로 병원을 내원하는 환자의 상당수가 오랜 시간 바르지 않은 자세로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를 사용했거나, 걸어 다니며 화면을 보는 습관을 가진 경우”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거북목 증후군은 나이가 들수록, 근육이 없을수록 더 잘 유발되는 질환”이라며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기기가 대중화되면서 연령과 성별에 관계없이 사용하다보니 거북목 증후군 환자가 늘고 있다는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거북목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컴퓨터 모니터와 스마트폰 화면을 눈높이에 맞춰 바라보고, 시간이 날 때마다 30~40분에 한 번씩 목의 긴장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고 허준영 원장은 덧붙였다.
스몸비를 구하라
스몸비족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각국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고 있다. 벨기에 거리에 그어져 있는 두 줄의 흰색 선은 벨기에 사람들에겐 매우 낯익은 거리 풍경이다. ‘문자보행로(Text walking lanes)’라고 불리는 이 선은 스마트폰 이용자와 보행자가 분리돼 걸을 수 있도록 해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으로 앞사람과 부딪히는 사고를 줄이기 위해 그어졌다. 영국에서는 가로등 기둥을 패딩으로 감싸 부딪혀도 다치지 않게 했고, 네덜란드와 독일은 스마트폰 사용자가 신호를 인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길바닥에도 신호등을 설치했다. 최근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시의회는 현지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스마트폰을 보는 것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벌금은 적발 횟수 등에 따라 15~130달러이며 태블릿PC나 전자책도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메시지 전송이나 인터넷 서핑은 금지하면서 긴급전화나 음악 듣기는 허용하기 때문에 법 적용이 난해한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로 법안에 의한 스몸비족 규제는 한계가 있으며, 일부에서는 개인의 권리 침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 서울시와 경찰청은 지난해 6월 강남역, 홍대 앞, 시청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횡단보도 앞에 ‘보행 중 스마트폰 주의’라고 쓴 경고 표지판을 설치했다. 하지만 표지판은 인파속에 묻혀 눈에 잘 띄지 않아 효과가 미미했다. 국회에서는 신창현 의원이 횡단보도에서 휴대전화 사용 시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 휴대전화 문자를 주고 받거나, 동영상을 시청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면 1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최양원 교수는 “표지판이나 법안보다는 경각심을 심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교통교육을 통한 사람들의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우리 학교 김예림(국제경영학과·17) 학생은 “위험한 줄은 알지만 이제 손에 스마트폰이 없으면 허전한 느낌이 든다”며 “단순히 표지판만 설치하는 것은 스마트폰으로 화면을 보고 걷는 사람에게는 그리 효과적인 방법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국(국어교육과·16) 학생은 “도로는 자신만의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사고의 원인이 되는 부주의를 초래하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며 “하지만 자발적이 아닌 법안에 의해 규제되는 상황은 왠지 좋게 생각되지는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다.
“또 다른 세상을 만날 땐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90년대 한 이동통신사의 홍보 문구다. 우리는 하루 종일 쉼 없이 휴대폰 속의 많은 기사와 사건사고를 인스턴트처럼 보고 버린다. 무수히 많은 정보와 즐길거리에 치여 살고 있다면, 걸어 다닐 때만큼은 스마트폰 사용을 잠시 접어두고 홀로 있는 고요함을 만나는 것은 어떨까.
최유연 기자
cy0324@cbnu.ac.kr
우하연 기자
hy20@cbnu.ac.kr









최유연&우하연





